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女赋 宋玉(송옥)
초회왕이 송옥과 운몽택 (호북성 남부에서 호남성 북부에 걸쳐서 있었다고 하는 대소택지) 가에서 유람하고, 송옥으로 하여금 고당지사(초회왕 운몽택에 있는 고당에서 무산신녀를 꿈속에서 만나 그녀를 총애하고 떠나갔다)를 읊게 하였다.
그날 밤, 송옥이 잠들고, 꿈에서 신녀와 서로 만났는데, 신녀의 용모는 지극히 아름다웠고, 송옥은 그것을 매우 이상히 여기고, 다음날 바로 꿈에 신녀를 만난 일을 초회왕에게 이야기 하였다.
초회왕이 묻기를 “그 꿈에서 어떠하였는가?”
송옥이 대답하기를 “황혼 이후, 나는 정신이 황홀하여, 마치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어수선하였는데,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당 눈은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전에 서로 알았던 것 같았습니다.
꿈에서 여자(神女) 한 명을 만났는데, 생김새가 매우 기이하였습니다. 잠이 들어 꿈에서 그녀를 보았는데, 깨어나니 자세히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아 나는 마음이 즐겁지 않았고, 낙담하여 실의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니, 눈앞에 다시 꿈속의 그 미녀가 나타났습니다.”
초회왕이 묻기를 “그녀의 생김새가 어떠하였는가?”
송옥이 말하기를 “풍만만하고 아름다웠으며, 여러 가지 좋은 것은 그녀의 몸에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요염하고 아름다웠는데, 그녀의 아름다움은 형용하기 어렵습니다.
상고(商⋅周⋅秦⋅漢)시대에는 그녀와 비교할만한 사람이 없었고, 당대에도 보이지 아니하였고, 그녀의 요염한 자태와 아름다운 용모는, 어떻게 칭찬하려 하여도 다 칭찬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가 처음 나타났을 때에는, 빛을 발하는데 마치 태양이 집의 들보에 비추는 것 같았고, 그녀가 조금 가까이 다가왔을 때는, 깨끗하고 결백하여 마치 밝은 달이 광채를 방출하는 것 같았습니다.
순식간에,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와 용모가 전부 드러났습니다. 얼굴빛이 환하게 빛나는 것이 꽃과 같았고, 온화하고 유순함이 마치 아름다운 옥과 같았습니다. 오색이 함께 발산하여,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 그려낼 수가 없었습니다. 자세히 그녀를 보면, 광채가 눈을 부시게 하였습니다.
그녀의 의복과 장신구는 매우 많고 아름다웠는데, 능라주단(綾羅綢緞)은 꽃무늬로 가득 채웠고, 가장 좋은 의복의 미묘한 색채는 온 사방을 비추었습니다. 그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의 먼지를 털고, 장포를 걸치고 치마를 입었습니다.
헐렁한 옷을 입으면 몸집이 작아 보이지 아니하고, 얇은 옷을 입으면 호리호리해 보이지 아니하였고, 발걸음은 경쾌하고 나긋나긋하여 광채가 전당을 밝게 비추었습니다. 홀연 자태를 바꾸니, 맟 움직이는 용이 구름을 타고 비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아름다운 덧옷을 입었고, 격식에 맞추어 알맞게 옅은 화장을 하였습니다. 향유를 바른 아름다운 머리카락에서는, 두약(杜若)의 향기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성격은 따뜻하면서도 안정되어 있어, 군왕을 모시는데 적당하였습니다. 그녀는 长幼尊卑의 예의를 알고 사람의 속마음을 잘 이해하는 말로 마음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초회왕이 말하기를 “신녀가 그처럼 아름답단 말인가? 당신이 시험 삼아 과인을 위해 한 번 그림을 그려보세요.”
송옥이 대답하기를 : “좋습니다. 좋습니다.”
신녀는 얼마나 요염하고 아름다운가? 그녀는 천지간의 농염한 미색을 한 몸에 모았습니다. 그녀가 무늬가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입고 걸치니 얼마나 몸에 맞고 아름다운지, 마치 물총새가 날개를 흔들며 고공을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의 형모은 세상에 둘도 없고, 그녀의 미모는 세상에 비할 바가 없었습니다. 毛嫱(모장, 春秋시대 越나라 미녀)의 춤추는 소매가 온갖 교태를 부려도, 신녀와 비교하면 본받기에는 부족하고 ; 서시가 얼굴을 가리고 사람을 감동시켜도, 신녀와 비교하면 姿色(자색; 여자의 아름다운 용모)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요염하였고, 멀리 떨어져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습니다. 骨相(체상; 체격과 용모)은 기이하여 예사롭지 않았는데, 군왕을 모시는 妃嫔(비빈)의 용모와 서로 어울렸습니다.
그녀를 보면 눈에 가득한데, 어느 누가 그녀보다 나을 수 있단 말입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와 좋아지고 싶었고, 그녀를 경모하는 마음은 짐작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단지 애석하게도 그녀와 교왕이 드물었고 사랑이 데면데면하여, 그녀에게 속마음을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그녀와 만나지 않기를 바랐는데, 그러면 송옥만이 그녀의 자태를 실컷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자태는 장엄하면서도 고귀하여, 어떻게 언어로 다 묘사할 수 있었겠습니까? 자태는 포동포동하고 단정하면서도 아름답고, 그녀의 얼굴은 곱고 윤이 나서 옥과 같았습니다.
눈동자는 분명하면서 빛이 나 생기가 넘치고, 아름다운 한 쌍의 큰 눈은 특별히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녀의 눈썹은 살짝 굽었는데 마치 누에의 눈썹 같았고, 그녀의 입술은 붉었는데 마치 산뜻하고 아름다운 丹砂(단사; 짙은 붉은색의 광물)와 같았습니다.
그녀의 소박한 본성은 순수하고 온후하며, 의지는 한적하고 평안한 것을 지향하고 몸은 조용하고 한적하였습니다. 그녀는 숨겨져 있는 심산선경(深山仙境)에서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 인간세상에서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고당전은 널찍하여 그녀의 마음에 꼭 맞았는데, 그녀가 마음껏 춤을 추거나 발길 가는 대로 거닐 수 있었습니다. 구름 같은 얇은 비단을 움직이며 천천히 걸어가니, 의상이 계단을 스치며 내는 소리가 사각사각하였습니다.
그녀는 오래도록 나의 침상휘장을 주시하였는데, 두 눈은 마치 秋水(추수; 맑은 물, 여자의 맑은 눈매)가 파란을 일으킬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긴 소매를 흔들어 옷깃을 정리하고, 우두커니 서서 배회하여 불안해하였습니다.
그녀는 마음이 조용하고 온순하며, 성격은 침착하고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때때로 한적함에 스스로 만족하고 행동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의 마음을 꿰뚫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녀는 보기에는 마치 일부러 나와 가까워지려는 것 같았으나, 이미 멀리멀리 떠나 가버렸고, 마치 나를 향하여 걸어오려고 하는 것 같았으나, 다시 몸을 돌려 돌아갔습니다. 그녀가 침대휘장을 걷고, 침상에 올라와 나를 모실 수 있기를 청하였는데, 그녀는 간절한 성의를 표하였습니다.
다만 그녀는 꿋꿋하고 순결한 절개를 품고 있어서, 마지막에는 나와 같이 하는 것을 거절하였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운 말로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였고, 신녀의 언사는 마치 두약(杜若)과 난초(蘭草)가 발산하는 짙은 향기와 같았습니다.
나와 신녀가 정신적으로 교제하고 왕래하여, 내심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비록 정신적인 교류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결합은 없었고, 나는 무단히 고독하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을 느껴 마음이 산란하였습니다.
그녀가 일찍이 허락한 적이 있지만 결코 기꺼이 허락한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소리 높여 슬피 탄식할 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웃음 띤 얼굴을 거두고 약간 노기 띤 얼굴 드러내고 태도를 진중하게 하여, 매우 엄하고 침범할 수 없는 태도를 나타냈습니다.
이 때 신녀는 장신구를 흔들고, 옥으로 만든 방울을 울리며, 의복을 단정히 하고, 웃는 얼굴을 거두었습니다. 여사(女師)에게 돌아보며, 태부(太傅)에게 출발하도록 분부하였습니다.
우리 둘은 친밀해지지 않았는데, 그녀는 이별을 고하고 떠나려하였습니다. 그녀는 몸을 끌고 물러나, 가까이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녀가 가는 것 같았으나 가지 아니하여, 내심에는 마치 그리워함이 충만한 것 같았고 ; 그녀가 살며시 나를 한 번 쳐다보는데, 온갖 멋진 정기가 전해왔습니다. 감정과 자태를 남김없이 드러내었으나, 하나하나 다 묘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마음으로는 떠나고 싶었지만 차마 떠나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마음이 불안하고 어수선하였습니다. 그녀가 황급히 떠나가는데 이별의 예의를 미처 다하지 못하였고, 이별의 말도 다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그녀가 좀 더 머무르기를 바랐으나, 신녀는 급히 떠나려고 하였습니다. 나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뒤집어져 의지할 곳을 잃었습니다.
홀연히 밤이 깊었다는 것을 느끼고, 마음이 황홀하여 몸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알지 못하였습니다. 나의 衷情(충정;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정)을, 누구에게 죄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낙담하여 눈물을 흘리며, 신녀를 찾다가 날이 밝았습니다.
신녀부는 송옥이 지었다고 하니까 그렇구나 하는데 후대의 사람이 지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나도 들은거고 전공자가 아니니까 그냥 카더라 얘기. 하지만 운우지정이나 무산지정이 나오는 고당부의 경우는 확실하게 송옥이 지은것이다. 초나라 회왕은 쓸만한 인재 얘기는 하나도 안듣고 눈앞에 이익을 쫓다가 진소양왕에게 감금당해서 진나라에서 죽었다.
초나라는 굴원이나 장의, 송옥 같이 나라의 충성심이 깊은 충신이 많았는데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죽었다. 굴원은 초나라의 왕족이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성이 초나라의 왕씨성인 미씨 였다. 아! 송옥은 잘생긴 걸로 유명하다. 송옥이 굴원의 제자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것도 그냥 카더라인지 찐인지 모른다.
어디에 실린건지 한참 찾았는데 어디에도 안나오는거 보면 아마 초사에 실려 있을것 같다고 추측하기로 한다. 읽어보면 신녀를 표현하는 부분이 굉장히 생동감 넘치고 뭔가 그렇고 그런것 같다. 사구, 오언절구나 칠언절구의 경우에는 정해진 글자 수 안에서 운율과 음을 맞추기 위해 생략되고 절제된 분위기가 있는데 부는 정말 구구절절 쓰기때문에 더 풍부한 표현이 가능했던것 같다. 이 시는 이후에 후대의 시가에 등장하여 아름다운 여성을 표현하는 말들로 사용된다.
아름다운 여자는 결국 이렇게 대상화 되는것 말고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없는 것은 정말 슬픈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교는 너무 손해인것 같다. 남자와 여자가 모두 동등한 기회를 가졌으면 군주들도 두배 쓸 수 있는 사람도 두배가 되는건데 어째서 여성을 멸시하고 천하게 여겼는지 모르겠다. 제자백가를 주도하던 놈들도 다 애미가 있었을텐데... 왜 스스로 애미없는놈들이 되었는지
해석은 여러 블로그를 참고하였다. 신녀부 전문이 나와 있는 곳은 이 곳뿐이다. 이분도 중국웹에서 찾으셨는지 본문이 간자체로 되어 있어서 내가 아는것만 한국에서 쓰는 번자체로 바꾸었다. 그래서 이게 원문이랑 맞을지 안맞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예전엔 無와 无는 똑같이 없다는 뜻이니까.. 찐 신녀부에는 無가 아니라 无가 쓰였을지도.. 나는 알못이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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