雁丘詞 元好問
안구사 원호문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를까?
천지간을 가로지르는 새야! 너희들은 지친 날개 위로 추위와 더위를 몇 번이나 겪었느냐!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속에 헤매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었는데,
님께서 말이나 하련만,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첩첩이 보이고 해가 지고 산에 눈 내리면, 외로운 그림자 누굴 찾아 날아갈까
분수의 물가를 가로 날아도 그때 피리와 북소리 적막하고 초나라엔 거친 연기 의구하다.
초혼가를 불러도 탄식을 금하지 못하겠고 산귀신도 비바람 속에 몰래 흐느낀다.
하늘도 질투하는지 더불어 믿지 못할 것을 꾀꼬리와 제비도 황토에 묻혔다.
천추만고에 어느 시인을 기다려 머물렀다가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 듯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올 것을.
금나라 시인 원호문(1190-1257)이 금 장종(章宗) 태화(泰和) 5년(1205)에 사(詞)의
형식으로 지은 시이다. 원호문이 이 시를 쓴 이유는 과거시험을 보러가는 길에 만난
사냥꾼이 해준 이야기 때문이다. 사냥꾼이 말했다. "제가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그물을 피해 도망쳐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러기는 도무지 멀리 가지 않고 그 주위를 배회하며 슬피 울다가 땅에 머리를 찧고
자살해버렸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원호문은 죽은 기러기 한 쌍을 사서
분수(汾水)가에 묻어 주고, 돌을 쌓아 표시를 하고는 그곳을 기러기의 무덤이란
뜻으로 '안구(雁丘)'라 하고 이를 기리는 시 '안구사'를 지었다고 한다.
주자서 정말 그지 꼴을 하고 있는데도 온객행한테는 예뻐보이나
보다..
김용의 신조협려 초반에 이막수가 이 시를 읊어서 유명하기도 하다. 신조협려
읽을때는 이런 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다시 떠올려보니 이막수의 악행의 근원이
연정이었고 그 끝이 허무한것을 생각해보면 참 잘어울리는 시이다.
산하령에서는 6화에서 주자서가 떠나려고 할때 온객행이 주자서를 잡으며 읊는다.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첩첩이 보이고 해가 지고 산에 눈 내리면, 외로운 그림자 누굴 찾아 날아갈까' 날 두고 어딜 가냐고 묻는 내용인데 만약 이때 온객행이 주자서가 누구인지 눈치채고 있었다면 어쩌면 사형에게 자길 두고 어딜 가냐고 묻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미 예전부터 온객행은 사형을 마음에 담아둔 것일까? 보통 기러기는 결혼을 약속하는 혼수로 가장 처음 신랑이 신부에게 보내는 것으로 연정을 뜻한다. 자길 두고 어딜 가냐는 뜻의 그 많은 시 중에 왜 하필 기러기 무덤이라는 제목의 시를 가져다 쓴걸까? 마치 나한테 오해하라고 온객행이 주자서에게 기러기를 건네며 청혼한건데 나만 모르는건 아닐까 막 오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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