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가

子野歌

남북조시대의 동진(東晉) 대 오(吳:江蘇省 南京) 땅에 살던 자야라는 여자의 노래 음조가 애절하여, 그 곡조를 《자야가》라 하였는데 대부분이 남녀가 창화(唱和)하는 사랑의 노래이다. 이 곡에 따라 시인들이 지은 ⟨자야가(子夜歌)⟩ 42수, ⟨자야사시가(子夜四時歌)⟩ 75수가 ⟨악부시집(樂府詩集)⟩에 실려 전한다.


1

落日出前門 瞻矚見子度
해질 무렵 문 앞으로 나가 그대가 건너오는지 목을 빼고 바라보는데,
冶容多姿鬢 芳香已盈路
화장한 얼굴 어여쁜 몸매와 머릿결 향기는 이미 길가에 가득합니다.

2

芳是香所爲 冶容不敢當
꽃냄새는 향기 때문이지만 화장한 예쁜 얼굴은 본 모습이 아니지요.
天不奪人願 故使儂見郞
하늘이 나의 희망 빼앗지 않아 그대를 볼 수 있게 했지요.

3

宿昔不梳頭 絲發被兩肩
지난 밤에는 머리도 빗지 않고 실날 같은 머릿결은 양어깨를 덮었지요.
婉伸郞膝上 何處不可憐
낭군님 무릎에 살며시 누웠으니 사랑스럽지 않은 곳이 어디 있나요!

4

自從別歡來 奩器了不開
그대와 이별하고 나서부터 화장그릇 열지 않아,
頭亂不敢理 粉拂生黃衣
헝클어진 머릿결 다듬을 수 없었고 옛날 옷에서 나는 향내만 흩어집니다.

5

崎嶇相怨慕 始獲風雲通
그대와 이별에 기구한 신세를 원망하다가 마침내 천리 밖에서 들려온 그대의 소식,
玉林語石闕 悲思兩心同
옥림과 석궐의 은밀한 대화처럼 우리 두 사람은 서로 그리워하며 가슴아파했습니다.

6

見娘喜容媚 願得結金蘭
웃음을 머금고 기뻐하는 그대 얼굴 보니 그대와 더욱 부부가 되어 살고 싶지만,
空織無經緯 求匹理自難
마치 실이 없는 베틀과 같아 베를 짠다한들 천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지요.

7

始欲識郞時 兩心望如一
처음 님을 알고자 했을 때는, 두 마음이 하나같이 되기를 바래서,
理絲入殘機 何悟不成匹
실을 골라 짜다 만 베틀에 올랐지만, 한 필도 이루지 못할 줄 어찌 알았겠어요?

8

前絲斷纏綿 意欲結交情
그대에 대한 생각을 끊어 부부가 되려는 생각을 접었어요.
春蠶易感化 絲子已復生
하지만 봄이 되어 꿈틀되는 누에처럼 또다시 그리운 생각이 일어났어요.

9

今夕已歡別 合會在何時
오늘 저녁에 이미 헤어졌으니 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明燈照空局 悠然未有期
밝은 등불은 허공을 비추는데 다시 만날 날은 아득하게 멀기만 하네요.

10

自從別郞來 何日不咨嗟
그대와 이별한 이후 날이면 날마다 하루종일 탄식만 했더니,
黃檗鬱成林 當奈苦心多
쓰디쓴 마음 자라서 황벽 숲을 이루어 나의 아픈 마음은 첩첩이 쌓여 되풀이 되곤 합니다.

11

高山種芙蓉 復經黃檗塢
높은 산에 심어 놓은 연꽃 보러 황벽나무 성채를 무수히 지나다녔지요.
果得一蓮時 流離嬰辛苦
마침내 연꽃을 얻었을 때는 방황하다가 마주친 고생이 더욱 새롭습니다.

12

朝思出前門 暮思還後渚
아침에는 문 앞에서 나가 그대 생각하고 저녁에는 돌아와 물가에 앉아 그리워합니다.
語笑向誰道 腹中陰憶汝
미소를 머금고 누구를 향해 말할까요? 가슴 속으로 몰래 당신을 생각하지요.

13

攬枕北窗臥 郞來就儂嬉
베게를 베고 북쪽 창문을 보고 누웠는데 그대가 오시니 내 마음 기뻐요.
小喜多唐突 相憐能幾時
조금 즐거워도 대단히 당돌해져요 서로의 사랑이 얼마나 갈까요?

14

駐箸不能食 蹇蹇步闈里
식욕이 떨어져 젓가락 내려놓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규방으로 들어가,
投瓊著局上 終日走博子
그대 오는지를 옥으로 만든 쌍륙을 던지는데 공연히 하루종일 쌍육놀이만 합니다.

15

郞爲傍人取 負儂非一事
그대를 다른 여인에게 뺏기고 나니 어리석은 내가 버림받은 것은,
摛門不安橫 無復相關意
빗장을 지르지 않고 문을 열어 놓은 격이라 다시는 나를 쳐다보지 않는구려!

16

年少當及時 嗟跎日就老
내 나이 어렸을 때부터 그대와 혼인하려고 했는데 참으로 한스럽군요! 그러다가 늙어버렸으니,
若不信儂語 但看霜下草
그대가 진정 내 말을 못 믿겠거든 그저 서리 밑에서 자라는 풀을 보시면 됩니다.

17

綠攬迮題錦 雙裙今復開
나는 비단 겹치마에 녹색 허리띠를 두르고 있는데 겹치마를 다시 벗어던지고,
已許腰中帶 誰共解羅衣
이미 허리에 두른 허리띠를 풀어 님에게 허락했지만 나와 함께 내 비단 옷을 풀어헤친 사람은 누구였지요?

18

常慮有貳意 歡今果不齊
항상 염려스러운 일은 그대가 품고 있는 두 마음인데 오늘 과연 두 사람의 마음이 따로이니,
枯魚就濁水 長與清流乖
남자란 존재는 늘상 화류계의 여자를 넘보고 오래 같이한 나같은 정숙한 여인을 싫어하지요.

19

歡愁儂亦慘 郞笑我便喜
내 생각으로 상심하는 사랑하는 그대여 그대가 웃으면 나 또한 기쁩니다.
不見連理樹 異根同條起
연리지라는 나무를 보지 못했어요? 다른 뿌리가 자라 한 나무로 합쳐지는 것을.

20

感歡初殷勤 歎子後遼落
처음 만났을 때는 즐거운 마음에 은근하더니 시간이 지나나 냉담해지는 군요.
打金側玳瑁 外豔里懷薄
그렇게 많은 금비녀와 장신구들 모두 다른 여인에게 주었지요.

21

別後涕流連 相思情悲滿
헤어지고 나니 눈물은 그치지 않고 가슴 속에는 슬픈 마음 가득합니다.
憶子腹糜爛 肝腸尺寸斷
그대 생각에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내 몸의 애간장은 마디마디 끊어집니다.

22

道近不得數 遂致盛寒違
그대가 돌아오기를 줄곧 기다리다가 결국은 원망하는 마음만 깊어지네요.
不見東流水 何時復西歸
그대는 보지 못하나요? 동쪽으로 흐르던 강물이 언제 다시 서쪽으로 돌아 흐를지.
+어? 이백의 장진주에도 이런 구절 나오지 않나?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

23

誰能思不歌 誰能飢不食
누군들 그리우면 노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누군들 배고프면 먹지 않을 수 있겠어요?
日冥當戶倚 惆愴底不憶
날마다 해질녘에 문에 기대어 서면 어찌 가슴 저미게 님이 생각나지 않겠어요?

24

攬裙未結帶 約眉出前窗
치맛자락 부여잡고 미처 묶지 못한 채 짙은 눈화장으로 허둥지둥 창가에 다가섭니다.
羅裳易飄颺 小開罵春風
홀홀 부는 회오리바람에 치맛자락 날리니 조금 열린 문틈으로 불어오는 봄바람만을 탓합니다.

25

擧酒待相勸 酒還杯亦空
잔 들어 서로 권하니 술잔은 다시 들어 비웁니다.
願因微觴會 心感色亦同
원컨대 작은 술자리를 빌려 우리 두 사람의 마음 통하기를.

26

夜覺百思纏 憂歎涕流襟
저녁에 잠이 깨어 그대에 대한 오만가지 생각 흘러내리는 눈물은 내 옷깃을 적십니다.
徒懷傾筐情 郞誰明儂心
헛된 치정을 마음에 잔뜩 품었으니 나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그대는 누구인가요?

27

儂年不及時 其於作乖離
소시적 당신을 알고부터 세월이 갈수록 당신과 사이는 더욱 멀어지고,
素不如浮萍 轉動春風移
평소에 부평초같은 인생이라 한 번 부는 봄바람에 마음이 돌아섭니다.

28

夜長不得眠 轉側聽更鼓
밤은 길고 잠은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다 어느새 새벽북소리 들립니다.
無故歡相逢 使儂肝腸苦
아무리 생각해도 님을 만날 길 없으니 내 애간장만 타네요.

29

歡從何處來 端然有憂色
그대는 지금까지 어디 있다가 이제사 오는가요? 안색이 초췌하고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한데,
三喚不一應 有何比松柏
세 번이나 불러도 한 번도 대답하지 않으니 무엇이 당신을 무뚝뚝한 송백처럼 말없는 사람 만들었는데요?
子曰: “歲寒, 然後知松栢之後彫也.”
공자왈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뒤늦게 시듦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송백이란 소나무와 측백나무.

30

念愛情慊慊 傾倒無所惜
저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아무런 미련도 없답니다.
重簾持自鄣 誰知許厚薄
몇 겹의 주렴으로 내 모습을 감추고 살았는데 후하거나 박하게 허락했는지 누가 알겠어요?

31

氣淸明月朗 夜與君共嬉
날은 맑고 달은 밝아 이 밤을 님과 더불어 같이 즐기나니,
郞歌妙意曲 儂亦吐芳詞
그대가 사랑 노래 불러주니 이 몸 역시 꽃 같은 노래 절로 나오네요.

32

驚風急素柯 白日漸微蒙
돌풍에 흰가지지에 몰아치니 쨍쨍한 해가 점점 가리워집니다.
郞懷幽閨性 儂亦恃春容
님께서도 그윽한 춘정을 품고 있듯이 이 몸 또한 꽃다운 얼굴 자신 있습니다.

33

夜長不得眠 明月何灼灼
기나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달빛은 어찌도 밝은가요?
想聞散喚聲 虛應空中諾
기꺼이 부르시는 소리 들리는 듯해 대답하는 소리만 허공에 울립니다.

34

人各旣疇匹 我志獨乖違
사람이란 모두가 배우자가 있는 법인데 어찌하여 나만 그렇지 못했을까요?
風吹冬簾起 許時寒薄飛
겨울바람 주렴 사이로 불어오니 그대의 허락은 찬바람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버렸군요.

35

我念歡的的 子行由豫情
이 몸이 그대 보면 기뻐서 미치겠는데 그대는 이 몸을 보아도 우물쭈물 거립니다.
霧露隱芙蓉 見蓮不分明
마치 짙은 안개에 숨은 연꽃 같으니 연꽃을 보려해도 보이지 않네요.

36

儂作北辰星 千年無轉移
저는 북극성이 되어, 천년이 지나도 움직임이 않겠어요.
歡行白日心 朝東暮還西
님은 하얀 해의 마음을 펼치시는지, 아침에는 동쪽에, 저녁에는 서쪽으로 돌아갑니다.

37

憐歡好情懷 移居作鄉里
그대 생각에 참을 수 없어 당신이 사는 마을로 이사해서,
桐樹生門前 出入見梧子
오동나무 문 앞에 심었더니 나들이 할 때마다 오동나무 열매를 봅니다.

38

遣信歡不來 自往復不出
제가 편지를 받고도 오시지 않으니 이제부터는 다시는 집 밖으로 나와 기다리지 않겠어요.
金銅作芙蓉 蓮子何能實
금동으로 연꽃을 만든다 한들 그대와의 혼인은 언제나 가능하겠어요?

39

初時非不密 其後日不如
처음에 빽빽하지 않는 곳이 없었는데 그 후로 날이 갈수록 예전 같지 않습니다.
回頭批櫛脫 轉覺薄志疏
머리빗에 빠진 한 무더기 머리카락 보고서 그제야 당신의 야박한 생각을 알게 되었어요.

40

寢食不相忘 同坐復俱起
잠 자면서도 밥 먹으면서도 당신을 잊지 못하고 같이 앉고 같이 일어났던 생활이,
玉藕金芙蓉 無稱我蓮子
마치 아름다운 연뿌리와 연꽃 같았는데 이제는 저를 부인으로 여기지도 않는군요!

41

恃愛如欲進 含羞未肯前
사랑을 믿고 앞으로 나가려다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나아가지 못합니다.
朱口發艶歌 玉指弄嬌絃
붉은 입술로 사랑 노래 부르고 옥 같은 손가락으로 아름다운 악기를 탑니다.

42

朝日照綺錢 光風動紈素
아침 해는 차가운 창문을 덥히고 미풍은 흰 비단을 펄럭이는데,
巧笑蒨兩犀 美目揚雙蛾
미인은 그대 마음과 통해 미소 짓고 아름다운 눈동자 위로 양 눈썹 휘날립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여성이 남성을 기다리거나 버림받아 슬퍼하는 내용이다. 규방에 갇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을테니 그 답답하고 슬픈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녀들이 남자였다면 어디서 벼슬을 하던지 시가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 당시 여성에게 주어지는 운명이란 요즘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라 나로써는 그저 안타깝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유교라는 사상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떨칠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기원전의 경우에는 글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여성뿐만아니라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민들에게도 낯선 것이어서 왕족과 귀족의 전유였지만 후에 주희(朱熹)라는 호로잡놈이 만든 신유학이 나타난 이후로의 여성멸시와 천대는 정말 눈을 뜨고 볼수가 없다. 공구(孔丘)의 경우 당시 잔인한 형벌과 문화에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다고하면 주희는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하남자적 발상을 했는지 나로써는 알 수 없다. 예상컨데 못생기고 키작고 인기가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것뿐이다. 보통의 인셀남이 그러하듯.

고대 악부에 관심이 많고 관련 시가를 많이 남긴 당대(唐代)의 시인 이백도 이 시를 읽고, 자야사시가(子夜四時歌)라는 시를 지었는데 여성의 사계절에 대한 내용이다.

春歌 춘가

秦地羅敷女 采桑綠水邊
진씨 땅의 나부라는 여인이 푸른 물가에서 뽕잎을 따네.
素手靑條上 紅粧白日鮮
푸른 가지 위의 하얀 손과 햇살에 단장한 얼굴이 곱네.
蠶飢妾欲去 五馬莫留連
누에가 배고파 저는 갑니다 태수님은 나를 잡지 마세요.

夏歌 하가

鏡湖三百里 菡萏發荷花
거울 같은 삼백 리 호수에 연꽃이 봉오리를 터뜨리네.
五月西施採 人看隘若耶
오월에 서시가 연밥을 따니 보려는 이가 약야에 넘치네.
回舟不待月 歸去越王家
달뜨기 기다리지 않고 배돌려 월나라 궁전으로 돌아갔다네

秋歌 추가

長安一片月 萬戶搗衣聲
장안에는 한 조각 달 떠오르고 집집마다 다듬이질 소리 들리네.
秋風吹不盡 總是玉關情
가을바람 그치지 않고 불어오니 마음은 온통 옥관을 향하는구나.
何日平胡虜 良人罷遠征
어느 때에나 오랑캐를 평정하고 낭군님은 원정을 끝내고 오려나.

冬歌 동가

明朝驛使發 一夜絮征袍
내일 아침 역졸이 떠난다기에 하룻밤 사이에 솜옷을 지었네.
素手抽鍼冷 那堪把剪刀
바느질하는 하얀 손이 시린데 가위는 또 어떻게 잡을까?
裁縫寄遠道 幾日到臨洮
옷을 지어서 먼 길에 부치면 어느 날에나 임조에 당도할까?

자야오가(子夜吳歌)라고도 불린다. 당시삼백수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 시인데 이백의 시는 여성이 화자일때 그 섬세함이 좋다. 게다가 딱딱 떨어지는 운율과 소리는 괜히 시선이 아니구나 싶다. 잘보면 한국어 음차로도 종성이 얼추 맞는다 진짜 미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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