蛇苺外傳 第3

勝戰 |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조건.

온객행이 선물로 가져온 초피 피풍의는 결국 주자서가 입게 되었다. 대신 주자서가 입고 있던 하얀 피풍의를 온객행이 입었다. 온객행은 갑판에 서서 계낭이 덧문을 옮기는 것을 보았다. 몇몇은 원래 백택에 살던 이들이고 몇몇은 태평호 근처에 있는 산에서 겨우 모습만 갖췄던 계낭이다. 말을 가려 하고 옷도 입었고 영력도 그전보다 커졌다. 온객행은 무슨 짓을 했기에 계낭이 저런 모습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입추와 입하가 화로를 가지고 선창에 서서 말했다.
“수선. 화로를 가져왔습니다. 승선을 허락해 주십시오.”
온객행은 계낭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계낭은 온객행의 허락을 받고도 조금 머뭇거리며 갑판에 발을 올렸다.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부유각에 오르려고 했다가 물에 빠진 적이 있는 입하는 그 이후로 물을 조금 무서워하게 되었다. 입하와 입추가 내실로 들어가자 주자서가 밖으로 나왔다. 주자서는 온객행이 입은 피풍의의 족제비 털을 쓸며 말했다.
“구름 같습니다.”
온객행은 기분이 좋아져서 주자서의 허리를 안고 계낭이 가져다 놓은 덧문을 보고 말했다.
“덧문은 계낭에게 달라고 할까?”
주자서가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직 작아서 힘드니 제가 하겠습니다.”
온객행이 주자서에게 기대고 말했다.
“질투나.”
주자서는 온객행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입추와 입하가 방안에서 옷가지와 이불을 가지고 나오며 말했다.
“가을에 사용하시던 것은 빨아서 넣어 둘까요?”
주자서가 온객행의 품에서 나와 계낭의 짐을 들고 말했다.
“아… 제가 하겠습니다.”
입추가 주자서의 손에서 빨랫감을 빼앗아 들고 말했다.
“주인!”
입하가 주자서에게 말했다.
“주인께서 하시면 일이 더 많아지니 그냥 저희가 하게 두세요.”
온객행은 조금은 차가운 계낭의 태도에 놀랐다. 주자서가 쩔쩔매는 것을 보고 있던 온객행이 주자서에게 다가가 말했다.
“유서. 그런 일은 하인을 시키세요.”
주자서가 깜짝 놀라 손사래 치며 말했다.
“이들은 하인이 아닙니다.”
온객행은 주자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계낭을 보았다. 입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수선. 용서하세요. 저희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온객행은 주자서를 한참 보았다. 남의 시중을 어색해하는 것치고 스스로를 돌보는데 서툴다. 온객행이 기룡의 그림으로 부유각에 오기 전에 보았던 어수선한 내실이 떠올랐다.

온객행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유서. 이들은 그대를 모시는 부하 같은 거예요.”
주자서가 고개를 돌려 온객행을 보고 말했다.
“부하?”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상관을 모시는 부하 된 도리로 어찌 수장께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시는 것을 어찌 보고만 있겠습니까?”
주자서가 말했다.
“하지만….”
온객행이 계낭을 보고 말했다.
“앞으로는 주인이라 부르지 말고 태평공이라 부르도록 하게.”
계낭이 짐을 내려놓고 소매를 들어 공손히 인사했다.
“입추, 입하라 합니다.”
온객행은 계낭의 이름을 듣고 주자서를 힐끔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너희 둘은 내가 없을 때 부유각에 승선하는 것을 허락할 테니 태평공을 부족함 없이 모시도록 하라.”
입추와 입하가 무릎을 꿇고 온객행에게 고개를 조아려 절했다.
“망극합니다.”
주자서가 계낭을 일으키며 말했다.
“객행. 저는 수선의 부하이니 이들도 수선의 부하가 되는 겁니까?”
온객행이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유서가 왜 나의 부하입니까? 유서는 나의 부군이잖아요. 제가 유서의 예속(隸屬)이지요.”
계낭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자서에게 포권하고 말했다.
“태평공.”
주자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추와 입하를 보았다.


입추와 입하는 온객행과 주자서가 부유각에 덧문을 다는 동안 내실의 휘장을 걷고 내부를 청소했다. 동지가 지나서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덧문을 다 달고 새로운 휘장을 달고 나니 날이 어둑어둑했다. 금방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보살이 백택에서 나와 선창 근처에서 빨래를 하는 계낭에게 말했다.
“날이 저물었으니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해라. 빨래는 두고 가라. 내가 정리해서 재실에 가져다 놓으마.”
계낭은 고개를 조아려 보살에게 인사하고 백택으로 향했다. 보살이 부유각으로 가자 입추와 입하는 내실을 정리하고 있었고 주자서와 온객행은 누각 위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보살이 작게 코웃음 치고 말했다.
“수선. 저녁을 드시겠습니까?”
주자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보살을 보고 말했다.
“보살. 와서 차를 드세요. 수선께서 주극성에서 가져오셨습니다.”
입추와 입하가 보살에게 조아리며 말했다.
“빨래는 저희가 정리하겠습니다.”
보살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낭은 부유각에서 나온 빨래와 계낭이 두고 간 빨래 더미를 순식간에 정리해서 백택으로 향했다.

보살이 선창에 서서 누각을 올려보자 주자서가 계단을 내려와 말했다.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입니까? 스승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보살이 백택 쪽을 보고 말했다.
“해 질 녘에 나가셨는데 곧 돌아오실 겁니다.”
주자서가 보살의 소매를 잡아 끌어 누각으로 향하며 말했다.
“보살은 차를 좋아하시니 드셔보세요.”
보살은 처음으로 온객행의 허락 없이 부유각에 승선했다. 보살은 주자서를 보고 있다가 온객행을 보았다. 온객행은 찻잔을 더 꺼내 차를 따르며 말했다.
“미원께서 차를 좋아합니까? 몰랐습니다.”
보살은 온객행을 한참 보다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
“허락 없이 승선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온객행이 ‘하하하’ 웃으며 말했다.
“우리 유서를 보살펴주고 계시지 않습니까? 유서가 허락하면 언제든지 승선하실 수 있습니다.”
보살이 ‘흥’하고 코웃음 치자 온객행이 보살을 보고 말했다.
“유서가 허락하면 말입니다.”

주자서가 보살의 손에 찻잔을 쥐여주고 말했다.
“오늘 화로도 들였으니 탄만 잘 채워 놓으면 계속 부유각에서 지내도 괜찮겠지요?”
보살이 차로 입을 축이고 말했다.
“정월에는 정말 추울 텐데? 눈이 내린 적도 있어. 차라리 동면을 하는 건 어때?”
주자서가 온객행을 힐끔 보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동면하고 싶지 않아요.”
보살이 피식 웃으며 주자서의 턱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너는 이런 것만 확실히 대답하더라.”
주자서는 보살의 행동이 익숙한 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온객행은 두사람의 친밀한 모습이 당황스럽고 언짢고 못마땅했다. 온객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보살의 손을 떼 내고 말했다.
“보살. 그대는 상전이 누구인지 잊었는가?”
보살이 온객행을 물끄러미 보더니 말했다.
“저의 상전은 삼하궁에 수원대선이지요.”
온객행은 눈을 굴리며 주자서에게 바싹 붙어 앉고 말했다.
“유서는 수선의 부군이시니 그에 걸맞은….”

보살이 탁상에 고개를 괴고 말했다.
“온공자. 천교와 내가 수원 대선 밑에서 영력을 쌓는 다는 얘기 못 들었소?”
온객행이 주자서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말했다.
“들었소.”
보살이 주자서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이 모자란 것 때문에 등선도 미루고 여기 와있는데 뭐라구요?”
온객행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그럼 가서 등선하시오.”
주자서가 온객행의 팔을 뿌리치고 보살의 소매를 잡고 말했다.
“보살. 어디를 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저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데….”
보살은 말없이 주자서를 보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백택으로 향했다. 주자서는 깜짝 놀라 보살을 따라가며 말했다.
“보살. 보살이 이해하세요. 객행은 조금 괴팍한 데가 있잖아요.”
온객행이 주자서를 따라가다가 멈춰서 말했다.
“유서!”
주자서가 온객행을 보고 말했다.
“객행. 천교랑 보살께서 저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셨는지 아십니까? 두 분이 안 계셨다면 저는 입추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을 거에요.”
객행이 따라오지 않자 주자서는 보살의 소매를 놓고 온객행의 손을 잡고 백택으로 향하는 보살을 따라갔다.


백택의 정전 외실에 저녁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밥과 소박한 찬으로 제일 상석에 기룡의 자리가 있고 그 아래에는 구분 없이 앉아서 밥을 먹었다. 기룡은 담백한 채소 반찬을 좋아했고 주자서는 물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채소 반찬과 물고기는 항상 밥상에 올랐다. 계낭 몇이 기룡의 옆에 앉아서 기룡의 시중을 들며 밥을 먹었다. 기룡은 계낭이 귀여워서 그들의 밥그릇에 찬을 집어주며 ‘허허허’ 웃었다. 천교가 외실로 들어오는 보살을 발견하고 말했다.
“보보. 이리와.”
보살은 쪼르르 천교 옆으로 가서 밥을 먹었다. 보살을 따라잡은 주자서도 온객행을 데리고 외실로 들어왔다. 기룡께 소매를 들어 인사를 드리고 제일 아래에 있는 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멀뚱히 서 있는 온객행의 손을 잡아 옆에 앉히고 생선을 발라 온객행의 밥그릇에 올려주며 말했다.
“우리는 항상 이렇게 밥을 먹어요. 다복하니 좋지요?”
온객행은 주극성에 있으면서 이런 분위기에 낯설어진 것이 조금 억울해서 부루퉁한 표정으로 주자서가 골라주는 반찬을 먹었다. 주자서와 같은 상에 앉아 밥을 먹던 계낭이 주자서가 평소에 좋아하는 나물 반찬을 주자서 앞으로 밀어 놓고 배시시 웃었다. 주자서는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가며 오늘 있었던 일을 물었다.

조금 소란스러운 저녁을 마치고 계낭과 보살이 밥상을 치웠다. 기룡도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물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주자서는 밖에서 번을 서는 계낭에게 솜옷을 입혀서 내보냈다. 입추가 옆에서 불평을 했다.
“산정이라 안 춥다니까요.”
주자서가 입추에게 말했다.
“내가 춥습니다. 보고 있는 내가 추우니까 밖에 나가는 아이들이라도 입혀주세요.”
입추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커다란 주전자가 끓자 수다를 떨고 있던 계낭이 기룡이 있는 화로 주변으로 갔다. 기룡은 능숙하게 연잎을 넣고 차를 우려서 계낭에게 나누어 주었다.
“태평호의 연잎은 아주 맛이 좋구나. 벌써 여름이 기다려지는군”
찻잔을 받은 소설이 말했다.
“연근도 좋아요. 엉가는 연근을 좋아해요.”
기룡이 소설을 보고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우리 소설은 보살을 좋아하는구나.”
천교가 소설 옆에 앉아 기룡에게 찻잔을 받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 보보는 못 줘. 내거니까.”
소설이 천교에게 기대며 말했다.
“엉가도 좋아요.”
천교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엉가였구나.”
기룡이 풀이 죽은 온객행에게 찻잔을 건네고 말했다.
“태평호는 정말 좋은 곳이야.”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극성으로 안 갈래요.”
온객행의 투정에 기룡이 다시 ‘허허허’ 하고 웃었다.


보살은 부유각으로 돌아가는 주자서에게 탄이 들은 소쿠리를 건네고 말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태우지 말고 재는 버리지 말고 모아둬야 한다.”
주자서가 웃으며 말했다.
“그 정도는 알아요.”
보살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아는 거면 똑바로 해.”
주자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부유각으로 향했다. 온객행은 조금 떨어져서 계낭의 시중을 받다가 서둘러 주자서의 뒤를 따랐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손에 들린 소쿠리를 빼앗아 들고 말했다.
“유서를 태평호로 보내기를 잘한 것 같아.”
주자서가 온객행의 빈손을 잡고 말했다.
“여기에 객행만 있으면 완벽해요.”
온객행은 울적해져서 조금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극성은 너무 차가워. 다들 일만하고. 근데 정말 일이 끊이지 않아.”
주자서는 온객행이 안쓰러워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말했다.
“애쓰고 있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영력은 세월이 쌓아주는 것이라 저는 객행이 돌아올 때까지 쓸모가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온객행이 주자서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쓸모가 없긴. 너무 유용해서 탈이지.”
주자서가 온객행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말했다.
“익숙해지면 지금보다 여유가 생기겠죠.”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응. 하원 같은 연회를 매년 하다니 주극성에 있는 신선들은 다 미친 것 같아.”
주자서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 사람을 위한 일이니까 굽어살펴주세요. 수선.”
온객행이 웃으며 말했다.
“모든 일에는 균형이 중요하니까.”

부유각으로 돌아와 주자서는 화로에 불을 붙였다. 덧문을 달아 놓으니 확실히 휘장만 있었을 때와는 다르게 내실이 훈훈했다. 주자서가 등롱을 찾아 밝히는 사이 온객행은 누각 위에 있던 화로를 가져와 탄을 조금 더 넣었다. 내실의 장지문을 잘 고쳐 닫고 새로 걸어 놓은 휘장을 내렸다. 주자서가 다가와 온객행의 피풍의를 벗겼다. 주자서는 자기가 입은 피풍의도 벗어서 정리하려고 이리저리 씨름을 했다. 휘장을 다 내린 온객행이 다가가 주자서를 도왔다. 옷걸이에 나란히 장포를 걸어두고 침상 위로 올라갔다. 온객행은 주자서의 가슴을 베고 누웠다. 그전보다 조금 느려진 심장 소리가 주자서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온객행은 몸을 일으켜 주자서의 어깨와 팔을 만져보고 말했다.
“유서. 춥지 않아? 몸이 차가운데?”
주자서는 잠기운이 도는지 반쯤 감긴 눈을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온객행은 비단 이불을 더 끌어와 주자서에게 덮어주고 말했다.
“이러다가 또 뱀으로 변하겠어.”
주자서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차라리 겨울잠을 자는 것이 나을까요?”
온객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 옆에 있는 함에서 이불을 꺼내고 말했다.
“안돼. 유서는 많이 먹어 두지도 않았잖아. 이렇게 말라서.”
온객행이 주자서의 몸 위로 이불을 하나 더 덮고 주자서를 끌어안았다. 주자서가 웃으며 말했다.
“전에는 정말 한 끼 못 먹는 날도 많았는데….”
온객행은 숨소리가 일정해지는 주자서를 한참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주자서는 뱀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좀처럼 깨어나지 못했다. 온객행이 느끼기에도 날씨가 추워진 것이 느껴졌다. 온객행은 화로에 탄을 채워 침상 근처에 옮겨 두고 털가죽을 꺼냈다. 주자서는 털가죽이 무거웠는지 몸을 뒤척이더니 다시 잠이 들었다. 온객행은 장지문 근처에 있는 휘장을 걷었다. 밖에서는 희미하게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주전자에 물을 채워 끓이고 차를 내렸다. 부유각 밖에서 기척이 느껴지고 입하가 와서 인사를 했다.
“수선. 태평공. 기침하셨습니까?”
온객행은 장지문을 한쪽만 조심스럽게 열어 밖으로 나갔다.
“날이 추워서 일어나지 못하는데….”
입하가 찬합을 내밀고 말했다.
“노유께서 아침식사를 보내셨습니다.”
온객행이 웃으며 입하가 건넨 찬합을 받았다.
“고맙다고 전해드리게.”
입하가 소매를 들어 인사하고 말했다.
“기룡께서는 태호(太湖)에 가셔서 문안오지 않으셔도 된다고 태평공께 전해주십시오.”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고 내실로 들어갔다. 찬합 안에는 얕은 도자기 그릇 안에 연근과 견과류를 넣고 끓인 죽이 들어 있었다. 방금 끓였는지 그릇이 뜨거웠다. 온객행은 마음이 급해 침상으로 가서 주자서를 일으켰다.
“유서. 좀 먹고 자. 밥 먹자.”
주자서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불을 끌어 덮었다.

온객행이 옷걸이에서 장포를 내려 주자서에게 둘러주며 말했다.
“유서. 먹고 난 다음에 더 자.”
주자서는 온객행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온객행은 주자서의 팔을 들어 옷을 입히고 그를 데려다 탁상 앞에 앉혔다. 온객행은 죽을 후후 불어 식힌 후 겨우 앉아 있는 주자서에게 죽을 먹였다. 절반 정도 죽을 먹고 나자 정신이 돌아오는지 주자서가 온객행에게 말했다.
“객행. 저는 이제 괜찮으니 객행도 드세요.”
온객행이 죽그릇을 내려놓고 말했다.
“아직 섣달도 아닌데 정월에는 어쩌지요? 정월은 더 추운데….”
온객행의 걱정하는 기색에 주자서가 온객행이 내려놓은 죽그릇을 들어 온객행 입 앞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너무 추워지면 거처를 백택으로 옮길 게요.”
온객행은 주자서를 물끄러미 보다가 주자서가 떠먹여 주는 죽을 받아먹었다.
“맛있어.”
그리고 배시시 웃었다. 식사를 마치고 주자서가 먹은 그릇을 치웠다. 주자서가 찬합을 들고 피풍의도 걸치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온객행이 주자서를 붙잡고 말했다.
“유서. 안돼. 밖은 추워.”
온객행이 주자서의 손에 들린 찬합을 빼앗아 들고 말했다.
“내가 할게.”

주자서가 온객행의 소매를 잡고 말했다.
“객행. 객행은 손님인데 어찌…”
온객행이 눈썹을 늘어뜨리고 말했다.
“내가 유서에게 손님이야?”
주자서가 웃으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그래도….”
온객행이 찬합을 장지문 앞에 놓고 말했다.
“밖이 따뜻해지면 같이 백택으로 갑시다. 나는 오늘 유시에는 주극성으로 돌아 가야 해요.”
주자서가 눈썹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벌써….”
온객행이 주자서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래도 밤에는 만날 수 있으니까.”
주자서가 웃으며 말했다.
“객행은 뭘 하고 싶으세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다 해드리겠습니다.”
온객행은 주자서를 빤히 보다가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 아직… 아직은 아니야.”
주자서가 온객행의 뺨에 손등을 대보고 말했다.
“객행? 열이 오르십니까? 아프세요?”
온객행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는… 나는 괜찮소.”
주자서가 팔을 둘러 온객행을 끌어안고 말했다.
“객행. 미안합니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허리를 안고 말했다.
“유서가 왜 미안해. 내가 미안하지.”
주자서가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투정 부려서 정말 미안해요. 나는 여기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데 객행 혼자 주극성에서 애쓰고 있는 것 압니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나는 너무 좋았어. 유서가 나에게 투정 부려줘서 너무 좋았어.”
주자서가 웃으며 말했다.
“저까지 앙탈하면 어떡합니까.”
온객행이 주자서를 평상에 앉히고 말했다.
“유서. 앙탈은 나에게만 해.”
주자서는 피식 웃고 말했다.
“제가 또 누구에게 앙탈하겠습니까?”
온객행이 웃으며 말했다.
“응. 나에게만 해.”
주자서도 온객행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객행도 힘들면 말해주세요.”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온객행은 주자서의 뺨과 목덜미를 만지고 말했다.
“또 차가워졌어. 실내에서도 옷을 입고 있자”
그리고 피풍의를 둘러 주었다. 주자서가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섣달과 정월에는 더 춥다고 합니다. 정말 동면을 하는 것이….”
온객행이 고개를 흔들고 말했다.
“안돼. 유서는 동면을 준비하지 않았잖아. 무의식 상태에서 몸이 안 좋아지면 오히려 위험해.”
주자서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뺨을 잡고 말했다.
“유서 내 눈을 봐.”
온객행의 눈은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주자서는 온객행의 눈을 한참 보고 있다가 갑자기 깨어난 사람처럼 숨을 들이켰다.
“헉!”
온객행이 주자서를 끌어안고 말했다.
“영력이 늘기는 했네.”
주자서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 이것은…?”
요대에 갔을 때 금모원군이 주자서의 머릿속을 헤집어 놨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헤집어 놨다고 하기보다 쓰다듬은 것 같은 느낌이다. 온객행이 주자서를 놔주고 말했다.
“놀랐지? 미안해. 영력이 얼마나 늘었나 보려고.”
주자서가 고개를 흔들고 물었다.
“늘었습니까?”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늘어나기는 했는데… 쓰려면 시간이 필요해.”
주자서가 물었다.
“지금 있는 것은 쓸 수 없나요?”
온객행이 웃으며 말했다.
“쓸 수 있기는 한데 금방 없어져 버릴 거야.”
주자서가 아쉬워하며 말했다.
“잠드는 것과는 조금 달라요. 갑자기 멈춘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온객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로를 평상 근처로 가져왔다.
“그래. 그래서 동면은 위험해. 언제 어디가 멈출지는 모르니까.”
주자서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이제 겨울에는 항상 이렇겠지요?”
온객행이 주자서의 손을 잡고 말했다.
“걱정 마. 유서의 일은 나의 일이니까.”
주자서가 온객행을 보고 웃으며 몸을 기댔다.

온객행은 주자서의 어깨에 팔을 둘러 그를 가깝게 끌어당겼다.
“나는 이제 뱀이 아닌가 보오. 예전만큼 안 힘들어.”
주자서가 물었다.
“객행은 동면하셨습니까?”
온객행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주 예전에 아직 사람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을 때는 매년 했던 것 같소. 물소를 세 마리 정도 먹으면 두 달은 잘 수 있으니까.”
주자서가 놀라며 말했다.
“물소를 세 마리나…?”
온객행이 웃으며 말했다.
“화사는 작으니까 아마 사슴 한 마리면 충분합니다.”
주자서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한 마리를 한꺼번에 어떻게 먹습니까?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질립니다.”
온객행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유서는 동면하면 안 돼요. 동면하고 싶으면 사슴 한 마리 정도는 드셔야 됩니다.”
주자서가 고개를 돌려 온객행을 빤히 보았다. 온객행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자 주자서가 웃으며 말했다.
“동면하면 잠자는 동안 객행을 못 만나잖아요. 그건 싫습니다.”
온객행은 주자서의 말에 가슴이 울렁거려서 한동안 입만 벙긋거렸다.

온객행은 눈을 꼭 감고 주자서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유서가 잠들면 내가 몹쓸 짓을 할 것 같아서 두려워요.”
주자서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몹쓸 짓?”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러니 동면하면 안 됩니다. 유서가 잠들면 아주 많이 몹쓸 짓을 할 거예요.”
주자서가 온객행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잠도 안자고 밥도 안 먹어도 됩니까?”
온객행이 눈을 뜨고 주자서의 목덜미를 핥고 빨았다. 주자서는 낮게 웃더니 말했다.
“잠자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너무 아깝소.”
온객행이 입을 떼고 말했다.
“그 시간 동안 뭘 하시게요?”
주자서는 한참 뜸을 들이다 말했다.
“객행이랑 같이 있고 싶어.”
온객행은 고개를 들어 주자서를 보았다. 주자서는 온객행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객행. 은애(恩愛)하오.”

온객행은 몇 번이나 봤던 올곧은 주자서의 시선이 좋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방금 온객행에게 사랑을 고백한 입술을 손끝으로 쓸었다. 입을 맞추고 입술을 핥았다. 맛있다는 표현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다. 온객행은 주자서를 더 맛보기 위해 그의 입을 열고 입안에 있는 살덩이 찾았다. 이리저리 피하는 살덩이를 따라 입안을 휘젓다가 입술을 핥고 깨물었다. 주자서는 온객행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온객행이 하는 것처럼 해보려고 온객행과 입술을 맞댔다. 온객행의 손이 주자서의 어깨를 지나 등을 타고 내려갔다. 주자서는 처음 느껴보는 자극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온객행은 차오르는 마음이 버거워서 숨을 쉴 수 없었다. 입을 떼고 숨을 몰아쉬며 주자서와 이마를 맞댔다. 온객행은 조금 웃음이 나왔다. 주자서가 온객행을 따라 웃으며 말했다.
“객행.”
온객행이 답했다.
“응. 유서.”
주자서가 온객행에게 몸을 가깝게 붙이며 말했다.
“객행이라면 몹쓸 짓을 해도 좋아.”
온객행은 주자서의 말에 작게 탄식하며 다시 얼굴을 붙여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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