蟬 李商隱(이상은)
매미
본성이 청고하여 배부르기 어려운데, 부질없이 힘쓰며 한스럽게 소리만을 허비한다.
오경에 소리 잦아들어 끊어지려 하는데, 한 그루 나무는 푸르러 무정하기만 하다.
낮은 벼슬이라 물 위의 나뭇가지처럼 떠돌아다니니, 고향의 전원은 이미 황폐했으리.
번거롭게도 그대는 나를 가장 잘 일깨워주지만 나 역시 온 집안이 청빈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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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本以高難飽 : 매미가 높은 나무에 서식하며 이슬을 먹고 삶을 말한 것으로, 李商隱이 자신의 고결함을 중의적으로 표현하였다. 한나라 趙曄(조엽)의 《吳越春秋(오월춘추)》 〈夫差內傳(부차내전)〉에
秋蟬登高樹 飮淸露 隨風撝撓 長吟悲鳴 自以爲安
“가을 매미가 높은 나무에 올라 맑은 이슬을 먹고,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오래도록 노래하고 슬프게 울며 스스로 편안하게 여긴다. ”라고 하였다. - 박환(薄宦)은 낮은 벼슬이며, 채유범(梗猶汎)은 나무가 물 위를 떠다니는 것으로, 지방의 낮은 벼슬아치로 여러 곳을 이직하여 다닌다는 뜻이다. 《戰國策(전국책)》에는 진(秦)나라로 가려는 맹상군(孟嘗君)을 만류하며 소진(蘇秦)이 들려준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臣來 過於淄上 有土偶與桃梗相與語 桃梗謂土偶人曰 子西岸之土也 埏子以爲人 至歲八月 降雨下 淄水至 則汝殘矣 土偶曰 不然 吾西岸之土也 土則復西岸耳 今子 東國之桃梗也 刻削子以爲人 降雨下 淄水至 流子而去 則子漂漂者將何如耳 “제가 오다가 치수(淄水)가를 지나는데 흙 인형과 복숭아 나뭇가지가 서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복숭아 나뭇가지가 흙 인형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서쪽 언덕의 흙이니 그대를 빚어 사람으로 만들었지만 일 년 중 8월에 이르러 비가 내려 치수가 닥쳐오면 그대는 부서지고 말 것이다.’라고 하니, 흙 인형이 말하기를 ‘그렇지 않다. 나는 서쪽 언덕의 흙이니, 부서지면 서쪽 언덕의 흙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대는 동쪽 나라의 복숭아 나뭇가지, 그대를 깎아 사람으로 만든다 하여도 비가 내려 치수가 닥쳐오면 그대를 떠내려가게 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그대는 물 위에 표류하며 장차 어디로 갈 것인가.’라고 하였습니다.”
이상은에 대한 소개는 이 게시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출처는 동양고전DB 당시삼백수 卷三 五言律詩 156 蟬 이다. 이 시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벽무정(碧無情)이다. 파랗게 무정하다라는 표현인데 현대적인 감각으로도 시적이고 절묘한 표현이다. 무정하다라는 말을 색깔로 표현한 이 시는 유독 한시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매미라는 제목이다.
이 시는 이상은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 위해 쓴 시이다. 자신을 매미에 비유하여 자신의 처지에 상관없이 뜻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초반에 그리고 그 포부를 꺽으려는 장애물인 말단 관직에 있는 고단한 삶을 한탄하는 내용으로 끝맺었다. 이 시는 유명한 고사 한 구, 유명한 싯구 한 구절, 들어가지 않은 이상은 고유의 창작이란 점도 당시의 자유로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시에서 매미는 참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보통 이슬만 먹는다고 해서 청렴하고 고고한 이미지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을 매미에 빗대어 설명하는 사람도 많고 매미날개같은 얇은 옷을 입은 야살스러운 여인을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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