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목록
(1) 이백 장진주 술을 권하는 노래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廻
그대는 보지 못 하였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 위에서 내려와 세차게 흘러 바다에 이르러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又不見 高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如雪
또 보지 못하였는가? 높은 집의 맑은 거울 앞에 백발을 슬퍼함을. 아침에는 푸른 실(검은머리) 같더니 저녁에는 눈(백발) 같네.
人生得意須盡歡 莫把金樽空對月
인생이 의미가 있으려면 모름지기 즐겨야 할지니 그 누구도 저 비싼 술잔을 빈 채로 달을 마주하게 하지 말게.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하늘이 나에게 재주를 주어 반드시 쓸 곳이 있으니, 천금은 다 흩어져도 다시 돌아오는 것.
(2) 이하 장진주 술을 권하는 노래
琉璃鍾, 琥珀濃. 小槽酒滴眞珠紅
유리 술잔에 호박(琥珀) 빛깔 술이 짙으니 작은 술통에는 술방울이 진주처럼 붉구나.
烹龍炮鳳玉脂泣, 羅幃綉幕圍香風.
용(龍) 삶고 봉황 구워 옥 같은 기름 흐르고 비단 휘장과 수놓은 장막에는 향기로운 바람 에워쌌네.
吹龍笛, 擊鼉鼓. 皓齒歌, 細腰舞.
용적(龍笛) 불고 악어가죽 북 치니 하얀 이의 미인 노래하고 가는 허리의 미녀 춤 춘다오.
況是靑春日將暮, 桃花亂落如紅雨.
더구나 화창한 봄에 해가 장차 저물려 하니 복숭아꽃 어지러이 떨어져 붉은 비 같구나.
勸君終日酩酊醉, 酒不到劉伶墳上土.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토록 실컷 취하라 술은 유영(劉伶)의 무덤 위 흙에는 이르지 않나니.
(3) 이상은 무제 봉황무늬비단 얇게 겹치고
鳳尾香羅薄幾重, 碧文圓頂夜深縫.
봉황꼬리 무늬의 향라(香羅) 얇게 몇 겹을 치고 푸른 무늬, 둥근 장식의 장막을 깊은 밤에 꿰맨다.
扇裁月魄羞難掩, 車走雷聲語未通.
달 모양의 부채는 부끄러움을 다 가리지 못하였고 수레 소리 우레 같아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지.
曾是寂寥金燼暗, 斷無消息石榴紅.
촛불 다 탄 적막한 어둠 속에서 보냈었는데 석류 붉게 핀 시절에도 소식조차 없구나.
斑騅只繫垂楊岸, 何處西南待好風.
그대의 반추마는 수양버들 언덕에 매어 있는데 어디서 서남풍 불어오기 기다릴거나.
(4) 조식 칠애시 밝은 달 누각을 비추니
明月照高樓,流光正徘徊.
밝은 달은 높은 누각을 비치니 달빛은 흘러 누각의 주위를 배회한다.
上有愁思婦,悲歎有餘哀.
누각의 우수에 잠긴 부인의 슬픈 탄식소리 애처로움이 넘친다.
借問歎者誰,雲是宕子妻.
탄식하는 이 누구냐고 물으니 집 떠난 사람의 처라고 한다.
君行逾十年, 孤妾常獨棲.
당신이 집을 떠난지 10년이 넘었어요. 외로운 첩은 항상 외롭게 지내고 있어요.
君若清路塵, 妾若濁水泥.
당신이 만약 맑은 길 위의 먼지라면 첩은 흐린 물속의 진흙이에요.
浮沉各異勢,會合何時諧.
떠다니고 가라앉음은 서로 처지가 다르지요. 만나더라도 언제나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願爲西南風,長逝入君懷.
원컨대 서남풍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멀리 바람이 되어 당신의 품으로 날아가게요.
君懷良不開,賤妾當何依.
당신의 품이 열리지 않는다면 천첩은 어디에 기대야할까요?
(5) 이백 월하독작 달빛아래 홀로 술을 마시다 1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꽃밭 한가운데에서 한 병 술 홀로 마시며 친한 이 한명 없다.
舉杯邀明月 對影成三人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까지 모두 세 사람.
月既不解飲 影徒隨我身
은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부질없이 나를 따라할 뿐.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한동안 달과 그림자 벗하고 즐거움은 모름지기 봄에 누리자.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는 어지럽다.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깨었을 때 함께 사귀고 즐기나 취한 뒤에는 나뉘어 흩어진다.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무정한 놀이 길이 맺어 멀리 은하수 두고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자.
마치며
각 화의 소제목은 반첩여의 원가행이다. 주자서의 황궁에서의 지위가 첩여가 된것은 내가 반첩여를 상상해서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 일단 시작은 그렇다. 뭔가 흥퍽한 상황으로 쓰고 싶어서 이런 무리수까지 두었지만 어째서.. 어째서 겨우 이따위의 글이 나온걸까? 으아아아아 너무 괴롭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들만 어떻게 잘 풀어내면 될것 같은데 막상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 원하는데로 써지지가 않는다. 정말 누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대신 써줬으면 좋겠다.
텀을 적게 두고 쓴것들은 앞뒤가 잘 맞는다. 집중해서 썼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을 썼기 때문이다. 하기 싫어도 일단 등장인물이 끌고나가는 스토리를 그냥 어거지로 썼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집안에 이런저런 이벤트가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 나오는 분량도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어정쩡한 엔딩을 원한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쓰다 마는 것 보다는 일단 끝내놓고 추후에 뭔가를 추가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따위로 끝났다. 으아아아 너무 괴롭다. 스크랩한 부분이 엄청 많다. 중간중간 내용이 계속해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실 초기 설정에서는 주첩여가 황릉을 지키는 느낌으로 시작했었다.
제대로 된 보급품을 하사 받은 적이 있었던가? 매달 보급품을 받을 때도 선황릉을 함께 지키는 무제의 내관이었던 조절(曹節)의 주머니에 먼저 들어가고 그 다음에 하인들이 서로 나누어 가지고 남는 것이 주자서 몫이었다. 보급품이 뜸해지자 하인들도 대부분 떠나가 조절과 그가 데려온 시종들만 남았다. 조절이 들인 양자는 황궁에서 내관을 하는 모양이라 무릉(무제의 황릉)에서 가장 큰 재실의 저택에서 지내는 그는 딱히 보급품에 미련이 없어 보였다. 예년보다 빨리 쌀쌀해진 날씨에 주자서는 다 떨어진 낡은 이불에 솜을 좀 넣어 볼까 싶어서 보급품을 기다렸지만 역시나 올해도 조용하다. 주자서를 모시던 하인들은 모두 떠나고 없어서 주자서는 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불편하기도 했다.
무릉의 제향을 지내는 정각 옆 비각 한 켠에 있는 주자서의 거처는 재실 저택에 있는 하인들이 지내는 방보다 못했다. 비각(碑閣) 자체가 위패를 모시는 공간이지 사람이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겨울에 몹시 추웠다. 더운 것은 어떻게 버티다 보면 버텨지지만 남쪽에서 온 주자서에게 함양의 겨울은 너무 추웠다. 의지할 곳 없는 주자서만 애가 타서 비각에 앉아 무제의 위패 앞에 향을 올리고 무릎 꿇고 빌었다. 혹시라도 보급품을 받지 못하면 대신 올 겨울은 조금 덜 춥게 해달라고 말이다. 주자서는 조금은 바랜 회색 무명 장포를 털고 일어나 앉아 신위를 모신 곳을 향해 공손히 인사하고 비각을 나왔다. 비각을 나와도 갈 곳이 없어 주자서는 무덤이 있는 곳을 향해 걷다가 무릉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 숨을 고르고 저 멀리 흐르는 위하(渭河)를 구경했다. 위수의 상류에 있는 무릉은 날이 좋으면 저 멀리 함양(咸陽)이 보였다. 함양 넘어 주자서는 해가 다 질때까지 위수를 구경하다가 비각으로 돌아갔다. 정각 옆에 있는 재실이 떠들썩한 것을 보니 보급품이 온 모양이다.
주자서는 서둘러 비각으로 향하다가 상자를 잔뜩 들고 있는 하인과 부딪혔다. 주자서는 얼른 몸을 구부정하게 굽히고 한 켠으로 비켜섰다. 하인은 땅에 있는 물건을 줍지도 않고 주자서를 위아래로 보더니 말했다. “어디서 일하는 하인인데 감히 정자각으로 향하는 신도(神道)를 걸으시오?” 주자서는 하인의 시선을 피한 채로 몸을 돌려 비각으로 향했다. 조절이 부리는 시종 중에 주자서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는 아마도 하사품을 전달하러 황궁에서 온 사람일 것이다. 주자서가 서둘러 비각으로 향하는 것을 멀뚱히 보고 있던 하인은 콧방귀를 끼고는 바닥에 떨어진 제사용품을 주워 다시 정자각으로 향했다.
온객행이 아버지의 성화에 무릉으로 향한 것은 어쩌면 흔한 변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온객행은 그 집의 셋째 아들로 가장 똑똑했으나 가장 나랏일에 관심이 없는 자식이었다. 오히려 고명딸인 온아상(溫娥湘)이 가장 야망이 컸다. 온아상은 황제와 풍문이 있었던 화부인(嬅夫人)의 아들 조위녕에게 시집을 갔는데 그가 황제의 사생자라는 것은 공공연한 장안의 비밀이었다. 애초의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황제를 모셨던 내관이기 때문이다.
중추절이라고 한껏 들뜬 장안을 뒤로하고 온객행이 함양으로 온 이유는 그 떠들썩함을 조금 피하기 위해서이다. 무릉까지 온여옥이 선물을 보내게 된 이유는 새로 황제로 등극한 유흔은 변덕이 아주 심했지만 조절의 아들인 조등(曹謄)에게 연줄을 대보고자 밑밥을 까는 것이다. 온여옥은 조절뿐만 아니라 조등의 친부인 조숭(曹崇)에게도 막대한 양의 선물을 보냈다.
왜 중간에 스토리가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할말이 없다. 나도 잘 모르기 떄문이다. 분명히 반첩여가 말년에 황태후를 모시겠다며 스스로 장신궁(長信宮)으로 가고, 후에 중산왕의 아들 유연을 황제로 올리고 한성제의 무덤을 지키며 여생을 마쳤다고 한다. 뭔가 그런 느낌으로 쓰려고 했었는데 다이나믹한 부분이 부족했다고 할까.. 추선이라는 말은 반첩여가 지은 원가행에 나오는 말로, 철이 지나 쓸모 없어진 부채를 가리켜 스스로의 처지를 한탄하는 말이다.
주자서가 걱정하는 것과 달리 내명부는 아주 조용했다. 주첩여는 태액지에 빠져 죽은 것이 되었고 주첩여의 위패는 황실사당에 안치되는 대신 파양군으로 보내졌다.
사실 촉경에 도착하기 전에 거사를 치르고 싶었지만...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주서의 목덜미가 보였다. 가느다랗고 새하얀 목덜미. 온객행은 그 목덜미에 자신의 자국을 남기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다.
온객행과 주서가 차를 마시는 것을 보고 있던 나부몽이 입을 열었다. “공자. 아직도 돌아봐야 할 점포가 많이 남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객잔에 머무르시겠습니까?” 온객행은 주서를 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나부몽을 보고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그냥 배에 있지 뭐. 내가 객잔에서 머물면 호위가 필요하잖아.” 나부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함께 온 보표를 다시 배로 돌려보냈다. 사근사근한 주서의 행동이 온객행은 반갑고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주서가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일부러 가면을 쓴 것 같아서 낯설었다. 온객행이 주서를 보고 물었다. “아서. 바람이 찬데… 춥지 않아?” 창문 밖을 보고 있던 주서가 고개를 돌려 온객행을 보고 부스스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장강과 문수(汶水)가 만나는 풍경을 구경했다. 온객행은 장강을 바라보는 주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말했다. “문수(汶水)를 거슬러 올라가면 금방 촉경에 닿을 텐데….” 온객행은 시작한 말을 마치지 못했다. 주서는 온객행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의 차로 입을 축였다.
온객행은 맞닿았던 주서의 메마른 입술이 떠올라서 헛기침을 하고 차를 마셨다. 주서가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넓은 소매를 걷어 끓고 있는 찻물을 찻주전자에 담았다. 온객행은 주서가 차를 내리는 모스븡ㄹ 넋을 놓고 보고 있다가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온객행은 주서가 말한 ‘촉경까지만….’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묻고 싶었지만 물었다가 온객행이 우려하는 일이 현실이 될까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온객행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쉬는 온객행을 보고 주서가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저는 촉경에 가본 적이 없어요. 치수(治水)로 유명한 도강언(都江堰)에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곳은 홍수가 잦아서 매년 제방을 쌓아야 했거든요.” 온객행은 주서가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이 신기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나도 이대(離碓)에 대해서는 읽은 적이 있어. 별로 관심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읽으라고 하니까….” 주서가 웃으며 물었다. “노온께서는 서책을 읽는 것을 즐기지 않으십니까?” 온객행이 주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끄럽지만 서원에서 읽으라고 하니까 읽었지. 다 재미없어.”
주자서는 서원에 다닐 때 읽었던 책들이 무엇이었나 이제 기억도 나지 않았다.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다. 함께 수학하던 이들은 모두 원하는 바를 이루었을까? 그들 중에 과연 주자서를 기억하는 이가 있기는 할까? 주자서는 딱히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지만 못하지도 않았다.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셋째 형님과 막내 동생이 학문으로 뛰어났기 때문에 그들과 어울리다 보니 남들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온객행이 말한대로 서원에서 가르치는 학문은 대체로 과거의 궤적을 돌이켜 흥망의 과정을 살피는 것이다. 주자서는 서출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나도 부친의 관직을 세습할 수 없었다.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았을뿐더러 주자서는 외당숙인 양주자사(揚州刺史)의 병사를 관리하는 병조종사(兵曹從事)로 내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간단한 문서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다 유경을 읽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래던 중명원이 떠올라 미간을 찌푸렸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 “아서는 서책 읽는 것을 좋아해?” 생각해보면 참으로 고상한 취미다. 서책은 황궁에서조차 쉽게 구해지지 않는 사치품이다. 주자서는 고개를 숙여 찻잔을 보고 작게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온객행은 주자서를 보고 묻고 싶은 것이 많은 듯 보였다. 만약 온객행이 물었다면 주자서는 전부 대답해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배로 돌아갈 때까지 온객행은 주자서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주자서는 그런 온객행의 호의가 고맙고 기쁘다.
온객행은 일을 다 마치고도 객실로 돌아가지 못했다. 근처를 배회하던 온객행은 객실에서 등롱을 가지고 나오던 나부몽과 마주쳤다. “부몽!” 온객행이 다가가자 나부몽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공자.” 온객행이 나부몽의 소매를 잡고 물었다. “아서는 어때? 쉬고 있어? 벌써 잠들었어?” 나부몽이 얼굴을 구기고 온객행을 보며 말했다. “공자. 어쩔 셈이십니까?” 나부몽을 보고 있던 온객행의 표정이 점점 없어졌다. 나부몽이 손을 들어 온객행을 멈추고 말했다. “공자의 호위로 말씀드리면 주서는 수상한 인물입니다. 공자께 해로움이나 손실을 끼치면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습니다.” 온객행이 눈썹을 찌푸리며 나부몽을 보고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수상하다니 아서는….” 나부몽이 온객행의 말을 끊고 말했다. “예. 양주 서현에서 과거시험을 보기위해 장안으로 상경한 유생이지요.”
온객행의 눈썹이 점점 늘어지더니 축 쳐져서는 울상을 하고 말했다. “부몽… 아서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야.” 나부몽이 온객행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가주께서 아시면 주서를 그냥 둘까요?” 온객행의 시선이 한순간에 날카로워졌다. 나부몽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주서를 위해서도 그만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온객행은 한동안 나부몽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가 고개를 숙였다. 나부몽이 작게 한숨을 쉬자 온객행이 고개를 들어 나부몽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부몽. 주제 넘지 마.” 나부몽은 온객행의 웃음에 그동안의 걱정이 공포로 변했다. 나부몽이 온객행을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공자! 주서 같은 이는 장안에 가면 많이 있으니 꼭 주서일 필요는….” 온객행이 차가운 시선으로 나부몽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나부몽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을 달싹였다. 온객행이 객실로 향하며 나부몽에게 말했다. “부몽이 걱정할 것 없어.”
온객행은 살금살금 침상으로 다가갔다. 주서는 침상에 앉아 있었다. 온객행이 다가가 주서 옆에 앉았다. 주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온객행을 불렀다. “노온.” 온객행이 주서에게 기대며 말했다. “응. 아서.” 주서가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온객행을 보았다. 슬픈 주서의 얼굴이 보인다. 온객행은 팔을 둘러 주서의 어깨를 안고 말했다. “아서. 오늘은 너무 바빠서 함께 있지 못했네.” 주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온객행이 주서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말했다. “아서. 내 옆에 있어.” 주서의 손이 온객행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온객행이 주서의 어깨에 입을 맞추고 부스스 웃으며 말했다. “아서. 추워?” 주서는 몸을 돌려 온객행을 끌어안았다. 온객행의 어렴풋한 시야에 하얀 옥비녀가 흔들린다. 온객행은 주서를 품에 안고 어르며 말했다. “아서. 나 여기 있어. 나만 두고 가지 마.” 주서는 온객행을 꼭 끌어안았다가 다시 놓아주며 말했다. “노온. 저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요.” 온객행이 주서의 뺨을 잡고 입술을 맞췄다. 온객행은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는 주서의 말에 오히려 불안해졌다. 온객행의 손길을 피하지 않는 주서는 낯설었지만 좋았다. 그러다 전부 드릴 테니 놓아달라는 주서의 말이 떠올랐다. 끓어오르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는 느낌이다.
온객행은 주서의 뺨에도 목덜미에도 흘러내린 머리를 치운 어깨에도 입을 맞추고 주서를 놓아주었다. 주서가 멀어지는 온객행의 팔을 잡았다. “노온.” 온객행이 주서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나는 아서를 놓아줄 수 없어. 그러니까 나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괜찮아.” 주서가 온객행의 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노온. 저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요.” 온객행이 주서를 보고 물었다. “아서. 정말 다 줄 거야? 내가 놓아주면?” 주서는 작게 웃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온객행은 뺨에 있는 주서의 손에, 손목에 입을 맞추고 물었다. “그럼 끝까지 안 하면 다 준 게 아니지?” 주서가 온객행의 말에 눈썹을 찌푸렸다. 온객행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아미(蛾眉).” 주서가 온객행에게 잡혀 있던 손을 빼서 자신의 눈썹을 만졌다. 온객행은 얼굴을 붙여 주서의 눈썹에도 입을 맞췄다. 눈두덩이에도, 코에도, 뺨에도 그리고 입술에도 입을 맞췄다.
온객행의 손이 주서의 앞섶을 쥐었다. 몸을 움츠리는 주서에게 물었다. “아서. 싫어?” 주서는 앞섶을 쥔 온객행의 손을 양손으로 잡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온객행의 손이 앞섶을 너머 내의 안으로 들어갔다. 굶어서 난 발진은 모두 없어졌는지 매끄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온객행이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발진이 전부 없어졌는지 확인해 봐야 하겠어. 아서.” 주서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온객행의 어깨를 안았다. 온객행은 주서의 몸을 이곳 저곳 더듬으며 말했다. “발진이 어디까지 있었는지 모르니까 전부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네.” 온객행의 어깨를 끌어안았던 손이 어깨를 넘어 등 뒤로 허리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온객행은 주서도 자신을 만지면서 마음이 가득차는 느낌인지 묻고 싶었다. 처음에는 아주 조금만 닿아도 좋았는데 더 많이 닿을수록 더 많이 주서를 원한다. 주서를 갈급하는 마음이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온객행이 주서를 침상에 눕히고 침상에 오르려고 하는데 객실 밖에서 나부몽이 기별했다. “공자 장안에서 서신입니다.”
온객행은 일부러 크게 한숨을 쉬고는 바로 아래 어둠 속에 보이는 주서를 보았다. 앞섶이 전부 흐트러져 온객행의 아래에 누워있는 주서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온객행은 주서의 몸 위에 겹쳐 누워 주서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내일 받아 보겠네.” 나부몽이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가주께서 보내신 서신입니다.” 온객행이 팔을 괴고 일어나 장지문을 보고 다시 물었다. “강주에서 보낸 서신에 대한 답장인가?” 나부몽은 답하지 않았다. 온객행이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나 한숨을 쉬고 따라 일어난 주서를 보았다. 흐트러진 옷차림새에 온객행은 정욕이 일었다가 장지문 밖에서 나는 나부몽의 헛기침 소리에 혀를 찼다. 주서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앞섶을 다시 잘 여며 주었다. 신발을 신고 일어나 옷걸이에 걸어 두었던 피풍의를 주서에게 둘러주었다. 온객행이 장지문 근처로 다가가자 나부몽이 문을 열었다. 온객행의 흐트러진 옷차림새를 보고 나부몽이 얼굴을 구겼다. 온객행은 어깨너머로 힐끔 침상에 앉아 있는 주서를 보고 객실을 나갔다.
주자서는 온객행이 몸이라도 탐하면 마음이 편안해질 줄 알았다. 온객행의 손길은 부드럽고 따뜻해서 싫지 않았다. 도리어 좋았다.
“공자.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온객행은 짜증이 나서 작게 혀를 차고 말했다. “안 먹어.” 객실 밖에서 나부몽이 말했다. “주공자께서도 오늘 드신 것이 많지 않습니다.”
“아서, 오늘 밥 안 먹었어?” 주서는 작게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배고프지 않습니다.” 온객행은 주서의 말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 앉아 물었다. “아서? 혹시 또 속이 안 좋아?” 주서도 곧 팔을 괴고 비스듬히 일어나 온객행을 보고 말했다. “아… 아닙니다. 원래 많이 먹지 않으니 괜찮습니다.” 온객행은 흐트러진 주서의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장지문을 노려보며 말했다. “부몽.” 나부몽이 찬합을 들고 장지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부몽은 가지고 나갔던 제등의 등롱을 탁자 위에 올려 놓고 탁자 근처에 있는 등롱에도 불을 붙였다. 나부몽은 침상을 등지고 찬합에서 음식을 꺼내놓았다. 온객행은 얼른 옷걸이에 걸어 놓은 여우털 피풍의를 가져다 주서에게 둘러주었다. 주서는 온객행의 시중을 가만히 받고 있다가 온객행의 다 벌어진 앞섶을 잡아 옷깃을 정리해 주었다. 온객행은 주서가 자신에게 마음을 쓰는 태도가 부드럽고 친근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왜일까 왜 통속적인 부분이 전혀 쓰여지지 않는걸까? 정말 자괴감이 들고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고 다이애나 센세의 아이 기브 유 마이 바디를 읽었다. 읽었는데 정말 적나라하고 신체 여러부위의 명칭을 제대로 알게 되었달까... 그리고 다이애나 센세가 왜 센세인지 알것 같다. 나따위가 감히 센세의 깊은 뜻을 이해할리가 없는 것이다. 뭔가 센세께서 주시는 팁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막상 당장 쓰려고하면 어디서부터 어떤식으로 써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이애나 센세의 성애씬은 감각적이면서도 수위가 꽤 높다.
그런걸 쓰다보면 열정이나 흥분 따위가 사그라들고 평정심, 초탈, 무념무상, 허무함과 같은 감정이 찾아오는 시간이 와버린다. 보통 무순을 심거나 찔때 제일 필요없는 것이 평정심, 초탈, 무념무상, 허무함... 그리고 제정신 같은게 아닐까? 썸네일이 중간에 바뀌었는데 솔직히 다른 것들 찾아본것보다 합환선 검색으로 정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아니 쿨럭애들은 지들 오리지날인 합환선이나 단선을 왜 안밀고 자꾸 고려 접선을 들이 미는지 모르겠다. 니들이 원조라고 말하고 싶으면 레퍼런스를 가져오라구요. 고려 쥘부채가 사치의 최정점이라는 기록은 니들이 했잖아요.

0 comments: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