蛇苺 第26

混水摸魚 | 26. 물을 휘저어 물고기를 잡는다.

적송자가 현악에 도착했을 때 패하가 그를 구름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패하를 발견한 적송자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강녕한가?”
패하는 적송자를 향해 소매를 들어 올리고 인사했다.
“영귀, 우사를 뵙습니다.”
적송자가 패하가 탄 구름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뭘 보고 있나?”
패하가 하늘의 구름을 보고 말했다.
“누군가 천존의 부름을 받고 승천한 듯합니다.”
적송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삼원에 들어서면 나오고 싶어 하는 치가 없으니 땅이 한가해졌군.”
패하가 적송자를 보고 말했다.
“우사께서 현무를 맡아 주셨으면….”
적송자가 손을 들어 패하를 멈추고 말했다.
“어허!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패하가 작게 웃으며 구름 아래 서원을 보고 말했다.
“제가 온 것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적송자도 아래를 내려 보며 말했다.
“현명은 정말 좀 모자란 것 같긴 해.”
패하가 소매를 들어 고개를 조아리고 말했다.
“제가 무능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적송자가 손을 내젓고 말했다.
“아니네, 아니야. 현무 자리를 하겠다는 포부가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 앞으로 잘 가르치면 되네. 시간은 많으니.”
패하가 적송자 앞에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패하. 스승님께 인사 올립니다.”
그리고 적송자를 향해 세 번 절했다. 패하 옆에 서 있던 가신 역시 적송자를 향해 조아렸다. 적송자가 뒷짐을 지고 서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아주 엄한 스승인데 말이야….”
패하가 고개를 들어 적송자를 보고 말했다.
“제자,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적송자가 ‘허허허’ 웃으며 구름 아래로 뛰어내렸다.

적송자는 서원의 신당으로 들어가 소리쳤다.
“동왕공!”
신위에 걸려있는 현무가 그려진 편액에서 검은 안개가 나오더니 곧 현무의 궁궐인 주극성(周極城)으로 향하는 문이 나타났다. 적송자가 문 앞에 서서 동왕공을 부르자 곧 동왕공이 나와 적송자에게 인사했다.
“적송자! 제가 발의 아이를 잡아 두었으니 가서 보시지요.”
뒤에서 현무와 황룡이 나와 소매를 들어 인사했다. 적송자가 표정을 구기며 황룡을 보고 말했다.
“어찌 저 치가 여기 있소?”
적송자의 물음에 현무가 공손히 답했다.
“황룡께서도 적송자와 마찬가지로 발에게 원한이 있지요.”
적송자가 황룡을 보더니 말했다.
“어찌 황룡이라 하는가? 저게 어디를 봐서 황룡이란 말이야? 파사만도 못하군.”
적송자의 말에 황룡이 고개를 들어 적송자를 노려보았다. 현무가 신당을 나가는 장지문을 열고 말했다.
“적송자 일단 가서 발의 아이부터 보시지요.”
적송자가 ‘흥’하고 콧방귀를 끼자 동왕공이 그의 소매를 잡고 신당으로 향했다. 주극성에서 지주와 즉저가 나와 그들의 뒤를 따랐고 황룡은 마지못해 발걸음을 옮겼다.

주자서를 가둬 둔 건물 주변에 있는 시위들은 누군가 치웠는지 건물 근처가 한산했다. 현무가 다가가 건물에 쳐 놓은 진을 걷고 안으로 들어갔다. 적송자도 현무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현무는 건물 내부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당황했다. 설마 발의 아이가 죽어버린 것인가 싶어 객실을 뒤졌지만 아무도 없었다. 현무가 짜증을 내며 지주와 즉저를 불렀다. 지주가 다가와 말했다.
“대선, 화사가 발의 영력으로 승천하였으니 이제 그는 더 이상 쓸모가 없지 않습니까?”
현무가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발에게 원한이 남은 이들에게 화풀이 대상이 필요하지 않은가? 어서 가서 찾아오게!”
지주가 고개를 조아리고 방을 나갔다. 즉저가 현무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치는 태평호에 봉인된 흑망의 희첩입니다. 살려 두시면 분명히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현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 내가 고작 파사 따위의 일에 신경을 쓰란 말이냐!”
즉저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선, 그 파사는 수원대선께서 보살피고 있는 이가 아닙니까.”
현무가 즉저를 보고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소매를 들어 그를 물리고 말했다.
“그대가 알아서 하게.”
즉저가 고개를 조아리고 객실을 나갔다.

적송자는 실내를 둘러보다 평상에 가서 앉고 말했다.
“그래서 발은 어디 있나?”
현무가 다가가 소매를 모아 공수하고 말했다.
“그것이….”
산천대제가 적송자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말했다.
“봉인이 깨지면서 어쩌면 영혼이 타버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송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물었다.
“봉인이 깨졌으면 그 힘은 어디 갔나?”
동왕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현무를 보았다. 뒤따라 들어온 황룡이 장지문에 기대서 말했다.
“승천한 용이 취했겠지요.”
적송자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발이 허락하지 않으면 힘이 깃들지 않았을 텐데?”
동왕공이 적송자를 보고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 입니까? 봉인을 깨면 그 힘이 깃드는 것이 아닙니까?”
적송자가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모두가 서로를 죽여 힘을 취하려고 들지 않겠는가?”
동왕공이 표정을 구기고 일어나 현무에게 말했다.
“감히 나를….”
현무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제. 아닙니다. 황룡이 분명히….”
그리고 뒤로 돌아 황룡을 보았다. 황룡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그 세월 사시면서 수련도 안 하시고 뭘 한 것이오? 동왕공?”
산천대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황룡에게 손가락질하고 말했다.
“감히! 하늘에서 쫓겨난 주제에 나를 능멸하느냐!”
황룡이 몸을 바로 세우고 산천대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제가 동왕공을 어찌 못할 것 같아 그러십니까?”
산천대제가 주춤하며 현무를 보았다.

현무는 조금 지쳤다는 듯이 의자에 가서 앉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적송자가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어찌 구렁이의 말을 들으셨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황룡을 보았다. 황룡이 적송자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사께서 너무 오래 사셨지요.”
적송자가 웃으며 말했다.
“과연 수원이 한 말이 맞았군.”
그리고 황룡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였군. 뇌공이 한 말뜻을 이제야 알겠어.”
적송자의 몸 주변으로 구름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자 현무는 한숨을 쉬고 산천대제를 모시고 객실을 나갔다. 황룡이 적송자를 보고 말했다.
“우사께서 저를 예전의 황룡이라고 생각하신 다면 조금 서운합니다.”
적송자가 말했다.
“자네의 본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오랜만에 구경해 봐야겠어”
황룡이 몸 주변으로 검은 기운을 모으며 말했다.
“저도 땅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요.”

현무가 객실에서 나와 산천대제에게 말했다.
“대제께서는 일단 동해로 돌아가 계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산천대제가 객실 안을 보고 말했다.
“그럼 발의 영력은 어디 있나? 내 영력은 어디에 있느냔 말이야?”
현무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누군가 취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소란을 천존께서 아셨으니 당분간은 조용히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산천대제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내가 황룡과 내통한 것이 알려지면!”
현무가 산천대제를 달래며 말했다.
“대제께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사방신의 수장이 되면 황룡의 일은 묻으면 될 일입니다.”
산천대제가 어깨너머로 객실을 흘겨보며 말했다.
“감히 지선(地仙)도 못될 구렁이 주제에.”
현무가 지주를 찾으며 산천대제의 소매를 잡았다.
“제가 수장이 되면 감히 구렁이가 저에게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산천대제가 흐뭇하게 웃으며 현무를 보았다.
“그래.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현무뿐이지.”


패하는 저 멀리서 날아오는 주요를 발견하고 그를 멈추며 말했다.
“수원! 여기는 어쩐 일이오?”
주요가 패하를 붙잡고 말했다.
“우리 아상이… 아상의 진이….”
패하가 주요를 구름 위에 자리로 권하고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수원?”
주요가 구름 아래 서원이 시끄러운 것을 보고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패하?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저기에 아상이 있어요!”
패하가 주요를 달래며 물었다.
“아상?”
주요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아 고상을 찾았다.
“우리 아이. 아상 아상….”
주요는 주자서에게 줬던 비녀가 부러진 곳을 시작해서 서원의 기척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패하를 보고 물었다.
“발의 영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패하가 하늘을 보고 말했다.
“누군가 발의 영력을 얻어 승천한 듯합니다.”
주요가 고개를 돌려 패하를 보고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누군가 영력을 취했다구요?”
패하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누군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주요가 서원으로 가려고 하자 패하가 주요를 막으며 말했다.
“수원. 저곳에 후토가 있습니다.”
주요는 금방 울상이 되어 패하에게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내려 놓기 위해 왔으니까요.”
패하가 고개를 끄덕이고 주요를 놓아주었다. 주요는 작게 한숨을 쉬고 서원으로 향했다.

지주가 날아와 패하 앞에 무릎 꿇고 조아리며 말했다.
“영귀 어르신.”
패하가 지주를 보고 말했다.
“발의 아이는 어찌 되었느냐?”
지주가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진을 쳐서 가둬 두었는데 도망간 듯합니다.”
패하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일개 사람일 뿐인데 재주도 좋구나.”
지주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지금 사람을 풀어 찾고 있습니다.”
패하가 서원을 내려보며 말했다.
“제자의 죄는 스승의 죄이니….”
패하는 현무가 산천대제를 배웅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말했다.
“지주. 가서 동왕공을 동해까지 배웅하도록 해라.”
지주가 고개를 조아리고 산천대제에게 향했다. 지주가 산천대제를 데리고 동해로 향한 것을 본 패하는 현무에게 향했다. 현무가 곧 패하의 기운을 읽고 고개를 들어 패하를 보고 표정을 구겼다. 패하가 웃으며 말했다.
“너는 배움이 많이 부족하구나.”
현무가 소매를 들어 패하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제자 현명. 스승님을 뵙습니다.”
패하가 현무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짚고 혀를 차며 말했다.
“현명… 현명.”


주자서는 서원 주변에 쓰러져 있던 사람들과 함께 쓰러져 있다가 의원에게 옮겨졌다. 그리고는 서원에서 고용한 사졸처럼 행동했다. 다행히 최근에 새로 고용한 사졸이 많았는지 머리에 관을 올린 서원의 시위 중에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위 대장이 방 안으로 들어와 주자서가 옷을 바꿔 입힌 사졸을 데리고 나갔다. 주자서는 눈치를 보고 있다가 슬그머니 일어나 방을 나왔다. 주변에서 순찰을 도는 다른 이들을 따라 순찰을 돌다가 그들이 쉬러 가는 것을 따라가 주방 근처에 있는 별실에 닿았다. 이제 막 서원 산문에서 번을 서고 돌아온 사람이 말했다.
“용이 승천하는 것을 그대들은 보았는가?”
그 사람의 말에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술렁이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주자서는 물을 얻어 마시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옆에 있는 사람이 관을 한 것을 보고 물었다.
“지주대인께서는 어디 계시오?”
시위가 주자서를 힐끔 보고 물었다.
“그건 왜 물으시오?”
주자서가 웃으며 말했다.
“지주대인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시위가 콧방귀를 끼고 말했다.
“대인께서 우리말을 들어주겠는가? 무슨 일인데 그러나?”
주자서가 몸을 붙여 시위의 귓가에 속삭였다.
“대인께서 데려온 그 사내가 적황색 뱀을 데려왔다 들었습니다.”
시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들었네. 그 사내는 행색이 좀 우습긴 했어.”
주자서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땅꾼이 말하기를 붉은 뱀일수록 정력에 좋다 하였습니다.”
시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주자서를 보고 말했다.
“자네도 참… 뱀이 맛이 있기는 하지.”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자서의 소매를 잡고 방을 나왔다. 시위가 물었다.
“탕으로 할 건가 구울 건가?”
주자서는 고민하다 답했다.
“탕으로 하기엔 번잡스러우니 구울까 합니다.”
시위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쩝. 맛있겠군. 지주대인께서는 사당 동쪽에 있는 별궁에 계시네. 가서 여쭙고 허락을 받으면 꼭 내게 말하게.”
주자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위는 품속에서 작은 나무패를 꺼내더니 말했다.
“누가 묻거든 이 패를 보여주고 서문(西門)에 가씨(賈氏)가 보냈다 하게.”
주자서는 공수를 하려다 얼른 포권하고 고개를 조아려 인사했다. 순찰을 돌면서 파악해 두었던 서원 내부를 잘 둘러보고 마주치는 시위나 사졸에게 포권하여 인사하고 사당으로 향했다. 주자서가 별궁에 도착했을 때 주자서가 갇혀 있던 객실 쪽이 시끄러워졌다. 별궁의 호위를 하고 있던 시위들도 서둘러 사당으로 향했다. 주자서는 마음이 급해 별궁 안으로 들어가 고상을 찾기 시작했다. 시위와 사졸이 모두 빠져나간 별궁은 횃불도 밝히지 않아 어두웠다. 주자서는 은은하게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외실로 들어갔다. 작은 목소리로 고상을 불렀지만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주자서는 외실 탁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다 내원을 지나 내실로 향했다. 내실은 불도 밝히지 않아 더욱 어두웠다. 주자서는 주변을 살펴보며 작은 소리로 고상을 부르며 별궁의 내실을 살펴보았다.


온객행이 두루마리를 열어보려고 하자 금모원군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품을 하더니 손짓했다. 그러자 중궁의 천장에서 구름이 쏟아져 내리더니 반도원으로 향하는 길이 나타났다. 금모원군이 말했다.
“가는 길에 읽게.”
온객행이 소매를 들어 금모원군에게 인사하고 구름 위로 올라갔다. 온객행이 반도원에 발을 들여놓자 구름길은 곧 사라지고 온객행은 복숭아나무 숲에 홀로 서 있었다. 온객행은 주변을 둘러보고 손에 들린 두루마리를 열어 읽어보았다. 태평호의 수선(水仙) 견연(見衍). 누가 지은 이름인지는 모르지만 넓게 보라는 잔소리처럼 들려서 온객행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체로 하늘에서 온객행을 부르는 이름은 모두 온객행의 성에 차지 않았다. 온객행이 두루마리를 들어 보고 있을 때 기척이 나더니 누군가 다가와 말했다.
“흑망.”
온객행이 고개를 들어 다가온 이를 보았다.
“검영!”
검영이 온객행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또 누구의 꾀에 빠져 여기 있나?”

온객행이 주변을 둘러보고 검영에게 물었다.
“사형은 여기서 뭐 하고 계시오?”
검영이 온객행에게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건네며 말했다.
“오광군께서 나를 난처하게 만드시는군.”
온객행이 두루마리를 풀어 읽어보고 말했다.
“그래도 그대는 천존께 봉호를 받았군. 경연(景淵)이라니 나쁘지 않네.”
검영이 물었다.
“그대는 금모원군께 받았나 보군.”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이제 뭘 하면 되는 건가?”
검영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복숭아 숲을 구경 중이네.”
온객행이 웃으며 말했다.
“사형께서는 여전히 풍치(風致)가 있고 멋들어지시오.”
검영이 온객행의 손에 들려 있는 두루마리를 다시 들고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나도 반도원은 처음이라서 말이야.”
온객행이 검영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
“하늘로 가는 길이라 하던데 찾으셨소?”
검영이 온객행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둘은 느긋하게 복숭아나무 숲을 거닐다 쓰러져 있는 인영을 발견했다. 검영이 온객행의 소매를 잡고 인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흑망. 저게 무엇인가?”
온객행이 제철인데도 복숭아가 하나도 열리지 않은 나무를 올려다보다 검영이 가리킨 곳을 보고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군가 또 반도원에 계신 것 아니오?”

검영과 온객행이 쓰러져 있는 인영에 다가갔다. 노란색 장포를 입은 고상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온객행이 놀라 고상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상!”
온객행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고상을 품에 안고 흔들며 말했다.
“아상! 아상 정신 차려. 아상!”
고상은 표정을 구기더니 고개를 흔들고 온객행의 품에 고개를 기댔다. 검영이 온객행에게 물었다.
“아는 이인가?”
온객행이 고개를 들어 검영을 보고 말했다.
“이 아이가 나를 감시한다던 화사요.”
검영이 놀라며 말했다.
“화사라고?”
온객행이 고상의 손목을 들어 맥을 짚고는 놀라서 고상을 보았다. 고상은 한참 잠꼬대를 하는 것처럼 입을 오물거리다 부스스 눈을 떴다. 고상이 온객행을 발견하고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파사?”
온객행이 고상의 뺨을 쓸며 물었다.
“아상. 왜 여기 있어? 유서는?”
고상이 눈을 깜빡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유서! 우리 유서!”

온객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상의 팔을 붙잡아 일으키고 말했다.
“아상! 유서를 어디에 두고 여기에 있는 거야?”
고상은 두리번거리더니 복숭아나무를 보고 말했다.
“반도를 찾으면 되겠군.”
검영이 고상에게 소매를 들어 인사하며 말했다.
“저는 강주의 파사 검영입니다.”
고상이 검영을 발견하고 소매를 들어 인사하며 말했다.
“나는 황룡 하네.”
온객행이 고상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뭐?! 황룡?”
고상이 눈을 깜빡이더니 온객행을 보고 말했다.
“어… 응. 파사. 나 천존을 뵈었어. 나를 오룡의 수장으로 봉하시겠데.”
검영이 고상에게 물었다.
“반도를 찾으면 된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고상이 검영을 보고 말했다.
“천존께서 반도원의 반도를 허락하셨으니 각자의 복숭아를 찾으면 영지(領地)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온객행이 고상의 얼굴을 보고 표정을 구기자 고상이 손을 들어 이마를 만지며 말했다.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걸까?”
온객행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주요가 아니라 네가 귀한 자리에 갔네.”
고상이 온객행을 보고 말했다.
“뭐?”
온객행이 고상을 보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검영은 고개를 들어 복숭아나무를 보더니 말했다.
“내 복숭아는 찾은 듯하네.”
그리고 숲으로 들어가더니 복숭아를 들고나왔다. 그러자 그의 뒤쪽으로 구름길이 나타났다. 검영이 복숭아를 들고 온객행과 고상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나는 이만 가보겠네. 또 보세.”
검영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상도 온객행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파사. 나도 찾은 것 같은데….”
온객행이 고상을 보고 물었다.
“유서는? 유서는 어쩌고 너 혼자 여기 있어?”
고상이 입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기린이 계시는데 설마 그럴 줄은 몰랐지. 얼른 돌아가서 유서를 구해줘야 해.”
온객행이 고상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물었다.
“유서를 구하다니? 유서는 요대의 동궁에 있는 것이 아니야?”
고상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즉저가 우릴 하수가 있는 어딘가로 데려갔어.”
온객행이 말했다.
“금정?”
고상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돌아가면 망충 그 놈부터 혼내 줘야지.”

온객행이 고상에게 물었다.
“망충이라니? 지주가 왜?”
고상이 온객행의 손을 뿌리치고 말했다.
“암튼 어서 가서 유서를 구해줘야 해.”
그러더니 복숭아나무 위로 훌쩍 올라 복숭아를 땄다. 그러자 고상 뒤쪽으로도 구름길이 열렸다. 고상이 온객행에게 말했다.
“반도가 허락되었지만 꼭 내가 먹어야 하는 건 아니야. 나는 이거 주요 줄 거야.”
온객행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자 고상이 혀를 차며 말했다.
“너는 우리 유서 줘야지!”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어서 돌아가. 유서를 구해줘.”
고상이 온객행을 보고 말했다.
“얼른 찾아서 와. 주요랑 유서랑 기다리고 있을게.”
온객행이 고상을 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상은 구름길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
“근데 오룡의 수장은 뭘 하는 거야?”
온객행은 고상의 혼잣말에 고개를 흔들고 웃다가 고개를 들어 복숭아나무를 보았다. 한참 거닐다 유독 빛이 나는 복숭아나무를 발견한 온객행은 그 곳에서 잘 익은 복숭아를 찾았다. 복숭아를 손에 쥐자 구름길이 나타났다. 온객행도 서둘러 구름길을 따라 나왔다.


주요는 적송자와 대치하고 있는 황룡을 보았다. 그가 기억하는 황룡과는 그 기운이 너무 달라서 주요는 황룡을 보고 흠칫 놀랐다. 적송자가 주요를 보고 말했다.
“원군께서 보냈는가?”
주요가 고개를 끄덕이고 적송자에게 소매를 들어 인사하고 말했다.
“우사. 황룡의 처분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적송자가 황룡을 힐끔 보고 말했다.
“수원. 저 치는 황룡이 아니네. 사람을 먹는 구렁이지.”
주요가 적송자의 말에 눈썹을 늘어뜨리고 울상을 만들어 말했다.
“천존께서 정하신 일이 있습니다.”
적송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황룡을 보고 말했다.
“네놈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너와 나의 은원은 오늘 여기서 끝이다. 너는 모두에게서 잊히는 것이 가장 잘 어울려.”
적송자의 말에 황룡이 소리쳤다.
“헛소리! 모두 나를 기억할 것이다. 사람들이 천하의 왕으로 모시는 것이 천존인 것 같으냐? 나는 그들에게 이미 신이다.”
적송자가 혀를 차고 말했다.
“왜들 그렇게 삼원으로 가면 속세의 일에 무관심해지는지 알 것도 같네.”
그리고는 방을 나갔다.

주요가 황룡을 마주 보고 말했다.
“후토대선.”
황룡이 주요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수원. 너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주요가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후토.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황룡이 평상에 가서 앉으며 말했다.
“수원. 나는 아직도 그대와 함께 중원을 다스리던 때를 잊지 못해. 그때 우리는 정말 행복했는데 말이야.”
황룡이 미소 지으며 주요를 보았다. 주요가 황룡에게 말했다.
“그대의 가신들은 모두 어디 있소?”
황룡의 얼굴이 굳어졌다. 주요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미공(羋公)은? 미공은 어찌 되셨습니까?”
황룡이 다시 웃는 얼굴을 만들어 물었다.
“천존께서 정하신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나를 땅에 버려 두셨으면서 어찌 나를 다시 찾으신다는 말이야?”
황룡은 소매를 털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천존께서 나를 다시 찾으셔서 하늘에 간다면, 수원. 그대가 나의 곁에 있었으면 하는데.”
주요가 황룡을 보고 울먹이며 다시 물었다.
“미공은 어찌 되셨습니까?”
황룡이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아닌가. 환생했겠지. 지금 그것이 중요한가?”
주요가 황룡을 보고 말했다.
“미공께서는 정녕 환생하실 수 있습니까?”
황룡이 주요에게 다가가 그가 입은 여인의 옷을 보고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수원. 그대는 어찌 아직도 과거에 살고 있는가?”
주요가 황룡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쩌면 원군께서 하신 부탁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그리고는 황룡을 공격했다.

그들의 싸움은 그 기세가 형형하여 사람이고 신선이고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날이 밝아서야 황룡의 기운이 조금 수그러들자 주요가 황룡의 목덜미를 쥐었다. 황룡은 검은 기운을 꺼내 주요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주요는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점점 주요의 눈이 금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본 황룡이 컥컥대며 말했다.
“감히 무지기… 무지기 따위가!”
주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주요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무지기라 부르는 것은 그대뿐이네. 후토.”
황룡의 사람 모습이 점점 녹아서 검고 비늘이 여기저기 떨어진 초라한 구렁이로 변했다. 주요가 황룡을 보고 말했다.
“사람을 먹었으니 죽지 못 하겠구나.”
패하가 주요에게 다가가 말했다.
“수원. 고정하세요. 황룡의 처분은 천존께서 하실 겁니다.”
적송자가 곁에 서서 말했다.
“축융과 전당군이 오고 있는 중이네.”


지주는 동왕공을 동해에 모셔다드린 뒤에 다시 현악으로 갔다가 주작과 적룡을 모시러 남쪽에 다녀오는 길이다. 밤새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날이 밝자마자 남쪽에 다녀온 지주는 별궁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아주 동네북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영귀 어르신 옆에 붙어 있는 게 나을 뻔했어.”
지주는 외실을 넘어 내실로 들어가며 입고 있던 장포를 벗고 침상으로 향했다. 그러다 내실 탁자에 고개를 괴고 있는 사졸을 발견했다. 지주는 조금 기가 막혀서 그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어찌 내실에 있느냐? 사졸이 어떻게 들어왔지?”
사졸이 고개를 들어 지주를 보았다. 지주가 사졸을 보고 말했다.
“어? 발의 아이?”
주자서가 지주를 보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상을, 화사를 어찌 하셨소!”
그리고 잘게 기침을 하며 허리춤에 있는 칼로 손을 가져갔다. 지주가 주자서를 보고 표정을 구기고 말했다.
“왜 여기 있소?”
서원의 시위가 기별하고 말했다.
“지주대인. 발의 아이가 사라졌습니다.”
지주가 주자서를 보고 눈을 깜빡이자 주자서는 밖을 한번 보더니 검집에서 칼을 빼 들었다. 지주가 피식 웃으며 몸에서 실을 풀어내기 시작하자 주자서는 칼을 자기 목에 가져다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죽으면 흑망과 주인께서 가만히 있지 않으실 거요.”
지주가 표정을 구기고 물었다.
“주인?”
주자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태평호의 주인 무지기가 나의 주인이시오.”
지주가 한숨을 쉬고 하늘을 보더니 말했다.
“이젠 사람까지 나를 동네북 취급이야.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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