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해가 다 지도록, 밖에서 놀던 위즐리가 아이들은 몰리가 저녁준비를 끝내자 마자 내는 커다란 소리에 이끌려 하나 둘 집안으로 들어 왔다. 끝까지 빗자루를 타지 못했다고 분해 하며 투정하는 론이 의자에 앉자, 아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앞쪽에 있는 스콘을 하나 접시 앞으로 가져와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곧, 다른 가족들도 동참했다. 몰리의 갓 끓은 스튜접시가 하나 둘 식탁위로 날아왔고, 몰리도 곧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몰리를 본 아서가 고개를 돌려 몰리의 뺨에 키스하며 말했다.
“밖이 점점 쌀쌀해 지는데, 날도 짧아지고.”
“곧 겨울이 올 테니까요.”
몰리는 부드럽게 웃으며 아서의 뺨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 퍼시 옆에 앉아 있던 론이 말을 꺼냈다. “엄마. 저녁 먹고 잠깐만 빗자루 타면 안돼요?” 론의 질문에 창 밖을 보던 몰리는 해가 뉘엿뉘엿 지며 온통 주홍 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았다. 식사가 끝날 때 즈음이면, 분명히 어두워져 있을 것이다. 다시 시선을 론에게 옮겨 미안함이 담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하려는 순간 아서가 힘차게 말했다.
“그래, 아빠랑 함께 날자꾸나.”
아서의 목소리에 얼굴에 있던 미안함이 씻긴 몰리는 론을 향해 크게 미소 지으며 프레드와 조지 옆에 앉으면서 론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조지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몰리의 옆 자리로 옮겨 앉았다. 쌍둥이는 몰리의 양팔에 매달려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론을 향해 만족한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론이 먹다 남은 스콘 조각을 조금 떼어 쌍둥이에게 던졌다. 몰리는 론에게 입술을 살짝 물으며, 표정을 굳혔다. 론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쌍둥이들을 노려봤다. 하지만 쌍둥이들은 자신들이 밖에서 뭘 하고 놀았는지 몰리에게 설명해주기 바빴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몰리의 설거지와 쌍둥이의 모험을 듣던 아서와 론은 곧 밖으로 나왔다. 보라색 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빗자루를 들고 서 있었다. 아서는 빗자루를 타는 것이 오랜만이었다. 항상 플루네트워크를 사용 하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인지, 약간 흥분 되었다. 몸을 낮춰 론에게 눈을 맞추고 아서가 말했다.
“저녁에 비행하는건 위험해. 아빠가 지금 같이 있기 때문에 이 시간에 나오는 거야. 절대로 혼자서 이 시간에 밖에 나오면 안돼! 알지?”
아서의 꾸민듯한 근엄한 목소리에 입 꼬리가 올라간 론이 웃음을 숨기는데 실패하고 아빠의 품에 안기며 웃었다. 아서는 론을 한번 꼭 안아 준 다음에, 머리를 헤치고는 일어섰다. 빗자루에 올라타며 힘차게 땅을 내 딛었다. 론 역시 뒤따라 빗자루 위에 올라탔다.
겨울이 다가 와서 인지, 해가 지자 공기가 습하고 찬 공기가 아서의 뺨을 갈랐다. 자기도 모르게 비행을 즐긴 아서는 론이 생각나서 뒤를 보았다. 아직 서툴지만 아서 뒤를 잘 따라 오고 있었다. 보라색이던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별들이 그 모습을 선명히 할 때, 두 사람은 다시 집안으로 들어 왔다.
론의 두 뺨이 찬 공기에 스쳐 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아서는 차가워진 론의 두 뺨을 감싸 쥐며 론을 집안으로 이끌었다. 지니와 퍼시는 이미 잠자리에 들었다. 몰리는 거실에 앉아 마루에 엎드려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쌍둥이를 보고 있었다. 빌과 찰리는 방에서 뭘 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론이 거실로 들어오는 걸 본 몰리가 론에게 손짓하며 어깨를 감싸며 옆에 앉혔다. 밤공기에 차가워진 론의 팔뚝을 두 손으로 문지르며 론의 정수리에 살짝 키스했다. 아서는 론이 몰리 옆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 문 옆에 세워 두었던 빗자루를 다시 창고 안으로 가져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곧 겨울이 올 것이다. 곧 추워질 것이다.
집안으로 다시 들어온 아서는 바닥에 몸을 뒹굴며 늘어져 있는 쌍둥이를 쳐다보고는 시계를 봤다. 9시 40분. 아서는 쌍둥이가 누워있는 바닥 바로 앞에 주저 앉으며 쌍둥이를 쳐다봤다. 아서의 도착에 늘어져 있던 조지가 그 동안 쓰고 있던 종이를 아서에게 보여주며 자신들이 개발한 주문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누워있던 프레드 역시 조지의 설명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곧 들고있던 양피지를 뺏어 들어 옆에 있던 깃펜으로 무언가 다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쌍둥이의 몰입한 모습에 웃던 아서의 시선이 소파에서 꼭 붙어 잠든 몰리와 론에게 갔다. 아서는 몰리의 무릎을 살짝 흔들어 깨웠다. 부스스 눈을 뜬 몰리는 조심스럽게 론을 두고 아서에게 손짓했다.
“자, 프레드,조지 너희도 어서 너희 방으로 올라가서 잘 준비 하렴.”
몰리의 목소리에 집중하던 양피지에서 고개를 돌린 쌍둥이가 투정하며 계단으로 올라갔다. 몰리는 올라가는 쌍둥이를 향해 일찍 자라고 소리치며 아서에게 론쪽을 가리키며 손짓했다. 아서는 조용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론을 안아 들었다. 노곤했는지 축 늘어져서 자는 론의 몸이 따뜻해져 있었다. 론의 방 문을 팔꿈치로 밀어 열고, 주황색 시트 위에 론을 올려 놓았다. 다 헤진 물려받은 신발을 벗기고, 한때 빌의 점퍼였던 점퍼를 조심스럽게 벗겼다. 잠옷으로 갈아 입히기엔 너무 깊게 잠이 든 것 같아, 그대로 시트를 젖혀 론을 밀어 넣었다. 곧 아이들의 이불을 더 두꺼운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몰리에게 말해야 한다는 걸 되 뇌이며, 론의 잠자리를 봐준 아서는 론의 이마에 살짝 키스 한 뒤 방문을 살짝 열어 둔 채로 몰리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빌, 찰리, 퍼시, 프레드, 조지, 론, 지니!!!!”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난 몰리는 큰소리로 계단 옆에 서서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곧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나 둘 식탁으로 모였다. 구워진 토스트를 식탁 위로 옮기며, 몰리는 마음 속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되 뇌이며 부스스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빌, 찰리, 퍼시, 프레드, 조지, 론…, 론?’ 거실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한번 식탁에 둘러 앉은 아이들을 둘러 봤다. 출근 준비를 마친 아서가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몰리는 아서의 뺨에 키스하며 거실을 지나 계단쪽을 올려 다 보았다.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론을 불렀다. 몰리는 계단을 올라가며 계속해서 론을 불렀지만, 론의 방 문 앞에 도착할 때 까지 식당에서 나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살짝 열린 방문을 낡은 경첩에서 나는 소리에 천천히 방문이 열리고, 주황색 침대 시트 위에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옆으로 누워 자는 론이 보였다. 몰리는 어제 저녁에 빗자루를 타고 논 것에 지쳐서 늦잠을 자는 거라고 생각하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아침 바람이 쌀쌀했다. 밤새 문을 열어 놓고 잤는지, 방안이 조금 찼다. 얼른 창문을 닫으며, 론의 침대에 앉은 몰리는 조용히 론의 이름을 불렀다.
“론?”
몰리의 목소리에 이불의 부스럭 소리와 함께 두 뺨이 빨갛게 상기된 론이 얼굴을 내밀었다. 몰리는 론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며 다시 한번 론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지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지 못한 론은 투정하듯 몰리에게 매달렸다. 몰리의 손바닥에 닿은 론의 이마는 뜨거웠다. 몰리는 매달리는 론을 천천히 끌어 당겨 안았다. 축 늘어진 론의 몸에 열이 있었다. 몰리의 옷을 움켜쥔 론의 손이 조금 헐거워 졌을 때, 몰리는 다시 론을 침대 위에 뉘였다. 이불을 꼼꼼하게 덮어주고, 찬장에 감기 포션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이제 날이 더 쌀쌀 해질 테니, 슬슬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론의 뺨을 한번 쓰다듬고서는 방을 나가기 위해 침대 위에서 일어났다. 론의 눈꺼풀이 부르르 떨리며 떠지더니, 몰리를 바라 보았다. 몰리는 고개를 숙여 론의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다.
“좀 더 자렴.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론의 이불을 한번 더 고쳐 덮어주며 천천히 몸을 식당쪽으로 향했다. 문을 닫기 바로 직전,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론이 누워 있는 곳을 보았다. 론은 몰리가 나가는 것을 계속 보고 있었다. 몰리는 미소 지어 보이며 살짝 열린 문을 그대로 두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쯤, 몰리는 마당에 빨래를 널고 있었다. 방에서 창문 밖을 지켜보고 있던 쌍둥이는 몰리가 마당에 빨래 바구니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마당으로 나가기 위해 쿵쾅거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거실을 지나 부엌쪽에 있는 뒷문으로 마당에 나가려고 하는데, 거실 소파 위에 론이 쓰러져 있었다. 조지는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프레드의 팔을 잡아 당기며 론에게 손짓했다. 론을 발견한 프레드는 조지를 바라보며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조지는 프레드를 향해 크게 웃어 보이며 내려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왔을 때보다는 조금 조용히 다시 방쪽으로 뛰어갔다. 프레드는 론을 일으켜 앉으며 주변에 있는 쿠션으로 론의 몸이 앉아 있을 수 있게 해 두었다. 론의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얼굴이 조금 부어 있었다. 론이 눈을 살짝 뜨며 프레드를 봤다. 프레드는 한번 크게 웃고는 론의 머리를 헝클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프레드가 막 소파에서 일어 났을 때, 조지가 손에 담요를 들고 내려오며 부엌을 향하는 프레드를 보았다. 조지는 론 옆에 풀썩 앉으며 이미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한번 헝클었다. 론은 조지에게 매달리기 위해 두 손을 뼜었지만, 조지는 담요로 론의 몸을 감싸며 안아 주었다. 조지의 어깨에 머리를 뉘인 론이 몇 번 기침하더니 조지를 밀어 냈다. 담요 안쪽으로 얼굴을 숨기며 방금 전보다 좀 더 심하게 기침을 해 댔다.
“기침도 해?”
프레드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조지의 눈에 프레드 손에 들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에 눈이 갔다. 테이블 위에 컵을 가지런히 올려 놓고 다시 소파에 앉은 프레드는 조지 품에 안겨있는 기침하는 론을 한번 보고는 조지와 프레드를 향해 팔을 내둘렀다. 조지의 어깨에 안착한 프레드의 숨이 간지러웠다. 기침이 멎은 론은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담요 밖으로 고개를 살짝 내놓고는 뒤쪽에 앉은 프레드를 팔꿈치로 밀어 냈다. 프레드는 꾸며낸 슬픈 표정으로 더욱 세게 조지와 론을 안았다.
“베이비로니, 조지만 좋아하기야? 조지, 너의 첫번째는 나 아니야?”
프레드의 투정에 조지 역시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더 세게 안았다. 마치 그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두 사람과 지금 보다 더 가까워 지고 싶다는 듯, 그때 몰리가 밖에서 빈 바구니를 들고 거실로 들어 왔다. 부둥켜 안고있는 세 사람을 본 몰리 얼굴에 웃음이 났다.
루시우스의 일이 예전보다 더 바빠졌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졌다.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 오늘은 오후에 드레이코와 같이 퀴디치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었지만, 늦게까지 이어진 마법부 회의 덕분에 저녁만찬이 시작 될 때 즈음에야 집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었다.
연회실의 피아노에서 잔잔한 녹턴이 연주되고 있었다. 루시우스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머글의 작곡 공식은 마법사들의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루시우스의 남쪽관 비밀서재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하는 것이 머글음악 수집이었다. 마법사들 중에 과연 악기를 마법 없이 연주 하는 사람이 있을까? 차갑고 날이 선 아버지의 눈동자가 부드러워 질 때, 슬픈 단조의 소나타가 울리는 무도장, 너무 어려서 이해할 수 없었던 수많은 감정이 흐르는, 아버지가 피아노를 연주하시던 무도장. 루시우스는 눈을 감고 그때 그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서툰 바이올린 소리에 몸을 돌려 연회장 쪽으로 향한 루시우스의 눈에 미소가 가득한 나시샤와 작은 바이올린을 턱에 괴고, 악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진지하게 연주하는 드레이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완벽하지도, 그렇다고 잘하지도 않았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맞지 않는 음이었지만, 마음이 편안해 졌다. 열중한 드레이코의 뺨이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루시우스가 연회장에 들어온 것을 발견한 나시샤의 손이 멈췄다. 멈춘 피아노 소리에 드레이코는 악보에서 머리를 들어 루시우스를 바라 보았다. 방금 전까지 심각했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나시샤의 뺨에 키스하고 드레이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하는 구나.”
드레이코는 루시우스의 말에 어깨를 들썩이고 얼굴에 활짝 핀 웃음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이며 바이올린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시샤는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 덮개를 내려 놓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루시우스 옆에 섰다. 드레이코가 보고 있던 보면대를 한쪽으로 치우며 살짝 손뼉을 치며 집요정을 불렀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집요정이 나타났다. 나시샤는 막 정리가 끝난 드레이코의 바이올린과 보면대를 향해 손짓했다. 집 요정은 드레이코에게 다가서며 바이올린 케이스를 받아 들었다.
저녁은 언제나 그랬듯이, 조용하게 시작해서 조용하게 끝이 났다. 식사 중에 끝마치지 못했던 이야기를 계속하기 위해 나시샤와 로비로 향했다. 조용히 두 사람 뒤를 따르는 드레이코를 발견한 나시샤는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 듯, 루시우스의 뺨에 살짝 키스한 뒤 서쪽관으로 발걸음을 급하게 옮겼다. 남겨진 두 말포이는 나시샤가 코너를 돌아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서있다가, 루시우스의 손이 드레이코의 어깨에 내려 앉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회랑안이 저녁 노을에 붉게 물들었다. 조금 지나면 날이 저물 것 같았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루시우스는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드레이코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오늘 했던 약속이 생각 났다. 루시우스는 얻어놓았던 손을 치우며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물었다.
“퀴디치를 하기는 늦었지만, 잠깐 비행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루시우스의 목소리에 드레이코는 루시우스의 허리춤을 꽉 안으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드레이코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루시우스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얼굴을 루시우스의 쪽에 한번 비벼대더니 곧 손을 놓고 정원이 있는 쪽으로 뛰어 가기 시작했다. 루시우스의 헛기침에 발걸음을 멈춘 드레이코가 살짝 뒤를 돌아 루시우스의 미소를 확인한 뒤에 다시 평소보다 바쁜 걸음으로 정원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루시우스도 평소보다는 조금 바쁜 걸음으로 아들 뒤를 따랐다.
차가운 바람이 몸을 가른다. 붉었던 하늘이 자색으로 어두워 진다. 별들이 희미하게 그 모습을 보인다.
빗자루에서 막 몸을 내린 루시우스가 뒤쪽에 자연스럽게 착지하는 드레이코를 보았다. 정원에서 기다리고 있던 집 요정에게 끼고 있던 장갑과 빗자루를 던져주며, 드레이코의 빗자루를 받아 들었다. 힘이 들었는지 헐떡이는 숨을 잠시 몰아 쉬고 싱긋 웃어보였다. 차가운 바람에 붉게 물든 뺨이…. 고개를 숙이고 힘들게 숨을 고르는 아들의 몸쪽으로 다가가던 손이 공중에서 멈추고 금발의 소년이 머리를 다시 들기 전에 재빨리 손을 옮겨 눈 앞으로 내려온 머리를 쓸어냈다.
언제 왔는지 나시샤가 루시우스의 행동을 보고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드레이코에게 다가갔다. 몸을 숙여 나시샤는 차가워진 아이의 볼을 두 손으로 감쌌다. 나시샤의 손바닥에 드레이코의 미소가 느껴졌다.
자기 방으로 향하는 드레이코의 어깨가 조금 무거워 보였다.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입고있던 망토와 옷을 가지런히 벗어두고는 잠옷으로 갈아 입었다. 커다랗고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는 방, 커다란 창문은 이미 두꺼운 벨벳 커튼으로 가려져 방안은 어두웠다. 맨발로 천천히 커다란 침대쪽으로 몸을 향하는 소년의 숨소리가 거칠었다. 차가운 흰색 시트에 몸을 던져 눕고는 몸 주변을 이불로 꽁꽁 둘러 쌌다. 커다란 침대에 묻힌 소년의 작은 몸이 힘겹게 뱉어지는 숨소리와 함께 소년의 빨갛게 닳아 오른 뺨이 차가운 베갯잇에 뉘어지고 무거운 눈꺼풀이 회색 눈동자를 덮었다. 머리 끝까지 신음소리를 숨기려는 냥 끌어당긴 이불로 베개 끝에 살짝 보이는 금빛 머리카락 만이 누군가가 그 침대 위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듯 했다.
집 요정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드레이코의 방 문 앞에 섰다.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가 무거운 벨벳 커튼을 제치자 햇빛이 방안으로 쏟아졌다. 커다란 침대 위에 이불더미 속에 드레이코의 얼굴에도 빛이 닿았다. 조금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자리에서 일어 났다. 평소 때와는 다르게 비틀거리는 모습에 집 요정이 그를 도우러 옆에 섰다. 도움의 손길을 신경질 적으로 뿌리치며, 이미 잘 정돈되어 준비된 옷을 손에 들고 욕실로 향했다. 세면대에 차가운 물을 받아두고 얼굴을 담갔다. 그렇게 숨이 목에 차 오를 때까지 물 속에서 숨을 참아내던 드레이코가 숨을 몰아 쉬며 물 밖으로 얼굴을 들어 올렸다. 무거운 머리를 들어 올렸다.
벽을 집고 천천히 내려오는 계단 앞에서 숨을 고르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소년은 무거운 몸에 힘을 주어 가볍게 뛰었다. 연회장에 들어서자 긴 테이블 끝에 앉은 루시우스의 모습이 보였다. 나시샤는 고개를 돌려 급하게 뛰어 온 듯한 드레이코에게 의자로 손짓하며 말했다.
“늦었구나, 드레이코.”
지어낸 한숨을 내쉬며 드레이코는 무거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나시샤에게 미소 지어보였다. 미소 짓는 소년의 뺨이 붉었다.
“늦잠을 잤어요.”
자세를 곧게 하고 천천히 의자로 몸을 옮긴 드레이코는 털썩 의자에 앉았다. 코를 훌쩍이는 소리에 접시에 머물렀던 루시우스의 시선이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옮겨졌다.
“드레이코?”
루시우스의 목소리에 쳐져 있던 어깨가 다시 긴장했다. 살짝 고개를 돌려 루시우스의 눈동자를 만난 드레이코는 최선을 다해 미소 지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오기까지 아득해지는 정신에 드레이코는 휘청거렸다. 방문을 살짝 열고 그 안에 들어서자 마자 쓰러지는 드레이코를 기다리고 있던 집 요정이 무겁게 받쳐들어 침대위로 옮겼다. 준비해온 포션을 조심스럽게 입술사이로 떨어뜨리며, 이불을 고쳐 덮어 주었다. 힘들게 몰아 쉬는 숨, 이제 붉다고 하기보다 오히려 하얗게 질렸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
커다란 방, 깔끔하게 정리되어 마치 전시해 놓은 것 같은, 커다란 방. 어린 아이의 방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기 힘든 커다랗고, 차가운 드레이코의 방. 나시샤는 천천히 그 방 안으로 몸을 옮겼다. 온 몸이 땀에 젖어 차가워진 드레이코를 천천히 시트에서 안아 들었다. 집 요정이 시트를 가는 동안 그렇게 드레이코를 안고 나시샤는 정신을 잃은 아이의 뺨을 쓰다듬었다. 힘껏 안아 주었지만, 항상 사랑하지만. 이렇게,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이게 말포이 방식. 아이를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누구보다 애절하다.
늦은 밤이 다 되서야, 드레이코의 숨소리가 편해져서야 나시샤는 드레이코의 방을 떠났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눈이 살짝 떠진 드레이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깨끗하게 바뀐 시트, 그리고 커다란 침대 앞에 의자. 손을 옮겨 의자위로 가져갔다. 아직 따뜻했다. 누군가가, 누군가가 그가 아픈 것을 보고 있었다. 얼른 손을 치우며 방금 닫힌 문쪽을 보았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 같은 먹구름이 아이의 눈동자를 채운다.
0 comments: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