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lousy

기숙사 문을 차고 들어오며 얼굴부터 침대에 묻어버린 론의 주먹이 침대 위를 두드렸다. 화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내며 침대시트에 그 소리가 덜어진 신음을 뱉어냈다. 무엇에 대한 분노일까? 그는 특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했다.

가족 중에 첫째로 태어나거나, 재능 있거나, 똑똑하거나, 재미있거나, 혹은 제일 막내이거나. 그 어느것 하나 그에게 해당되는 것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는 그냥 또 한명의 빨간머리, 위즐리.

특별히 선택 받거나,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소년, 죽음의 저주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다는 것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가끔은 위험하고, 가끔은 두렵기도 했지만 론이 그 소년과 함께 하는 일은 가족 중 누구 하나 경험해 본적 없는 일이었으며, 그래서 론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단 한가지의 이유였다. 사람들의 관심은 그 소년과 함께 론에게도 나누어졌다.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그 소년과 공유한다는 것은 그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불의 잔에서 해리포터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해리포터의 초록색 눈동자는 덤블도어를 향해있었다. 헤르미온느의 손에 밀쳐져 불의 잔쪽으로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주저하며 망설였다. 선택된 사람. 특별한 사람. 살아남은 소년. 연회장 안이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누군가가 소년을 향해 속임수를 썼다고 소리쳤다. 누군가는 그에게 자격이 없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그라서, 그이기 때문에 수긍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관심의 중심에 항상 서있는 그는 특별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특별한 사람의 가장 친구라고 생각했던 론은 그 순간부터 평범해졌다. 그저 또한 명의 빨간머리, 위즐리.

침대 옆에 난 작은 창가 옆에 잠옷으로 갈아입은 론이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를 채우는 흐릿한 생각을 선명하게 하고 싶었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캄캄해진 밤하늘에 조각구름 몇 개, 그리고 달. 달 옆에 뜨는 별은 아무리 밝아도 달을 이길 수 없다. 특별한 소년의 옆에 있는 그 역시, 특별한 소년을 이길 수 없다. 아무리 밝아도 아무도 몰라줄 테지, 아무리 밝아도 그 별만 바라봐 주는 사람은 없겠지.

해리가 기숙사 방안으로 바쁘게 들어왔다. 빠르게 잠옷으로 갈아 입고는 침대위로 뛰어 들었다.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쓸어 내렸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번개모양의 상처가 오늘따라 더 붉고 깊어보였다.

론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침대로 향했다. 머리를 맴돌던 생각들이 희미해지다 못해 산산이 흩어지는 듯 했다. 두 눈을 한번 꽉 감았다가 다시 뜨며, 해리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한 거야?” 생각이 말이 되어 뱉어졌다. 론은 아직도 그가 그 소년에게 특별하다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그에게 만큼은 뭔가 말해 줄 것이라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해리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침대에 천천히 앉았다. 해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얼굴 위로 이불을 뒤집어 쓰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다시 이불을 아래로 내리며 론을 쳐다봤다.

“출전자 대기실부터 그리핀도르 기숙사까지 올라오면서 사람들이 내내 그 질문만 해댔어. 너도 정말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한 게 아니야! 대체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

흩어졌던 생각이 다시 하나로 모여 점점 선명해 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의도했던 선명함이 아니었다. 점점 얼룩지고 더러운 생각이 머리 안쪽에 차고 흘러 넘쳐 론의 입 밖으로 흘러 나왔다. “그래, 그렇겠지. 네가 한 게 아니겠지.”

론의 대답에 해리는 이불을 걷어차고는 론의 앞에 섰다.

“론!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겠어?” 화가 난 해리의 목소리에 론은 방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해리를 믿어야 된다는 것,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얼룩진 선명함이 그의 감정을 찌르고 있었다. “내가 알았으면 물었겠어?” 해리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미 말해진 진실을 거짓으로 치부하고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원했다.

“내가 한 게 아니야! 애초에 원하지도 않았어!”

“그럼, 그만 둬!” 론은 스스로의 목소리에 움찔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소리가 되어 입 밖을 떠난 그 말들이 기숙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까지 샀다. 론의 말에 대답을 망설이는 해리의 모습에 그의 감정이 얼룩졌다. “위대한 해리 포터. 살아남은 소년…”

“닥쳐.”

론의 말은 해리의 목소리에 끝마쳐지지 못하고 입안에 머물렀다. 몸을 거칠게 돌아선 해리는 ‘털썩’ 소리와 함께 침대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는 침대 주변에 커튼을 쳤다. 론은 방금 전에 그의 입 밖을 떠난 그 말들을 벌써 후회하고 있었다. 더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살아남은 소년은 그렇지 않은 듯 했다. 그의 행동에 후회가 분노로 바뀌었다. 양 옆에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고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 안에는 아직 몇몇의 사람들이 서로 모여 곧 벌어질 트리위자드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가 벽난로 바로 앞에 앉아 사람들에게 내기를 권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제일 따뜻한 벽난로 앞은 제일 붐볐다. 멀지 않은 곳에 안락의자에 몸을 던지며 쌍둥이가 있는 쪽을 보았다. 프레드의 시선이 론으로 향했다.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론이 앉은 안락의자의 팔걸이에 몸을 기대며 론에게 물었다.

“베이비로니, 여기서 뭐 하는 겐가?”

“제발 그렇게 부르지 좀 마!”

론의 시큰둥한 반응에 프레드는 론의 얼굴을 한번 살피더니 몸을 숙여 론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떻게 한 거래?” 그의 질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조지 쪽으로 옮겼다. 분명히 프레드가 뭘 물어봤을지 아는듯한 표정으로 론에게 대답을 재촉하는 손짓을 보냈다. 무슨 뜻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해리포터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쌍둥이는 그가 분명히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했을 테고, 그 사실이 론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론의 짜증 섞인 대답에 프레드의 시선이 조지를 향했다.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 사라지고 놀라는 듯한 표정 이었다. “뭐야? 해리가 너한테 말 안 해줬어?” 프레드의 말이 론의 마음을 베어냈다. 얼굴을 손에 묻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속에 있던 무언가가 아래로 뚝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무언가가 있던 자리가 얼룩진 감정으로 채워졌다.


자신에게 화가 났다.

왜 특별하게 태어나지 않았을까?

첫째이거나, 가장 똑똑하거나, 가장 능력 있거나, 가장 재미있거나, 아니면 막내이거나.

그냥 또 한명의 위즐리. 그리고 지금은 살아남은 소년의 그림자.

천천히 성밖을 걸어 나오며, 론은 생각했다. 처음 해리를 만났을 때, 그는 그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같이 평범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언제부터 론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걸까. 언제부터 해리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을까. 다른 친구들이 모르는 비밀을 함께 공유하고 모험하는 동안 어쩌면 론은 처음에 먹었던 마음과 다르게 해리에게 특별해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아니면 특별했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걸었을까, 검은 호수 근처에 다다라서야 성과 꽤 멀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론은 급히 성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치 성안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고요함. 모두들 트리위저드 경기를 보기위해 성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얼마쯤 걸었을까, 연회장쪽 복도 끝에 다 닿았을 때, 지하로 가는 길목쪽에서 사람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Mais, Père!
“하지만, 아버지!”

Faire taire. Ce que vous dites est absurde. Il n'a pas été….
“다물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그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분명히 프랑스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조금 낯익은 목소리였지만, 프랑스어의 부드러운 발음에 어울리지 않는 성난 목소리가 구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듣고 싶어서 몸을 앞쪽으로 기울이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주변이 워낙 조용해서 인지 평소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론의 발자국 소리에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나는 희미한 소리와 무거운 침묵이 주변을 감쌌다.

Nous n'aurons pas de conversation avec ce sujet à nouveau. À plus tard.
“더 이상 이 이야기는 너와 논의할 일이 아니다. 그럼.”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속삭이더니 발자국 소리와 함께 점점 멀어졌다.

벽에 기대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이 회랑을 떠나기를 기다렸다. 갑자기 터져 나온 환호성에 경기가 열리는 쪽을 한번 힐끔 보고는 론은 발길을 돌렸다. 딱히 갈만한 곳도 없었다. 혼자 있을 만한 곳을 찾고 싶을 뿐이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지금 론이 화가 난 대상이 해리인지, 아니면 자기 스스로 인지를 알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누군가가 대신 대답해주기를 바랬다. 바닥을 보며 머리를 힘차게 한번 흔들었다. 그렇게 하면 생각이 정리 될 것 같았다. 코너를 돌아 아까 목소리가 들려왔던 회랑을 바라보았다. 금발에 검은 옷을 입고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누군가가 등을 지고 서 있었다.

그가 지금 보고 있는 쪽이, 대화를 했던 다른 사람이 나가는 쪽이었을까. 이미 그 사람은 복도를 떠나 텅 비어있는, 그가 지났을 길을 향해 그렇게 서 있었다. 마치 계속 그렇게 쳐다보고 있으면 다시 그 사람이 돌아 왔으면 좋겠다는 듯이, 한껏 긴장되어 있던 어깨가 아래쪽으로 축 쳐지면서 그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다가가면 깨 질 것 같은 그의 형체, 나지막한 목소리, 충분히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내가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Merde, merde. Merde!! Toujours que, Potter!
“젠장, 젠장. 젠장!! 항상 포터만!”

말포이.

드레이코 말포이.

그의 손이 그의 머리를 감쌌고 살짝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론이지만, 오늘은, 오늘 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해리와 함께 했던 지는 4년, 가족보다 더 신뢰하고, 형제보다 더 사랑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론에게만은 모든 일을 털어 놓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선택 받은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친구이고 싶었다. 그것 말고는 론이 특별해 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진심을 다 했다. 해리에게 만큼은 특별해 지고 싶어서.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론이 느끼는 이런 배신감, 그리고 서운함. 말포이는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천히 회랑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말포이가 뒤로 돌았다. 그의 눈이 붉게 변해 있었지만, 론은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묽은 회색, 오늘 날씨처럼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낼 것 같은 회색. 언제나 무감각하던 네 눈동자. 네게도 감정이 있긴 하구나. 항상 화난 눈이었는데. 오늘은 슬퍼보여.

“위즐리.”

그의 목소리에 론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말포이를 돌아봤다.

“말포이.”

무엇인가 말을 꺼내려다 다시 혀끝에서 삼키고 그는 내가 걸어가고 있던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랑 끝에 그의 그림자가 머물다 사라질 때까지 말포이가 간 길을 멍하니 보고 서 있었다. 론은 슬퍼했던 걸까? 해리가 나에게 말해주지 않아서? 아니, 단지 질투 했던 것 뿐이다. 내가 선택 받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에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해리를 질투 했던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 화풀이를 해리에게 했다. 모두 론의 잘못 이었다. 론은 첫번째 경기가 끝나면 해리에게 사과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리핀도르 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말포이가 복도에서 했던 대화를 생각했다. 그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상대방에게 ‘아버지’라고 했다. 루시우스. 루시우스가 이번 일에 개입 된 것이라면 해리가 트리위저드 경기에 나가게 된 것은 어쩌면, 정말 해리가 말 한대로, 해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투에 눈이 멀어 진실을 외면한 자신의 현재상황에 코웃음이 쳐졌다. 어서 빨리 경기가 끝나서 불편한 이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냥 친구가 되자고. 특별한 친구가 아닌 그냥 친구. 언제든지 옆에 서 있어 줄 수 있는 그냥 친구.

언젠가 론 스스로가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누군가에게 특별해지는 날이 올 거라고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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