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권하다

將進酒 李白
장진주 이백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廻
그대는 보지 못 하였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 위에서 내려와 세차게 흘러 바다에 이르러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又不見 高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如雪
또 보지 못하였는가? 높은 집의 맑은 거울 앞에 백발을 슬퍼함을. 아침에는 푸른 실(검은머리) 같더니 저녁에는 눈(백발) 같네.
人生得意須盡歡 莫把金樽空對月
인생이 의미가 있으려면 모름지기 즐겨야 할지니 그 누구도 저 비싼 술잔을 빈 채로 달을 마주하게 하지 말게.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하늘이 나에게 재주를 주어 반드시 쓸 곳이 있으니, 천금은 다 흩어져도 다시 돌아오는 것.
烹羊宰牛且爲樂 會須一飮三百杯
양은 삶고 소는 저며 즐겁게 놀아보세 술을 마시려면 삼백 잔은 마셔야지
岑夫子,丹丘生 將進酒,君莫停
잠부자, 그리고 단구생이여 술을 마시게, 잔을 쉬지 마시게
與君歌一曲 請君爲我側耳聽
그대들 위해 노래 한 곡하리니 모쪼록 내 노래를 들어주시게
鍾鼎玉帛不足貴 但願長醉不願醒
보배니 부귀가 무어 귀한가 그저 마냥 취해 깨고 싶지 않을 뿐
古來賢達皆寂莫 惟有飮者留其名
옛부터 현자 달인이 모두 적막하였으나 다만, 마시는 자 이름을 남기리라.
陳王昔日宴平樂 斗酒十千恣歡謔
진왕은 평락전에 연회를 베풀고, 한 말 술 만금에 사 호탕하게 즐겼노라
主人何爲言少錢 且須沽酒對君酌
주인인 내가 어찌 돈이 적다 말하겠나 당장 술을 사와 그대들께 권하리라
五花馬 千金裘 呼兒將出換美酒 與爾同銷萬古愁
귀한 오색 말과 천금의 모피 옷을 아이 시켜 좋은 술과 바꾸어오게 하여 그대들과 더불어 만고 시름 녹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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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將進酒 : 술을 권하려 한다.
  2. 宰牛 : 소를 잡는 것.
  3. 宰는 칼로 고기를 썰어 요리하는 것. 且는 잠시.
  4. 岑夫子 : 〈이태백집(李太白集)〉에 나오는 잠징군(岑徵君)으로 이름은 훈(勛)이며 시인인 잠삼(岑參)을 가리키며 부자(夫子)는 존칭어로 선생이라는 뜻이다.
  5. 丹丘生 : 원단구(元丹丘)을 말하며 잠훈(岑勛)과 함께 은자(隱者)를 말하며 이백(李白)과는 친구다.
  6. 與君歌一曲 : 남조(南朝) 송나라 포조(鮑照)의 〈대랑월행(代朗月行)〉밝은 달 노래를 대신하여, 여기에 비슷한 구절이 있다.

    爲君歌一曲 當作朗月篇 '그대에게 노래 한 곡 바치려 하니 밝은 달 노래 지어 부르리.'

  7. 請君爲我聽 : 청컨대 그대들은 나를 위하여 들어 주시기를 바란다.

    〈이태백집(李太白集)〉에는 경이청(傾耳聽)으로 되어 있으며 〈예기(禮記)〉에 “귀 기울여 듣는데 얻어 들을 수가 없었다.(傾耳聽之 不可得而聞也)” 라는 말이 있다.

  8. 陳王 : 삼국시대(三國時代) 위(魏)나라의 진사왕(陳思王) 조식(曹植)을 가리키며 이는 조조(曹操)의 셋째 아들 위(魏) 문제(文帝) 조비(曹丕)의 동생.
  9. 斗酒十千 : 한 말에 일만 금이나 나가는 술로 十千은 일만을 말하며 조식(曹植)의 명도편(名都篇)에 “돌아와 평락관에서 연회를 베푸는데 좋은 술 한 말에 만금하네(歸來宴平樂 美酒斗十千)”이라는 구절이 있다.
  10. 五花馬 : 오색의 꽃무늬 털이 있는 말이나 갈기를 다섯 갈래로 땋은 말. 출처

    당(唐)의 대종(代宗)의 말이 구화규(九花虯)라고 했는데 온몸의 털이 아홉 색의 무늬로 뒤덮여 붙여진 이름이다. 명마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將進酒 李賀(이하)

琉璃鍾, 琥珀濃. 小槽酒滴眞珠紅.
유리 술잔에 호박(琥珀) 빛깔 술이 짙으니 작은 술통에는 술방울이 진주처럼 붉구나.
烹龍炮鳳玉脂泣, 羅幃綉幕圍香風.
용(龍) 삶고 봉황 구워 옥 같은 기름 흐르고 비단 휘장과 수놓은 장막에는 향기로운 바람 에워쌌네.
吹龍笛, 擊鼉鼓. 皓齒歌, 細腰舞.
용적(龍笛) 불고 악어가죽 북 치니 하얀 이의 미인 노래하고 가는 허리의 미녀 춤 춘다오.
況是靑春日將暮, 桃花亂落如紅雨.
더구나 화창한 봄에 해가 장차 저물려 하니 복숭아꽃 어지러이 떨어져 붉은 비 같구나.
勸君終日酩酊醉, 酒不到劉伶墳上土.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토록 실컷 취하라 술은 유영(劉伶)의 무덤 위 흙에는 이르지 않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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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小槽(소조) : 술을 걸러 짜내는 받침대 위의 작은 통.
  2. 烹龍炮鳳(팽룡포봉) : 용을 삶고 봉황을 구운 것으로, 진귀한 안주나 호사스런 음식을 비유한다.
  3. 鼉鼓(타고) : 악어 가죽으로 만든 북.
  4. 龍笛(용적) : 용의 소리를 내는 피리이다.
  5. 劉伶(유영): 죽림칠현 중 한 명.
  6. 출처

이백의 장진주는 워낙 유명하고 또 동명의 비엘소설 역시 매우 유명하다. 나는 아직 안 읽어봤는데 분량도 분량이지만 번역이 별로 좋지 않다는 평을 많이 들어서 중국어 실력이 좀 늘어서 원문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미루고 있다. 그런 날이 과연 올까?

이하의 장진주는 이백의 시보다는 유명하지 않지만 고문진보에 실린것으로 봤을 때 후대에 와서 그의 작품이 다르게 평가 된것 같다.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로 유명했다던 이하는 왕족으로 태어났음에도 뜻을 펼치지 못하고 요절했는데, 그래서 그의 시는 원망이 가득하다.

똑같이 술을 권하는 시이지만 이백이 담담하게 홀로 술을 즐긴다면 이하는 좀 더 자기 자신보다는 멀리 떨어져서 상황을 관찰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미사여구가 무색하게 쓸쓸함이 느껴지는건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산하령에서는 9화에서 온객행이 가짜 유리갑을 풀어놓고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을 보며 달빛아래 술을 마시면서 읊는다. 크아아 이백의 시는 달빛 아래에서 읊어야 제맛이지ㅇㅇ

이후에 주자서가 미쳤다면서 온객행을 두고 가는데 오오! 드디어 이념차이로 인한 첫 부부싸움이라니 잔뜩 기대하고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했는데 얼마 안지나서 주자서가 어디다녀왔냐고 온객행을 나무란다. 아니 뭐지? 내가 가라고 하면 잠깐 갔다 다시 와야해? 뭐 그런건가? 그리고 솔직히 주자서도 천창에 있으면서 막 그렇게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산것 같지는 않은데...

달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다

月下獨酌 李白(이백)
달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다

其一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꽃밭 한가운데에서 한 병 술 홀로 마시며 친한 이 한명 없다.
舉杯邀明月 對影成三人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까지 모두 세 사람.
月既不解飲 影徒隨我身
달은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부질없이 나를 따라할 뿐.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한동안 달과 그림자 벗하고 즐거움은 모름지기 봄에 누리자.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는 어지럽다.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깨었을 때 함께 사귀고 즐기나 취한 뒤에는 나뉘어 흩어진다.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무정한 놀이 길이 맺어 멀리 은하수 두고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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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壺(호) : 병, 술병.
  2. 零亂(영란) : 흩어지다. 그림자가 어지럽게 움직이는 모습.
  3. 三人(삼인) : 홀로 잔을 기울이는 자신과 하늘의 밝은 달, 그리고 달빛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합하여 말한 것이다.
  4.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 ‘장(將)’은 ‘여(與)’와 같은 바, 달과 그림자를 벗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음을 표현하였다.
  5. 邈(막) : 멀다. 아득하다.
  6. 雲漢(운한) : 은하
其二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하늘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주성이 하늘에 없을 것이다.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땅이 만약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땅엔 응당 주천이 없을 것이다.
天地既愛酒 愛酒不愧天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좋아하였으니 술을 좋아함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다.
已聞清比聖 複道濁如賢
나는 이미 들었다! 청주는 성인에 견주고 다시 탁주는 현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賢聖既已飲 何必求神仙
성인과 현인이 이미 마셨으니 어찌 반드시 신선이 되기를 바랄까
三杯通大道 一鬥合自然
석 잔 술로 대도와 통하고 한말 술을 마시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但得酒中趣 勿為醒者傳
이 모두가 술에 취한 중에 얻는 것, 술 깬 사람들에 전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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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酒星(주성) : 《晉書(진서)》 〈天文志(천문지)〉에 말하기를 “주성(酒星)은 유성(柳星) 옆의 세 별로 주기성(酒旗星)이라 이름 한다.” 하였다.
  2. 酒泉(주천) : 하서(河西) 숙주(肅州)가 주천군이며, 술의 샘이란 뜻을 가진 지명이다.

    섬서성 대려현(陝西省大荔縣)에 있는 주천 샘물은 술을 빚기에 알맞고, 감숙성 주천현(甘肅省酒泉縣) 동북쪽에 있는 주천 샘물은 술맛이 난다고 함.

  3. 已聞淸比聖(이문청비성) 復道濁如賢(부도탁여현): 이미 청주는 성인에 비한단 말 들었고 다시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말하누나.

    《魏書(위서)》에 “서막(徐邈)이 위(魏)나라에 벼슬하여 상서랑(尙書郞)이 되었다. 당시에 술을 금하였는데 서막이 몰래 마시고 몹시 취하였다. 조달(趙達)이 따져 물으니 서막은 ‘중성인(中聖人)’이라고 대답하였다. 조달이 이 사실을 아뢰자, 태조(太祖: 조조(曹操))는 서막이 성인으로 자처한 것으로 알고 크게 노하였는데, 선우보(鮮于輔)가 앞으로 나와 ‘취객은 맑은 술을 성인이라 하고 탁한 술을 현인이라고 하니, 서막이 성인(청주)에 취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하였다.

  4. 復道(부도): 또 말함.
  5. 賢聖旣已飮(현성기이음) : 성현(聖賢)을 이미 마시니.
  6. 성현(聖賢) : 성인과 현인.
  7. 大道(대도) : 노장사상(老荘思想)의 무위자연(無為自然)의 원리.
  8. 醉中趣(취중취): 술에 취하는 즐거움이나 흥취.

    孟嘉(맹가)가 술을 좋아하니 상관인 정승 桓溫(환온)이 술에 무슨 좋은 것이 있어 마시느냐고 묻자 “공은 아직 ‘酒中의 趣’를 모르신다.” 하였음.〈晉書(진서)〉

  9. 勿爲(물위) : ~하지 마라.
其三
三月咸陽城 千花晝如錦
삼월이라 함양성에 갖가지 꽃핀 낮이 비단 같구나.
誰能春獨愁 對此徑須飲
뉘라서 이 봄 수심에 잠기리. 이 풍경 마주하여 마시리로다.
窮通與修短 造化夙所稟
궁핍하거나 형통함, 명의 길이가 짧음도 일찍이 조물주로부터 받은 것이니
一樽齊死生 萬事固難審
한 잔의 술이면 삶과 죽음이 같은 것이요. 세상만사는 원래 알기가 힘든 것이다.
醉後失天地 兀然就孤枕
술에 취하여 천지를 잃어버리고 쓰러져 홀로 잠에 빠지면
不知有吾身 此樂最為甚
이 내 몸이 있음도 모르게 되니 이 즐거움이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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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咸陽城(함양성): 장안(長安).
  2. 徑須(경수) : 우선.
  3. 경(徑)은 곧, 바로.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에 “主人何為言少錢,徑須沽取對君酌 주인은 어이하여 돈이 적다고 말하는가, 우선 술을 받아다 그대와 대작하리라.” 라는 표현이 있다.

  4. 窮通(궁통): 궁핍함과 형통함. 빈궁과 영달.
  5. 修短(수단) : 장단(長短). 즉 사람의 수명.
  6. 造化(조화) : 조물주.
  7. 稟(품): 주다. 내려주다.
  8. 齊死生(제사생): 삶과 죽음은 차별이 없이 동등하다.
  9. 兀然(올연) : 홀로 외롭고 우뚝한 모양.
  10. 孤枕(고침): 홀로 잘 때의 외로운 베개. 곧 외로운 잠자리.
其四
窮愁千萬端 美酒三百杯
근심걱정은 천만 가지요, 아름다운 술은 삼 백잔이라.
愁多酒雖少 酒傾愁不來
근심은 많고 비록 술은 적으나 술잔을 기울이면 근심은 오질 않네.
所以知酒聖 酒酣心自開
하여 술을 성인에 비유함을 알겠구나. 술을 마시면 마음이 절로 열리고
辭粟臥首陽 屢空饑顏回
수양산에서 먹기를 사양했던 백이숙제나 빈 쌀뒤주에 굶주린 안회나
當代不樂飲 虛名安用哉
살아생전 술 마시기를 즐기지 않았다면 헛된 이름 남겨 어디 쓰겠나.
蟹螯即金液 糟丘是蓬萊
게와 조개안주는 신선약이요. 술지게미 더미는 봉래산이라.
且須飲美酒 乘月醉高臺
모름지기 아름다운 술을 마시며 달을 타고 취하여 놓은 누대에 오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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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窮愁(궁수) : 궁핍(窮乏)을 겪는 근심.
  2. 千万端(천만단) : 천만가지. 端은 끝 ‘단’으로 길이의 단위.
  3. 美酒(미주) : 빛과 맛이 좋은 술.
  4. 所以(소이) : 까닭.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
  5. 酒聖(주성) : 맑은 술. 청주(淸酒). 술을 잘 마시는 사람. 주호(酒豪)
  6.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 : 수양산에서 곡식을 사양하였다.

    고죽국의 백이와 숙제는 지조를 지키기 위해 수양산에서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서 죽었다는 고사를 인용하였다.

  7. 屢空飢顏回(누공기안회) : 어려운 처지의 안회는 굶주렸다.
  8. 屢空(누공)은 어려운 처지(處地).

    도연명의 음주 제11수에는 “屢空不獲年(누공불획년) 안회는 끼니 자주 걸러 오래 살지 못했고”라는 표현이 있다.

  9. 安用(안용) : 어디에 쓰려하였나. 安은 ‘어디에’라는 뜻.
  10. 蟹螯(해오) : 게와 조개.
  11. 糟丘(조구) : 술지게미 언덕.
  12. 蓬莱(봉래) : 고대 전설의 신산(神山)의 이름. 즉 선경(仙境)을 말한다.
  13. 乘月(승월) : 달빛을 받고 오르다.

《이태백집(李太白集)》 23권에 실려 있는 월하독작 4수이다. 이백(701년 2월 8일 ~ 762년)은 당나라 시대의 시인이다.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두보와 함께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꼽힌다. 이 두 사람을 합쳐서 이두(李杜)라고 칭하고 이백을 시선(詩仙)이라 부른다. 출처

이백은 그때 그때 시상이 떠오를때 즉흥적으로 시를 쓰고 불렀다는데 당나라때의 말과 지금의 말이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종성이 한국어 음차로도 얼추 맞는다. 이백은 술의 시인이라고도 하고 달의 시인이라고도 하는데 달과 그림자를 벗삼아 달빛아래 세사람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정말 홀로있음을 극대화 하면서 그 쓸쓸함을 낭만적으로 표현했다.

산하령에서는 첫번째 시의 제일 첫 구 '꽃밭 한가운데에서 한 병 술 홀로 마시며 친한 이 한명 없다.' 이부분이 나오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밝은 날이라 달이 없다는 점이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꽃밭에서 처음... 은 아니지만 첫대면 한다면 정말 로맨틱하기 그지 없었을것이다. 뭐 이미 충분히 로맨틱하지만. 


온객행이 주자서의 몸놀림(?)을 보고 구름에 가린 엷은 달 같다는 표현도 나오는데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어스름한 저녁하늘에 막 달이 떠오르고 있을때 만났더라면 월하독작에서 이백에 말한 쓸쓸함이 더 극대화 되면서 낙신부의 엷은 달 역시 닿고 싶어도 그럴수 없는 안타까움이 더 잘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것이다.


온객행은 주자서가 그지꼴을 하고 있는데도 예뻐보이는 모양이다..

죽음을 맞이하다

臨終詩 孔融
임종시 공융

言多令事敗 器漏苦不密
말이 많으면 일을 그르치게 되고 틈을 단단히 막지 않으면 그릇이 새고 말듯이,
河潰蟻孔端 山壞由猿穴;
개미구멍 하나로 큰 강의 둑이 터지고높은 산도 원숭이 토굴로 허물어지네.
涓涓江漢流 天窗通冥室
가늘게 흐르는 물이 흘러 강으로 가고하늘을 보는 창 어두운 방과 통해 있으며,
讒邪害公正 浮雲翳白日
모함하는 말들이 바르고 곧은 이를 해치고 흘러가는 구름이 밝고 따뜻한 빛을 가리네.
靡辭無忠誠 華繁竟不實
듣기만 좋은 화려한 말 충성스런 마음 없고 수많은 꽃들이 끝끝내 열매 맺지 못하는데,
人有兩三心 安能合爲一
사람들이 마음속에 딴마음을 품는다면 어떻게 하나처럼 합쳐질 수 있겠는가?
三人成市虎 浸漬解膠漆
세 사람이 같은 말하면 시장에 호랑이 있는 게 되고 물 속에 담가두면 아교와 옻칠도 풀어지고 마는데...
生存多所慮 長寢萬事畢
살아서 걱정할 게 너무나도 많으니 모든 일 그만두고 깊은 잠을 자고 싶네.

공융(孔融, 153년~208년 9월 26일(음력 8월 29일)은 중국 후한 말의 정치가로 자는 문거(文擧)이며 예주 노국 사람이다.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 사람으로, 좌중엔 손님이 가득차고 술잔에는 술이 비지 않았다고 한다. 십상시(十常侍)의 전횡을 비판한 청의파 선비로 유명했으며,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을 때는 노식(盧植)의 부장으로 활약했다. 동탁(董卓)이 권력을 잡자 그의 포악함을 비판하다가 북해의 상(相)으로 전출되었다.

공융은 당시 황제를 옹립하며 점차 야심을 드러내고 있던 조조(曹操)와 자주 대립했는데, 거듭 글을 올려 조조의 정치를 비판하며 망신을 주었다. 조조 역시 공융을 증오하며 꺼렸으나 워낙 공융의 명망이 높았으므로 겉으로는 용인하는 척 했다. 건안 13년(208년) 조조의 형주 정벌에 분개하여 조조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조조의 명령으로 처형당했고 가족은 몰살당하였다.  그가 죽기 전에 쓴 시라고 전해지는 임종시다.


산하령에서 나오는 천창이 임종시에서 나오는 구절에서 따온것으로 보인다.  진왕이 읊은 부분은 '모함하는 말들이 바르고 곧은 이를 해치고 흘러가는 구름이 밝고 따뜻한 빛을 가리네.' 이부분인데 진왕의 처지를 생각하면 누가 구름이고 누가 햇빛인지 모를일이다. 진왕은 주자서에게 2년안에 천하를 재패하고 보여준다면서 잠시 놔주는거라는 말을 하는데 어.. 두분 상사 부하 관계 아니셨습니까? 표거라고 부르는거 보면 사촌이거나 그것보다 조금 먼 관계인거 같은데 어... 근친입니까?? 터벅터벅

산하령 25화

산하령 25화에 두사람의 대사 에 대한 고찰이다. 이 짧은 대화에 들어간 레퍼런스를 찾아보도록 하겠다. 4언율시라고 치면 각 구절마다 레퍼런스가 다르다.

天涯孤鴻 無根行客
세상 끝 외로운 기러기 갈 곳 없는 여행객
之手 坐看雲
그대 손을 잡고 앉아 떠도는 구름 바라본다.


주자서가 말한 부분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이름얘기를 하면서 앞부분에 후술할 시들의 구절을 읊었다. 산하령의 시기적 배경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당말기에서 송후기로 보는 사람이 많기떄문에 시대와 맞지않는 인용이 많은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차피 무협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되는 것이다.
卜算子·黄州定慧院寓居作 蘇軾(소식)
복산자, 황주 정혜원 타향살이중 짓다.
缺月掛疏桐 漏斷人初靜
이지러진 달은 잎이 진 오동나무에 걸렸고 밤 깊어지니 사람들도 조용해 졌는데
時見幽人獨往來 縹緲孤鴻
누가 보랴 幽人(유인) 홀로 오가는 것 아득히 멀리엔 외로운 기러기 그림자
驚起卻回頭 有恨無人省
놀라 일어난 기러기 머리를 돌려 사람들 돌보지 않는 것에 한을 품고
揀盡寒枝不肯棲 楓落吳江冷
차가운 가지 골라 자려해도 내키지 않아 외롭게도 싸늘한 모래섬에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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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蘇軾)은 원풍(元豐) 3년(1080) 2월 황주(黃州)로 좌천되어 원풍 7년까지 황주에 유배되어 있었으며 황주에 유배되어 있는 자기 자신을 외기러기에 비유하여 맑고 고상하게 살려고 애썼지만 결국에는 황주에 유배되어 있는 신세임을 한탄한 노래이다.
소식은 재능에 비해 출세운이 별로였는지 유배도 많이다니고 좌천도 많이 당했다. 이 시를 보면 참 착잡한 마음이 잘 담겨있는데 무엇보다 저 멀리 보이는 기러기도 아니고 그 기러기의 그림자다. 기러기도 되지 못해 겨우 바닥에 비추는 외로운 그림자 신세라는 뜻이다. 물론 주자서가 의미한게 이 부분이지는 나도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면 정말 크아아아 가슴이 찢어진다. 과몰입

  1. 卜算子(복산자) : 사패명(詞牌名)으로 복산자령(卜算子令), 백척루(百尺樓)등으로 불리며, 쌍조(雙調) 44자이다. 대표적 작품에는 육유의 복산자(卜算子·咏梅)가 있다.
  2. 定慧院(정혜원) :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황강현(黃崗縣) 동남쪽에 있다. 蘇軾이 황주에 유배 되었을 때 머물던 곳이다.
  3. 缺月(결월) : 이지러진 달. 그믐에 지는 달.
  4. 漏斷(누단) : 물시계가 끊어짐. 밤이 깊음을 말한다. 更漏(경루)는 밤 동안의 시간(五更)을 알리는 누수(漏水)이다.
  5. 初靜(초정) : 비로소 조용해지다.
  6. 幽人(유인) : 유거(幽居)하는 사람, 은사(隱士). 蘇軾(소식) 자신을 말한다.
  7. 縹緲(표묘) : 멀고 어렴풋하다. 가물가물하고 희미하다.
  8. 孤鴻(고홍) : 외기러기. 鴻은 큰 기러기(大雁).
  9. 回頭(회두) : 머리를 돌이킴. 자신을 돌아봄.
  10. 揀盡(간진) : 고르고 고르다.
  11. 寒枝(한지) : 차가운 겨울 나뭇가지.
  12. 楓落吳江冷(풍락오강랭) : 보는 바가 듣는 바에 미치지 못한 경우를 비유한 고사이다.

    당나라 정세익(鄭世翼)이 최신명(崔信明)의 ‘풍락오강랭(楓落吳江冷)’의 구절을 듣고 직접 만났을 때 그 나머지 시 구절을 읽어 보고 실망했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吳江(오강)은 무창 일대를 지나는 장강(長江). 삼국시대에 오나라에 속하여 오강이라 했다. 동파전집에는 이 부분이 “寂寞沙洲冷(적막하고 차가운 모래섬이라네.)”로 되어 있다. 이 사(詞)는 전송사(全宋詞) 및 동파전집(東坡全集)에 실려 있으며 송(宋) 신종(神宗) 원풍(元豊) 5년(1082) 12월 경 지은 시로 소식이 황주에 유배되어 있을 때 지은 사이다.

출처
憶少年·別歷下 晁補之(조부지)
젊은날을 기억하며, 역하에서 이별하다.
無窮官柳 無情畫舸 無根行客
끝없는 길가의 버들, 무정한 그림배들, 떠돌이 나그네들
南山尚相送 只高城人隔
남산은 항상 서로를 보내 주는데, 단지 높은 성은 사람 멀어지게 하네.
罨畫園林溪紺碧 算重來 盡成陳跡
다채로운 그림같은 정원계곡 붉고 푸른데, 다시 올 때면 수려 경치는 흔적만 있겠지.
劉郎鬢如此 況桃花顏色
유우석도 이미 반백이 되 다욌으니, 어찌 다시 붉은 도화빛 얼굴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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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지(1053-1110), 본명은 오구(五九), 별명은 귀래자(桂來子)는 북송의 시인이자 작가로 소동파의 문객이었다. 그는 서예와 그림에 능하고 시와 시에 능하며 문학에도 능하다. 장뢰(張首), 황정견(皇庭廣), 진관(秦官)과 함께 수문사사(蘇门師師)로 불리며, 장뢰와 함께 조장(趙張)이라 불린다.

송사(宋詞)는 송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문학 양식이며 매 수 곡조명이 있는데 이것을 ‘사패(词牌)’라고 부르고 격률에 따라 가사를 지은 것을 의성(依声)이라고 하였다. 송사는 멀리 시경(诗经)과 초사(楚辞)는 물론 한, 위, 육조의 시가(汉魏六朝诗歌)로부터 양분을 흡수하여 발전하였고 이후 명, 청(明清)의 희곡, 소설 등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출처1 출처2

왜인지 당시(唐詩)에 비해 떨어지는 인지도 때문에 검색난이도가 높다. 여기서 나오는 떠돌이 나그네들이란 구절을 사용했다. 이래저래 온객행이 정처없이 떠돌았다는 것을 잘 안다는 느낌으로 쓴것일까? 정말 말하지 않아도 전부 이해했다는 느낌도 들고 하필 이렇게 쓸쓸한 느낌이 나게 이름을 지은 온객행도 유죄다.

주자서가 많은 시중에 왜 하필 이별하는 시를 골랐을까? 지목숨 버리는거 제일 잘하는 주자서가 일부러 이 시를 골랐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도 끝이 멀지 않았음을 어쩌면 직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칠규삼추정 삼년동안 사는건데 온객행이랑 다니면서 이래저래 무공도 많이쓰고 온객행을 만난 시점이 주자서가 진왕을 떠나고 1년정도 지난 후라는 설정을 보면 주자서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정확히는 모른다 여러번 말하지만 나는 알못이니까


온객행이 말한 부분을 살펴보자. 온객행 역시 주자서의 이름을 가지고 운율을 맞춰보았다. 정말 염병천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詩經 國風 邶風 擊鼓
시경 국풍 패풍 격고; 북소리
擊鼓其鏜 踊躍用兵 土國城漕 我獨南行
북소리 둥둥울리니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병기를 휘두른다.
도성에서 흙일을 하고 조읍에서 성을 쌓는데, 나는 홀로 남쪽으로 원정을 떠나노라.
從孫子仲 平陳與宋 不我以歸 憂心有忡
손자중을 따라가서 진나라와 송나라를 화평케했으나
나와 더불어 돌아갈 수 없으니 근심하는 마음으로 서글프다.
爰居爰處 爰喪其馬 于以求之 于林之下
여기저기 흩어져 지내다가 타던 말도 잃어버리고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가 숲속에서 찾았네
死生契闊 與子成說 執子之手 與子偕老
생사를 같이하자고 그대와 다짐했고
그대의 손을 잡으며 백년해로 약속했지.
于嗟闊兮 不我活兮 于嗟洵兮 不我信兮
아아, 멀리 떨어짐이여!내가 같이 못함이여!
아아 약속함이여,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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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고는 5장(章)에 매장 4구(句)로 소서(小序)에 ‘주우(州吁)를 원망하는 시다’라고 했다. 군사를 동원하여 폭란을 일으킨 주우가 공손문중을 장수로 삼아 진(陳)과 송(宋) 두 나라를 평정케 하자 국인들이 그 무례함을 들어 원망했다. 후에 진나라와 힘을 합해 정나라를 정벌하려고 했다. 진나라는 위환공의 외가였음으로 위나라의 대부 석작(石碏)이 위후와 공모하여 주우를 유인하여 복양(濮陽)에서 살해했다.

  1. 부(賦)다. 스토리가 있는 시인 것이다.
  2. 鏜(당)은 북치는 소리다.
  3. 踊躍(용약)은 앉았다 일어났다하면서 치고 찌르는 모습니다.
  4. 兵(병)은 창 등의 병장기를 말하고 土(토)는 흙손일이고 國(국)은 나라의 도성으로 국내에서 도성을 쌓는 일에 노역하는 漕城(조성)은 지금의 하남성 복양시(濮陽市) 부근의 조(漕) 땅에 성을 축조하는 노역이다.
  5. 손(孫)은 성이고 자중(子仲)은 자로 당시 원정군의 장수다.
  6. 평(平)은 화(和)함이니 진(陳)나라와 송(宋)나라를 우호케 함이다.

    춘추은공(隱公) 4년, 위환공(衛桓公) 완(完)을 죽이고 스스로 군주의 자리에 오른 주우(州吁)가 외국에 무력을 과시하여 국내의 백성들에게 위엄을 보이기 위해 송(宋) ․ 위(衛) ․ 진(陳) ․ 채(蔡)의 군사를 빌려 정(鄭)나라를 쳤던 일을 말한다. 이는 ‘평화조약을 이미 맺어 전쟁이 끝났는데 왜 나를 데리고 돌아가지 않는가?’하고 서글퍼서 하는 말이다.

  7. 爰(원)은 于是(우시)로 위나라 사람이 전쟁에 나가 于是居處(우시거처) 즉 여기저기 居(거)하고 處(처)하다가 말을 잃어버렸다. 말을 찾아 숲속을 헤매며 대오를 잃고 위치를 이탈하여 전의를 상실한 마음을 노래했다.
  8. 契闊(계활)은 막혀서 멀다는 뜻이다.
  9. 成說(성설)은 혼인서약을 지켰다는 말로 즉 약속대로 혼인을 이루었음이다.
  10. 우차(于嗟)는 탄식하는 말이다.
  11. 활(闊)은 계활(契闊)로 멀리 떨어짐이고 활(活)은 같이 사는 것이다.
  12. 순(洵)은 약속을 지킴이다. 신(信)은 ‘펼 신(伸)’과 통한다.
출처

전쟁에 나간 처지를 한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중에 온객행이 가져다 쓴 부분은 네번째 부분으로 평생을 약속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부분이다! 아내를 그리워해?!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어보면 이 시 역시 비극으로 끝난다. 하고 싶은 것, 약속 한 것 그 어떤것도 지키지 못함을 한탄하는 내용인 것이다. 그래도 일단 인용구의 내용만 보면 손을 잡고 백년해로를 약속하자는 뜻이니 온객행은 주자서에게 뭔가 약속을 하고 싶었던 걸까? 앞으로는 헤어지지 말자는 그런 다짐일까?

幽窗小記 中 陳繼儒(진계유)
看庭前花開花落 望天上雲捲雲舒
앞뜰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며, 하늘의 흘러가는 구름을 음미한다.

아무리 찾아도 한국어로 된 출처를 찾을 수가 없다. 애초에 유창소기라는 것이 정말 진계유가 썻는지에 대해 의심이 많고 책의 서명은 육소형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부분은 위키를 참조했다.) 비슷한 내용이 채근담에도 나온다. 채근담 후집의 내용을 보려고 한다. 채근담이라는 책 자체도 홍자성이라는 사람이 유명한 구절을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정확한 출처가 애매한 소창유기보다는 채근담쪽이 더 신뢰가 가는 레퍼런스이기 때문이다.

採根譚 後集 70
채근담 후집 70
寵辱不警, 閒看庭前花開花落.
영욕에 놀라지 않고 한가로이 뜰 앞에 피고 지는 꽃을 본다.
去留無意, 漫隨天外雲卷雲舒.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어 무심히 하늘 밖에 떠도는 구름을 바라본다.
晴空朗月, 何天不可翶翔而飛蛾獨投夜燭
하늘 맑고 달 밝으니 어디론들 못 날아갈까? 부나비는 어찌하여 촛불에 몸을 던지고
淸泉綠卉, 何物不可飮啄而鴟鶚偏嗜腐鼠
맑은 샘과 푸른 풀 먹고 마실 수 있건마는 올빼미는 굳이 썩은 쥐를 즐긴다.
噫! 世之不爲飛蛾鴟鶚者幾何人哉
아, 이 세상에 부나비와 올빼미 아닌 사람이 그 몇이나 될 것인가.

뭘 말하고 싶은걸까? 뭐 정해진 운명은 거스를 수 없다. 뭐 그런 뜻인걸까? 채근담은 매번 읽을떄마다 그 뜻이 바뀌기 때문에 가끔 읽고 있는데 그래서 소창유기에 나왔다는 저 구절이 묘하게 친근해서 찾아본 결과 채근담에서 찾게 된것이다!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과 같이 정해진 것을 바꿀 수는 없다 뭐 그런 의미인것 같다. 온객행이 하고 싶었던 말은 대체 무엇일까? 주자서와 온객행은 꼭 만날 운명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백년해로를 약속하고 그 다음에 우리는 꼭 만날 운명이었어 뭐 그런 얘기를 돌리고 돌려서 말한건가? 주자서를 향한 온객행의 고백인걸까? 이걸 듣고 잔을 부딧히고 술을 마시다니 이건 뭐 거의 프로포즈에 응한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아님)


이 모든 내용은 이 게시글을 참고로 작성 되었다. 중문주의

아름다웠던 그 15년

綺懷其十五 黄景仁
기회기십오 황경인

幾回花下坐吹簫,銀漢紅牆入望遙
꽃아래 앉아 피리를를 몇번이나 불었던가, 은하수 붉은 담장이 저 멀리 보이고
似此星辰非昨夜,爲誰風露立中宵
이 별은 어젯밤과 다른데 누구를 위해 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한밤중에 깨어있나?
纏綿思盡抽殘繭,宛轉心傷剝後蕉
누에가 실을 다 뽑고 죽어야 그리움을 떨치려나 파초잎이 다 진 후에야 아픈 마음이 돌아 설까?
三五年時三五月,可憐杯酒不曾消
15년 15월, 애석하게도 술잔으로 과거를 지울 수 없네

황경인(1749~1783)은 청나라 시인이며 지금의 장수성 창저우 사람이다. 네살에 고아가 되었고 집안이 청빈했으며 소년시대에 이미 시로 명성을 얻었고 생계를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평생 이백처럼 재능을 펼치지 못했고 가난에 시달렸다. 후에 현령으로 임명됐으나 빈곤과 질병으로 타향에서 객사하였다.

황경인은 젊었을 때 사촌 여동생과 사랑했는데 시작은 온정이 넘치지만 무언으로 끝난다. 그 짝사랑이 끝나 허무함과 쓸쓸함을 표현한 시이다. 두번째 구절인 '이 별은 어젯밤과 다른데 누구를 위해 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한밤중에 깨어있나?' 이 싯구는 유명 무협소설에 쓰이면서 중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시구가 되었다.

세번째에 나오는 누에같은 경우 당대(唐代)시인 이상은(李商隐)의 무제(无题) 시 중 春蠶到死絲方盡, 蠟炬成灰淚始干.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 토하기를 그만두고 촛불은 재가 되어서 눈물이 마른다’ 가 떠오른다.
파초(芭蕉) 역시 이상은의 시 대증(代贈) 중에 芭蕉不展丁香結, 同向春風各自愁. ‘파초는 잎 못 펴고 라일락은 꽃잎 맺혀 함께 봄바람 향해서 각자 수심에 젖네.’ 라는 내용이 있다.


이 시는 앞서 소개한대로 무협소설에서 쓰인 이후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뜻의 관용어구로 많이 쓰인다. 산하령에서는 두번 쓰였는데, 한번은 온객행이 4화에서 다른 한번은 주자서가 22화에서 말했다.

4화에서 온객행은 이 별은 어제와 같지 않으니 한시도 낭비하지 말고 술을 마셔야한다는 뜻으로 말했다.


그리고 같은 내용으로 22화에서 주자서가 술을 마시며 세번째 구절을 완전하게 읊는다. 온객행이 회복하기를 바라는 고상을 보고 한 말이다. 크아아 배운 도련님 티가 나는 주자서 너무 좋다. 


4화와 22화의 상황이 매우 다른것도 또다른 포인트인데 일단 4화에서는 둘다 서로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고 간을 보는 중이라면 22화에서는 서로의 정체를 모두 알고 있다. 같은 시지만 말하는 사람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인용된 구절이 황경인이 쓴 그 원작의 쓸쓸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 무협소설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애절함을 말하는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산하령의 시기적 배경을 송대(宋代)로 궁예하고 있는데 너무 최근의 시가 쓰인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너무 잘 어울리고 적절한 곳에 쓰였고 어차피 무협판타지니까 그런건 넘어가도록 하자.

북고산 아래에 잠시 머물다

次北固山下 王灣
차북고산하 왕만

당시삼백수 卷三 五言律詩 097
客路靑山外 行舟綠水前
길손은 푸른 산 바깥을 지나고 배는 짙푸른 물 위로 나아가네
潮平兩岸闊 風正一帆懸
물 불어 잔잔한 두 강둑은 드넓고 바람은 순풍이라 돛 하나만 올렸네
海日生殘夜 江春入舊年
밤의 끝에 바다에서 해가 솟아오르고 강은 이미 봄이라 한 해가 지나가네
鄕書何處達 歸雁洛陽邊
고향으로 보낸 서찰 어느 곳에 이르렀나 기러기 돌아가는 길에 낙양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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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次(차): (잠시) 머물다. 멈추다.
  2. 北固山(북고산): 진강시鎭江市 북쪽 장강長江 가에 있는 산이다.
  3. 外(외): 하下로 쓰는 자료도 있다.
  4. 風正(풍정): 바람이 제대로 불다. 순풍.
  5. 殘夜(잔야): 곧 해가 뜨려고 하는 밤의 끝을 가리킨다.
  6. 江春入舊年(강춘입구년): 아직 새해가 되지 않았는데 강남은 벌써 봄이 왔다는 소식.
  7. 歸雁洛陽邊(귀안낙양변): 기러기가 소식을 전한다는 옛 이야기를 인용하여 북쪽으로 돌아가는 기러기가 고향인 낙양에 소식을 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냄.
출처

王灣(왕만; 693~751) 자와 호 둘다 미상이다. 낙양 사람이다. 선천 연간에 진사가 되어 개원 초에 滎陽縣主簿(형양현주부)가 되었고, 《群書四部錄(군서사부록)》을 완성하는 문헌정리 사업에 참여하여 洛陽尉(낙양위)에 제수되었다. 《唐才子傳(당재자전)》에는 기무잠(綦毋潛)과 절친하였으며, 오초(吳楚; 양쯔강남쪽 지방)를 왕래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전한다. 《全唐詩(전당시)》에 10수의 작품이 실려 있다.

전당시에 작품이 10개나 실려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삶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다. 애초에 왕만이 남긴 시가 10개가 전부다. 따로 책을 내거나 하지 않아서 아마 소실된것으로 추정하는 듯 하다. 벼슬하는 동안의 기록을 제외하면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디에서 죽었는지 생몰년도 조차도 확실하지가 않다. 그 중에도 차북고산하가 제일 유명한데 강남(양쯔강 남쪽지역)에 머무르면서 산과 호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를 많이 썼다고 한다. 산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그의 시풍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산하령에서는 20화에서 주자서가 온객행의 이름에 대해 말할때 나온다.

'客路靑山外 行舟綠水前'
이부분에서 여행객이 푸른산 바깥을 지나고 배가 물 위로 나아간다고 하는데 앞자를 따면 객행이다.

개인적으로는 견연의 연(衍)이라는 글자가 行사이에 氵(水)가 들어갔는데, 주자서가 생각한 구절을 보면 여행객이 푸른산 바깥을 지나며 배가 물을 지나간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연자를 풀어서 쓰면 가고 있는 사이에 물이 들어가니까 저 구절의 앞자를 따서 객행으로 지은것이 아닐까 하는 궁예를 하는것이다. 정말로 그런건지는 알수 없다. 왜냐면 난 알못이니까.

암튼 소소한 부분에서 주자서가 많이 배운 귀족이라는게 티가 나서 더 간질간질하고 도련님시절 주자서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온객행이 무슨 말을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그러니 온객행이 죽고 못살지 진짜 죄많은 유죄남 주자서... 크아아아아아아 솔직히 34화부터는 온객행아 주자서 좀 놔줘라 싶은데 온객행이 안놔줘서 어영부영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뭐 그저그런 엔딩이 되버렸다. 그래서 내가 여직 하산을 못하고 있지... 나좀 나줘라ㅠㅠㅠㅠ

늘어진 이삭

詩經 國風 王風 黍離
시경 국풍 왕풍 서리; 늘어진 이삭

彼黍離離 彼稷之苗 行邁靡靡 中心搖搖
저기 기장 이삭 늘어지고, 피까지 돋아나 있는데, 갈수록 걸음은 더디어 지고, 슬픔은 물결처럼 출렁거리네.
知我者 謂我心憂 不知我者 謂我何求
내 마음을 아는 이야, 시름이 가득하다 하겠지만, 내 마음을 모르는 이는,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하겠지.
悠悠蒼天 此何人哉
아득하게 뻗은 푸른 하늘이여, 이는 누구의 탓인가?
彼黍離離 彼稷之穗 行邁靡靡 中心如醉
저기 기장 이삭 늘어지고, 피 이삭이 자라는데, 갈수록 걸음은 더디어 지고, 마음 속에는 술이 취한 듯 하네.
知我者 謂我心憂 不知我者 謂我何求
내 마음을 아는 이야, 근심이 가득하다 하겠지만, 내 마음을 모르는 이는,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하겠지.
悠悠蒼天 此何人哉
아득하게 뻗은 푸른 하늘이여, 이는 누구의 탓인가?
彼黍離離 彼稷之實 行邁靡靡 中心如噎
저기 기장 이삭 늘어지고, 피도 익어서 여물었는데, 발걸음은 더디어 지고, 마음속 슬픔에 목이 메이네.
知我者 謂我心憂 不知我者 謂我何求
내 마음을 아는 이야, 근심이 가득하다 하겠지만, 내 마음을 모르는 이는,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하겠지.
悠悠蒼天 此何人哉
아득하게 뻗은 푸른 하늘이여, 이는 누구의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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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彼): 〈모전(毛傳)〉에서는, ‘종묘와 궁실을 저기라고 한것이다’라고 하였다.
  2. 서(黍): 메기장.
  3. 이리(離離): 곡식의 과일이나 이삭이 익어서 늘어진 모양.
  4. 직(稷): 피. 또는 기장을 이름. 또한 서(黍)는 좁쌀,직(稷)은 옥수수라고도 한다.
  5. 행매(行邁): 걸어서 가는것.
  6. 미미(靡靡): 천천히 걷는모양. 모전(毛傳)〉에서는 ‘지지(遲遲)와 같다’고 하였다.
  7. 중심(中心): 심중(心中).마음속.
  8. 요요(搖搖): 근심이 되어 마음이 안정 되지 못한 것. 〈모전(毛傳)〉에서는, ‘깊이 근심하여 호소할 곳이없음’ 이라 하였고, 주희(朱熹)는 ‘정(定)하는 바가 없음’ 이라 하였다.
  9. 위아하구(謂我何求): 내가오래 머물며 떠날 줄을 모르고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미심쩍게 여기는 의미가 함축된 말이다.
  10. 유유(悠悠): 아득하게 먼모양. 〈모전(毛傳)〉에서는, ‘멀다’라고 하였다.
  11. 차하인재(此何人哉):이렇게 망하게 한 그 사람은 누구인가?
  12. 수(穗): 벼나 보리등의 이삭을 이름.
  13. 중심여취(中心如醉): 근심에 취한 것이, 마치 술에 취한 듯하다.
  14. 실(實): 직묘(稷苗)인데, 곡식의 이삭인 수(穗)를 의미한다. 실(實)로 변한 것은 가서 볼때마다 곡식이 점점 더 자란 것을 시간적으로 말한 것이다.
  15. 열(噎): 목이 메다. 근심을하여 숨을 쉴수가 없는 상태를 말함.
출처

주나라 평왕(平王) 때 낙읍[落邑: 왕성(王城) 또는 동도(東都) 라고도 부름)]으로 도읍을 옮긴 다음, 한대부가 행역(行役)으로 옛 서울이었던 종주[宗周: 호경(鎬京) 또는 서도(西都)라고도 부름]에 이르러 보게 되었는데, 지난 날의 종묘와 궁실은 모두 다 없어지고 그곳에는 기장과 피만이 수북히 자라나 있는 것을 보고 그 슬픔을 읊은 것이라고 한다. 옛날의 화려했던 대궐터에 서있는 대부의 깊은 감회가 구체적인 자연묘사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시경은 공자가 문하의 제자를 교육할 때, 주나라 왕조의 정치적 형태와 민중의 수용 태도를 가르치고 문학·교육에 힘쓰기 위하여 편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한시대에 〈제시(齊詩)〉·〈노시(魯詩)〉·〈한시(韓詩)〉·〈모시(毛詩)〉 라는 네 가지 종류의 책이 나왔지만, 오늘날 남은 것은 그중의 모시뿐이어서 별도로 모시라 하기도 한다. 

311편의 고대 민요를 '풍(風)', '아(雅)', '송(頌)'의 3부로 나누어서 편집하였다. 그중 6편은 제명(題名)만 있을 뿐 어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사가 있는 것은 305편이다. '풍(風)'이라는 것은 각국의 여러 지역에서 수집된 160개의 민요를 모은 것이요, '아(雅)'라는 것은 연석(宴席)의 노래로, 다시 소아(小雅)와 대아(大雅)로 구분된다. 소아 74편과 대아 31편은 조정에서 불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頌)' 40편은 왕조·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의 노래라고 여겨진다. 어느 것이든 고대의 이름없는 민중이나 지식인의 노래이다.

산하령에서는 14화에서 온객행이 자신의 배 안에서 말한다. 귀곡을 나오면서 분명히 생각한 뭔가가 있었을 텐데 주자서 만나면서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나보다. 1화에서 온객행이 주자서를 보고 변수라고 했는데 온객행 본인이 생각한것보다 좀 많이 큰 변수였던것 같다.

비바람

詩經 國風 鄭風 風雨
시경 국풍 정풍 풍우; 비바람

風雨淒淒 雞鳴喈喈 旣見君子 云胡不夷
비바람이 몰아쳐 춥고 처량한데, 멀리서 닭울음 들려오네.
이제 그리운 님 돌아 오셨으니, 어찌 내 마음 편하지 않으랴!
風雨瀟瀟 雞鳴膠膠 旣見君子 云胡不瘳
비바람 세차게 몰아치는데, 닭울음 아득히 들려오네.
이제 그리운 님 돌아 오셨으니, 어찌 내 마음 체 내린듯 시원하지 않으랴!
風雨如晦 雞鳴不已 旣見君子 云胡不喜
비바람 몰아쳐 밤처럼 어두운데, 닭울음 그치지 않네.
이제 그리운 님 돌아 오셨으니, 어찌 내 마음 기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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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처처(淒淒): 날씨가 싸늘한 모양을 나타낸 의태어(擬態語). 날씨가 쌀쌀한 기운.
  2. 개개(喈喈): 듣기 좋은 새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擬聲語).
  3. 운호(云胡):호(胡)는 ‘어찌’의뜻으로, 여하(如何)와 같다.
  4. 이(夷): 평(平)과 같은 뜻으로, ‘마음이 편안한 것’을 이른다.
  5. 소소(瀟瀟):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擬聲語). 사납고 빠른 것을 의미한다.
  6. 교교(膠膠): 닭울음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擬聲語).
  7. 추(瘳): 마음의 병이 낫다.
  8. 풍우여회(風雨如晦): 회(晦)는 어둠을 뜻한다. 새벽인데도 밤과 같다는것은 비바람이 몹시 심하다는 의미이다.
  9. 이(已): 그치다. 멈추다.
  10. 출처

객지에서 오랫동안 행역(行役)을 하다가 돌아온 남편을 맞아들인 아내의 기쁨과, 비바람치는 새벽에도 마음놓고 살 수 있게 된 안도감(安堵感)을 노래한 것 이라고 한다. 시경을 읽어보면 의외로 애정시가 많다. 남방에 초사가 있다면 북방에 시경이 있는데 보통 4언절구로 최초의 시가집의 타이틀에 걸맞게 귀족 뿐만아니라 민생의 시대상을 알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여러모로 역사연구에 기여를 하고 있다.

시경은 사서삼경할때 말하는 대표적인 유경에 속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느껴지는 지루할것 같은 느낌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이 굉장이 많다. 시경을 제외한 다른 유경의 경우 보통 역사를 집필한 내용이거나 왕실 혹은 집안의 법도같은 사실을 전하는 용도의 글이라 솔직히 지루하다. 쭉 읽는다기 보다는 그냥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는 편이라면 시경은 시집을 읽듯이 가끔 펼쳐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공자가 문하의 제자를 교육할 때, 주나라 왕조의 정치적 형태와 민중의 수용 태도를 가르치고 문학·교육에 힘쓰기 위하여 편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한시대에 〈제시(齊詩)〉·〈노시(魯詩)〉·〈한시(韓詩)〉·〈모시(毛詩)〉 라는 네 가지 종류의 책이 나왔지만, 오늘날 남은 것은 그중의 모시뿐이어서 별도로 모시라 하기도 한다.

311편의 고대 민요를 '풍(風)', '아(雅)', '송(頌)'의 3부로 나누어서 편집하였다. 그중 6편은 제명(題名)만 있을 뿐 어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사가 있는 것은 305편이다. '풍(風)'이라는 것은 각국의 여러 지역에서 수집된 160개의 민요를 모은 것이요, '아(雅)'라는 것은 연석(宴席)의 노래로, 다시 소아(小雅)와 대아(大雅)로 구분된다. 소아 74편과 대아 31편은 조정에서 불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頌)' 40편은 왕조·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의 노래라고 여겨진다. 어느 것이든 고대의 이름없는 민중이나 지식인의 노래이다.

이후로도 여러 학자들이 시경의 주석을 달았는데 시 자체가 아니라 당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좀 과도하게 해석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에 직역한 것을 먼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게다가 정풍의 경우 공자가 음탕(!)하다며 까기도 했다.

논어집주 衛靈公 위영공 第十五 10
放鄭聲 遠佞人, 鄭聲淫 佞人殆.
정(鄭)나라의 음란한 음악을 추방하며 말재주 있는 사람을 멀리 해야 하니, 정(鄭)나라 음악은 음탕하고 말재주 있는 사람은 위태롭다.


산하령에서는 14화에서 온객행이 주자서가 죽어간다는 것을알고 이 시를 읊는데, 이시가 쓰여진 배경을 생각하면 돌아온 남편을 보며 부른 노래 만약 내가 이 시를 산하령 보기 전에 봤다면 아마 온객행이 주자서의 정체를 확실히 알고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사실상 온객행이 '사형 나 왜 못알아봐 뿌애앵' 하는 부분이 아닐까? 돌아와서 너무 기쁜데 이제야 만나서 너무 기쁜데 막 너무 기뻐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주자서가 제일 잘하는 짓이다. 지목숨 버리기. 그러지 마로라 제발ㅠㅠㅠㅜㅠㅜ

춘정

折桂令·春情 徐再思
절계사·춘정 서재사

平生不會相思 才會相思 便害相思
평생 그리움 모르고 살았는데, 그리움이 생기자 상사병에 걸렸다.
身似浮雲 心如飛絮 氣若遊絲
그대 몸은 떠다니는 구름같고, 마음은 흔들리는 버들 같으며, 숨은 아지랑이 같은데
空一縷余香在此 盼千金遊子何之
여기에 잔향 한자락 남겨놓고 천금같은 그대는 어디로 가려하는가?
證候來時 正是何時 燈半昏時 月半明時
병증이 오는 때는 언제인가? 등이 반쯤 어두워질때 달이 반쯤 밝았을 때인가?

절계령·춘정은 원나라 시인 서재사의 작품인데 서재사는 섬세하고 수려한 시풍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산하령에서는 7화에 주자서가 독갈의 잔당을 해치우은 모습을 보고 온객행이 읊는다. 사랑시.. 연정시.. 아니 무슨 생각하셨는데 몸이 버들같데 정말 미쳤다.


바로 앞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너무 태연한 두사람.. 너무 낯설고요 아니 뭐 잘 어울리신다구요... 온객행이 입은 저 청록색 옷 너무 공작 같고 예쁘다 개취로 온객행 옷중에 제일 좋아한다.

기러기 무덤에 바치는 시

雁丘詞 元好問
안구사 원호문

問世間 情爲何物 直敎生死相許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를까?
天南地北雙飛客 老翅幾回寒暑
천지간을 가로지르는 새야! 너희들은 지친 날개 위로 추위와 더위를 몇 번이나 겪었느냐!
歡樂趣 離別苦 就中更有癡兒女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속에 헤매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었는데,
君應有語 渺萬里層雲 千山暮景 隻影爲誰去
님께서 말이나 하련만,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첩첩이 보이고 해가 지고 산에 눈 내리면, 외로운 그림자 누굴 찾아 날아갈까
橫汾路 寂寞當年簫鼓 荒煙依舊平楚
분수의 물가를 가로 날아도 그때 피리와 북소리 적막하고 초나라엔 거친 연기 의구하다.
招魂楚些何嗟及 山鬼暗啼風雨
초혼가를 불러도 탄식을 금하지 못하겠고 산귀신도 비바람 속에 몰래 흐느낀다.
天也妬 未信與 鶯兒燕子俱黃土
하늘도 질투하는지 더불어 믿지 못할 것을 꾀꼬리와 제비도 황토에 묻혔다.
千秋萬古 爲留待騷人 狂歌痛飮 來訪雁丘處
천추만고에 어느 시인을 기다려 머물렀다가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 듯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올 것을.

금나라 시인 원호문(1190-1257)이 금 장종(章宗) 태화(泰和) 5년(1205)에 사(詞)의 형식으로 지은 시이다. 원호문이 이 시를 쓴 이유는 과거시험을 보러가는 길에 만난 사냥꾼이 해준 이야기 때문이다. 사냥꾼이 말했다. "제가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그물을 피해 도망쳐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러기는 도무지 멀리 가지 않고 그 주위를 배회하며 슬피 울다가 땅에 머리를 찧고 자살해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원호문은 죽은 기러기 한 쌍을 사서 분수(汾水)가에 묻어 주고, 돌을 쌓아 표시를 하고는 그곳을 기러기의 무덤이란 뜻으로 '안구(雁丘)'라 하고 이를 기리는 시 '안구사'를 지었다고 한다.

김용의 신조협려 초반에 이막수가 이 시를 읊어서 유명하기도 하다. 신조협려 읽을때는 이런 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다시 떠올려보니 이막수의 악행의 근원이 연정이었고 그 끝이 허무한것을 생각해보면 참 잘어울리는 시이다.

산하령에서는 6화에서 주자서가 떠나려고 할때 온객행이 주자서를 잡으며 읊는다.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첩첩이 보이고 해가 지고 산에 눈 내리면, 외로운 그림자 누굴 찾아 날아갈까' 날 두고 어딜 가냐고 묻는 내용인데 만약 이때 온객행이 주자서가 누구인지 눈치채고 있었다면 어쩌면 사형에게 자길 두고 어딜 가냐고 묻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미 예전부터 온객행은 사형을 마음에 담아둔 것일까? 보통 기러기는 결혼을 약속하는 혼수로 가장 처음 신랑이 신부에게 보내는 것으로 연정을 뜻한다. 자길 두고 어딜 가냐는 뜻의 그 많은 시 중에 왜 하필 기러기 무덤이라는 제목의 시를 가져다 쓴걸까? 마치 나한테 오해하라고 온객행이 주자서에게 기러기를 건네며 청혼한건데 나만 모르는건 아닐까 막 오해해본다.



주자서 정말 그지 꼴을 하고 있는데도 온객행한테는 예뻐보이나 보다..

이렇게 사는건 사랑을 위해 죽는거나 마찬가지야

Vivir así es morir de amor Nathy Peluso

Siempre me traiciona la razón
y me domina el corazón
No sé luchar contra el amor
Reason always betrays me and my heart dominates me. I don't know how to fight against love.

Siempre me voy a enamorar
de quien de mí no se enamora
Y es por eso que mi alma llora.
I'll always fall in love with the one that doesn't fall for me. And that is why my soul weeps.

Ya no puedo más, ya no puedo más
Siempre se repite esta misma historia
Ya no puedo más, ya no puedo más
Estoy harto de rodar como una noria.
I can't take it anymore. I can't take it anymore. It's always the same story.
I can't take it anymore. I can't take it anymore I'm fed up with rolling like a Ferris wheel

Vivir así es morir de amor
Por amor tengo el alma herida
Por amor, no quiero más vida que su vida Melancolía,
To live like this is to die of love. Because of love my soul is wounded.
Because of love, I don't want more life than her life Melancholy

Vivir así es morir de amor
Soy mendiga de sus besos
Soy su amiga y quiero ser algo más que eso, Melancolía.
To live like this is to die of love. I'm a beggar of her kisses.
I'm her friend but I want to be more than that Melancholy

Siempre se apodera de mi ser,
Mi serenidad se vuelve locura (Se vuelve locura)
Y me llena de amargura.
Love always takes control of my self. My serenity turns into madness. And it fills me with bitterness.

Siempre me voy a enamorar
de quien de mí no se enamora
Y es por eso que mi alma llora.
I'll always fall in love with the one that doesn't fall for me. And that is why my soul weeps.

Ya no puedo más, ya no puedo más
Siempre se repite la misma historia
Ya no puedo más, ya no puedo más
Estoy harto de rodar como una noria.
I can't take it anymore. I can't take it anymore. It's always the same story.
I can't take it anymore. I can't take it anymore I'm fed up with rolling like a Ferris wheel

Vivir así es morir de amor
Por amor tengo el alma herida
Por amor, no quiero más vida que su vida Melancolía,
To live like this is to die of love. Because of love my soul is wounded.
Because of love, I don't want more life than her life Melancholy

Vivir así es morir de amor
Soy mendiga de sus besos
Soy su amiga y quiero ser algo más que eso, Melancolía.
To live like this is to die of love. I'm a beggar of her kisses.
I'm her friend but I want to be more than that Melancholy

요즘 이 노래만 듣는다. 원곡도 좋더라 원래는 Camilo Sesto 이라는 스페인 가수가 원곡자. 그래서 뭔가 발음이 나띠랑은 조금 다르다. 나띠는 아르헨티나 발음이니까❤️ 항상 느끼는건 라틴음악은 꽤나 한국의 트로트랑 결이 비슷하다는 것? 사랑에 죽고 사는 내용도 많고 멜로디도 굉장히 서정적이고 신난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천인유혼

문덕은 요괴를 쫒다 무리와 헤어저 어떤 마을로 들어오게 됬다. 요괴로 안해 흉 흉해진 민심으로 그 마을 역시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객잔에 들러 간단히 요기를 한 문덕은 주인에게 물었다.

"혹 이 근처에 절은 없습니까?" 가게 점원은 우물쭈물하더니 곧 주인에게 가 귓속말을 했다. 주인은 문덕에게 다가오더니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있지요, 불심이 강한 사람들만 모인다는 난약사라는 절입니다. 마을밖으로 두 시진쯤 큰 산쪽으로 걷다보면 나오는데 커다란 나무에 둘러쌓여 절경인 곳이지요." 문덕은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 말하고 먹은 음식값을 계산하고 가게를 나왔다. 그가 나오는 길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따가웠다.

한참을 걷다보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잠깐 쳐다본 문덕은 곧 그칠비는 아닌것 같아 비를 피할만한 곳을 찾아 헤맸다. 산쪽으로 걷다보니 길도 변변치 않았고 주변에 그렇다할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풀숲에서 칼 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자 어떤 노인이 도적떼를 상대하고 있었다. 문덕은 검을 움켜쥐고 빠르게 그쪽으로 이동했다. 노인은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듯는듯 하더니 갑자기 하늘로 날아올라 도적떼의 혈도를 번개처럼 누르며 제압해 나갔다. 그는 불경을 외우는 듯한 주문을 외우 며 자세를 바로하고 다가온 문덕쪽으로 고개를 돌려 눈을 떴다.

"나는 사람은 해치지 않소" 노인의 말에 문덕은 검에서 손을 떼고 합장했다. 합장하는 그를 본 노인은 자신 을 연적하라고 소개했고, 그 또한 요괴퇴치를 위해 마을에 머무는 중이라고 말 했다. 비가 점점 거세지자 연적하는 문덕을 데라고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절인 난약사로 향했다.

절의 초입에 들어섰을때 이미 날이 진 이후였고, 산속이라 더욱 어두웠다. 기나 긴 108계단을 지나 도착한 난약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는지,거 의 폐허같았다. 법당안에 들어서자 난약사라고 쓰인 현판이 보였고, 원래 불상 이 있어야할 자리에는 왠 커다란 나무만 자라고 있었다. 나무는 길게 뻣어 절의 대들보를 대신하였고, 천정은 여기저기 가지들이 뻣어자라 구멍나 있었다.

"어르신 께서는 이런곳에서 지내고 계십니까?" 문덕이 주변을 살펴보고는 지붕에서 세는 빗물로 손을 적시며 연적하에게 말했 다. 노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비를 막아줄 지붕과 몸을 뉘일 바닥이 있으면 그걸 로 충분하다 말했다. 문덕은 새는 비를 피해 법당의 2층으로 올라가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지금은 사 용하지 않는 글자가 쓰여진 죽간과 법서로 보이는 종이책이 보였으나, 세월과 비바람에 그 흔적이 희미했다. 노인이 있는곳으로 다시 내려간 문덕은 근처에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웠다.

불을 피우고나니 연적하가 어디서 구했는지 알수없는 음식을 권하기에 문덕은 별 의심없이 그것을 먹었다. 연적하는 술도 권했는디, 문덕은 정중히 거절했다.

비를 맞아서 인지, 덥쳐오는 피곤에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나 잤을까, 그렇게 긴시간은 아닌것 같았는데 문덕앞에 피워놓은 불씨가 거 의 죽어있었다. 문덕은 근처에 두었던 살짝 젖은 장작을 몇개 집어 불가 근처에 두고 숨을 불어넣었다. 젖어서 인지 매캐한 연기가 불당안을 채웠다. 비는 그쳤 는지 더 이상 천정에서 물이 세지 않았다. 다시 물가 근처에 몸을 뉘이려는데 청 아한 피리소리가 들렸다. 문덕은 노인의 의아한 취미에 흥미가 생겨 수마를 잠 시 뒤로하고 소리가 나는 밖으로 나갔다. 안은 분명 아까 노인과 함께온 다 낡은 폐허였는데 달빛에 본 바깥은 꽤 운치가 좋았다. 커다란 버드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에 절에 어울리지않는 커다란 연 못 가운데 정자가 있었다.

정자는 흰색천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비가 온후에 시원한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문덕이 조금씩 그 정자로 다가가자 정자안에 인영이 비쳤다. 드리운 천을 치우자 꽃같이 아름다운 사내가 옥으로 된 피리를 불고 있었다. 2 길게 늘어뜨린 머리에 그림자만 보았다면 낭자라고 오해할만큼 단정하고 그윽 한 눈매의 공자였다. 시선을 느꼈는지 곧 청아하기 들리던 피리소리가 멈추고 감겨있던 눈이 떠지며 문덕쪽으러 고개를 들었다. 문덕은 그가 움직이는 모습 을 보며 숨을 참았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사내는 문덕을 향해 살풋이 웃어보였다. 곱게 접히는 눈이 참 예뻤다. 사내가 문덕에게 물었다.

"이 밤에 이 곳에서 무얼 하고 계싶니까?" 숨이찬 문덕은 몇번 숨을 골랐다. 무엇을 이야기 해야할지 몰라 문덕은 사실대 로 털어놓았다. 본인은 즙요사라는 절에 의탁하여 요괴를 잡는 법사이며, 지금 무리와 떨어져 다시 도성으로 가는 길이라고,여행중에 만난 도사가 도와주어 잠 시 이 절에 머무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내는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창백해졌 다. 불편한 기색을 읽은 문덕이 말했다. "그대는 무슨 연유로 이 밥에 이곳에서 피리를 불고 계시오?" 사내는 손에 쥔 옥피리를 한번보고 다시 문덕을 바라보았다. 아련한듯한 표정 에 문덕은 이유없이 숨을 쉬는것이 불편해졌다. 사내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문 덕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저의 양모께서 제 피리소리를 좋아하지 않으셔서 이렇게 밤마다 몰래나와 불 고있습니다." 문덕은 그와 시선을 맞추며말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인기척이 들렸다. 사내는 빠르게 문덕의 손을 낙아채 법 당안으로 들어갔다. 문덕은 사내에게 이끌려 법당 벽으로 밀쳐졌다. 사내의 숨 소리가 문덕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두사람 사이에는 종잇장하나 없이 밀착된 상태였다. 문덕은 머릿속이 하얘진것처럼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연적하는 사찰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는듯 했다. 문덕은 일단 사내를 아 까 둘러볼때 보았던 2층에 있는 서고에 숨겨주고는 연적하를 찾았다.

"어르신 무엇을 찾으십니까?" 문덕을 발견한 노인은 곧 그에게 누군가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피리소리가 나기에 최대한 빨리 달려왔는데도 보이지 않는 다며 잔뜩 심통이 난 모양이었다. 그때 근처에서 나풀거리는 비단옷을 입은 아 름다운 낭자가 나타나 검으로 연적하를 공격했다. 갑자기 서로를 공격하는 두 사람사이에 끼인 문덕은 두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연적하가 답했다.

"저 계집은 사람이 아니네" 그러자 코웃음을 친 낭자가 맞받아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동굴속에 것처 럼 울렸는데, 그녀의 입은 말하는 동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요즘세상에 사람보다 더 추악한것 천지인데 사람 아닌것이 뭐 어때서 그러시 오?" 문덕은 검에 손을 가져가며 낭자에게 물었다.

"사람이 아니라면 요괴란 말이오?" 낭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요괴면 어떻고 사람이면 어떻단 말이오? 어차피 우리가 사냥하는 사람들도 다 른 사람들을 사냥해 먹고사는 도적놈들 뿐인데." 그 말에 연적하와 문덕은 할말을 잃었다. 확실히 그녀가 하는 말이 틀린말은 아 니었다. 사람을 해치는건 어쩌면 요괴보다 사람인경우가 훨씬 많았다. 수 많은 요괴를 베어온 문덕도 항상 스스로에게 하던 질문이었다. 사람을 해하 는것은 과연 요괴인것인가.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던 연적하와 낭자는 칼을 거 두지 않았지만 문덕은 칼을 거두었다. 낭자가 말했다.

"오늘은 사람이 아니라 오라버니를 찾으러 온것이오 찾으면 살생없이 돌아갈것 이니 길을 비키시오." 문덕은 문득 그 오라버니라는 자가 아까만난 그 사내가 아닐까 생각했다. 연적 하는 그 낭자를 보낼 생각이 없는지 검을 거두지 않았다. 그 둘은 몇번 초식을 주고 받았지만, 연법사의 공력이 훨씬 강했다. 산 끝이 어수룩이 밝아오자 낭자 는 사방에 대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곧 해가 뜹니다 어서 돌아갑시다." 산 속의 아침은 밤만큼이나 빨라 그녀는 몇번오라버니를 부르더니 연적하의 기 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산 속으로 재빠르게 도망쳤다. 연법사가 따르려는것을 문덕이 말리며 물었다.

"곧 날이 밝을테니 찾고싶어도 찾지 못할겁니다, 대체 누구이기에 사람이 아니 라는 겁니까?" 연적하는 낭자가 사라진 쪽을 주시하며 주변을 살폈다.

"법당안에 있는 나무귀신의 끄나풀이지. 사찰 안뜰에 안치된 유골함의 혼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려 사람들의 정기를 빨아먹는 요괴라네." 법당안의 커다란 나무가 아침해에를 밭아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수많은 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쪼개진 햇빛이 바닥에 흩어졌다. 난약사 전체에 그 가지 가 드라우지 않은 곳이 없었다. 후에 문득 사내가 걱정된 문덕은 후에 서고로 가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사내 역시 나무귀신이 부린다는 혼백이었을까. 갑 자기 몰려오는 피로감에 문덕은 법당안으로 들어가 이미 까맣게 다 죽어버린 모닥불 옆에 몸을 뉘였다. 참으로도 긴 밤이었다. 혹은 꿈이었을까?

해가 중천에 떠서야 눈이 떠진 문덕은 연법사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 았다. 밤새 산속을 헤멧을텐데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는지 문덕은 문득 그의 공 력이 대단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듣지 못한 대답이 있어 문덕은 난약사 로 오기전 들렀던 마을에 다시 방문했다. 마을은 대낮이었는데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도적떼가 이리저리 마을을 들 쑤시고 다녔지만 말리는 사람 하나 없었 다. 근처 역참을 찾아 마부에게 물었다.

"혹시 도성으로 서신을 전할수 있소?" 마부는 두손을 흔들며, 이 촌구석에서 도성까지 가는 자도 없을뿐더러 서신을 전할만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답답해진 문덕은 체념한채로 어젯밤에 일을 고려하여 다시한번 물었다.

"난약사를 아시오?" 마부는 난약사라는 이름만으로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벌벌 떨었다. 귀신과 요괴가 나오는 오래된 절이라고, 그 마을에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난약사에는 불 심과 공력이 강한 스님이 이끄는 절이었는데, 세상이 혼란해지자 제자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늙은 노승만 사찰에 남아 절을 지켰다고 했다. 그것도 벌써 백년이 넘은 이야기이며, 그 노승이 취미삼아 접목하여 키운 버드나무가 노승이 죽자 불상을 집어삼키고 절을 집어삼켜 요괴가 되었다는 전설이었다.

밤에 숲길을 가다보면 갑자기 커다란 유곽이 나타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떨때 는 여자였고, 어떨때는 남자였고 또 어떨때는 그 둘이 아닐때도 있다고 했다. 마 치 그 숲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은밀한 개인취향을 하나하나 알고 있다는 듯 이 산길을 가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그 정기를 취한다고 했다.

"사람을 해친단 말이오? 살아 돌아온 자는 없소?" 마부는 우물쭈물하더니 마을 우물근처에 문장을 팔아 먹고사는 서생이 다시 돌 아왔지만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문덕은 마부에게 고맙다고 얼마남지 않은 여비로 사례하고 그 문장가가 산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님이라고는 한명도 없는 거리에 현판만 덩그러니 걸어놓은 그가게의 문체는 꽤나 훌륭한 것이어서 문덕은 놀랐다. 안으로 들어가자 죽간과 비단에 쓰인 글 자들이 보였다. 서체는 아름다웠지만 그 내용이 여간 색스러워 문덕은 곧 읽는 것을 그만두었다.

손님이 들어왔는데도 기척이 없어 문덕은 가게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글 쟁이가 글을 쓰는 곳인것 같은 방안에 들어가자 그림들이 보았다. 글쟁이는 글 씨 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소질이 있는지 어제 보았던 낭자와 꽤나 비슷한 아름 다운 여자그림 이었다. "아름답지요, 은애합니다만 이제 다시는 만날수 없으니.." 조용한 목소리에 깜짝놀란 문덕은 뒤를 돌아보았다. 먹의 얼룩이 여기저기 묻 은 서생옷을 입은 남자가 그림을 몽롱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문덕은 남자에게 물었다.

"다시 만날수 없다니 어찌 그렇소?" 서생은 그 여자는 자기와 결혼을 약속한 근처마을의 낭자였는데, 도적떼가 마을 을 덥쳐 화를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문덕은 서생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 난약사에서 그 낭자를 다시 보지 않았소?" 난약사라는 이른에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서생이 주변을 살피며 말 했다.

"어찌 아시오? 그녀는 나를 구해준 대신에 목소리를 잃었다 들었소 다시 찾아가 면 그 다음에는 목소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의 양모가 그렇게 말했소." 서생은 한참을 마부에게서 들었던 전설얘기와 그 낭자에 대해 털어놓더니 훌쩍 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게를 나올 궁리를 하던 문덕에게 술이라도 대접하겠 다는 서생을 겨우 거절하자 날은 벌써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난약사로 돌아오는 길은 어두웠다. 산세로 접어들자 나무들 사이로 비치 는 달빛이 잎사귀에 가려져 길이 더 어두웠다. 문덕은 마을로 돌아가 하루를 머 물까 생각하였지만 남은 여비가 충분치 않아 무리해서 난약사로 향하는 중이었 다.

얼마나 걸었을까, 시끌벅적한 음악소리와 함께 불빛이 수풀사이에 아른거렸다.

기척을 숨기고 조심스레 다가가니, 낮에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 도적놈들이었 다. 그들은 유곽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서 하나하나 어여쁜 낭자들을 끼고는 히 히덕 거리고 있었다. 그 유곽은 꾀나 장사가 잘되는지, 슬쩍 보이는 안쪽에도 손 님이 많은것 같았다. 문덕은 낮에 마부가 말해주었던 그 요괴의 유곽이 바로 이 것이구나 싶었다. "나으리 잠시 쉬었다 가시어요." 어여쁜 낭자는 속살이 다 비치는 얇은 침의위에 겉옷하나만 걸쳤는지 살짝 살 짝 남자에게 속살을 비치며 유혹해왔다. 낭자들은 그 도둑들의 팔을 당겨 유곽 쪽으로 끌며 말했다. 유곽은 마치 대낮처럼 밝게 여기저기 불을 피워 놓았는데 그 색이 원래의 불꽃 색이 아닌 푸르스름한 색을 띄었다. 젖은 장작이 섞였는지 여기저기 희뿌연 연 기가 유곽의 분위기를 더욱 오묘하기 만들었다. 도둑들과 호객행위를 하며 실 랑이를 하는 낭자들 사이에 어제 보았던 그 사내가 멀뚱히 유곽문 옆에 서 있었 다. 도둑들중 한명이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며 사내를 안아왔다.

"자네도 이 유곽에서 밤을 팔고 있소?" 도둑의 말에 사내는 불편해보이는 듯했으나 손을 치우지 않고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저리 아리따운 낭자들을 두고 사내와 밤을 보내시려구요?" 도둑은 호탕하게 웃으며 사내의 몸에 바짝 밀착해오며 귓가에 속삭였다.

"도성에 가면 대궐집 대작들중에 남첩이 없는 자가 없다 들었소. 얼마나 좋으면 집에 들여 취하겠소?" 도둑의 손이 사내의 가슴팍에 살짝 벌어진 옷속으로 파고들자 사내는 부끄러운 듯 그의 손을 떼어내려 바르작댔다. 문덕은 괜히 기분이 나빠 시선을 다른 곳으 로 옮겨보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또 그 사내를 눈으로 쫒고 있었다. 옆에서 그 꼴을 보고 있던 낭자가 피식 웃으며 그 도둑에게 다가가 기대며 말했 다.

"그 목석같은 사내놈을 안아봐야 그게 무슨 재미에요?" 낭자는 도둑의 몸에 반쯤 기댄채로 귓가에 색스러운 것들을 속삭였다. 도둑은 그 말에 동했는지 사내의 품속에 넣었던 손을 거두고 그녀의 허리를 잡아채며 웃었다. 덩그러니 남겨진 사내는 두사람이 유곽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멀뚱히 바라봤다.

도둑들은 이미 하나 둘 옆에 여인을 데리고 유곽안으로 들어갔다. 저 도둑들은 이 근처 사람은 아니었는지 첩첩산중에 동떨어져있는 유곽에 의심없이 들어갔 다. 위치도 그렇고, 안에 있는 저 많은 손님들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문덕은 생 각했다. 얼마 지나지않아 유곽 앞은 한산해졌고 호위로 보이는 자가나와 사내 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문덕은 인적이 드물어지고 난 다음에도 한동안 주 변의 동태를 살피며 있다가 난약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달이 차지않아 더 어두운 좁은 산길을 따라 108계단에 다 다랐다. 익숙 한 곳에 도착하니 긴장감이 풀어져서인지 문덕은 계단을 오르기전에 잠시 앉아 숨을 돌렸다. 그때 길 끝에 희미한 인영이 난약사쪽으로 오고 있었다. 피리를 불 러온 그 사내일것이었다. 조금 기다리자 그 사내도 문덕들 발견했다. 손에든 옥 적을 다시 소매품으로 넣고 문덕이 앉아 있는 계단 옆에 앉았다.

"아직도 여기 계십니까?" 문덕은 문득 그의 이름이 궁금했다.

"나는 즙요사의 법사 배문덕이오." 갑작스러운 소개에 사내는 말없이 반쯤차오른 달을 한동안 보다가 입을 열었 다.

"저는 공자경이라 합니다." 둘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공자경이라 스스로를 소개한 남자는 소매품에서 피 라를 꺼내어 불었다. 유곽과는 영 어울리지않는 구슬픈곡조였다. 어째서 그의 양모가 그의 피리소리를 싫어하는지 알것 같았다. 눈을감고 곡조를 감상하고 있던 문덕은 인기척을 느꼈다. 옆에 앉아 파리를 불고있는 공자경의 손을 잡아 소리를 죽이자,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덕은 공자경이 연적하를 만난면 좋은 일이 없을것 같아 공자경의 손목을 붙 잡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한 싸움에 휘말릴것 같으니 자리를 옮깁시다." 문덕은 근처 숲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길도 나있지 않은 숲속으로 조금 들 어가자 연적하와 어떤 무사가 대결을 하고 있었다.

"난약사에 머무른해가 몇해인데 아직도 모르시겠소?" 혼백들응 그저 나무귀신 이 부리는 또다른 희생량일 뿐이라은걸 알고 계시지 않소!" "그 결과가 어찌되었든, 죄의 경중을 따지기 전에 그들은 사람이 아니오!" "그들이 성불하게 돕는다면 다시 윤회의 굴레안에서 그들의 죄값을 치를것이 오. 그들을 돕는것 역시 공덕을 쌓는 일이란 말이오!" 연적하는 더이상 듣지 않겠다는듯 커다란 칼을 휘둘러댔다. 좀더 가까이 다가 가니 근처에 저번에 보았던 낭자가 공격을 받았는지 나무에 기대어 숨을 고르 고 있었다. 그녀를 본 공자경은 놀란듯 그녀를 불렀다. 그 소리에 연적하가 제빠 르게 문덕을 향해 공격했다.

"월지!" "오라버니!" 공자경은 나무 근처에 쓰러져있는 월지를 살갑게 부축했다. 그녀의 어깨를 붙 잡고 일으키자 고통에 얕은 신음이 월지의 입밖으로 새어나왔다.

연적하의 공격을 강신히 막아낸 문덕이 말했다.

"연법사님, 문덕입니다. 즙요사에 배문덕이요!" 연적하는 칼을 거두고 무사와 월지, 공자경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 삿된것들이 내가 말한 그 요괴들이오. 나를 도와 저들을 처단하고 공덕을 쌓 읍시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무사가 끼어들었다.

"나는 섬서에서 온 좌천호라하오. 누이의 유골을 찾아 곽북형까지 오게 되었소.

즙요사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있소, 어찌 이런 변방까지 나와계시오?" "임무수행후 복귀하는 도중 무리들과 헤어져 길을 잃었소. 하루 몸을 쉴곳을 찾 다 난약사로 오게되었고, 연법사님을 만나 나무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소." "그렇다면 알것아니오 이 혼백들 역시 그저 삿스러운 나무귀신의 피해자라는 것을 말이오!" 문덕은 누구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난처했다. 겨누누칼을 거두지 않는 연적하는 내버려둔다면 분명 앞에 있능 저들을 해할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좌 천호라 자신을 소개한 저 무사는 혼백도 요괴도 아니고 사람인것 같았다. 누구 하나 섣불리 움직이 못하는 고요한 긴장감속에 공자경이 입을열었다. "섬서에서 온 아이라면, 혼백도 찾을 수 없을겁니다." 그 말에 좌천호가 월지와 공자경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재차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그 아이의 이름은 좌천풍이고 죽었을때 열넷이었소 죽은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공자는 어찌 찾을 수 없다 말하시오? 옆에서 가늘게 숨을 몰아쉬던 월지가 대답했다.

"어머니는 너무 어리거나 쓸모없는 혼백의 정기는 취해 소멸시켜버릴때도 있 소. 너무 어리기도 했고, 숫기도 없어 사람을 유혹하는 일이 서툴고, 일을 배우 는 속도도 느려, 나무귀신에게 부려진지 몇주 되지도 않아 그리 갔소. 그녀의 유 골함은 나무귀신이 양분으로 모두 흡수하여 비어있을거요." 좌천호는 월지의 말에 그럴리 없다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헛헛한 웃음소리가 어느새 흐느낌이 되었고, 큰 소리로 통곡하기 시작했다. 문덕은 연적하의 칼이 쥐어진 손을 내리며 말했다.

"연법사님 일단 칼을 거두시고 저들의 이야기도 들어 봅시다. 일찍이 좌천호가 말한것이 사실이라면 저 사람, 혼백들도 원치않게 나무귀신에 묶여있는것이 아 닙니까? 나무귀신을 퇴치한 후에도 사람을 해친다면 그때 벌하여도 늦지 않습 니다." "저들 역시 나무귀신의 끄나풀, 언제 사람의 정기를 취할지 모를일 아니오! 저 사란은 차치하고 저 혼백들이라도 처치하여 공덕을 쌓아야겠소!" 앉아서 통곡하던 좌천호 역시 그들에게 검을 드리우며 말했다.

"그 어린것이 나무요괴에게 당하는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했소?!" "우리도 언제 나무귀신의 밥이 될지 모르는 바람앞의 촛불인데 누굴 돕는단 말 이오! 오라버니는 사람의 정기를 취하지 않아 스스로 점점 사라지고 있소! 나무 귀신이 오라버니를 연모하지 않았다면 오라버니도 오래전에 양분이되어 사라 졌을 거요!" 공자경은 슬픈표정으로 말을 마치자마자 힘겨운 기침을 뱉는 월지를 부축했다.

한동안 아무도 아무말 할 수 없었다. 산새들의 시끄러운 지저귐에 날이 밝아오는 것을 눈치챈 공자경이 말했다. "돕겠소." 그들에게 칼을 거두지 않은 연적하가 물었다. "무엇을 말이오?" 공자경은 담담히 결심한듯 월지 잠시두고 연적하의 칼끝에 섰다.

"어머니를, 나무요괴를 처단하는것을 돕겠소. 그러니 오늘은 나와 누이를 보내 주시오." 산끝이 어수룩하게 밝아지자 연적하는 칼을 거두었다. 그의 표정은 매우 혼란 스러워 보였다. 공자경은 예를 다해 연법사에게 인사하고 월지를 데리고 숲속 으로 사라졌다. 연적하, 좌천호 배문덕은 혼백이 사라진 쪽을 새벽의 푸른빛이 아침햇살로 바뀔때까지 말없이 바라봤다.

사찰에서 잠시 쉰 좌천호와 배문덕은 안뜰에 있는 묘지로 갔다. 좌천호의 여동 생은 이 북곽현으로 어린나이에 시닙을 왔다고 했다. 오는 길이 험에 병을 얻었 는데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는데 섬서까지 길이 멀어 몇해가 지나서야 그 소 식이 닿았다고 했다. 그는 흐느끼며 유골함에 적힌 글씨를 읽어 갔다. 문덕은 이 유골함중에 공자경과 월지의 유골함도 있을까 싶어 좌천호와함께 유골함을 뒤 졌다.

안뜰에서 찾지 못한 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법당안에 버드나무 가지 아래를 파보았다. 대낮이었으나 음침하게 드리운 가지들로 인해 어둡고 서늘했다. 얼 마 파지 않았는데 갖은 벌레와 지네가 들끓었다. 그 밑을 보니 깨진 유골함과 한 데 섞인 유골들이 보였다. 깨진 유골함중에 좌천호 동생의 이름도 있었다.

"지네는 독충이니 섣불리 손을 넣어 꺼냈다간 다칠거요." 문덕의 만류에도 좌천 호는 깨진 유골함을 꺼냈다. 그것을 품속에 간직해온 분홍색 고운비단에 싸고 는 가슴에 넣었다. 문덕은 혹시 독충에 물리지는 않았는지 걱정됬지만, 위로의 말 조차 건낼수 없었다. 좌천호는 흐느끼며 말했다.

"심성이 착하고 여린아이였으니, 사람을 해치는일을 할 수 없었을 거요. 혼백이 라도 남아있었으면 한번더 보고 싶었는데..." 좌천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문덕은 그를 위로하며 법당안을 가득채운 버드나무를 보았다. 버드나뭇잎이 가 지에서부터 아래로 늘어져 마치 장막같았다. 문덕은 아래로 축처진 가지를 당 겨 잎을 만져보았다.

"수양버들 같은데 물가도 없이 이렇게 크게 자란것이 과연 요사스러운 나무인 것 같소." 좌천호역시 문덕의 말에 동의하며 눈물을 닦았다. "사람이나 혼백의 정기를 취해서 자란 나무이니 보통의 수양버들보다 그 크기 가 큰것은 당연하지요. 뿌리근처에 저렇게 독충이 많은데도 가지 한군데 마르 거나 뿌리 한군데 썩은곳이 없소." 문덕은 밖으로 나와 버드나무 가지가 뻗어진 모양을 보았다. 안뜰에도 그 가지 가 있었지만, 법당처럼 완전하게 장악한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법당 2층에 올라가면 노승이 기거했다는 서고가 있소." 문덕은 법당안을 살펴 보고 있는 좌천호에게 말했다. 그는 문덕의 말을 듣고 다 부서져가는 계단을 올 라 2층으로 갔다.

전서로 쓰여진 오래된 죽간과 빗물에 색이 바란 종이책들이 여기저기 바닥에 널려있었다. 죽간에 쓰여진것은 오래된 법문이나 유명한 법서였고, 빗물에 훼 손이 심해 읽기 힘든 종이책들은 해서로 비교적 최근에 쓰여진 문서들이었다.

제일 바닥쪽에 그나마 번지지않아 읽을수 있는 글자들이 남아있는 쪽에는 노승 의 고민들이 드문드문 읽혔다. 어지러운 세상과 떠나가는 제자들에 대한 안타 까움이 쓰여있었다. 다 낡은 함 안에 버드나무가 멋드러지게 그려진 그림이 몇 점 나왔다. 몇번 젖었다 말랐는지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소식의 한시까지 멋드 러지게 쓰인 그림이었다. 문덕은 그중에 제일 상태가 좋은것을 골라 검집 옆에 걸었다. 기회가 되면 마을에 가서 혹시 노승에 대해 아는 자가 있는지 물어볼 참 이었다. 시장기를 느낀 문덕은 어제 마을에서 구해온 밀떡을 좌천호와 나누어 먹으며 마을로 향했다.

"나무귀신에 대해 아는것이 없으니 답답하오." 좌천호가 밀떡을 우물거리며 자 신의 물주머니를 문덕에게 권했다. 물주머니를 받아 목을 축인 문덕은 연적하 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불에 태워보려고도 하고, 가지를 베려고도 해봤지 만, 불을 붙이면 비가오고, 가지를 베려고하면 온갖곳에서 새가 날아와 방해한 다 들었소. 연법사님께서 이곳에 기거하신지 꽤 되신것 같은데, 아직까지 저 버 드나무가 꼿꼿이 버티고 서있는것을 보면 보통의 방법으로는 처치하기 힘든 것 같소." 문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좌천호는 연적하가 고집불통이라며 융통성이 없다 며 넋두리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그의 제자가 되어 공덕을 쌓는 법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연적하의 꽉막힌 사고방식때문에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문덕은 연적하는 아무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을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입밖으로 내지 는 않았다. 이야기의 주제는 좌천호의 여동생에서 어느새 어제 보았던 혼백으 로 넘어가 있었다. "월지라는 그 낭자는 부모의 빚에 유곽에 팔렸다 몹쓸병에 걸려 죽은 여인이라 했소. 그 오라비라는 자는 친 오라비는 아닌것이 도성의 어느 고관대작집 아들 이라더이다. 어쩌다 나무귀신의 손아귀에 들어갔는지는 모르나 나무귀신이 아 주 애지중지하는 혼백이라더이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나 다른 혼백들이 모두 그를 잘 따른다고 했소." 마을에 다다른 두사람은 주점에 들어가 허기를 달래고 난약사에 있었던 노승에 대해 여기저기 물어보았다. 하지만 이미 몇백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고, 쇠퇴된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도 몇 없어 큰 수확은 없었다. 두 사람은 요깃거리를 조금 챙기고 다시 난약사로 향했다.

"대체 무슨 수로 돕겠다는건지 알수가 없소, 일개 혼백이 도움을 주어봐야 얼마 나 도움이 되겠소?" 좌천호가 말했다.

"그래도 여태 우리가 알아낸것보다는 나무귀신에 대해 더 잘 알것같지 않소? 약 점이라던가 분명 퇴치할 방법을 알고 있을거요." 좌천호에게 어제 보았던 유곽에 대해 이야기하며, 오늘은 날이 어두워지기전에 그곳을 살펴보자고 했다.

어젯밤에 봤을때와는 사뭇 그 분위기가 달라 찾기 어려웠지만 난약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폐허가된 객잔이 있었다. 어제 아름다운 낭자들이 도둑들 을 유혹하던 그 곳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마당이 나왔다. 잡초가 여기저 기 자라고 있었다. 한때는 꽤 큰 객잔이었는지 건물안에 마구간도 있었다. 하지 만 남아있는 세간살이가 별로 없었다. 부서진 의자와 탁자가 바닥을 뒹굴고 있 었다. 윗층 누각에 올라가보니 난약사를 뚫고 자란 버드나무의 꼭지가 보였다.

이 자리는 분명 나무귀신이 선택한 자리일것이다.뒷뜰은 한때 정원이었는지 연 못위에 작은 정자가 보였지만 수풀이 우거져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작 은 관목은 여기저기 보였지만 객잔의 높이를 넘는 나무는 없었다. 당장 담장을 넘어온 근처의 나무들의 키가 높아 객잔을 찾는디 어려움을 격었던지라 의아했다.

한참을 객잔안을 휘젖고 다니던 두사람은 인기척에 밖으로 나갔다. 연적하가 바닥에 부적을 그리고 있었다. 문덕은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며 그에게 다가갔 다. "법사님! 찾고 있었습니다." 연적하는 문덕과 좌천호를 무시하고는 계속해서 바닥에 부적을 써내려갔다. 문 덕은 개의치 않고 오늘 좌천호와 찾아낸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검집옆에 걸 어두었던 버드나무그림을 그에게 보여주며 이야기하자 연적하가 그림을 뺏어 들며 말했다.

"이것은 어디서 찾았지?" 문덕은 법당에서 발견한 서고와 그가 읽었던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했다. 어떤 법문이 죽간에 쓰여있었고, 그 관련된 해석이 책으로 묶여져 있었다 말하자 연 적하는 왜 그동안 나무귀신에게 법문이 듣지 않았는지 이해한 눈치였다.

"이 그림 말고 다른 그림도 있었나?" "다른 그림들도 이것과 비슷한 것들이었습니다." 연적하는 유심히 그림을 뜯어보았다. 그리고는 저물어가는 해를 보고 두사람에 게 경고하듯 말했다.

"나무귀신을 처단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것뿐, 나는 사람이 아닌것의 도움을 받는 것을 믿지 않소. 하지만 그들도 나무귀신에게 묶여있는 혼백일 뿐이니 성불을 하고자 하는 것들은 도울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모두 처단할것이오. 산속 의 밤은 빨리 찾아오니 어서 난약사로 돌아가 계시오." 이번엔 좌천호가 입을 열었다.

"나도 법사님을 돕고 싶습니다. 법사님과 비교하면 보잘것 없는 공력이지만, 그 래도 상대는 매우 요사스러운 귀신이니 서로 돕는것이 어떻습니까?" 연적한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혼백들에게 홀려 정기를 빼앗기지 않으면 다행일거요. 방해나 될터이니 법당 에 버드나무나 잘 감시해주시오, 혹시 그 나무이 대해 다른 기록이 있는지 찾아 봐 준다면 더욱 좋소." 좌천호는 애물단지 취급당한것이 기분나빴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가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두사람은 객잔을 나 와 난약사로 향했다. 난약사에 다다랐을때, 이미 날은 어둡고 조금씩 차오르는 상현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구름이 없어서인지 만월이 아닌데도 밝았다. 오는길에 주웠던 뗄감으 로 작은 모닥불을 만든 문덕은 그림을 펼쳐보았다. 노승은 퍽이나 외로웠던 모 양이다. 만약 정말 그 혼자 이 사찰에 남아 생을 마감했다면, 그의 시신을 장사 지낸이는 누구일까 열반에 들어 생을 마감하셨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문덕의 머 릿속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