蛇苺外傳 第5

敗戰 | 열세(劣勢)를 우세(優勢)로 바꾸다.

별궁을 지키는 여우와 삼족오는 남궁에서 별궁으로 이어져 있는 회랑과 동문으로 나가는 문에서 점호(點呼)를 하고 교대를 한 후에 한 시진마다 순찰을 돌았다. 문에서 회랑으로 회랑에서 문으로 잇는 길을 살피는 것인데 상원이 얼마 남지 않은 별궁에는 손님이 많아 별궁 근처는 항상 어수선했다. 지붕 위로 올라가 술을 마시는 이가 있는가 하면 별궁 내원에 있는 정각에서 금을 타거나 피리를 부는 이도 있었다. 그러면 그 소리를 듣고 신선들이 나와 정원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먹거나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신선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낮에는 날이 좋아 풍류를 즐기는 신선이 있었고, 밤에는 달이 좋아 풍류를 즐기는 신선이 있었다. 신선과 가신이 항상 많이 나와 있고 서로의 거처에 초대하기도 했기 때문에 보통 장지문을 활짝 열어 놓은 곳이 많았는데 별궁 서쪽에 있는 장서각을 급하게 정리하여 객실로 만든 별각에 장지문은 항상 닫혀 있었다. 마치 사람이 하는 것처럼 동트기 전에 일어나 남궁 외실로 향하여 정무를 보고, 해가 지면 돌아와서 자시가 넘으면 등롱을 끄고 잠을 잤다. 서쪽의 별각은 다른 곳보다 조용했기 때문에 그 곳에서 보초를 서는 것은 다른 곳에서 번을 서는 것보다 인기가 있었다.

운이 좋게 서쪽에 번을 서게 된 삼족오는 별각 근처를 배회하다 별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멀리서 들려오는 금소리를 듣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별을 가릴 정도는 아니라 삼족오는 별을 헤아리며 지금 해시쯤 되었겠구나 생각하며 고개를 괴었다. 다른 객실과 달리 혼자 동떨어져 있는 별각은 모두가 번을 서고 싶어 하는 거처였는데 듣기로는 주극성에서 요대를 돕기 위해 보낸 신선이라는 말도 있고, 이제 갓 등선한 새내기 수선이라는 말도 있고, 옥산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파사라는 말도 있었다.

삼족오는 누군가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의 기척을 읽은 삼족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흘마가 찬합을 들고 별각으로 오고 있었다. 삼족오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나흘마가 고개를 조아려 인사하고 말했다.
“봉황께서 수선께 대향초(大香焦)를 보내셨습니다.”
삼족오가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올라 장지문으로 가서 말했다.
“수선. 봉황께서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내부에서는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부딪히고 쓰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작은 대화 소리가 들렸다. 삼족오는 눈썹을 찌푸리고 다시 말했다.
“수선. 괜찮으십니까?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삼족오의 말에 전보다 다급한 대화가 오갔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수선의 목소리를 들은 삼족오는 눈을 굴리고 장지문 앞에 서 있는 나흘마를 보았다. 나흘마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으니 삼족오를 빤히 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일각 정도 지나서 수선이 조금 흐트러진 옷차림새로 문을 열고 나왔다.

삼족오가 포권하고 말했다.
“수선. 봉황께서 선물을 보내셨습니다.”
나흘마가 고개를 조아리고 말했다.
“남방에서 보낸 공물 중에 대향초가 남아서 봉황께서 수선께 가져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수선은 조금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찬합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아… 저희는 보통 해시에 잠자리에 드니 선물은 남궁에서 받아도 되겠습니까?”
나흘마가 고개를 조아리고 말했다.
“송구합니다.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나흘마는 계단을 폴짝 뛰어 내려갔다.

온객행은 장지문 앞에 서 있는 삼족오를 보고 물었다.
“어… 언제부터 여기 계셨습니까?”
삼족오가 온객행을 보고 말했다.
“술시에 교대했으니 한 시진쯤 있었습니다. 주변에 별일 없었습니다.”
온객행이 삼족오를 보고 물었다.
“어… 문 앞에 계셨습니까?”
삼족오가 눈썹을 찌푸리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오?”
삼족오가 별궁 근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근처에 있었습니다. 외원과 내원이 조금 시끄럽지만 이 주변은 조용하고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온객행이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
온객행은 찬합을 열어 안에 들어 있는 대향초를 보더니 두어개 떼어 삼족오에게 건넸다.
“그럼 고생하십시오.”
그리고 장지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향초를 받은 삼족오는 얼떨떨하여 손에 쥐어진 노란색 과일을 보았다.


장지문을 닫고 찬합을 들고 들어오는 온객행을 병풍 뒤에 서서 보고 있던 주자서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온객행이 찬합을 탁상 위에 놓고 털썩 앉으며 말했다.
“봉황께서 대향초를 보내셨어요.”
주자서는 병풍에 걸어 놓은 장포를 꿰어 입고 끈으로 허리를 고정한 뒤 탁상으로 가서 찬합을 열었다. 찬합 안에는 샛노란 과일이 들어 있었다. 주자서는 처음 보는 것이라 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온객행이 찬합 안에 있는 대향초를 꺼내 껍질을 깠다. 온객행이 하는 것을 보고 있던 주자서가 냄새를 맡고 말했다.
“과일입니까?”

온객행은 작게 자른 과육을 주자서의 입에 넣어주었다. 주자서는 온객행을 보고 입을 오물거리며 씹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온객행은 남은 대향초를 먹고 껍질을 탁상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밖에 번을 서는 시위가 있어요.”
주자서는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어디…? 어디에요?”
온객행이 팔을 휘두르며 말했다.
“여기 별각 근처를 호위하는 모양입니다.”
주자서가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들렸을까요?”
온객행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조용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 합니다.”
주자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다행입니다.”

온객행은 새빨개진 주자서를 한참 보고 있다가 자리를 옮겨 주자서의 옆에 앉아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계속합시다.”
주자서가 고개를 들어 장지문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온객행이 주자서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주자서의 앞섶에 손을 넣고 말했다.
“이제 아무도 안 와.”
주자서가 온객행의 손을 잡고 말했다.
“밖에서 번을 선다면 서요. 밤새 누가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온객행이 주자서의 턱을 잡아 자기를 보게 하고 윗입술을 핥고 살짝 물었다 놓고 말했다.
“조용히 하면 되지.”
주자서는 곤란한 얼굴을 하면서도 온객행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온객행은 주자서의 입술을 희롱하다 입술 근처에 나와 있는 혀를 희롱하고 빨았다. 주자서는 작게 콧소리를 내더니 온객행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한참 입술을 맞붙이고 있다가 온객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자서의 손을 잡고 침상으로 가며 말했다.
“아주 조용히 하면 됩니다. 천천히 하면 돼요.”


축시가 넘어서 별궁으로 양조가 급히 들어왔다. 별각의 번을 서고 있던 삼족오는 자시에 교대를 하여 이번에는 여우가 번을 서고 있었다. 별각 내부의 등롱도 모두 꺼진 상태라 안에 있는 손님들은 잠자리에 든 것 같았다. 희미하게 내원에서 들리는 피리 소리를 들으며 별각의 근처를 걷고 있던 여우는 양조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 여우는 양조를 발견하고 포권하여 인사했다. 양조는 여우의 인사를 고개를 끄덕여 받고 장지문으로 향했다.
“견연! 급하게 전할 말이 있네.”
그리고 장지문을 벌컥 열었다. 안쪽은 등롱을 밝히지 않아 아주 어두웠다. 양조가 등롱을 찾아 불을 밝히자 침상 근처에 옷가지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양조가 침상에 있는 병풍으로 다가가 말했다.
“견연! 급하게 전할 것이 있네!”
온객행은 잠을 자고 있다가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내의를 주워 입고 침상에서 나왔다.
“양조?”

양조가 온객행의 벗은 몸을 보고 놀라서 뒤돌아 탁상으로 가서 말했다.
“뭘 하고 있었기에 내의도 입지 않고 있나?”
온객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
“그러는 양조 께서는 어찌 기별도 없이 이렇게
“원군께서 돌아오셨네! 어서 중궁으로 가지.”
온객행은 자기가 옷을 다 입자 근처에 함에서 새 옷을 꺼내 침상으로 가서 주자서의 시중을 들었다. 양조는 온객행이 병풍 뒤에서 법석을 떠는 것을 보고 있다가 혀를 차며 말했다.
“남궁 회랑에서 기다리겠네. 사령께서는 이미 중궁에 계시니 서두르게.”
양조는 장지문도 닫지 않고 서둘러 회랑으로 향했다.

주자서는 시중을 들어주는 온객행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객행. 급한 일인 듯하니 어서 가보십시오. 저도 남궁에 있겠습니다. 주자서는 온객행을 면경 앞에 앉혀 놓고 머리를 올려주었다. 온객행은 의관(衣冠)을 살피고 중궁으로 향했다. 주자서는 입던 옷을 마저 입고 머리를 빗고 관을 했다. 병풍 위에 걸린 옷과 침상에 널려 있는 옷을 대충 정리하고 등롱을 들고 별각을 나왔다. 별원에서 나는 음악 소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하늘의 별을 헤아려보니 축시가 거의 끝나가고 이제 인시가 될 것 같다. 별궁을 나오자 남궁으로 향하는 회랑이 소란스러웠다. 정말로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남궁에 도착하자 요대의 일을 도왔던 신선 몇과 가신들이 모여 있었다.

주자서가 청구를 발견하고 다가가 소매를 들어 인사하고 물었다.
“청구. 무슨 일입니까?”
청구는 주변에 있는 시위에게 명령을 하느라 주자서에게 뭔가를 대답해줄 여유가 없었다. 청구가 주자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자서가 도착한 이후로도 신선의 가신 몇이 더 남궁으로 들어왔다. 청조가 모인 신선과 가신을 불러 놓고 말했다.
“원군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조금 이른 시각이긴 하지만 상원 제례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하겠습니다.”
주자서는 온객행과 함께 정리했던 제향품 목록이 적힌 죽간책을 찾아 들고 청조를 따라 중궁으로 향했다. 중궁의 동쪽에 있는 재실에서 주자서는 나흘마와 노괵 몇을 따라다니면서 목록에 적힌 물품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일을 했다.


급하게 중궁으로 향한 것치고 온객행은 중궁에 서서 다른 신선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입을 삐죽이고 있는 온객행을 발견한 응룡이 다가가서 말했다.
“견연. 일은 할 만 한가?”
온객행이 중궁 안으로 들어오는 현명을 보고 놀라서 응룡을 보고 물었다.
“현명대선께서 왜 여기 계십니까?”
응룡이 온객행 옆으로 가서 말했다.
“산천대제께서 여기 계시니 현명도 여기 와야지.”
온객행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산천대제께서는 왜 요대에 계십니까? 동해에서 벌을 받고 계신 것이 아닙니까?”
응룡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천존께서 부르셨다는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네. 소려께서 뭐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봉황이 온객행에게 다가가 물었다.
“견연. 내가 보낸 대향초는 받았는가?”
견연이 소매를 들어 인사하고 말했다.
“네… 저희 내외는 해시가 넘으면 잠자리에 드니 다음부터는 남궁에서 받겠습니다.”
봉황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그렇군. 그렇게 하게.”
온객행이 말했다.
“태평공께서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세요.”
응룡이 조금 질린다는 투로 말했다.
“그런가?”
봉황이 온객행을 보고 물었다.
“현리도 왔다고 하던데 만났나?”
온객행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요. 아직. 남궁에서 연주할 악사를 데려왔다고 들었습니다.”
응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아무래도 제례를 일찍 시작할 모양이야.”

금모원군이 내실에서 나와 용호좌에 앉았다. 그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은 산천대제는 전보다 조금 젊은 모습이다. 천궁에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금모원군과 산천대제 둘 다 표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신선이 모두 중궁으로 들어오고 난 이후에 금모원군 옆에 서 있던 대려와 소려가 천궁의 지시와 상원의 제례에 관련되어 결정된 사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례에 참가하는 신선과 그렇지 않은 신선을 나누고 그렇지 않은 신선에게 제례의 진행을 배분했다.

온객행은 현무 대리로 참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선들의 자리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제례가 끝난 후 음복례(飮福禮; 제사에 쓴 술이나 음식을 나누어 먹음)가 끝나면 제기(祭器)를 치우는 일도 맡았다. 온객행은 요대에서 시중을 드는 신선이 입는 녹색 옷으로 갈아입고 섬여가 건네준 제례의 순서가 적힌 죽간을 받았다. 온객행은 녹색 옷을 입은 다른 신선들과 중궁 덧문에 모여 죽간을 읽었다. 순서를 확인하고 초대된 신선의 배치를 확인하니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동이 트기 전까지 제례가 시작되지 않기 때문에 신선 몇은 기둥에 기대거나 난간에 걸터앉아 시간을 보냈다. 신선 하나가 동쪽 재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치가 흑망의 내자라는군.”
온객행은 놀라서 보고 있던 죽간에서 눈을 떼고 산선(山仙)을 보았다. 고개를 돌려 산선이 손가락질하고 있는 곳을 보니 주자서가 나흘마와 함께 커다란 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크기와 모양을 보니 제기가 들어 있는 함 같았다. 주자서 주변으로 여러 명의 나흘마와 노괵이 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중궁의 부엌은 동쪽 재실에 있으니 완성된 제사 음식을 제기에 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다. 산선 옆에 있던 지선(池仙)이 말했다.
“화사라던데...?”
산선이 웃으며 말했다.
“화사인데 사내라니.”
지선이 주자서를 보고 말했다.
“사내라도 저 정도면 나쁘진 않군.”
산선이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나쁘지 않다니?”
지선이 말했다.
“낭창낭창하니 사내면 어떠한가?”
온객행은 지선에 말에 웃고 있는 신선들을 쏘아보고 죽간을 내려놓았다. 계단을 내려가 주자서에게 다가갔다.

주자서가 온객행을 발견하고 웃으며 말했다.
“객행!”
나흘마와 노괵은 온객행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으로 향했다. 온객행이 주자서가 들고 있는 상자를 대신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주자서는 온객행의 팔을 잡고 말했다.
“제가 해도 됩니다. 객행은 바쁘지 않습니까?”
온객행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잠깐 쉬는 중이라 괜찮소. 이렇게 무거운 것을 어찌 들었소?”
주자서가 웃으며 말했다.
“무겁지 않습니다.”
온객행은 중궁에서 맡은 일에 대해 말했다. 주자서도 다른 가신들과 함께 무슨 일을 했는지 온객행에게 말했다.

온객행이 주방에 상자를 내려놓자 노괵이 주자서에게 목간을 가지고 왔다. 주자서는 소매에서 죽간을 꺼내 목간과 맞춰보고 노괵이 건넨 목간을 부러뜨렸다. 노괵은 부러진 목간을 치우고 고개를 조아리고 주방을 나갔다. 나흘마가 다가와 주자서에게 말했다.
“제기 목록을 확인하셨으면 제례가 끝날 때까지 쉬셔도 좋습니다. 제례가 끝나면 다시 확인 필요하니 사시와 오시 사이에 제기를 보관하는 재실 창고로 와주십시오.”
주자서는 소매를 들어 나흘마에게 인사했다. 나흘마도 주자서에게 인사하고 바쁘게 주방을 나갔다.

주자서는 온객행을 다시 중궁의 정전으로 데려다주며 말했다.
“객행은 그럼 제례 내내 중궁에 계십니까?”
온객행이 입을 앞으로 쭉 내밀고 말했다.
“응.”
주자서가 웃으며 온객행의 옷매무새를 정리해주고 말했다.
“녹색 옷도 잘 어울리십니다.”
온객행이 앞섶을 쓸고 말했다.
“그래? 유서는 녹색이 좋은가?”
주자서가 고개를 흔들고 온객행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객행이 입어서 좋습니다.”
온객행은 배시시 웃으며 주자서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밖에서 그러지 말라고 했으면서….”

온객행의 투정에 고개를 어깨에 기대며 주자서가 말했다.
“여기는 아무도 없지 않소.”
온객행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없기는.”
그리고 고개를 돌려 중궁의 정전으로 들어가는 덧문에 있는 신선들을 보았다. 그들은 온객행의 시선에 놀라서 모두 고개를 돌렸다. 주자서가 고개를 돌려 정전을 보고 말했다.
“다들 녹색 옷을 입으셨군요.”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고 주자서를 남궁 쪽으로 밀며 말했다.
“일단 우리가 일했던 집무실에 계세요. 평상에서라도 좀 주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자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객행은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온객행은 주자서를 마주 보고 말했다.
“나는 유서랑 같이 있으면 피곤하지 않은데 중궁에 있으려고 하니 너무 피곤합니다.”
주자서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
“객행. 그래도 상원 덕에 우리가 같이 있을 수 있었잖아요. 저는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온객행이 주자서를 끌어안고 말했다.
“유서가 이렇게 일을 잘하는지 몰랐어요.”

주자서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온객행을 마주 안고 말했다.
“제가 도울 수 있게 해주세요. 객행 혼자 모두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온객행은 주자서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말했다.
“응.”
주자서가 온객행을 놔주고 어깨를 쓸며 말했다.
“제례가 끝나면 남궁 연회 때는 같이 있을 수 있어요.”
온객행이 주자서를 보고 양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응. 중천이 되기 전에 제례가 끝날 테니 오시 전에만 중궁으로 오면 됩니다. 지금부터 자면 두 시진은 잘 수 있으니 어서 가세요.”
온객행은 말로는 어서 가라고 했으면서 주자서의 손을 쉽게 놓아주지 못했다.

중궁 입구에서 둘을 구경하던 신선은 정전에서 나온 섬여가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었다. 섬여가 남궁으로 향하는 회랑에 온객행을 발견하고 그를 불렀다.
“견연!”
온객행은 주자서를 놓아주고 다시 계단을 올라 중궁으로 향했다. 주자서는 온객행이 계단을 올라 섬여에게 지시를 받는 모습을 한참 보다가 온객행이 덧문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남궁으로 향했다.


주자서는 남궁에 도착해서도 별로 쉬지 못했다. 남궁의 연회 준비를 돕다 보니 벌써 사시가 훌쩍 넘었다. 주자서는 주안상을 정리하는 노괵에게 사정을 말하고 급하게 중궁으로 향했다. 주방에서는 제례가 끝났는지 녹색 옷을 입은 신선들이 중궁에서 제기를 들고나왔다. 섬여는 남은 음식을 찬합에 가지런히 담았고, 주자서는 나흘마와 노괵이 씻어 놓은 그릇을 천으로 잘 닦아 나무 상자안에 넣으며 제기를 확인했다. 그러다 온객행이 상을 들고 들어오면 주자서는 손을 멈추고 온객행을 향해 배시시 웃었다. 온객행은 저를 보고 웃는 주자서가 너무 좋았지만 같이 들어온 다른 신선이 주자서의 웃는 얼굴을 본다고 하니 화가 나서 조금 부루퉁하게 행동했다. 주자서는 아는지 모르는지 온객행이 상을 들고 들어 올 때마다 온객행에게 웃어 주었다. 온객행은 제사가 끝난 중궁 내부를 치우는 일을 도왔고 하늘에서 내려온 천관은 중궁의 정원을 지나 연회에 참가하기 남궁으로 향했다.

온객행은 중궁 내부가 정리되자마자 중궁의 재실로 갔다. 그곳에는 나흘마와 주자서가 남아서 제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나흘마가 말했다.
“모두 확인했습니다. 제향품 목록이 적힌 죽간은 남궁 외실에 두시면 제가 장서각에 반납하겠습니다.”
주자서가 소매를 들어 인사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온객행이 재실 각고의 문간에 서서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나흘마는 온객행을 보고 소매를 들어 인사하고 각고에서 나갔다. 주자서가 각고에서 나와 문을 닫고 말했다.
“객행.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어서 남궁으로 가보세요. 천관께서 베푸시는 축복을 받아야지요.”

온객행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내 축복은 여기 있으니 남궁까지 갈 필요 없습니다.”
주자서는 온객행의 말에 ‘하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중궁을 정리하던 나흘마와 노괵이 그들이 있는 쪽을 보았다. 주자서는 얼른 입을 손으로 가리고 말했다.
“제가 객행의 축복입니까?”
온객행이 주자서의 허리를 끌어안고 말했다.
“응.”
주자서가 웃으며 온객행의 손을 잡고 남궁으로 이끌며 말했다.
“저를 위해 축복받고 오세요. 제가 빨리 영력을 쓸 수 있게 빌어주고 오세요.”
온객행이 주자서의 손을 잡고 중궁의 정원으로 이끌며 말했다.
“축복은 하늘로 올라가실 때 하니까 해가 질 때까지 우리 요대 정원을 구경하자.”
주자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순순히 정원으로 향했다.

요대의 하인들은 남궁의 연회 준비로 바빴고 신선과 신선의 가신들은 천관의 축복을 받기 위해 남궁에 있었기 때문에 중궁의 정원에는 회랑을 지키는 시위 몇만 있었다. 온객행은 주자서에게 부루퉁하게 군 것이 미안해서 말했다.
“유서는 내 눈에만 아름다운 게 아닌가 봐.”
온객행의 말에 눈썹을 찌푸린 주자서가 말했다.
“무슨 소리입니까? 중궁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온객행은 발걸음을 멈추고 주자서를 보고 말했다.
“유서, 웃는 모습은 나에게만 보여주세요.”
주자서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객행. 무슨 소리예요?”
온객행이 주자서를 끌어안고 말했다.
“중궁에서 일하던 신선들이 모두 유서가 웃는 모습을 봐 버렸어요.”
주자서가 온객행의 등을 쓸고 말했다.
“제가 웃는 것이 싫으셨습니까? 힘내라고 그런 건데….”
온객행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아니. 아니. 너무 좋았는데 남들이 보는 것이 싫었소. 질투 납니다. 모두 찾아내서 눈을 도려내 버리고 싶어요.”

주자서가 깜짝 놀라 온객행을 놓고 말했다.
“객행!”
온객행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물론 정말 그러고 싶긴 하지만….”
주자서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객행… 몸도 마음도 다 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더 드릴 것이 없는데….”
온객행이 다시 주자서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유서 나는v바보라서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요. 내가… 혹시 내가 잘못하고 있으면 바로 말해줘야 해요.”
주자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온객행의 등을 토닥였다.
“다 말씀드릴게요. 불안해 마세요. 객행 곁에 있겠습니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말했다.
“유서는 아무것도 못 했으면 좋겠어요. 나에게 전부 의지해줬으면 좋겠어요.”
주자서가 웃으며 말했다.
“저도 객행이 아무것도 못 했으면 좋겠어요. 제게 전부 의지해줬으면 좋겠어요.”
온객행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유서가 나를 책임져 줄 거에요?”
주자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럼요.”
주자서가 온객행을 놓아주고 얼굴을 잡아 입을 맞추고 말했다.
“불안증도 병이니 아프지 마소서.”
온객행이 얼굴을 붙이고 말했다.
“유서 나는 더 아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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