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uncheon

“나시샤, 마법부 오찬모임이 내일이에요.”

“알아요, 루시우스. 드레이코는 어쩌죠?”

마법부에서 연말 오찬모임을 성대하게 열기로 했다. 루시우스는 꼭 참석하리라 약속했고, 그의 부인과 동석할 것이라고 이미 연락을 해놓은 터였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 역시 오찬모임에 참석하게 되는 바람에, 드레이코를 부탁할 사람이 없어졌다. 물론, 그 모임에 갈 수 없는 친척들이 있었지만, 드레이코를 맡길 만큼 그들을 신뢰하지 않았던 루시우스는 이런저런 가능성을 생각하며 책상 위에 서류들을 훑어 봤다. 루시우스의 손이 닿을 때마다 책상 위는 점점 더 어지러워 지기만 했다. 부산하게 서재에서 서류를 이리저리 챙겨보는 루시우스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던 나시샤가 입을 열었다.

“데려가죠.”

바쁘게 움직이던 루시우스의 손이 공기 중에 멈췄고, 짙은 회색 눈동자가 나시샤의 잔잔한 눈동자를 만났다. 눈살을 찌푸리며 한동안 깊게 생각하던 루시우스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보이며 머리를 흔들었고, 어지러운 책상위로 시선을 돌렸다. 말이 트이고 모든 것이 궁금하기만 하며 뭐든 만져봐야 성이 차는, 여기저기 부산하게 뛰어다니며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는 드레이코를 생각할 때마다 평소에 늘 감추었던 미소를 루시우스는 얼굴에서 지워 낼 수 없었다.

“그가 제대로 행동할 수 있을지, 그게 걱정이에요.”

나시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이제 3살이에요. 제대로 행동하면 그게 더 이상해요.”

나시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루시우스는 더 이상 고민 해봐야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은 생각에 몸을 의자에 던지며, 일을 시작하기 전보다 훨씬 어지러워진 책상 위와 나시샤를 번갈아보며 크게 미소 지었다. 루시우스는 일에 관련된 서류는 집 요정을 시켜 정리 시키지 않는 것을 잘 아는 나시샤는 그의 시선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나시샤가 고개를 들며 루시우스를 아래로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살쪽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려 문쪽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집 요정에게 서재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말라고 할 테니, 알아서 깨끗이 정리해주세요.”

문쪽을 향하는 나시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굳게 다물고 목소리의 떨림이 루시우스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살짝 책상이 있는 쪽을 쳐다봤다. 루시우스가 고개를 뒤로 떨구며 불평 섞인 낮은 소리를 냈다. 천천히 문을 열며 마지막으로 루시우스와 눈이 마주친 나시샤는 살짝 미소 지으며 서재에서 나오며 문을 뒤에서 닫았다. 잠깐 서재 문에 기대서 얼굴을 뒤덮은 웃음을 지운 후에 발걸음을 드레이코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아서! 난 못 가요! 지니는 어떻게 하고 거길 간단 말이에요?”

“몰리, 그럼 어떻게 해요? 가족 오찬이에요, 당신도 함께 갈 꺼라고 이미 말했다 구요!”

두 사람의 큰소리에 꿈틀거리며 눈을 깜박이던 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아이의 표정에 놀란 몰리는 지니를 향해 구구소리를 내며 달래기 시작했다. 몰리는 손으로 지니의 등을 쓰다듬으며, 아서를 쏘아봤다. 점심 오찬에 대해 조금 더 일찍 말해 주었다면, 지니를 누군가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 젖먹이인 지니를 몰리는 단 한 순간도 떼어 놓고 싶지 않았다. 6명의 아들 끝에 낳은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다. 딸은 귀하게 대해야 귀해진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빈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몰리는 내심 그 말을 믿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지니도 데려가면 되잖아요?”

몰리는 믿을수 없다는 듯이 아서를 쳐다봤다. 만약 몰리가 가게 되면, 그건 이 집안 식구들이 모두 그 오찬모임에 참석하게 된다는 뜻이 된다. 바꿔 말하면 빌,찰리,퍼시,프레드,조지 그리고 론, 모두 다 같이 가게 된다는 뜻이다. 몰리는 오찬모임에서 프레드와 조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사고들을 미리 머리 속으로 세며, 지니의 이마에 키스했다. 그리고 천천히 요람에 누이며 아서의 팔을 붙잡고 방 밖으로 이끌었다. 마당에서 바쁘게 놀고 있는 빌을 큰소리로 힘껏 불러 지니의 요람 옆에 붙여두고는 아서와 함께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미쳤어요? 위즐리 전부 그 오찬모임에 가자 구요?”

“어차피 비공식적인 자리에요. 그냥 직원끼리 모여서 크리켓하며 점심 먹는 정도일 거라 구요. 그리고 빌과 찰리가 있잖아요. 프레드와 조지는 그 둘이 잘 보살필 거에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몰리는 아서가 말하는 그 ‘비공식적인 자리’가 정말 비공식 적인 자리인지 회의를 가졌다. 막상 갈 생각을 하니 아이들 입힐 옷이며, 자신역시 어떻게 입어야 할지 벌써부터 급하게 생각하는 자신을 보면서, 내일 온 가족의 점심시간 외출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아이들에 대한 언급으로 몰리는 론이 떠올랐다. 다른 형제들 과는 달리, 조용하고 말썽도 잘 부리지 않았다. 지니와의 터울이 크지 않아서 인지, 몰리는 론에게 거의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다른 형제들이 론을 잘 돌봤지만, 쌍둥이들에게 항상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인데다, 지니처럼 아직 어려서 걱정이 큰 몰리였다. 퍼시는 워낙 혼자 있거나,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아무리 관심을 쏟아도 퉁명스럽기만 한 퍼시에게 가끔 실망 할 때도 있는 몰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형제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컸다.

“퍼시랑 론은요?”

“몰리, 당신도 잘 알잖아요. 그 둘은 언제나 조용하다는 것, 분명히 그 근처에 놀이터나 아니면 아이들이 놀만한 데가 있을 거에요. 내가 계속 지켜보면 되요. 당신은 지니만 잘 보살피면 되요.”

“당신은 애들을 잘 몰라요.”

“걱정 말아요. 그 둘은 내가 잘 돌볼 수 있어요.”


유난히 바쁘게 움직이며 나시샤는 거울 앞을 떠날 수 없었다. 남편이 말한 대로 성대한 오찬모임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 루시우스는 종종 차 마시는 평범한 소모임도 오찬모임이라고 과장해서 말하기를 좋아해서 - 남편 옆에서 다른 사람들 눈에 빛나보이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아침 식사 때 루시우스의 크리켓경기에 대한 이야기로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나시샤는 쌀쌀한 날씨에 밖에서 오찬모임으로 드레이코가 혹여 아프지는 않을까 하는 너무 이른 걱정과 루시우스와 드레이코 역시 어떤 복장을 갖춰야 할지를 고민하며 오전 내내 시간을 보냈다.

나시샤가 옷차림과 날씨에 대해 걱정하는 동안 말포이가 남자들은 거실 벽난로 앞에 앉아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초콜릿을 하나씩 풀어봤다. 루시우스의 큰 손이 초콜릿 포장을 벗기기 시작하면 아들의 작고 하얀 손이 초콜릿을 향해 돌진했다. 초콜릿 포장이 채 다 뜯겨지지도 않은 초콜릿을 입 속으로 넣으려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루시우스는 계속해서 번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찬모임이 점점 걱정되기 시작했다. 드레이코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남들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시샤가 천천히 거실로 나오며 루시우스에게 손짓했다. 루시우스의 무릎위로 기어 올라오는 드레이코를 가볍게 들어 올리며 끌어 안으며 일어섰다.

천천히 저택 현관 홀을 지나, 이제 막 시작된 찬 겨울, 아직은 바람이 그다지 매섭지 않았다. 따갑게 내리쬐는 강한 햇살에 루시우스는 눈을 찌푸리며 아내와 아들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나시샤, 아직 그렇게 춥지 않은데….”

“전 드레이코가 감기 걸리지 않길 바래요”

두터운 겨울 망토를 입고 뒤뚱거리며 걸어 나오는 드레이코를 보며 나시샤를 쳐다봤다. 두꺼운 옷 때문에 불편했는지 팔을 루시우스를 향해 들며, 안아 달라는 듯이 올려 다 봤다. 입이 앞으로 잔뜩 나온데다가, 거실에서 루시우스와 노는 바람에 낮잠을 얼마 자지 못해 눈 안에 졸음이 그득한 했다. 나시샤를 한번 쳐다보고는 아들을 가볍게 들어 안고는 나시샤에게 쏘아 붙였다.

“이렇게 두껍게 입히면 아이가 움직이기 힘들어 지잖아요.”

“드레이코는 안 움직일 거에요.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나시샤는 루시우스의 품에 안겨 얼굴을 두터운 스카프에 묻으려는 아들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며 볼에 키스했다. 평소보다 늦은 점심에, 배가 고파 잔뜩 골이 난 데다가, 남편의 말대로 옷을 너무 많이 입혀서 답답한지 쀼루퉁한 표정이었다.

나시샤의 말에 코웃음 치며 루시우스는 발걸음을 플루네트워크가 연결된 현관 별채로 향했다. 나시샤는 가방 안을 한번 더 살피며, 양산을 펼쳐 들었다. 양산을 어깨에 기댄 채로 행여나 드레이코가 추워할까, 여분으로 챙긴 담요와 혹시 몰라 하는 마음에 챙긴 감기약 포션과 드레이코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확인했다. 혹시 더 필요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별채로 향하던 루시우스가 언제 다시 돌아왔는지 가방을 낚아채며 어깨에 둘러매고는 나시샤를 재촉했다.

나시샤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루시우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평소에 외출하면 꼭 착용하던 장갑을 끼지 않은 남편의 손을 발견하고는 이내 망토에서 지팡이를 꺼내 장갑을 소환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건네주는 대신 가방 안에 넣고는 잡은 손을 한번 꾹 움켜 쥐었다. 머리를 루시우스의 어깨에 기대며 플루네트워크로 향했다.


“빌!, 찰리!”

몰리의 목소리가 오두막집 안에 울려 퍼졌다. 거실에서 프레드와 조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장난감을 가지고 론을 골려 주고 있었다. 퍼시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두터운 찰리의 겨울 망토를 꺼내 입으려고 하고 있었고, 찰리는 퍼시에게 더울 거라며 코트를 권하고 있었다. 쿵쾅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빌이 위즐리의 트레이드마크 W가 크게 새겨진 점퍼를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퍼시와 실랑이 하고 있는 찰리의 팔을 끌어 당기며 몰리가 있는 부엌으로 향했다.

빌이 식당으로 들어오자 마자 몰리는 지니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빌에게 지니를 보라고 눈짓했다. 빌이 한숨을 쉬며 지니 옆에 털썩 주저 안아서 지니의 활짝 웃는 얼굴을 마주했다. 찰리는 빌의 손을 뿌리치며 거실로 나가 쌍둥이들의 장난감을 빼앗았다. 이리저리 쌍둥이를 피해 뛰어 다니던 론이 찰리 뒤쪽으로 숨으며 쌍둥이들에게 혀를 내밀었다. 쌍둥이가 다시 론에게 달려들기 전에, 위즐리 부부가 거실로 나오며 서로의 옷 매무새를 다듬어 주었다.

“빌! 망토 챙겼니?”

몰리의 큰 목소리에 지니의 손을 잡고 부엌에서 지니와 빌이 나왔다. 몰리는 몸을 숙여 거실 소파에 널 부러져 있는 망토들 중에 제일 낡고 오래된 겨울망토를 꺼내 론에게 둘러 주었다. 퍼시가 입은 겨울 망토를 본 몰리는, 겨울이 오기 전에 빌에게 망토를 하나 사주어야 겠다고 생각 했다. 아서가 계단 위에 장난감들과 섞여있는 망토를 툭툭 털어 빌에게 건네 주고는 플루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주문을 벽난로에 걸었다.

“빌, 찰리. 프레드와 조지는 너희 책임이야. 혹시 무슨 일이 생기거나 말썽 피우면, 너희도 똑같이 혼날 줄 알아. 대신 아무 말썽 없이 집에 돌아오게 되면 올 겨울에 각각 겨울망토를 하나씩 사줄게.”

쌍둥이가 태어나고 난 다음부터 부쩍 자란 아들들 이었다. 싫은 내색도 할 법 한데, 싫은 내색 없이 동생들을 끔찍이 챙기는 모습에 몰리는 아들들이 자랑스러웠다. 게다가 쌍둥이는 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아직도 그 둘을 분간해 내는 문제도 있고, 어린아이들 치고는 생각해 내는 장난의 수준이 귀여운 정도를 넘어 곤란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에 비하면 퍼시는 조용하고 모든 일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아이였다. 찰리, 빌과는 다르게 욕심도 많고 아이답지 않게 현실적이어서 가끔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몸을 돌려 퍼시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작게 속삭였다.

“퍼시, 론을 잘 돌봐주렴, 엄마가 너를 제일 믿기 때문에 론을 부탁하는 거야. 알지?”

아서가 빌에게 플루가루를 쥐어주며 마법부로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동안 몰리는 지니의 망토에 묻은 먼지를 한번 쓰다듬으며 지니와 론의 손을 꼭 붙잡았다.

“론, 아빠랑 같이 손잡고 가도록 해. 지니는 엄마랑 가도록 하자.”

빌과 찰리가 먼저 벽난로 안으로 들어갔다. 조지와 프레드가 플루가루로 장난 치려는 것을 낚아챈 몰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쌍둥이를 보았다. 그 사이 아서가 론의 손을 붙잡고 쌍둥이의 시선을 피하듯 벽난로 안으로 들어가며 힘차게 ‘마법부’를 외쳤다. 몰리는 쌍둥이의 어깨를 세게 움켜쥐며 번갈아가며 눈동자를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주고는 말했다.

“만약 말썽부리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장난감, 압수할거야.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동안 간식 없을 줄 알아.”

그렇게 말하고는 쌍둥이의 어깨를 잡아당겨 꼭 안아줬다. 몰리는 아직 스스로 이동하기에 어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쌍둥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나름 확신하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쌍둥이들이 숨막힌다는 듯이 몰리의 손을 뿌리치며 벽난로를 향해 걸어갔다. 이동하기 전에 몰리를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서로 교환한 쌍둥이는 플루가루를 내던지며 힘차게 마법부를 외쳤다. 그제야 안심이 된 몰리는 지니를 들어 안고 다시 한번 집안을 살펴봤다. 문이 제대로 다 닫혀있는지 확인하고, 벽난로로 향했다.


마법부 중앙 홀에 도착한 오찬모임에 참석하기 위한 마법사들이, 큰 황금 조각상 근처에서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있었다. 위즐리 가족은 곧 스캐맨더와 디고리 가족을 만났다. 아서는 곧 뉴트, 아모스와 함께 크리켓과 퀴디치에 대한 대화를 나눴고, 몰리 역시 스캐맨더 부인과 함께 빌과 찰리의 학교생활에 대해 말했다. 아이들은 다 같이 모여서 조각상 근처를 뛰어다니기도 하고, 몇몇 아는 얼굴과 인사를 하기도 했다.

루시우스가 마법부 장관과 인사를 하는 동안, 나시샤는 검색 대를 지나 승강기 근처에 있는 휴게실에서 드레이코를 안고, 오찬장소로 이동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국내 날씨가 좋아, 마법 게임 및 스포츠부의 부장인 맥펄란씨의 농장에서 오찬을 갖는다고 했다. 나시샤의 품속에서 곤히 잠든 드레이코의 등을 쓰다듬으며 창 문 밖으로 보이는 인파를 생각 없이 바라봤다.

오후 2시가 되자 중앙 홀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마법부 장관인 밀리센트 배그놀드씨의 연설로 사람들이 모두 조각상 근처로 몰렸다. 가족단위의 포트키로 맥펄란농장까지 이동하게 되고, 그곳에서 오찬모임을 할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이내 검색대 근처 포트키를 가진 직원에게로 몰렸고, 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조각상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빌이 사람들을 헤치고 나오다가, 금발의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와 부딪히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부인.”

빌의 정중한 사과에 부딪혀서 흘러내린 무거워보이는 가방을 다시 어깨 위로 끌어 올리며 금발의 부인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안고 있던 아이를 고쳐 안고는 조각상 쪽으로 향했다. 빌은 부인이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곧 몰리의 외침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맥펄란씨의 농장은 한적한 런던 외곽의 양을 치는 농장이었다. 커다란 농장 저택 뒤편에 있는 넓은 정원에서 오찬을 시작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대화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뒤뜰에 걸린 마법의 주문덕분에 야외 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굉장히 따뜻했다. 또, 맬펄란 부부는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좀더 편한하게 머물 수 있도록, 온실을 깨끗하게 정리해서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오찬을 대충 끝낸 사람들은 편을 갈라 크리켓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몰리는 지니와 론, 쌍둥이, 퍼시를 데리고 맥펄란 부부가 준비해 둔 온실로 향했다. 중앙에 서있는 커다란 나무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도록 온실의 식물들은 천정 근처를 둥둥 떠다녔으며, 바닥에는 폭신한 안락의자와 소파, 그리고 양털느낌의 카펫이 깔려 있어 아이들이 바닥에서 놀 수 있도록 배려해 둔 듯 했다. 프레드와 조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망토를 몰리에게 휙 던지고는 다른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뛰어 갔다. 몰리는 바닥에 너부러진 망토를 챙기며 퍼시 쪽을 바라보았다. 퍼시는 다른 아이들과 노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이 제일 편해보이는 안락의자를 하나 골라 앉으며 망토에서 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몰리는 근처 소파에 쌍둥이의 망토를 던져 놓으며 몸을 기댔다. 지니는 이내 망토를 몰리에게 주고는 중앙에 있는 커다란 나무 쪽을 향해 걸어갔다. 몰리의 시선이 지니에게 쏠려 있는 동안 론은 몰리가 앉은 소파위로 기어올라가 쌍둥이의 망토사이로 기어들어가 누웠다.

나시샤와 루시우스는 밀리센트 부부와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 하는 내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드레이코 때문에 루시우스가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시샤는 곧 밀리센트 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드레이코와 들고 온 가방을 안고 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제대로 먹지 못한 드레이코가 걱정 됐지만, 낮잠을 재우지 않으면 내내 투정할 것을 잘 아는 나시샤는 온실 안으로 들어오자 마자 아이가 누울 만한 곳을 찾았다. 문 근처에 있는 소파에 망토에 둘러 쌓여 잠들어 있는 빨간 머리 아이를 발견한 가방을 조심스럽게 소파 밑에 두고 드레이코를 내려 놓았다. 나시샤가 조심스럽게 드레이코의 두터운 겨울 망토를 벗기자, 드레이코는 소파위로 기어 올라가 잠들어 있는 아이 옆에 누웠다. 가방에서 담요를 꺼내 아이들에게 덮어준 뒤에, 주변을 한번 살펴본 다음, 루시우스에게 온실에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다시 밖으로 몸을 돌렸다. 온실을 나가기 바로 직전, 빨간 머리의 여자가 똑같이 붉은머리를 한 여자아이를 데리고 소파로 걸어 가는걸 확인한 나시샤는 남편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니가 앞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깜짝 놀라 달려간 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배시시 웃는 지니의 웃음에 안심한 몰리는 지니를 일으켜 세워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고는 소파로 걸어왔다. 론은 오늘 쌍둥이들과 노느라 낮잠을 자지 않아서 피곤했는지, 시끌시끌한 온실 안에서 평온하게 잘 잤다. 걸어오면서, 론이 덮고 있는 담요와 그 옆에 누워있는 금발머리 아이가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 소파 앞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다. 아이용 겨울 망토가 정갈하게 개여 가방을 덮고 있었다. 몰리는 가방을 한쪽으로 치우며 소파 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지니가 금발머리 아이의 등을 툭툭 치는 것을 낚아 채 말리며, 손을 옮겨 론의 얼굴이 담요 밖으로 나오게 담요를 살짝 치웠다. 금발머리의 아이가 몰리의 움직임에 론이 있는 쪽으로 몸을 웅크렸다. 아이들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몰리는 배가 고팠다. 정신 없이 자느라고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지니를 데리고, 퍼시에게 쌍둥이를 잘 보라고 부탁한 뒤에 온실을 빠져 나와 저택 내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오찬이 끝난 정원은 이미 퀴디치를 하는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루시우스에게 온실 안에 있겠다고 말을 전한 뒤, 드레이코가 깨어나면 먹이기 위해 약간의 음식과 음료를 챙겨 들고 온 나시샤는 옆에 있던 테이블에 음식을 놓고, 테이블 의자를 소파쪽으로 끌어와 앉았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빨간 머리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에 드레이코가 머리카락이 간지러웠는지 코끝을 찡그리고는 주근깨가 가득한 손으로 코를 긁었다. 나시샤는 빨간 머리와 주근깨로 벌써 그 아이가 어느 집 아이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곤히 자는 아들을 깨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고, 조금만 더 자게 두기로 하고 가방을 끌어당겨 안에서 읽다 남은 책을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흔들어 깨우는 느낌에 드레이코는 망설이며 눈을 떴다. 얼굴에 씨가 박힌 듯 딸기처럼 생긴 아이의 얼굴이 드레이코의 눈앞에 있었다.

“뭐야?”

잠에 잠긴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말을 밭은 드레이코는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다. 론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배고파.”

론의 말을 듣고 보니 자기도 배가 고픈걸 깨달은 드레이코는 주변을 살펴보고는 테이블 옆 의자에 책을 읽다 잠이든 나시샤를 발견하고는 소파에서 내려왔다. 나시샤가 자는걸 유심히 지켜본 드레이코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발견하고는 론을 쳐다봤다. 그리고 손을 들어 음식에 손을 가져갔지만 아직 키가 너무 작았다.

론은 금발머리에 새하얀 남자아이가 음식에 닿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고, 바나나 같다고 생각했다. 노란색 껍질을 벗기면 흰색이 나오는. 뱃속에서 그르렁 소리를 들은 론은 고개를 들어 퍼시가 있는 쪽을 봤다. 퍼시는 나무 근처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재빨리 소파에서 내려와 퍼시에게 달려갔다.

“퍼시! 배고파.”

퍼시는 책을 내려 시선을 론에게 돌렸다. 그리고 엄마가 있는 쪽을 봤지만 없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쌍둥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정신이 없었다. 론이 퍼시의 소매 끝을 잡아당겨 소파근처에 있는 테이블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저기 있어. 내려줘.”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금발의 부인이 책이 거의 떨어질 듯, 하얀 손가락 끝에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부인을 닮은 금발머리의 아이가 퍼시와 론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퍼시가 테이블에서 샌드위치와 주스를 내려 론과 그 아이에게 주었다. 샌드위치를 두 손으로 받아 든 그 아이가 방글방글 웃었다. 그리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더니 음식을 내려놓고 론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퍼시는 금발의 부인쪽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는 원래 있던 자리로 천천히 걸어갔다.

접시 위에 샌드위치를 하나씩 들고 먹기 시작했다. 드레이코가 먹다가 목이 메이는지 옆에 있던 컵을 집어 주스를 마셨다. 론이 그걸 보고 있다가 내려놓는 컵을 낚아채 주스를 마셨다. 드레이코의 눈썹이 위로 살짝 올라가며 빨간머리와 주스가 든 컵을 번갈아보며 쳐다봤다. 론은 마저 먹던 샌드위치를 다시 입으로 가져가 크게 한입 베어 물며 드레이코를 쳐다봤다.

“이건, 내건데….”

말끝을 흐리며 드레이코 역시 먹다 남은 샌드위치를 입으로 가져갔다. 반쯤 먹다 배가 불렀는지 드레이코는 먹다 남은 샌드위치를 접시 위에 올려 놓으며 주스가 든 컵을 들었다. 막 샌드위치 하나를 다 먹은 론이 샌드위치를 접시 위에 올려놓는 드레이코를 쳐다보고는 물었다.

“먹어도 돼?”

“내가 먹던 건데, 어떻게 먹어?”

“먹으면 돼”

방긋 웃어보이며 반쯤 먹다 남은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드레이코는 주스를 조금씩 마시며 빨간머리를 쳐다봤다. 배가 불렀지만, 다른 아이가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드레이코도 조금 더 먹고 싶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 음식을 내려줬던 사람 옆에 쿠키그릇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주스를 접시 위에 올려놓고 일어 섰다. 거의 다 먹은 샌드위치를 한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으며 론 역시 드레이코를 따라 일어났다. 드레이코는 론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퍼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론은 목이 메였는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접시 위에 놓은 컵을 들어 남은 주스를 모두 마셨다. 그리고 퍼시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드레이코의 뒤를 좇았다.

“쿠키.”

드레이코의 목소리에 퍼시는 잠깐 고개를 들어 금발의 부인이 있는 쪽을 봤다. 론이 자신쪽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뛰어 오고 있는 것을 본 퍼시의 시선이 금발머리 아이에게서 멈췄다.

“뭐?”

퍼시의 반응을 예상 못했는지 당황한 눈치였다. 손가락을 들어 테이블 위에 쿠키가 든 상자를 가리키며 퍼시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아이를 퍼시는 론이 도착한 다음에야 그 시선을 쿠키가 든 상자로 옮겼다. 론은 도착하자마자 드레이코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고는 퍼시의 무릎위로 기어 올라오려고 하며 말했다.

“형, 쿠키”

퍼시는 불편 한 듯 움직이며,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쿠키 상자를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그 중에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 퍼지 쿠키를 들어올려 한입 베어 물고 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상자를 내밀었다. 론이 상자를 받아 들며 퍼시 바로 발 밑에 털썩 주저 앉았다. 지켜보고 있던 드레이코 역시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어떤 것을 먹을지 고민한다는 듯이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쿠키를 열심히 살폈다. 그렇게 둘이 앉아 쿠키를 고르고 있을 때, 쌍둥이들이 강낭콩 젤리를 서로에게 던지며 퍼시쪽으로 다가왔다. 거의 다 왔을 때 그들은 서로에게 던지던 젤리를 론쪽을 향해 던지며 쿠키박스를 뺏어 바닥에 놓고 강낭콩 젤리를 옷 속에 넣으려고 했다. 론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드레이코는 깜짝 놀라 시선을 쿠키에서 쌍둥이쪽으로 옮겼다. 쌍둥이가 드레이코를 쳐다보며 물었다.

“얘는 뭐야?”

“하지마!”

론이 쌍둥이의 손을 뿌리치며 드레이코의 손목을 붙잡으며 일어섰다. 드레이코는 얼떨결에 손목을 붙잡힌 채로 쿠키가 든 박스에서 아무 쿠키를 하나 꺼내 집으며 론이 잡아 끄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쌍둥이는 론과 드레이코 쪽으로 젤리를 던지며, 박스주변에 털썩 주저 앉아 쿠키를 골랐다. 쌍둥이들의 관심이 쿠키에 쏠려 있는 동안 드레이코는 마지막에 꺼내든 쿠키를 입안에 넣으며 론이 가고 있는 쪽의 장난감 상자를 봤다.

방안에 있는 다른 재미있어 보이는 장난감들은 거의 아이들이 가져가서 장난감 상자 안에는 오래된 체스게임 세트 밖에 없었다. 드레이코는 론의 손을 뿌리치며 박스 안에서 체스상자를 꺼냈다. 위 아래로 흔들며, 뭔지 살펴본 드레이코는 론을 보았다. 론은 드레이코 손 위에 들려있는 체스상자의 뚜껑을 열어 안쪽에 체스 말과 체스 판을 확인했다. 그제야 이게 뭔지 깨달은 드레이코는 그 상자를 아래쪽에 내려놓고, 나시샤가 앉아있는 소파쪽을 향해 달렸다. 론은 상자뚜껑을 잘 덮은 뒤에 쌍둥이의 위치를 한번 확인하고는 드레이코의 뒤를 쫒았다.

소파에 다다른 드레이코는 나시샤의 가방 안에서 장난감 상자 안에서 본 것 보다는 약간 작고 훨씬 새것 같아 보이는 체스상자를 꺼내 론에게 내밀었다. 뚜껑을 열어 안쪽에 있는 판을 바닥에 놓고 상자 겉에 있는 모양을 보고 말을 하나 둘 제 위치에 올려 놓았다. 검은색과 흰색 말이 모두 제 위치를 찾았을 때 론은 드레이코가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계속 주시했다. 드레이코는 상자 안쪽에 붙어 있는 그림으로 된 설명을 고심하듯 쳐다봤다. 론 역시 궁금했는지 드레이코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드레이코가 보고 있는 그림을 봤다. 설명 같은 것이 글자로 써있긴 했지만, 론은 아직 글을 읽는 것을 완전히 배우지 못해서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드레이코는 조금 이해했다는 듯이 흰색 말이 있는 쪽으로 자신을 옮기며 론에게 검은 말이 있는 쪽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체스라는 것을 한번도 해본적 없는 론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 드레이코가 하는 대로 몇 번을 따라 하고는 체스 판 위에서 말들이 서로 싸우며 판 밖으로 밀어내는 모습과 말들이 가지는 의미에 자기도 모르게 푹 빠졌다. 그렇게 판 위에 말이 몇 개 남지 않았을 때, 나시샤의 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책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나시샤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리고 얼굴로 흘러내린 머리를 다시 정갈하게 쓸어 넘기며 몸을 곧게 폈다. 책이 떨어지는 쪽으로 고개를 획 돌린 드레이코는 벌떡 일어나 나시샤에게 달려갔다.

Maman!
“엄마!”

떨어진 책을 주워 들며, 드레이코가 볼을 무릎에 비벼대며 매달렸다. 나시샤는 아들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위즐리 부인은 아직도 돌아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쪽에서는 빨간 머리의 아이들이 몇몇 더 보였다. 나시샤는 고개를 돌려 소파 바로 앞 바닥에 앉아 드레이코와 나시샤를 쳐다보는 아이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드레이코 에게 옮겼다.

Avez-vous faim? Ma chère?
“배고프니, 내 아가?”

J'ai mangé des sandwiches.
“샌드위치 먹었어요”

Bon.
“그래”

몸을 숙여 드레이코의 이마에 키스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가방 안에 책을 넣고, 담요를 집어 들었다. 바닥에 앉아 있던 아이는 계속해서 물끄러미 나시샤의 행동을 관찰했다. 나시샤가 정갈하게 갠 담요를 다시 가방 안에 집어 넣으며 드레이코의 망토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소파쪽으로 몸을 기대며 빨간 머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드레이코랑 놀아줘서 고마워.”

나시샤의 손짓에 얼굴이 새빨개진 론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귀 끝까지 새빨개진 론의 모습에 드레이코가 까르르 웃으며 나시샤에게 말했다.

Maman, il ressemble à une fraise.
“엄마, 얘 딸기 같아요!”

드레이코의 말에 나시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시계를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나시샤가 드레이코에게 손짓했다. 너무 오랫동안 루시우스 옆을 떠나 있지 않았나 싶어, 서두르려고 했지만, 드레이코는 위즐리 소년과 노는 재미에 푹 빠진 듯 해 그럴 수 없었다. 웃음을 참지 못했는지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앞으로 넘어지려고 했다. 나시샤가 놀라 앞으로 몸을 숙이기 전에 드레이코의 팔이 론의 어깨를 잡았다. 론은 넘어질뻔한 드레이코를 한참동안 멍하게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아이들이 웃는걸 지켜본 나시샤는 천천히 드레이코에게 망토를 입히며 다시 한번 시계를 봤다. 이제 오후 4시, 아이가 기분 좋게 깨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시샤는 소파에서 일어나며 가방을 들어 어깨에 둘러메고 드레이코의 손을 잡았다. 고개를 들어 나시샤를 쳐다보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드레이코를 데리고 온실을 빠져 나왔다. 온실 밖을 나서기 전까지 드레이코는 소파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빨간 머리 소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집 안이었다면 좀 더 놀고 싶다고 떼를 썼겠지만, 밖에 나와서 어리광을 피웠다가 루시우스에게 된통 혼이 난 뒤로는 의젓해진 드레이코였다. 안쓰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론은 그 자리에 앉아서 금발의 부인과 아이가 나간 문쪽을 쳐다봤다. 얼마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쌍둥이가 론이 있는 쪽을 향해 달려왔다. 소파에 풀썩 앉은 채 주변을 두리 번 거리고 있을 때, 금발의 부인과 아이가 나간 문으로 몰리가 지니를 데리고 들어왔다.

몰리가 소파에 돌아와 앉았을 때까지도 론은 몰리가 들어온 문쪽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론 옆에서 자고 있던 아이와 가방이 없어진 것을 확인한 몰리는, 방금 그 아이가 떠난 것을 깨닫고 문쪽을 다시 한번 보았지만, 금발 머리인 사람들은 들어오거나 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몰리의 시선이 다시 론에게 갔을 때, 론은 바로 앞에 놓여진 체스 판을 바라보며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자, 론은 자리에서 가지고 놀던 체스 상자를 정리해서 가슴에 안았다. 집에서 빌과 아서가 체스 두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앞으로 뭘 하며 노는걸 제일 좋아할지 정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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