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다

月下獨酌 李白(이백)
달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다

其一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꽃밭 한가운데에서 한 병 술 홀로 마시며 친한 이 한명 없다.
舉杯邀明月 對影成三人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까지 모두 세 사람.
月既不解飲 影徒隨我身
달은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부질없이 나를 따라할 뿐.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한동안 달과 그림자 벗하고 즐거움은 모름지기 봄에 누리자.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는 어지럽다.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깨었을 때 함께 사귀고 즐기나 취한 뒤에는 나뉘어 흩어진다.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무정한 놀이 길이 맺어 멀리 은하수 두고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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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壺(호) : 병, 술병.
  2. 零亂(영란) : 흩어지다. 그림자가 어지럽게 움직이는 모습.
  3. 三人(삼인) : 홀로 잔을 기울이는 자신과 하늘의 밝은 달, 그리고 달빛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합하여 말한 것이다.
  4.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 ‘장(將)’은 ‘여(與)’와 같은 바, 달과 그림자를 벗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음을 표현하였다.
  5. 邈(막) : 멀다. 아득하다.
  6. 雲漢(운한) : 은하
其二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하늘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주성이 하늘에 없을 것이다.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땅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땅엔 응당 주천이 없을 것이다.
天地既愛酒 愛酒不愧天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좋아하였으니 술을 좋아함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다.
已聞清比聖 複道濁如賢
나는 이미 들었다! 청주는 성인에 견주고 다시 탁주는 현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賢聖既已飲 何必求神仙
성인과 현인이 이미 마셨으니 어찌 반드시 신선이 되기를 바랄까
三杯通大道 一鬥合自然
석 잔 술로 대도와 통하고 한말 술을 마시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但得酒中趣 勿為醒者傳
이 모두가 술에 취한 중에 얻는 것, 술 깬 사람들에 전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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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酒星(주성) : 《晉書(진서)》 〈天文志(천문지)〉에 말하기를 “주성(酒星)은 유성(柳星) 옆의 세 별로 주기성(酒旗星)이라 이름 한다.” 하였다.
  2. 酒泉(주천) : 하서(河西) 숙주(肅州)가 주천군이며, 술의 샘이란 뜻을 가진 지명이다.

    섬서성 대려현(陝西省大荔縣)에 있는 주천 샘물은 술을 빚기에 알맞고, 감숙성 주천현(甘肅省酒泉縣) 동북쪽에 있는 주천 샘물은 술맛이 난다고 함.

  3. 已聞淸比聖(이문청비성) 復道濁如賢(부도탁여현): 이미 청주는 성인에 비한단 말 들었고 다시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말하누나.

    《魏書(위서)》에 “서막(徐邈)이 위(魏)나라에 벼슬하여 상서랑(尙書郞)이 되었다. 당시에 술을 금하였는데 서막이 몰래 마시고 몹시 취하였다. 조달(趙達)이 따져 물으니 서막은 ‘중성인(中聖人)’이라고 대답하였다. 조달이 이 사실을 아뢰자, 태조(太祖: 조조(曹操))는 서막이 성인으로 자처한 것으로 알고 크게 노하였는데, 선우보(鮮于輔)가 앞으로 나와 ‘취객은 맑은 술을 성인이라 하고 탁한 술을 현인이라고 하니, 서막이 성인(청주)에 취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하였다.

  4. 復道(부도): 또 말함.
  5. 賢聖旣已飮(현성기이음) : 성현(聖賢)을 이미 마시니.
  6. 성현(聖賢) : 성인과 현인.
  7. 大道(대도) : 노장사상(老荘思想)의 무위자연(無為自然)의 원리.
  8. 醉中趣(취중취): 술에 취하는 즐거움이나 흥취.

    孟嘉(맹가)가 술을 좋아하니 상관인 정승 桓溫(환온)이 술에 무슨 좋은 것이 있어 마시느냐고 묻자 “공은 아직 ‘酒中의 趣’를 모르신다.” 하였음.〈晉書(진서)〉

  9. 勿爲(물위) : ~하지 마라.
其三
三月咸陽城 千花晝如錦
삼월이라 함양성에 갖가지 꽃핀 낮이 비단 같구나.
誰能春獨愁 對此徑須飲
뉘라서 이 봄 수심에 잠기리. 이 풍경 마주하여 마시리로다.
窮通與修短 造化夙所稟
궁핍하거나 형통함, 명의 길이가 짧음도 일찍이 조물주로부터 받은 것이니
一樽齊死生 萬事固難審
한 잔의 술이면 삶과 죽음이 같은 것이요. 세상만사는 원래 알기가 힘든 것이다.
醉後失天地 兀然就孤枕
술에 취하여 천지를 잃어버리고 쓰러져 홀로 잠에 빠지면
不知有吾身 此樂最為甚
이 내 몸이 있음도 모르게 되니 이 즐거움이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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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咸陽城(함양성): 장안(長安).
  2. 徑須(경수) : 우선.
  3. 경(徑)은 곧, 바로.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 “主人何為言少錢,徑須沽取對君酌 주인은 어이하여 돈이 적다고 말하는가, 우선 술을 받아다 그대와 대작하리라.” 라는 표현이 있다.

  4. 窮通(궁통): 궁핍함과 형통함. 빈궁과 영달.
  5. 修短(수단) : 장단(長短). 즉 사람의 수명.
  6. 造化(조화) : 조물주.
  7. 稟(품): 주다. 내려주다.
  8. 齊死生(제사생): 삶과 죽음은 차별이 없이 동등하다.
  9. 兀然(올연) : 홀로 외롭고 우뚝한 모양.
  10. 孤枕(고침): 홀로 잘 때의 외로운 베개. 곧 외로운 잠자리.
其四
窮愁千萬端 美酒三百杯
근심걱정은 천만 가지요, 아름다운 술은 삼 백잔이라.
愁多酒雖少 酒傾愁不來
근심은 많고 비록 술은 적으나 술잔을 기울이면 근심은 오질 않네.
所以知酒聖 酒酣心自開
하여 술을 성인에 비유함을 알겠구나. 술을 마시면 마음이 절로 열리고
辭粟臥首陽 屢空饑顏回
수양산에서 먹기를 사양했던 백이숙제나 빈 쌀뒤주에 굶주린 안회나
當代不樂飲 虛名安用哉
살아생전 술 마시기를 즐기지 않았다면 헛된 이름 남겨 어디 쓰겠나.
蟹螯即金液 糟丘是蓬萊
게와 조개안주는 신선약이요. 술지게미 더미는 봉래산이라.
且須飲美酒 乘月醉高臺
모름지기 아름다운 술을 마시며 달을 타고 취하여 놓은 누대에 오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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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窮愁(궁수) : 궁핍(窮乏)을 겪는 근심.
  2. 千万端(천만단) : 천만가지. 端은 끝 ‘단’으로 길이의 단위.
  3. 美酒(미주) : 빛과 맛이 좋은 술.
  4. 所以(소이) : 까닭.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
  5. 酒聖(주성) : 맑은 술. 청주(淸酒). 술을 잘 마시는 사람. 주호(酒豪)
  6.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 : 수양산에서 곡식을 사양하였다.

    고죽국의 백이와 숙제는 지조를 지키기 위해 수양산에서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서 죽었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7. 屢空飢顏回(누공기안회) : 어려운 처지의 안회는 굶주렸다.
  8. 屢空(누공)은 어려운 처지(處地).

    도연명의 음주 제11수에는 “屢空不獲年(누공불획년) 안회는 끼니 자주 걸러 오래 살지 못했고”라는 표현이 있다.

  9. 安用(안용) : 어디에 쓰려하였나. 安은 ‘어디에’라는 뜻.
  10. 蟹螯(해오) : 게와 조개.
  11. 糟丘(조구) : 술지게미 언덕.
  12. 蓬莱(봉래) : 고대 전설의 신산(神山)의 이름. 즉 선경(仙境)을 말한다.
  13. 乘月(승월) : 달빛을 받고 오르다.

《이태백집(李太白集)》 23권에 실려 있는 월하독작 4수이다. 이백(701년 2월 8일 ~ 762년)은 당나라 시대의 시인이다.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두보와 함께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꼽힌다. 이 두 사람을 합쳐서 이두(李杜)라고 칭하고 이백을 시선(詩仙)이라 부른다. 출처

이백은 그때 그때 시상이 떠오를때 즉흥적으로 시를 쓰고 불렀다는데 당나라때의 말과 지금의 말이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종성이 한국어 음차로도 얼추 맞는다. 이백은 술의 시인이라고도 하고 달의 시인이라고도 하는데 달과 그림자를 벗삼아 달빛아래 세사람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정말 홀로있음을 극대화 하면서 그 쓸쓸함을 낭만적으로 표현했다.

산하령에서는 첫번째 시의 제일 첫 구 '꽃밭 한가운데에서 한 병 술 홀로 마시며 친한 이 한명 없다.' 이부분이 나오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밝은 날이라 달이 없다는 점이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꽃밭에서 처음... 은 아니지만 첫대면 한다면 정말 로맨틱하기 그지 없었을것이다. 뭐 이미 충분히 로맨틱하지만. 


온객행이 주자서의 몸놀림(?)을 보고 구름에 가린 엷은 달 같다는 표현도 나오는데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어스름한 저녁하늘에 막 달이 떠오르고 있을때 만났더라면 월하독작에서 이백에 말한 쓸쓸함이 더 극대화 되면서 낙신부의 엷은 달 역시 닿고 싶어도 그럴수 없는 안타까움이 더 잘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것이다.


온객행은 주자서가 그지꼴을 하고 있는데도 예뻐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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