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霖鈴 第3

3. 葉公好龍
엽공이 용을 좋아한다.

지객당은 소림사내에 손님이 머무는 거처였기 때문에 소림사 내부와는 거리가 있었다. 방에 앉아 있던 주자서는 불씨를 찾아 방에 불을 켜고 괜히 부산을 떨었다. 방장실에서 돌아온 주구전의 얼굴은 꽤나 복잡해 보였는데 주자서는 눈치껏 괜히 묻지 않았다. 지객당은 며칠 내 손님으로 가득했다. 주구전은 탁상에 앉아 장경각에서 빌린 오래된 불경을 읽으며 손님을 맞이했다.

손님들은 보통 양주의 어르신께 인사를 한다며 우르르 몰려와서 또 한번에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 유명한 화산파(華山派), 태산파(泰山派)의 장문인으로 시작하여 악양파(岳陽派), 고산파(孤山派)의 장문과 사계산장에서 멀지 않은 단양파(丹陽派) 태호파(太湖派)의 장문도 인사했다. “양주에 있으면서 한번도 뵙지 못했던 귀한 분들을 숭산에서 뵙습니다.” 주구전은 별 뜻없이 한 말이었지만 조용히 듣고 있던 단양파와 태호파의 장문이 헛기침을 했다. 손님이 올때마다 자리를 정리하는 것은 주자서의 몫이었는데 주구전을 방문한 손님들은 힐끔힐끔 그를 보기만 할 뿐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주구전은 사람들의 방문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주자서에게 평소에 입는 호복 대신 심의를 입게 했는데, 평소에 자주 입지 않는 소매가 넓고 품이 넓은 옷이라, 그 옷을 입고 이리저리 주구전의 수발을 들고 있노라면 흐트러지기 일수였다. 주자서는 손님들이 인사를 하고 있는 동안 눈치껏 추스른다고 생각했겠지만, 주구전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모두 그가 주구전의 연동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는 것은 주구전도 주자서도 몰랐다. 또 한바탕 손님이 왔다 나가자 주구전은 주자서를 불러 말했다. “아무래도 옷이 큰 것 같구나.” 그리고는 주자서의 옷 매무새를 정리해주었다.

주자서가 입은 장포는 주구전의 중의였다. 사실 심의가 아니고 그냥 장포였지만 아직 작은 주자서는 그것을 몸에 둘러 심의처럼 입었다. 평소와 다르게 머리를 아래로 내려 묶고 연한 쪽빛 장포를 둘러 입은 주자서는 이제 막 과년이지난 앳된 소년으로 보였다. 주구전은 주자서가 사계산장에 온 날이 기억났다. 아직 충년도 지나지 않은 어린 아이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달포를 울었다. 혹시 몸이 상할까 사계산장 사람들의 애를 끓게 했던 아이는 사계산장 문턱을 넘고 1년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사문에 들어 제자가 되고 난 후 진회장을 ‘사부’라고 불렀다.

주구전은 그날 제자들과 함께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났다. 진회장은 아이의 사정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좋은 일도 아닌데 많은 사람이 알아서 혹 아이의 상처를 후벼 팔까 싶어서 그랬던 것이다. 사계산장 식구들은 캐묻지 않아도 아이의 사정을 모를 수 없었다. 그저 사계산장에 마음 붙이기 시작한 것이 기꺼웠다. 주구전은 만약 자신의 동생이 정말 살아서 손주를 봤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청명이 얼마 남지 않아 소림사는 논의를 위한 준비로 부산스러웠다. 주방에서 점심 찬합을 들고 처소로 가던 주자서가 자운당 근처가 소란스러운 것을 보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자 그 곳에는 흰 옷을 입은 남자가 승려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흰 옷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나를 이곳으로 부른 것은 너희들인데 어찌 내 앞을 막느냐.” 남자의 목소리는 조용했으나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주자서에게까지 들렸다. 소란에 도감스님이 천불전 쪽에서 여러 스님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아미타불 도감 혜립(惠粒)이라 합니다. 처사께서는 무슨 연유로 소란을 자처하십니까?”

흰 옷을 입은 남자는 앞섶에서 어떤 패를 꺼내 혜립에게 내밀었다. 혜립은 그것을 손에 들고 확인한 후에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아미타불, 장명산 상선을 뵙습니다.” 이제 막 이립을 지난 것 같은 흰옷을 입은 남자가 장명산 검선인 것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놀랐는지 웅성였다. 주자서는 힐끔 장명산 검선을 한번 더 구경한 뒤에 지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차를 마시며 불경을 읽고 있던 주구전이 찬합을 들고 들어오는 주자서에게 말했다. “밖이 소란스럽구나.” 주자서는 찬합을 탁상 옆에 놓고 찬을 꺼내 올려 놓으며 말했다. “장명산에서 상선이 찾아오신 듯합니다.” 주구전은 ‘흠’ 하더니 곧 주자서가 내려놓은 점심을 보며 손에 들고 있던 죽간을 내려 놓았다. 주자서가 젓가락을 챙겨주자 주구전과 주자서는 둘이 탁상에 앉아 오붓하게 점심을 먹었다.

먹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장명산 검선이 호쾌하게 인사하며 들어왔다. “주구전! 네 놈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구나!” 종조부를 향한 불경한 소리에 놀란 주자서가 문을 보자 장명산 검선이 주구전과 주자서를 보고 있었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주구전이 검선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엽(葉)선배!” 종조부께서 일어나시려는 것을 눈치챈 주자서가 얼른 일어나 주구전을 부축했다. ‘끙차’ 소리를 내며 일어난 주구전이 공손히 포권하며 검선에게 인사했다. “사계산장 제자 주구전 상선께 인사 올립니다.” 그리고는 몸을 숙이려 하자 검선이 주구전의 팔을 잡아채며 말했다. “예를 거두게, 괜히 절 받다 초상 치르기 싫으니.” 검선의 말에 주구전이 허허 웃으며 앉아서 밥을 먹고 있던 서안으로 손바닥을 펴며 말했다. “앉으시지요.” 그리고는 주자서의 부축을 받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검선은 주자서가 앉아 있던 자리에 털썩 앉으며 주자서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말했다. “남색(男色)에 취미가 있었던가?” 주자서는 한동안 검선이 한 말을 이해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검선을 쳐다 보고만 있었다. 주구전이 또 허허 웃으며 말했다. “선배, 이놈은 제 종손입니다.” 주구전의 말에 정신이 들었는지 주자서가 바닥에 머리를 대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주자서, 상선께 인사드립니다.” 검선은 주자서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네 놈은 자식이 없으니 네 동생놈의 손주겠구나?” 그 말에 주구전은 또 허허 웃었다.

주자서가 먹던 것을 치우고 새 젓가락을 내왔다. 주구전과 검선이 식사하는 것을 구경하게 된 주자서는 멀뚱히 주구전 곁에 앉아서 검선이 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젊은 얼굴을 한 이 검선이 대체 누구이기에 종조부께서 이렇게 예를 차리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주자서는 눈치를 보며 구경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주구전은 검선이 음식을 먹는 것에 잠시 놀라더니 주자서의 소맷자락을 당기며 말했다. “자서야 가서 음식을 좀 더 가져와야 하겠구나.”

주자서는 주방에서 가지고 왔던 찬합을 정리해 일어나며 종조부께 잠시 다녀오겠다며 공손히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그러다 처음으로 지객당 문간에 서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주자서와 비슷한 또래의 소년은 검선과 같은 하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찬합을 들고 나오는 주자서와 눈이 마주치자 얼굴을 빤히 보며 활짝 웃었다. 마치 아는 사람처럼 친근하게 웃는 모습에 주자서는 조금 당황했으나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소년은 주자서를 따라 주방으로 따라왔다. 주방에 도착해 주자서는 최대한 상황을 잘 설명하여 주방장에게 음식을 부탁했다. 아무래도 객으로 머무르는 곳이다 보니 괜히 죄송하여 예를 차리자 주방장은 사람 좋게 웃으며 찬합에 음식을 담아 주었다.

주자서가 스님과 대화하는 것을 아무 말없이 지켜보던 소년은 찬합에 담기는 음식을 보며 말했다. “죄다 풀밭이군.” 그 말을 들은 소림사 주방장은 그를 흘겨보았는데 소년은 신경 쓰지 않고 찬합을 닫아 들었다. 찬합을 빼앗긴 주자서가 소년을 보고 있자 소년이 말했다. “우리 노인네는 밥통이라 많이 먹으니 찬합을 하나 더 받아오시게.” 그 말에 주자서가 주방장을 보자 주방장은 소년이 나갈 때까지 소년을 노려보았다. 주방장은 찬합을 하나 더 꺼내어 주자서에게 내어주며 물었다. “저 시주님은 대체…” 소년이 나간 문을 보고 있는 주자서의 얼빠진 표정을 본 주방장은 더 묻지도 못했다.

주자서는 죄송한 마음으로 “장명산 상선과 함께 오신 객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음식에 대해 여러 차례 감사인사를 한참 한 후에 주방장이 챙겨준 찬합을 들고 나왔다. 소년은 부러 먼저 나갔으면서 문간에 서서 주자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는데 소년은 계속 흘끔거리며 주자서를 몰래 훔쳐봤다. 소년은 주자서와 비슷한 연배로 검선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흰색 장포를 입고 있다. 머리는 단정하게 반으로 나누어 묶어 올렸으며 요대에는 꽤 값이 나가 보이는 흰색 옥패를 달았다. 주자서는 괜히 주구전의 중의를 대충 입은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느껴졌다.


사계산장은 전란 전에도 그렇게 부유한 문파는 아니었기 때문에 옥은 커녕 돈으로 쓰는 은자도 보기 힘들었다. 사계산장 주변에 있는 땅을 개간해 밭을 일구거나, 농번기에 일손을 빌려주고 한해 굶지 않으면 다행인 생활은 주자서가 사계산장에 입문하고 나서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원래 그랬는지 모를 일이다. 진회장과 낙양의 연이 사계산장 살림에 보탬이 된 것은 사실이나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었을까? 관과 엮이는 것을 꺼려 하였으니 벼슬길은 고사하고 세금이나 제때 내면 다행이었다. 잡생각에 눈치채지 못했던 시선이 주자서의 뺨에 스쳤다. 신선같이 하얀 옷을 입은 소년이 옥 같은 얼굴로 해사하게 웃었다. 주자서는 불편한 기색이 울컥 마음에 미치자 가던 길을 멈추고 소년을 보았다.

주자서가 걸음을 멈추고 소년을 빤히 쳐다보자 소년은 찬합을 내려놓고 손을 모아 인사했다. “주공자 혹시 저라산 기슭의 완사계 출신이 아니오?”(6) 소년의 목소리는 낮고 어른스러웠는데 내용이 그렇지 못했다. 주자서는 말 뜻을 잠시 생각하다 당황스러워 미간을 찌푸렸다. 주자서의 표정을 보자 소년은 더 신이 난 듯 말했다. “찡그린 표정도 절색이니…, 길고 가녀린 목덜미에 절로 드러난 흰 살결은…. ”(7) 주자서는 소년의 말에 놀라 찬합을 내려놓고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 흘러내렸나 싶어 괜히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은 요대를 바르게 하고 소년을 쏘아보자 소년은 주자서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지 말했다. “생김새가 아름답고 곱고 가냘프니 보는 이가 어찌 즐겁지 아니 한가?”(8) 주자서는 넋이 나가 소년을 멍하게 바라봤다. 방금 그가 말한 것이 본인을 향한 것인지 의심스러워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소년의 시선이 괜히 부끄러워 주자서의 귀 끝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주자서는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닫기를 몇 번, 하늘을 봤다가 땅을 보기를 또 몇 번 결국 아무 말없이 한숨을 내 쉬었다.

다시 한번 주변을 살핀 주자서는 내려놓은 찬합을 들고 소년을 무시하며 길을 재촉했다. 지객당과 주방사이의 거리는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였는데 지금 주자서에게는 만리길처럼 멀기만 했다. 소년을 무시하며 걷는 주자서에 대고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달이 부끄러워 구름에 가린 듯 아련하다느니, 연꽃이 부끄러워 피지 않는다느니,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는다느니 시답지 않은 말을 쉬지 않고 했다.


지객당 안에서 주구전과 검선은 남은 찬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주자서가 도착해 주구전과 검선에게 다시 한번 인사하고 둘이 앉아 있는 탁상으로 다가가 찬합을 열어 새로 가져온 요리를 상에 올려놓고 다 먹은 그릇을 찬합에 옮겨 담았다. 주자서가 하는 것을 보고 있던 소년이 주자서 옆에 자기가 가져온 찬합을 내려놓았다.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본 주자서가 그 찬합에서도 음식을 꺼내 탁상위에 올려 놓았다. 검선이 주자서가 찬을 내려 놓는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 “시중 드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가 보군.” 검선의 말에 주구전이 주자서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우리집 귀한 종손이 어디서 시중을 들어 봤겠습니까?” 그리고는 사손들의 자랑이 시작되었다. 다 아는 사람에게도 한시진은 족히 말해야 끝나는 태사숙의 손주 자랑은 양주에서는 유명했다. 하지만 듣는 검선은 모르니 주구전은 더욱 신이 났다.

주자서가 내려 놓은 음식을 검선 앞으로 밀어주며 한참 막내제자의 자랑을 하던 주구전이 주자서 옆에 선 소년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엽선배, 이 처사는…?” 검선은 소년을 이제서야 발견했다는 듯 손을 휘휘 저어 소년을 불렀다. 검선의 부름에 소년은 검선 옆으로 가 서더니 부루퉁하게 주구전에게 인사했다. “온객행(溫客行), 주대인을 뵙습니다.” 검선은 온객행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며 혀를 차고는 말했다. “이놈은 내 질제자일세.” 주구전은 온객행을 뚫어져라 한참 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선배님의 질제자요…? ‘흠’ 이 아이 온씨가 맞습니까?”

그 말에 장명산 검선은 혀를 차더니 말했다. “쯧! 그만 봐라! 우리 귀한 제자 얼굴 닳겠네. 주가놈 너는 예나 지금이나 쓸데없이 눈치가 좋구나.” 주구전이 검선을 바라보자 옆에 서있던 온객행이 검선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는 탁상에 올려진 음식을 손으로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주자서가 젓가락을 찾아 그의 앞에 놓았다. 검선은 온객행이 먹는 것을 보고 있다가 그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네놈은 위아래도 없지.” 그러자 온객행이 검선의 손을 피하며 말했다. “빼앗고자 하면 먼저 주어야 한다는데 노야는 장명산에서 숭산까지 오는 길에 내게 뭘 주었소?” 검선이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장유유서 모르냐 장유유서! 새파랗게 어린 놈이!” 온객행이 주구전을 슬쩍 보며 웃었다. 주구전은 온객행에게 물었다. “자네 혹시 견(甄)씨가 아닌가?” 온객행의 표정이 한순간 굳어졌다.

그렇게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다음날 양주에 가장 큰 세가인 남궁세가(南宮勢家)에서 사람을 보내 주구전을 그들의 거처로 불렀다. 주구전이 그들에게 가려고하자 검선이 그를 막으며 말했다. “어디 어른이 인사하러 간단 말인가? 살면서 그런 법도 본적이 없네.” 하며 주구전과 차를 마셨다. 참다 못한 남궁세가에서 사람들이 오자 장명산 검선은 그들을 호되게 꾸짖었는데 그걸 듣고 있는 주자서가 다 민망할 지경이었다. 남궁세가는 군신이 나온 집안이라 사계산장과 달리 형편이 좋았다. 매번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남궁 집안의 일을 해야 했던 주자서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주자서의 은은한 미소를 눈치챈 온객행이 신이 나서 검선의 흥을 돋우는 바람에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하(南宮夏)는 한시진이나 서서 꾸중을 들었다. 주구전이 나서서 검선을 멈추지 않았으면 하루 종일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객당에 머무르는 객 중에 누구 시중을 들 만한 사람은 주자서뿐이었다. 침상이 2개 있었으나 객이 둘 늘었으니 한 명은 평상에서 자고 다른 한 명은 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주자서는 종조부와 검선이 주무실 자리를 봐 드리고 평상에도 이불을 깔았다. 주구전, 검선과 온객행은 화로 앞에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화로에 탄을 채워 넣은 것도 주자서이다. 해시가 되자 시간을 알려주는 스님이 목탁을 치며 시간을 알려왔다. 이는 소림사의 소등시간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주자서는 주구전이 침상에 오르는 것을 도운 뒤 불을 끄기 위에 촛대 앞으로 갔다. 검선과 온객행이 눕는 것을 본 주자서가 촛대의 불을 껐다. 주자서는 멀뚱히 서서 짙게 어둠이 깔린 사위를 두리번거리다 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양주의 봄은 금방 오는 듯했는데 숭산의 봄은 또 다른 듯했다.

(6) 이백 西施 서시
西施越溪女 出自苧蘿山
서시는 월나라의 빨래하던 아가씨로 저라산 기슭의 완사계(浣紗溪) 출신인데...

(7) 조식 洛神賦 낙신부
延頸秀項 皓質呈露 芳澤無加 鉛華弗御
길고 가녀린 목덜미에 절로 드러난 흰 살결은 향기로운 연지도 호사한 분도 바르지 아니하였구나.

(8) 진문제 (陳文帝) 진천이 한자고에게 바친 시
容貌艶麗 纖姸潔白 如美婦人 臻首膏髮 自然蛾眉 見者靡不嘖嘖
생김새가 아름답고 곱고, 가냘프고 깨끗하니 예쁜 부인과 같구나!
네모지고 넓은 이마와 윤기나는 머릿결 자연스러운 눈썹 보는 이가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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