雨霖鈴 第7

7. 運否天賦
좋은 운명이건 나쁜 운명이건 모두 하늘의 뜻.

양심당은 태보의 설명으로 시끌시끌했다. 진왕이 입을 열었다. “천자께서 진왕을 의심하시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야 한무제가 여태자를 의심했던 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27) 나는 자식이니 어찌 마음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천자께 가서 아뢰고 무죄를 증명하고 싶으나 만나주지 않으시니 다른 방도가 없어 이 곳에 온 것입니다.” 시끄럽게 떠들던 소림사의 노승들이 조용해졌다.

주구전은 그럼 어서 가 목을 메 결백을 증명하고 이 일을 모두 끝냈으면 좋겠다는 불경한 생각을 했다. 주지가 사계산장에 의뢰할 만한 일도 대충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엽백의가 진왕의 말을 비웃으며 말했다. “기왕이 마셨다는 그 술은 강호의 술인데 대체 어떻게 황실로 흘러 들어갔는지… 떼지도 않은 아궁이에서 연기가 나겠습니까?” 그러자 노승들이 여기 저기서 헛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주구전은 엽백의 바로 옆에 앉아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유시와 술시 사이의 어중간한 시간대에 자리는 파하게 되었다. 밖으로 나온 주구전을 진왕과 그와 함께 온 젊은 무관이 잡았다. “주대인.” 엽백의와 양심당을 나와 처소로 돌아가는 길에 주방에 들러 요기할 것을 챙기려고 했던 주구전은 엽백의 눈치를 보며 진왕에게 인사했다. “양주 임해의 주구전 진왕께 인사 올립니다.” 엽백의는 옆에서 보고 있다가 포권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진왕이 말했다. “사계산장에서 오셨다고요? 사계절 꽃이 만발하고 세상의 모든 일이 알려져 끝나는 곳. (四季花常在, 九州事盡知.)” 주구전이 고개를 들어 진왕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사계산장의 일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아니면 주구전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사계산장의 명성이 높은 것일수도 있다. “저희 고숙께서 사계산장에서 수학하셨다 들었는데 혹 알고 계십니까? 씨는 주, 휘은 희, 자는 회암(晦庵)… 그리고 시호는 서선공(署宣公)입니다.” 주구전은 그 시호라는 선이 무슨 선자인지 궁금했다. 愃(잊을 선)일지, 熯(태워 없앨 선)일지, 아니면 燹(들불 선)일지.

나이 들어 좋은 것은 변죽만 늘어 표정의 변화가 많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주구전은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언제인지 까마득하여 소인 기억나지 않아 송구스럽습니다.” 엽백의가 옆에서 보고 서있다 말했다. “노인네의 잘못은 그저 노망인 셈 치시오. 한참 어린 것이 벌써부터 그렇게 망령이 들어서 어떡하려고 그러냐.” 주구전은 옆에서 허허 웃었다.

엽백의가 주방으로 가려고 하자 주구전도 그 뒤를 따르려 다시 진왕에게 물러남을 고하려 했다. 옆에 서있던 젊은 무관이 입을 열었다. “주자서라고 했던가? 그 자는 주대인의 종손이라 하던데 맞소?” 주구전은 몸을 돌리려던 것을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추어 버렸다. ‘황실에서 온 자들이 어찌 자서를 알고 있단 말인가?’ 주구전은 괜히 머뭇거려 의심을 사는 것보다 미리 말하는 것이 나을 듯싶어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제 동생인 주구단(周求丹)의 손주놈입니다. 제 동생은 양주 단양의 현위 말단관직에 있었는데 환란에 명을 달리 했지요. 저의 질자 내외 역시 동생과 함께...”

이 것은 사실이다. 단지 주구전의 질자 내외는 아이를 낳기도 전에 죽었다. 황실의 높으신 분들의 권위 싸움에 휘말려 단양에서 사계산장이 있는 임해로 피난을 오다가 그렇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받은 주구단의 서신에는 질자 내외에게 아이가 생겼으니 부디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주구전의 눈에 슬픔이 서렸다. 그의 눈빛이 무거워진 것을 발견한 무관은 괜히 씁쓸하여 말을 이었다. “내가 아는 분과 닮은 것 같아 물은 것이오. 실례했소. 하도 얼굴을 가리기에 주대인의 연동인가 하였소.” 주구전은 화가 일었지만 그저 허허 웃었다. 옆에서 보고 듣고 있던 엽백의가 ‘쯧’ 하고 혀를 찼다.

진왕이 물었다. “혹 숭산에 머무르실 계획이십니까? 주대인?” 주구전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아닙니다. 논의가 끝나면 어서 양주로 돌아 가야지요. 청명이 지났으니 곡우가 되기전에 밭에 거름을 주어야 하는데, 그전에 돌아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진왕이 반색하며 말했다. “주대인께서 농사일에 조예가 있으십니까? 모자란 진왕에게 가르침을 주소서.” 진왕은 주구전의 거절을 거절하며 그를 굳이 낙양성 밖 공의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 초대했다.

진왕은 왕에게 축객령(逐客令)을 받아 낙양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진왕이 낙양성 제일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이 선문관이 있는 공의 였다. “낙양까지 오셨으니 낙수는 보고 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배를 띄워 강을 거슬러 황하를 유람하는 것도 좋지요.” 주구전은 그 제의를 거절하기 위해 애썼으나 오히려 엽백의가 그 말에 더 관심을 보였다. “황하를 강물 위에서 유람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진왕도 신이 나서 대답했다. “장명산 상선께서도 함께 오신다면 모두 진왕의 복이지요.” 그들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서로 얼굴을 보고 웃었다.


주구전은 저녁으로 먹을 것을 주방에서 얻어 찬합에 담아들고 처소로 향했다. 무슨 일인지 처소안에 불을 밝히지 않았다. 아직도 밖을 헤매는 것인가 생각한 주구전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오자 주자서는 침상 위에서, 온객행은 침상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침상에 몸을 기대고 자고 있었다. 주구전을 뒤따라 온 엽백의가 온객행을 보며 말했다. “저놈이 네 질종손이 마음에 든 것 같으니 조심하게, 아주 끈질긴 놈이라 혹여 자네 질종손이 마음이 없더라도 놔주지 않을 걸세.” 주구전은 그 말을 흘려들으며 말했다. “주가 대를 끊을 수는 없지요. 나이도 다 찼으니 어서 혼처를 알아봐야 할건데…”

주구전의 말에 언제 깨어난 건지 온객행이 벌떡 일어나 주구전을 보며 말했다. “아서는 주대인의 화동이오?” 그 말에 옆에 서있던 엽백의가 호탕하게 ‘하하하’ 웃었다. 주구전은 어이가 없어서 ‘휴’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온공자. 우리 귀한 종손에게 그게 무슨 말이오.” 온객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구전 앞에 무릎 꿇더니 소매와 품에서 염낭을 꺼내며 말했다. “정말 종손일 뿐이오? 화동이 아니오? 만일 아서가 그대 화동이라면, 내가 가진 것을 전부 줄 테니 내게 파시오.” 주구전은 정말 황당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옆에서 웃고 있던 엽백의가 온객행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네가 주가 대를 끊으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나.” 온객행은 맞은 머리를 감싸며 엽백의에게 말했다. “노야! 이 온모 그리 오래 살지 않았지만 일평생 이렇게 옥돌 달아주고 싶은 이는 처음이오. 아직 패옥도 구슬도 주지 않았으나, 어서 찾아 보내겠소.”(28) 주구전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온공자 자서를 며칠이나 봤다고 이리 성급하게 구시오.” 소란에 주자서가 일어났는지 몸을 일으켰다. 침상에서 일어나려는 주자서를 말리며 주구전이 그를 다시 눕히고 이마에 손등을 데어 보았다. 열은 없었으나 얼굴이 창백했다.

주구전의 뒤에 바짝 붙어 주자서를 보던 온객행이 주구전과 엽백의가 가져온 찬합을 열며 부산을 떨었다. 주구전은 할 말이 많았으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창백한 얼굴을 보니, 이미 진왕을 만난 것 같았다. 황제의 생질이니 황실에서 황족으로써 법도를 배우는 것은 이상할 일도 아니다. ‘알아보고 놀란 것이지.’ 주구전의 눈을 맞춰오는 주자서의 눈에 질문이 가득하다. 주구전은 대답을 할 수 없어 한숨만 쉬었다. 주자서의 손을 잡고 주구전이 몇 번 입을 열었다 닫았다. 두 사람을 탁상에 앉아 지켜보던 엽백의가 온객행에게 부러 이것을 가져오라, 저것을 가져오라며 시끄럽게 굴었다. 온객행도 주가의 눈치를 보며 엽백의가 하자는 대로 장단을 맞추었다.

해시가 거의 다 되어 소등시간이 가까워지자 주구전은 괜히 초조했다. 온객행은 찬합을 반납하고 돌아와 주자서 옆에 꼭 붙어 그의 시중을 들었고, 주구전은 엽백의가 다른 문파로 가서 소동을 벌일까 싶어 그를 붙잡아 두고 있는 중이었다. “엽선배, 아직 확실히 누가 이 일에 연관되어 어떤 목적으로 일을 벌이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누군가가 이 일에 대해 조사한다는 기미를 알려주어 무엇이 좋다고. 부러 성난 벌집을 들쑤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런 일일수록 조용하게 움직여야 탈이 없을 것이니…” 엽백의가 탁상을 ‘탁’치며 말했다. “성난 벌집쯤이야 들쑤셔 태우면 그만인 일에 무엇을 조용히 움직인다는 말이냐.” 엽백의의 말이 끝나자 제등을 들은 심아와 함께 처소로 주지 여운이 들어왔다. 주구전이 일어나 인사하자 엽백의도 고개를 까닥하여 인사 시늉을 했다.

엽백의가 온객행에게 소리쳤다. “쓸모없는 놈아 손님 오셨으니 차 내오너라.” 온객행은 주자서가 누워있는 침상 옆에 붙어 찬물에 적신 영견으로 주자서를 괴롭히고 있는 중이었다. 주자서는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를 준비하려고 했다. “아이, 아서 내가 할 테니 누워있어.” 온객행은 그렇게 말하고 주자서를 침상에 눕혔다. “노야는 손이 없소? 발이 없소? 망령이 들었나 차정도는 알아서 마시시오.” 온객행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 주전자를 찾아 화로에 올려놓고 사계산장의 짐꾸러미 속에서 찻잎을 찾아 우렸다.

엽백의가 주지 여운에게 말했다. “저놈이 다른 것은 다 시원치 않은데 차 맛은 꽤 좋네.” 주구전이 자리를 비켜 탁상에 자리를 마련하자 여운이 가서 앉았다. 심아는 문간에 제등을 놓고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침상에 있는 주자서를 보고 있었다. 아까 낮에 진왕을 뵙기 전까지는 멀쩡했던 것 같은데 안색이 좋지 않다. 여운이 운을 띄웠다. “아미타불, 논의하자고 부른 사람은 몇 없는데 대체 어떻게 알고 이지경이 된 것인지… 관세음보살.”

엽백의가 말했다. “간모를 활용하는 것에 다섯가지가 있으니, 향간(鄕間; 같은 출신의 사람을 이용한다.), 내간(內間; 벼슬한 사람을 이용한다.), 반간(反間; 적의 세작을 이용한다.), 사간(死間; 적의 세작을 사지로 몰아 정보를 부러 누설시킨다.) 생간(生間, 직접 보고 돌아와 보고한다.)이 있다 했소.(29) 그러니 반간을 할지, 사간을 할지 그것은 소림사 역량에 달린 일이오.” 주지 여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마 그들도 알고 있으리라, 소림사 내부에도 누군가가 있다.

주구전이 여운에게 말했다. “사계산장은 지금 어떤 일을 의뢰 받을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주지 여운도 그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림사의 상황도 사계산장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환란으로 밭과 논이 모두 폐허가 되어 농사짓는 농민은 모두 피난 갔거나 죽었다. 부모를 잃어 불가에서 거둬드린 고아는 또 몇인가? 당장 목구멍이 관청인 수많은 제자들을 먹이려면 소림사도 어쩔 수 없이 이런 저런 일에 관여하여 겨우 입에 풀칠을 했을 것이다. 떠돌며 굶는 난민을 그저 바라만 볼 중놈들은 아니다.

서운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껄끄러운 주구전은 거절을 말을 이미 꺼내 놓고도 안절부절하였다. 옆에서 보고 있던 엽백의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대의를 위해 전쟁한다던 귀족놈들은 다 자기 잇속을 채우느라 백성에게는 관심이 없더구나.” 그리고는 혀를 좀 더 찼다. 주구전도 같은 마음이었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은 흑탕물에 옷이 젖을까 염려해서가 아니고 몸을 굽히는 것은 무엇에 부딪칠까 염려해서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은 그가 두려워서도 아니다.(30) 세속의 그 어느 것도 부질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계산장에서 수학을 하기 시작한 것은 세속의 잣대를 잊고 도를 닦기 위함 이지 이렇게 복잡하게 실타래 얽힌 듯한 판에서 주판을 튀기며 사람 목숨으로 셈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주구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엽백의가 여운에게 말했다. “강호의 일은 내게 맡기시오. 내게 보름의 시간을 주면 이곳 저곳 다녀보며 무림맹에 연관된 문파에 대해 알아 오겠소.” 여운이 화색으로 말했다. “상선께서 그리 하시겠습니까?” 주구전은 주지에게 아까 양심당에서의 일을 기억하라는 듯 눈치를 주었다. 여운은 부러 모른척하며 엽백의를 부추겼다. “선배께서 어찌…” 주구전의 말이 끊으며 엽백의가 말했다. “온 세상이 혼탁하여 모두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니, 이번엔 나도 같이 취해 보려 하오.”(31) 주구전은 왠지 그 말이 엽백의가 자기명을 재촉하는 말로 들려 불안해졌다. 주구전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발견한 엽백의가 무거운 미소로 대답했다. “아직 안 죽는다. 네놈은 정말 쓸데없이 눈치가 좋구나.”

엽백의가 나서는 바람에 주구전은 곤란하게 되었다. 일이 길어질 것 같다는 연락은 이미 해 놓았으니 양주에서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마음이 자꾸 양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키지 않는 것을 하는 일은 주구전은 좀처럼 잘 하지 못했다. 그가 사계 산장에서 수학하게 된 것도 그의 집에는 대를 이을 사람이 있으니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한 것이었고, 사계산장 내부에서도 그는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아 그저 강호인의 본분인 도만 열심히 닦았다.

사실 사계산장 장문자리도 원래대로라면 주구전의 것이었다. 사계산장 내에서 가장 오래 수학한 이도 그렇고, 시끄러운 세상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게 중심을 잡은 것도 주구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구전은 그럴 수가 없었다. 사형과 사제, 사백과 사숙이 스러져 가는 것을 지켜본 주구전은 겁이 나서 장문직이 내키지 않았다. 그는 그 책임을 짊어질 만한 그릇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구전은 스승님이 아끼던 손제자 하나를 아무나 찍어 장문으로 세웠다. 이제 사계산장에서 그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진회장은 그렇게 사계산장의 장문이 되었다.

하늘아래 이로움은 있음에서 비롯되나 있음은 없음에서 비롯된다. 있음의 의로움 이란 없음의 쓰임 덕분이다.(32) 그래서 주구전은 빈 채로 무엇이든 담고자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주구전은 주자서가 걱정되었다. 진왕을 본 것 만으로 앓아 눕는 저 순한 것을 데리고 독사가 득실대는 황실이니 귀족사회로 들어 가려 하니 호랑이 굴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미친 돼지가 된 기분이었다. 먼저 보낸다고 저를 두고 갈 아이도 아니다. 검선이 강호의 일을 맡았으니 주구전은 어쩔 수 없이 황실에서 강호와 연을 맺고 일을 벌이는 자들을 찾게 될 것이다. 마침 때 좋게 진왕을 만나 도성 근처로 갈 명분도 있으니 저 중놈이 알고 저러는 것이다.

주자서 앞에서 셈하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입을 열었다. “사계산장에 의뢰를 하시는 거라면, 장문과 협의해야 하니, 연통을 넣게 해주시지요.” 그러자 여운이 말했다. “이 일과 사계산장을 엮으시겠습니까?” 주구전은 울컥 화가 일었지만 한참 눈을 굴리다 말했다. “그럼 이 일은 나의 일이니 우리 종손은 양주로 보내주시게.”

그러자 옆에서 눈치를 보며 대화를 엿듣던 주자서가 벌떡 일어나 바닥에 무릎 꿇으며 말했다. “종조부! 조부 곁에 있게 해주세요.” 주구전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어른들의 차시중을 들던 온객행도 옆에 덩달아 무릎 꿇으며 주구전에게 말했다. “주대인, 아서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세요. 제가 잘 보살필게요.” 주자서와 주구전이 온객행을 동시에 보았다. 대체 이 치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여운이 시끄럽게 헛기침을 했다.

(27) 대학연의 大學衍義 卷22 格物致知之要(二) 辨人材 憸邪罔上之情
한무제의 아들 여태자는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한무제의 신임을 받았는데, 그를 시기하는 간신배가 여태자와 그의 어머니 위태후가 찬탈을 시도한다는 모함을 하여 여태자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목을 멘다. 그가 죽은 후 간신배들의 간사함을 알게 된 한무제는 모함한 이들을 다 죽이고 아들의 죽음을 슬퍼한다.

(28) 시경 위풍 木瓜 던진 모과
投我以木瓜 報之以瓊琚 匪報也 永以爲好也.
내게 모과를 주기에 어여쁜 패옥으로 보답하였지. 굳이 갚자고 하기보다 길이 사이좋게 지내보자며.
投我以木桃 報之以瓊瑤 匪報也 永以爲好也.
내게 복숭아를 주기에 어여쁜 구슬로 보답하였지. 굳이 갚자고 하기보다 길이 사이좋게 지내보자며.
投我以木李 報之以瓊玖 匪報也 永以爲好也.
내게 자두을 주기에 어여쁜 옥돌로 보답하였지. 굳이 갚자고 하기보다 길이길 사이좋게 지내보자며
패옥은 좋아하는 정인에게 주는 것이고 구슬은 혼인할 때 사주단자에 넣는 것이며, 옥돌은 혼인할 때 머리에 다는 장식이다.

(29) 손무자직해 하권 제 12 用間; 간첩의 활용
故 用間有五 有鄕間 有內間 有反間 有死間 有生間 五間俱起 莫知其道 是謂神紀 人君之寶也
이는 다섯 가지 간첩의 조목이다. 다섯 가지 간첩을 순환으로 사용하여 다른 사람들이 그 이치를 측량할 수 없으면, 이것을 일러 신묘한 기강이라 하니, 군주의 소중한 보배이다
鄕間者 因其鄕人而用之 內間者 因其官人而用之 反間者 因其敵間而用之 死間者 爲誑事於外 令吾間知之 而傳於敵間也 死間者는 爲誑事於外 令吾間知之 而傳於敵間也 生間者 反報也.
1. 향간이란 적지의 고장 사람을 이용하여 후하게 대우해서 사용하는 것,
2. 내간이란 적의 벼슬한 사람을 이용하여 은밀히 뇌물을 주어서 결탁한 다음, 적국의 실정을 정탐해서 적국의 군신 사이를 이간질하여, 적으로 하여금 서로 화합하고 협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
3. 반간이란 적의 사람으로 우리에게 와서 첩자 노릇을 하는 자를 이용하여 거짓으로 모르는 체하고, 후하게 뇌물을 주어서 도리어 우리에게 쓰임이 되게 하는 것,
4. 사간이란 거짓으로 허황된 일을 밖에서 만들어 우리 간첩으로 하여금 이것을 알게 해서 적의 간첩에게 전달하여 누설하게 하는 것이다.
5. 생간이란 돌아와서 적의 실정을 우리에게 알리게 하는 것.

(30) 순자집해 修身篇 수신편 第二
行而供冀 非漬淖也, 行而俯項 非擊戾也, 偶視而先俯는 非恐懼也.
길을 걸을 적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은 진창에 옷이 젖을까 염려해서가 아니고, 길을 걸을 적에 목을 숙이는 것은 무엇에 부딪칠까 염려해서가 아니고, 다른 사람과 마주볼 때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은 그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31) 굴원 漁父辭 어부사
屈原曰;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굴원이 말했다. “온 세상이 혼탁한데 나 혼자 깨끗하고 모든 사람이 다 취해있는데 나만이 깨어 있으니 이런 까닭에 쫓겨나게 되었소”

(32) 도덕경 11장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고로 있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없음이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도덕경 40장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
하늘 아래 모든 것은 있음에서 비롯되나, 있음은 없음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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