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란가

木蘭歌 | 목란의 노래

喞喞復喞喞 木蘭當戶織 不聞機杼聲 惟聞女歎息
찰그락 찰그락 또 찰그락 찰그락 목란(木蘭)이 문간에서 베를 짜는데 베틀 소리 안 들리고 들리는 것이라곤 그녀의 탄식 소리.
問女何所思 問女何所憶
'얘야, 무슨 생각하느냐? 무슨 걱정 하느냐?'
女亦無所思 女亦無所憶 昨夜見軍帖 可汗大點兵
'소녀는 생각하는 것도 없어요. 걱정하는 것도 없어요. 지난밤에 내려온 군첩(軍貼)을 보니 임금님(可汗)이 군사를 부른답니다.
軍書十二卷 卷卷有爺名 我爺無大兒 木蘭無大兄 願爲市鞍馬 從此替爺征
군첩(軍貼)이 모두 열두 권(卷)인데 그 군첩 속에는 아버지도 들었어요. 아버지는 큰아들이 없고 목란(木蘭)이는 오라비가 없으니 내가 시장(市場)에 가 말안장을 사 가지고 아버지를 대신해서 출정(出征)을 하겠어요.’
東市買駿馬 西市買鞍𩎐언지천 南市買轡頭 北市買長鞭 旦辭爺孃去 暮宿黃河邊
동쪽 시장에 가서 준마(駿馬)를 사고 서쪽 시장에 가서 말안장을 사고 남쪽 시장에 가서 말고삐를 사고 북쪽 시장에 가서 긴 채찍을 사서는 아침에 부모님께 하직을 하고 저녁에는 황하 옆에서 잠을 잡니다.
不聞爺孃喚女聲 但聞黃河流水聲濺濺 旦辭黃河去 暮宿黑山頭
부모님이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들리는 것이라곤 출렁이는 황하의 물결소리 아침에 황하(黃河)를 떠나 저녁에는 흑산(黑山)에서 묵습니다.
不聞爺孃喚女聲 但聞燕山胡騎聲啾啾 萬里赴戎機 關山度若飛
부모님이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연산(燕山)에서 들리는 것이라곤 호기(胡騎)가 말달리는 소리. 시기(時機)에 맞추어 만리(萬里) 밖에 나아가 나는 듯이 관산(關山)을 넘으니
朔氣傳金析 寒光照鐵衣 將軍百戰死 壯士十年歸
싸늘한 기운은 쇠종소리 가르고 차가운 달빛은 철갑을 비춥니다. 장군(將軍)도 백전(百戰)에서 죽었는데 장사(壯士)는 십 년만에 돌아왔죠.
歸來見天子 天子坐明堂 策勳十二轉 賞賜百千强
돌아와 천자(天子)를 뵈오니 천자(天子)는 명당(明堂)에 앉아서 훈작(勳爵)을 내리는데 십이 등급에서 으뜸이고 내리는 물품은 백천(百千)가지가 넘었습니다.
可汗問所欲
임금님(可汗)이 소원을 물으시니,
木蘭不用尙書郞 願借明駝千里足 送兒還故鄕
‘목란은 상서랑(尙書郞)이 필요 없어요. 천리(千里)를 달리는 명타(明駝)나 빌려주시어 고향(故鄕)으로 보내 주셔요.’
爺孃聞女來 出郭相扶將 阿姊聞妹來 當戶理紅妝 小弟聞姊來 磨刀霍霍向猪羊
부모(父母)는 딸이 돌아온단 소) 리 듣고, 성(城)밖까지 나아가 마중을 합니다. 언니는 동생이 돌아온단 소리 듣고,문간에서 몸단장을 합니다. 남동생은 누이가 돌아온단 소리 듣고, 칼을 슥슥 갈아서 돼지 양을 잡습니다.
開我東閣門 坐我西閣牀 脫我戰時袍 著我舊時裳
동각문(東閣門)을 열어 놓고 서각(西閣) 침상(寢牀)에 걸터앉아 전투복(戰鬪服)을 벗어 던지고 옛날의 평복으로 갈아입고는
當窗理雲鬢 對鏡貼花黃 出門看火伴 火伴皆驚惶
창문 앞에서 구름 같은 머리 빗고 거울 앞에서 노란 꽃을 꽂았습니다. 문을 나서서 전우(戰友)들을 바라보니 전우(戰友)들이 모두 다 깜짝 놀랐습니다.
同行十二年 不知木蘭是女郞
‘12년 동안이나 같이 다녔지만 목란(木蘭)이가 여잔 줄은 미쳐 몰랐소.’
雄免脚撲朔 雌免眼迷離 兩免傍地走 安能辨我是雄雌
숫토끼 발걸음 촐싹거리고 암토끼 두 눈을 깜빡이면서 두 토끼가 나란히 뛰어가면은 그 누가 자웅(雌雄)을 가려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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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즐즐(喞喞) : 베틀이 움직이는 소리.
  2. 군첩(軍貼) : 징병 통지서.
  3. 카칸(可汗) : 몽고나 돌궐족 유목민의 추장이나 국왕을 일컫는 말임금.
  4. 십이권(十二卷) : 실제로 12권이라는 뜻이 아니고 많다는 의미.
  5. 야량(爺孃) : 부모님. 야(爺)는 아버지, 량(孃)은 어머니.
  6. 천천(濺濺) : 물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
  7. 흑산(黑山) : 하북성 임유(臨楡) 부근에 있다는 산.
  8. 연산(燕山) : 하북성 계현 동남쪽 약 35km 지점에 있는 산. 흑 산(黑山)과 연산(燕山)은 멀리 북방(北方)에 있는 산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9. 호기성추추(胡騎聲啾啾) : 오랑캐의 기마병(騎馬兵)이 달리는 시끄러운 소리. 추추(啾啾)는 시끄러운 소리의 의성어.
  10. 만리부융기(萬里赴戎機) : 작전시기에 맞추어 만리밖에 나아가. 이 구절은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의 민요풍(民謠風)이 아니어서, 후세 사람들, 특히 당 나라 때 윤필(潤筆)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11. 천자(天子) : 황제(皇帝).
  12. 명당(明堂) : 천자(天子)가 정무(政務)를 보는 궁전(宮殿). 이곳에서 개선용사(凱旋勇士)들을 접견했다.
  13. 책훈십이전(策勳十二轉) : 당(唐) 나라 제도에 12등급의 훈작(勳 爵)이 있었다. 제일 으뜸인 것이 상주국(上柱國).
  14. 상서랑(尙書郞) : 대신(大臣)급의 높은 벼슬.
  15. 명타(明駝) : 낙타(駱駝).

    당(唐) 나라에서는 역참(驛站)마다 명타(明駝)라는 낙타를 두었는데, 이 낙타는 하루에 능히 천리(千里)를 달린다 한다. 국경지대의 긴급한 군사작전이 아니면 사용할 수가 없었는데, 목란(木蘭)이 고향(故鄕)으로 급히 가고 싶어 카칸(可汗)에게 이를 빌려달라 했다.

  16. 곽곽(霍霍) : 칼 같은 것을 날카롭게 가는 소리의 의성어.
  17. 화반(火伴) : 전쟁터에서 같이 싸우던 전우(戰友).

중국 남북조 때 지은 시가이나 작자는 미상이고 시산(匙山)선생 역(譯)이다. 중국의 대 혼란기였던 위진남북조시대 때 북위 왕조의 이야기로 추측한다. 중국 북방 이민족이 북위의 변경을 침입하자 북위정권은 징집령을 내렸고, 징집대상에 어린 남자동생을 제외하고 장정이 없어 병이든 아버지가 끌려가게 되었다. 목란은 남장을 하고 아버지를 대신하여 징집에 응해 12년동안 전쟁터를 전전하며 수많은 전공을 세운다. 그동안 그녀는 여인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고, 그녀가 무공을 세워 황제를 알현하고, 황제가 주는 벼슬도 마다하고 집으로 달려가 가족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오래된 이야기인 줄 정말 몰랐다.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여인이라는 것을 숨기는 것이 녹록치 않았을텐데 별일 없던거 보면 목란이라는 여성자체가 남성 못지 않게 건장하고 전쟁터의 상황이 녹록치 못해 남과 여를 구분하지 못할정도로 참담했을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전쟁터에서 그녀가 여인이라는 것을 들켰을 것이라고 상상만해도 벌써부터 여러가지 걱정이 물밀듯 생기는데다 그녀가 고향에 돌아 와서야 그녀가 여인이라는 것을 동료들이 알았다고 하니, 그녀의 10년 넘는 고생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여성으로써 남자들이 강요하고 원하는 아름다움이 아닌 고강함을 보여주는 목란의 지강한 모습은 당시 충직이라는 이름으로 황제를 모시던 대다수의 남자들이 해내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상서랑이라는 벼슬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남자가 아니라 여인이라는 것을 밝힌 것도 겨우 고향에 돌아와서 인것도 당시 시대상을 보았을때, 그녀가 황제앞에서 자신의 신분을 드러냈으면 그녀는 영웅임에도 황제를 기만한 대역죄인이 되어 형장의 이슬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조리와 차별, 멸시를 그녀는 알았을 것이다. 알고도 그렇게 한 것이다. 이런 여인이 있는데도 과거의 그 유독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성별은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위진남북조시대 이후로도 몇천년동안.. 사실 현재까지도.

고시십구수

古時十九首

其一首
行行重行行 與君生別離
가고 가고 또 가고 가시군요. 당신과 함께 살다가 이별하여
相去萬餘裏 各在天一涯
서로 떨어져 만 여리가 되군요. 서로가 하늘 끝자락에 있음에야!
道路阻且長 會面安可知
길은 험하고 멀어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네.
胡馬依北風 越鳥巣南枝
호마는 북풍을 타고 달리는데 월조는 남쪽 가지에 둥지를 트네.
相去日已遠 衣帶日已緩
서로 떨어져 있는 날은 길어만 가는데 나의 허리띠는 날마다 느슨해집니다.
浮雲蔽白日 遊子不顧返
뜬 구름은 밝은 태양을 가로 막아 있고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못하는데.
思君令人老 歲月忽已晩
임을 그리워하면서 늙어갈 것인데 세월은 홀연히 지나갑니다.
棄捐勿複道 努力加餐飯
돌아올거나 기대는 마음 그만두고 제 찬반을 더하고 노력하여야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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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별리(生別離) : 사별(死別)의 대어(對語)로 초사(楚辭)에「슬프기로는 생별리(生別離) 만큼 슬픈 것은 없다.」고 하였다.
  2. 호마(胡馬) : 중국 북쪽 호북(湖北) 지방의 말.
  3. 의북풍(依北風) : 북풍(北風)이 부는 쪽으로 머리를 돌려 호지(胡地)를 그린다는 뜻.
  4. 월조(越鳥) : 지금의 중국 절강성(浙江省) 일대를 근거지로 했던 월나라의 새.
  5. 소남지(巢南枝) : 남쪽으로 뻗은 가지에 집을 짓는다. 즉 월(越) 나라를 그린다는 뜻.
  6. 의대완(衣帶緩) : 옷의 띠가 헐거워 짐. 근심걱정으로 몸이 여위었음을 뜻한다.
  7. 부운폐백일(浮雲蔽白日) : 뜬구름이 태양을 가리는 것. 멀리 떠난 사람 의 행방을 몰라 마음이 답답한 느낌을 말함.
  8. 가찬반(加餐飯) : 식사를 보다 많이 하여 몸을 보양(保養)함. 자애(自愛)하라는 뜻.
其二首
青青河畔草 鬱鬱園中柳
푸르고 싱그러운 호반의 풀 울창하고 무성한 정원의 버드나무
盈盈樓上女 皎皎當窗庸
아름답고 예쁜 누각위의 여성 창가에 기댄 희고 아름다운 모습
娥娥紅粉妝 纖纖出素手
단아하고 정갈하게 화장하였구나. 가늘고 예쁜 섬섬옥수 내밀고 있네.
昔爲娼家女 今爲蕩子婦
옛날에는 창가의 여인이었지만 지금은 탕자의 부인이 되었네.
蕩子行不歸 空床難獨守
탕자의 행방은 돌아오지 않아 알 수 없고 빈 침상을 혼자 지키기가 어렵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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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河畔(하반) : 강변, 강가.
  2. 盈盈(영영) : 자태가 아름다운 모양.
  3. 皎皎(교교) : 새하얗고 밝다.
  4. 탕자(蕩子) : 즉 유자(遊子)다.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남자를 칭한다. 앞서의 창가녀(倡歌女)와 대칭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쓰는 타락한 남자를 폄하해서 쓰는 말이 아니다.
其三首
靑靑陵上柏 磊磊澗中石
푸르고 무성한 언덕위의 측백나무 겹겹이 쌓여 있는 산간의 돌
人生天地間 忽如遠行客
인생이 천지사이에 사는 것은 홀연히 멀리 떠나는 여객과 같다.
斗酒相娛樂 聊厚不爲薄
한말 술로 서로 나누면서 즐기면 애오라지 충분하고 부족함이 없도다.
驅車策駑馬 遊戲宛與洛
느린 말을 채찍질 하여 남양과 낙양에서 놀리라.
洛中何鬱鬱 冠帶自相索
낙양의 시내는 어찌 이리 화려한가? 의관과 속띠를 메고 서로 가고 오는구나.
長衢羅夾巷 王侯多第宅
길고 큰 길과 좁은 길이 사이를 있는데 왕과 제후의 저택이 많고도 많도다.
兩宮遙相望 雙闕百餘尺
양 궁전이 서로 사이 두고 바라보고 양 궁전 누대는 높이가 100여척구나.
極宴心意娛 戚戚何所迫
연회를 마음껏 즐기면 근심걱정이 어찌 가까이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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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완현(宛縣) : 지금의 하남성 서남부 남양시(南陽市)다.
  2. 양궁(兩宮) : 후한 말 낙양에는 4키로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남궁과 북궁이 있었다.
  3. 磊磊澗中石(뇌뢰간중석) : 돌이 겹겹이 쌓인 무더기
  4. 磊(뢰,뇌) : 돌무더기
  5. 澗(간): 계곡의 시내
  6. 衢(구) : 네거리
  7. 戚戚何所迫(척척하소박) : 무엇 때문에 근심에 쫓기는가?
  8. 척척(戚戚) : (근심 걱정으로)슬퍼하다.

    不戚戚於貧賤不汲汲於富貴(불척척어빈천불급급어부귀):'빈천(貧賤)함을 근심하지 않고, 부귀(富貴)에 급급(汲汲)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가난과 부귀(富貴)에 초연(超然)한 마음 자세를 나타낸다.

其四首
今日良宴會 歡樂難具陳
오늘의 이 같은 좋은 연회 환락을 자세히 말하기 어렵네. 
彈箏奮逸響 新聲妙入神
쟁을 퉁기는 소리 들으면 새로운 소리 기묘하여 신의 경지에 이른 듯하고.
令德唱高言 識曲聽其真
높은 덕을 가진 자가 노래를 하면 곡을 만든 자는 그 진의를 자연히 알 수 있다.
齊心同所願 含意俱未申
마음을 단정히 하여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품은 뜻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구나.
人生寄一世 奄忽若飆塵
인생이 한 평생을 사는 것은 홀연히 바람에 날리는 먼지와 같다.
何不策高足 先據要路津
어찌하여 자기의 높은 뜻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선 요로의 사람에게 의존하지 못하는가?
無爲守貧賤 坎可長苦辛
어찌 빈천을 뚫지 못하고 고통을 길게 가지고 가려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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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箏(쟁) : 쟁(箏) 또는 고쟁(古箏)은 중국 전통 현악기의 이름으로, 목재로 된 긴 장방형의 현악기이다. 전국 시대부터 있었고, 진나라 때 널리 퍼졌다.
  2. 奄忽(엄홀) : 갑자기 사라지다.
  3. 飆塵(표진) : 폭풍속의 먼지.
  4. 高足(고족) : 발이 빠른 말.
  5. 要路(요로) : 권력자, 정치상 좋은 위치.
  6. 津(진) : 지위.
其五首
西北有高樓 上與浮雲齊
저 집 서북쪽에 높은 망루가 있구나, 올라보면 위가 뜬구름만큼 높디높다.
交疏結綺窗 阿閣三重階
짜서 새긴 꽃무늬 아름다운 비단 휘장 큰 전각에 삼층 망대가 있구나.
上有弦歌聲 音響一何悲
위에서 가야금 타고 노랫소리 들려오는데 소리의 울림이 어쩜 저리 슬프게 들릴꼬.
誰能爲此曲 無乃杞梁妻
누가 이렇듯 능숙하게 곡을 만들었는지 제나라의 기양의 처 (맹강여) 아니라면 야.
淸商隨風發 中曲正徘徊
음악소리 가을바람 타고 울리는데 곡 중은 일률적이다가 끊일 듯 변한다.
一彈再三嘆 慷慨有餘哀
한번 퉁기고 다시 3번 탄식 하니 북받쳐 원통해 더욱 슬퍼하는 모습.
不惜歌者苦 但傷知音希
노래하는 사람 고통은 애석해 하지 아니하고 곡의 참뜻 알아주는 사람 없음을 슬퍼하는 구나.
願爲雙鴻鵠 奮翅起高飛
한 쌍의 홍곡이라도 되고 싶은 것일까 한껏 날개를 펼쳐 하늘 높이 날고 싶은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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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투조(透彫) : 금속, 목재 따위의 재료를 도려내어서 모양을 나타내는 고대 중국의 조각 기법 중의 하나.
  2. 사각추(四角錐) 모양의 지붕을 올린 누각.
  3. 기량의 처 (맹강여) : 기량은 춘추 때 제나라의 대부로 용맹한 장수였다.
  4. 제장공(齊莊公 : 재위 기원전 553-548년)이 거(莒)나라를 쳐들어갈 때 종군하여 용맹하게 싸우다 전사했다. 기량의 처가 그의 시신을 10일 동안이나 부둥켜 앉고 통곡하다가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그녀의 슬픈 통곡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여 성벽까지 무너뜨렸다는 전설이 되었다.
  5. 지음(知音) : "백아절현(伯牙絶鉉)"의 고사(故事)다."지음(知音)"은 마음까지 통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를 뜻한다.

    옛날 중국 춘추시대에 진(晉)나라에 거문고의 달인 유백아(兪伯牙)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자신이 태어난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된 백아는 공향을 찾아 달 밝은 밤에 달빛을 바라보며 거문고를 뜯었다. 그때 나무꾼 종자기라는 사람이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몰래 엿듣고 있었다. 백아가 달빛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달빛을 바라보았고, 백아가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뜯으면 종자기도 강물을 바라보았다. 종자기는 거문고의 소리만 듣고도 백아의 속마음을 읽어 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헤어졌다.이듬해 백아가 다시 고향땅을 찾았을 때 종자기는 죽고 없었다. 백아는 친구의 무덤을 찾아가 마지막 최후의 한 곡을 뜯고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타지 않았다. 이 세상에 자기 거문고 소리를 제대로 들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지음(음을 알다.)이 절친한 친구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6. 鴻鵠(홍곡) : 큰 기러기와 고니.
其六首
涉江采芙蓉 蘭澤多芳草
강물을 건너 연꽃을 따고 싶은데 난초 무성하고 호수에는 향기로운 풀꽃들이 피어있다.
采之欲遺誰 所思在遠道
저 꽃을 따서 누구에게 주려는 걸까? 나의 사랑하는 사람 먼 길에 있는데.
還顧望舊鄉 長路漫浩浩
돌이켜 고향 쪽을 바라보니, 끝도 없이 길고 넓은 길 아득하다.
同心而離居 憂傷以終老
같은 마음 두 사람 떨어져 지내고 있으니 근심 걱정이 쌓이고 종래는 늙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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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芙蓉(부용) : 연꽃, 연(蓮)의 중국 이름.
  2. 芳草(방초) : 향기롭고 꽃다운 풀.
  3. 漫浩浩(만호호) : 한없이 넓고 크다. 너무 멀다는 뜻.
其七首
明月皎夜光 促織鳴東壁
8월대보름의 달은 밝게 빛나고 귀뚜라미가 동쪽 서재 벽 밑에서 울고 있다.
玉衡指孟冬 眾(衆)星何歷歷
북두칠성의 손잡이에 해당하는 다섯째별은 초겨울을 가리키고 하늘의 뭇별은 찬란히 비춘다.
白露沾野草 時節忽復易
맑은 이슬의 계절 이슬이 들판의 초목을 적시고 시절은 거침없이 가을로 바뀌어 간다.
秋蟬鳴樹間 玄鳥逝安適
가을 매미는 다시 나무속에서 울고 있는데 제비는 원래대로 돌아갔다.
昔我同門友 高擧振六翮
옛 동문들도 계절이 변화하는 것 같이 지금 출세하여 행세께나 하고 살아간다.
不念攜手好 棄我如遺跡
동문들은 이미 손잡고 의리로 사귀었던 일은 잊어버리고 우리들을 길에 남겨진 발자국처럼 버리고 떠나갔다.
南箕北有鬥 牽牛不負軛
8월의 밤하늘 남에는 뭇별(箕星)이, 북에는 북두성(北斗星) 견우성이라 해도 마차를 끄는 멍에가 걸려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良無盤石固 虛名復何益
진실로 반석과 같은 견고한 의리가 없다면 친구라는 허명만으로는 어찌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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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促織(촉직) : 귀뚜라미
  2. 옥형(玉衡) : 북두칠성 가운데 다섯 번째 별로 큰곰자리고 맹동(孟冬)은 해(亥) 방위로 서북쪽을 가리킨다.
  3. 백로(白露) : 일 년 중 찬이슬이 내려서 가을다운 기운을 더해 준다는 날.

    이십사절기(二十四節氣)의 하나로 처서(處暑)와 추분(秋分) 사이에 있다.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여 태양이 황도(黃道)의 75도(度)에 이르는 때로, 양력 9월 중순경이다.

  4. 沾(첨,점) : 젖을 ‘점’
  5. 玄鳥(현조) : 제비
  6. 남기북두(南箕北斗) : 유명무실하다는 뜻으로 남기성(南箕星)은 키는 키지만 까붐질을 못하고 북두성은 국자이지만 국을 뜨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경 소아(小雅), 대동(大東)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維南有箕 不可以簸揚(유남유기 불가이파양)
    남쪽 하늘의 기성은 키 같다고 하나 곡식을 까불 수 없고
    維北有斗 不可以挹酒漿(유묵유두 불가이읍주장)
    북쪽 하늘의 북두성 국자 같다고 하나 국 떠서 마실 수 없네.

  7. 牽牛不負軛(견우불부액) : ‘牽牛(견우)’는 소가 끈다는 뜻이나 견우성에는 실제로 멍에(軛)가 필요없으니 유명무실 하다는 뜻.
其八首
冉冉孤生竹 結根泰山阿
연약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한그루 대나무 태산의 언덕 땅속깊이에 뿌리 내리려한다.
與君爲新婚 兎絲附女蘿
당신과 처음 혼인하게 되었는데 토사가 여라에게 얽힌 형상이었네.
菟絲生有時 夫婦會有宜
토사라는 풀도 살아가는 시절이 있듯이 부부가 서로 만나는 것도 마땅한 시기가 있는 법.
千里遠結婚 悠悠隔山陂
당신과는 아득히 먼 천릿길 떨어져 결혼을 하게 되었건만 우린 멀고 아득히 떨어져 우리 사이 수많은 산맥으로 막혀있네.
思君令人老 軒車來何遲
당신생각에 이제 몸 늙고 쇠약 해 가는 것 느끼는데 오겠다는 마차는 오기가 어찌 이리 더딘 것인지요,
傷彼蕙蘭花 含英揚光輝
혜란화도 마음이 아픈지 피운 꽃 아름다운 모습 속으로 숨기고 있누나.
過時而不采 將隨秋草萎
누구도 저 꽃 꺾지 않고 그대로 세월만을 지나면 진정 이대로 가을 풀로 시들고 말 것이겠지요.
君亮執高節 賤妾亦何爲
당신이 고귀한 절조를 굳게 지키신다고 하시면 소첩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밖에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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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冉冉(염염) : 연약함.
  2. 兔絲(토사) 새삼,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성 기생식물.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의하면 토사(菟絲)는 뿌리가 없고 그 뿌리는 땅에 박혀있지 않는 복령(茯苓)이라고 하였다.
  3. 女蘿(여라) : 이끼. 습기가 많은 음지에서 자라는 선태식물.
  4. 山陂(산피) : 산과 언덕.
  5. 軒車(헌거) : 마차.
  6. 蕙蘭(혜란) : 난초의 한 종류.
其九首
庭中有奇樹 綠葉發華滋
뜰에 진귀한 나무가 하나 있는데 녹색 잎들 사이 윤기 흐르는 꽃이 피어 있네.
攀條折其榮 將以遺所思
작은 가지를 휘어잡아 활짝 핀 꽃을 손으로 꺾어 이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낼까 하도다.
馨香盈懷袖 路遠莫致之
꽃향내는 나의 품에도 옷자락에도 가득 차 넘치는데 저 사람과는 길이 멀어 이 꽃을 보낼 수 없구나.
此物何足貴 但感別經時
이 꽃이 아무리 귀하다 해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사랑하는 마음만 보낼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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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發華滋(발화자) : 꽃이 만발하게 핀 모양.
  2. 攀條(반조) : 나뭇가지를 당기다.
  3. 馨香(형향) : 꽃 향기.
  4. 此物何足貴(차물하족귀) 但感別經時(단감별경시) : 꽃을 보내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니 이별한 시간의 그리움을 보내고 싶다.

其十首

迢迢牽牛星 皎皎河漢女
은하를 사이에 두고 까마득 저쪽은 견우성이 있고 은하 이쪽에는 밝게 빛나는 직녀성이 있네.
纖纖擢素手 札札弄機杼
직녀는 아름답고 고운 흰 손으로 (베 짜는)북을 놀리고 사각 사각 소리를 내어 재빠르게 베를 짠다.
終日不成章 泣涕零如雨
종일 베를 짜지만 견우성 생각으로 좀처럼 성과는 없고 눈물만 비 오듯 쏟아진다.
河漢清且淺 相去復幾許
은하는 맑고 수심 또한 얕은데도 서로 다시 만나기 얼마가 되었든가.
盈盈一水間 脈脈不得語
찰랑찰랑 은하는 물길이 강물 되어 말 한마디 없이 서로 바라만 볼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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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迢(초) : 멀다.
  2. 皎(교) : 달빛, 밝다.
  3. 河漢女(하한녀) : 직녀성.
  4. 杼(저) : 북, 베틀의 북.
  5. 칠석전설(七夕傳說)

    불교에서 전래하여 음력 7월 15일은 백중일이 되었고 7월7일은 칠석날이 되었다. 여기에는 중국에서 전래 해온 직녀(織女) 견우(牽牛)의 전설이 있다. 칠석전설은 시초는 중국이다. 중국의 직녀(織女) 견우(牽牛)의 전설과 바느질을 잘 할 수 있도록 바라는 걸교전(乞巧奠: 칠석 날 밤에 여자들이 견우성과 직녀성에게 길쌈과 바느질을 잘 하게 해 달라고 재주를 비는 의식)의 행사가 서로 섞여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직녀와 견우는 부부인데 일은 하지 않고 놀기만 하여 일 년에 한번만 만날 수 있도록 천제에 의하여 강제되었다한다. 이것은 유교적사상의 색채가 농후한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옛날 농민이 매일 ‘일’ ‘일’ 하면서 매일을 일만 하는 농민을 불쌍히 여겨 하루정도 음식을 만들어 먹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중국의 후한(後漢:1C~3C)에 만들어 진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其十一首
回車駕言邁 悠悠涉長道
마차 방향 돌려 정처 없이 나아가고 있자니 멀고도 먼 아득한 길 한없이 지나간다.
四顧何茫茫 東風搖百草
사방을 돌아보면 넓고 넓어 끝이 없는데 동풍(춘풍)이 불어와 풀과 꽃을 흔들고 있다.(새해의 소식은 전한다)
所遇無故物 焉得不速老
마주치는 곳 보이는 건 옛날 내가 본 것 하나 없으니 어찌해서 늙어 가는 것 빠르지 않다고 말 할까?
盛衰各有時 立身苦不早
인생에는 성하고 쇠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기 마련인데 성공하여 세상에 이름을 올리는 것 늦어지니 괴롭구나.
奄忽隨物化 榮名以爲寶
만물은 홀연히 돌고 도는 섭리로 죽고 마는 법인데 (죽기 전에 속히)명성과 명예를 드높이 올리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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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駕言邁(가언매) : 말을 몰아 떠나다. ‘言’은 어조사.
  2. 東風(동풍) : 봄 바람. 오행사상에서 동은 봄.
  3. 人生非金石(인생비금석) : 인생은 쇠나 돌이 아니니 영구하지 못하다.
其十二首
東城高且長 逶迤自相屬
동쪽 성벽은 높고 길어 구불구불 계속해 간다.
回風動地起 秋草萋已綠
회오리바람은 땅을 흔들 정도이고 가을 풀은 아직은 여름의 진 푸른색이 그대로이다.
四時更變化 歲暮一何速
그러나 사계절은 번갈아 변하고 세모가 닥치는 것도 참으로 빠르구나!
晨風懷苦心 蟋蟀傷局促
버려진 신하는 괴로운 마음을 품고 재능 있는 선비는 움츠려 기죽어 있다.
蕩滌放情志 何爲自結束
나는 그런 생각 깨끗이 씻고 내 맘대로 살기를 원하노니 그 무엇이 내 몸을 속박할 것 있겠는가!
燕趙多佳人 美者顔如玉
연과 조나라에는 미인이 많기도 한데 미인의 얼굴은 옥같이 아름답다 구나.
被服羅裳衣 當戶理淸曲
비칠 듯 얇은 비단옷 두르고 문 앞에 기대 맑은 곡을 연주하네.
音響一何悲 弦急知柱促
그 음향이 하나하나 무슨 슬픔 있는지 현을 좁혀 소리를 빠르게도 높게도 한다.
馳情整巾帶 沈吟聊躑躅
이 소리를 듣고 만감이 교차하여 의장을 고쳐 매고 깊은 한숨 내쉬며 가는 길을 멈춘다.
思爲雙飛燕 銜泥巢君屋
한 쌍의 나는 제비가 되어 진흙을 입에 물고 그대의 처마 밑에 살고 싶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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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東城(동성) : 낙양의 동성(東城).
  • 逶迤(위타) : 구불구불함. 迤(타): 잇닿을 타. 서로 이어져 맞닿다.
  • 晨風(신풍) : 새매. 고시 16수에 비슷한 표현이 있다.

    亮無晨風翼(양무신풍익) 焉能凌風飛(언능능풍비)
    실로 매의 날개도 없거늘 어찌 바람 타고 날아갈 수 있을까?

  • 蟋蟀(실솔) : 귀뚜라미. 《爾雅(이아)》에 이르기를 “蟋蟀(실솔:귀뚜라미)을 蛩(공)이라 한다.” 하였다.
  • 蟋蟀傷局促(실솔상국촉) : ‘蟋蟀(실솔)’이라는 시에는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아픈 마음을 읊고 있다.
  • 蕩滌(탕척) : 더러운 것을 없애고 정(定)하게 함.
  • 柱促(주족) : 안족(雁足) 현악기의 줄을 받치고 있는 ㅅ모양의 받침목. 일명 주(柱).
  • 思為雙飛燕(사위쌍비연) : 고시 5수에는 같은 느낌의 표현이 있다.

    願為雙鴻鵠(원위쌍홍곡), 奮翅起高飛(분시기고비).
    원컨대 한 쌍의 기러기와 고니 되어 날개를 떨치며 높이 날아갔으면.

  • 巾帯(건대) : 머리 띠.
  • 躑躅(척촉) : 배회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 其十三首
    驅車上東門 遙望郭北墓
    마차를 달려 낙양의 상동문에 이르니 멀리 성곽의 북쪽 북망산에 묘지가 바라보인다.
    白楊何蕭蕭 松柏夾廣路
    백양나무는 어째서 저리 쓸쓸히 슬프게 서 있는 것인가? 송백나무 묘지로 가는 길 양옆에 무성하다.
    下有陳死人 杳杳卽長暮
    저 땅속에는 옛날 죽은 사람 누워있고 어둡고 어두운 속에서 길고 긴 잠에 들어 있구나.
    潛寐黃泉下 千載永不寤
    그들은 황천 국에 말없이 잠들어 있고 천년이 지나도 깨어나지 못하는구나.
    浩浩陰陽移 年命如朝露
    사시사철 음양의 변화는 끝이 없이 지속되건만 이 세상을 사는 사람 생명은 아침이슬과 같구나.
    人生忽如寄 壽無金石固
    인생은 홀연히 사라져 가고 마는 것 수명은 금석과 같이 불변한 것이 아니구나.
    萬歲更相送 賢聖莫能度
    만년을 지내오는 사이 사람은 반드시 죽어 서로 헤어지 것 아무리 성인 현인이라 해도 운명은 피해 갈 수 없는 것.
    服食求神仙 多爲藥所誤
    불노장생의 선약을 복용하고 장생하기를 바란다 해도 모든 사람들은 그 약 잘못 먹어 신체를 잃고 만다.
    不如飮美酒 被服紈與素
    그렇지 못 할 바에 생전에 맛있는 술과 좋은 의복을 입고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는 것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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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上東門(상동문):낙양 성동면 삼문의 하나. 가장 북쪽에 있는 문.
    2. 郭北(곽북): 낙양성 북쪽의 북망산 위에 있는 성.
    3. 蕭蕭(소소) : 쓸쓸하다.
    4. 杳杳即長暮(묘묘즉장모) : 아득한 긴 어둠이 계속되다.
    5. 浩浩(호호) : 넓고 큰 모양.
    6. 服食(복식) : 선약을 복용하다.
    7. 紈與素(환여소) : 희고 고운 비단옷.고시 3수에는 다음과 비슷한 문장이 있다.

      人生天地間(인생천지간) 忽如遠行客(홀여원행객)
      인생은 천지간에 홀연 멀리 떠나는 나그네 같다네.

    其十四首
    去者日以疏 生者日已親
    떠난 사람은 그날로 멀어지고 새로 만나는 사람은 그날로 친해진다.
    出郭門直視 但見丘與墳
    성문을 나와 밖을 바라보니 오직 보이는 건 구릉과 묘지뿐.
    古墓犁爲田 松柏摧爲薪
    오래된 묘는 가래에 갈려 밭이 되고 송백은 잘려 장작이 되고 말았다.
    白楊多悲風 蕭蕭愁殺人
    백양나무에는 쓸쓸한 추풍이 불어 닥치고 소소한 소리를 내니 사람을 슬프게 하는 구나.
    思還故里閭 欲歸道無因
    고향 마을 그리운 생각이 미치나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길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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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生者日已親(생자일이친) : '來者日已親'으로 되어있는 본도 있으나 문선에 실려 있는 것에 따른다.
    2. 犁(리) : 쟁기질하다.
    3. 摧(최) : 꺾다, 부러뜨리다.
    其十五首
    生年不滿百 常懷千載憂
    태어나 백년을 살지 못하는데 항상 천년의 근심을 품고 있다.
    晝短苦夜長 何不秉燭遊
    낮은 짧고 밤은 길어 괴로워하는데 어찌 촛불을 밝히고 밤을 낮처럼 즐기지 않으리.
    爲樂當及時 何能待來茲
    즐거움을 위해서는 바로 지금 하자꾸나! 어찌 능히 내년을 기다릴 손가?
    愚者愛惜費 但爲後世嗤
    어리석은 자는 쓰는 것을 아까워 하니 오직 후세의 비웃음이 될 뿐이다.
    仙人王子喬 難可蜿等期
    불노 장생하는 선인인 왕자교와 삶을 함께 같이 하기는 어려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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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生年(생년) : 사람이 사는 햇수
    2. 千歲憂(천세우) : 천 년 후까지도 살려는 걱정.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인생의 본질적인 걱정.
    3. 秉燭(병촉) : 촛불을 손에 듦.
    4. 當及時(당급시): 마땅히 때에 미쳐야 함. 때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
    5. 來玆(래자) : 장래, 앞으로 올 날.
    6. 愛惜(애석) : 아깝게 여기다.
    7. 塵世嗤(진세치) : 진세는 속세. 치는 비웃는 것.
    8. 王子喬(왕자교) : 주나라 영왕의 태자인 진을 가리킨다. 笙(생:중국의 악기)을 잘 불어 봉황의 울음소리를 냈으며, 낙수 주변에서 도사 부구공을 만나 숭고산에 들어가, 후에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其十六首
    凜凜歲云暮 螻蛄夕鳴悲
    춥고 매서운 한해가 저물고, 귀뚜라미 저녁에 울어대니 슬퍼진다.
    凉風率已厲 遊子寒無衣
    서늘하던 바람 돌연히 사납게 불어오고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은 추위에 입을 것도 없을 텐데.
    錦衾遺洛浦 同袍與我違
    비단이불 낙포로 보내는 남편 있다고 하든데 같은 부부인데도 우리와는 다르구나.
    獨宿累長夜 夢想見容輝
    혼자 숙소에서 긴 밤을 보낼 텐데 드디어 남편의 용모를 꿈속에서 보는 구나.
    良人惟古歡 枉駕惠前綏
    남편은 옛날 생각에 기뻐하고 마차를 끌고 맞으러 나에게로 와 손잡이 건네준다.
    願得常巧笑 攜手同車歸
    원한다면 언제나 좋은 웃음 웃어주고 손 붙잡고 같은 마차로 돌아가잔다.
    旣來不須臾 又不處重闈
    이미 동승했는가 하는 순간 이미 가시고 없는데 다시는 이 침실에서 함께 할 수 없겠구나.
    亮無晨風翼 焉能凌風飛
    날이 밝자 아침바람 타고 날개도 없이 어찌 바람을 뚫고 날라 가셨단 말인가?
    眄睞以適意 引領遙相睎
    이리저리 걸어보면 갈망하는 마음 잦아질까? 목을 빼어서 멀리 바라보기만 한다.
    徒倚懷感傷 垂涕沾雙扉
    문간에 기대서서는 그리움만 더하는데 흐르는 눈물이 양쪽 문지방을 적시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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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凜凜(늠름) : 차디차다.
    2. 螻蛄(누고) : 땅강아지.
    3. 涼風(양풍) : 서늘한 바람.
    4. 游子(유자) : 나그네. 여기서는 남편을 말함.
    5. 洛浦(낙포) : 중국 신장 유오이자치구 화전지구에 있는 현(縣).
    6. 容輝(용휘) : 환한 얼굴.
    7. 枉駕(왕가) : 枉臨(왕림), 남이 자기 있는 곳으로 찾아오는 일을 높여 이르는 말.
    8. 晨風(신풍) : 새매.
    9. 眄睞(면래) : 뒤돌아보다.
    10. 雙扉(쌍비) : 두 짝 사립문.
    其十七首
    孟冬寒氣至 北風何慘栗
    지독한 겨울추위가 찾아왔구나! 북풍은 어찌 이리 지독히 추운 것인가.
    愁多知夜長 仰觀眾(衆)星列
    근심걱정으로 울적하여 견딜 수 없는 긴 긴 밤 밤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지천으로 열 지어 있다.
    三五明月滿 四五蟾兎缺
    십오야(三五)의 밝은 달은 만월이 되었는데 이십일(四夜五夜)이 되면 두꺼비가 옥토끼를 먹어 기울게 되겠지,
    客從遠方來 遺我一書劄
    멀리서 온 손님이 나에게 한 장의 편지를 건네주었네.
    上言長相思 下言久離別
    처음은 언제나 잊지 않겠다고 시작하여 끝에는 이별이 길어지겠다고 쓰여 있다.
    置書懷袖中 三歲字不滅
    나는 이 편지를 품속 고이 숨겨 지니고 삼년이 흘러도 한자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一心抱區區 懼君不識察
    마음속에는 한자 한자 남편을 그리워하는 여자의 여린 마음인데 그것을 알아주지 못할까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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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孟冬(맹동) : 초겨울, 음력 시월을 달리 일컫는 말.
    2. 慘慄(참률) :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끔찍함.
    3. 三五明月滿(삼오명월만) : 3x5=15, 보름을 말함, 보름이면 밝은 달이 가득찬다.
    4. 四五蟾兔缺(사오섬토결) : 4x5=20, 스무날.
    5. 蟾兔(섬토) : 달 속에 있다는 금두꺼비와 옥토끼(달의 별칭). 금두꺼비와 옥토끼가 사라지니 달이 기운다는 뜻.
    6. 客從遠方來(객종원방래) : 고시19수 중 제18수에도 동일한 구절이 있다.

      客從遠方來(객종원방래), 遺我一端綺(유아일단기)
      객이 먼 곳에서 와서 비단 한 자락을 전해주었네.

    7. 上言長相思(상언장상사) 下言久離別(하언구리별) : 위에는 너무 그립다고 말하고 아래에는 만날 날이 멀다고 말하네.

      악부상(樂府上)에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음마장성굴행(飮馬長城窟行) 中
      上有加餐飯(상유가찬반), 下有長相憶(하유장상억)
      위에는 밥 잘 먹으라 하고는 아래에는 오래오래 잊지말자고 하였네.

    其十八首
    客從遠方來 遺我一端綺
    손님이 멀리서 와서 나에게 한필(약11m)의 비단을 건네주네.
    相去萬餘里 故人心尙爾
    서로 떨어져 만 여 리 아직도 옛 마음 그대로 당신에게 있도다.
    文彩雙鴛鴦 裁爲合歡被
    문채는 한 쌍의 원앙새를 넣어 바느질하여 이불을 만들고 져.
    著以長相思 緣以結不解
    잠옷에는 장상사를 하고 끝자락에는 결불해를 하여 야물게 기워.
    以膠投漆中 誰能別離此
    아교로 옻 칠 해 둔다면 누구가 감히 이를 떼어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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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故人(고인) :고시(古時)에서 때로는 친구로 쓰지만 여기서는 남편.
    2. 綺(기) : 비단.
    3. 著(저) : 나타나다.
    4. 膠(교) : 아교.
    5. 漆(칠) : 옷, 옷나무.
    6. 合歡被(합환피) : 남녀가 함께 자며 즐기는 의미의 도안이 있는 비단, 여기서는 원앙이 그려져 있다.
    其十九首
    明月何皎皎 照我羅床緯
    밝은 달 어찌 저리 교교할꼬! 나의 침대 위 얇은 명주 천 칸막이를 비추고 있네.
    憂愁不能寐 攬衣起徘徊
    멀리 떠나 있는 남편을 생각하니 걱정되어 잠 못 이루고 옷자락 걷어 올려 주변을 배회하여 본다.
    客行雖雲樂 不如早旋歸
    오직 여행하는 것 당신은 즐겁다 말하겠으나 하루빨리 돌아오는 것이 무엇에 견주리오.
    出戶獨彷徨 愁思當告誰
    이런 생각에 밖으로 나와 방황하고 있을 뿐인데 이런 쓸쓸한 마음 누구에게 말한다오.
    引領還入房 淚下沾裳衣
    머리를 길게 뽑아 보고는 되돌아 방으로 들 수밖에 없으니 눈물이 흘러 옷을 듬뿍 적시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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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明月何皎皎(명월하교교) : 고시 7수와 유사한 표현이다.

      明月皎夜光(명월교야광),促織鳴東壁(촉직명동벽)
      8월대보름의 달은 밝게 빛나고 귀뚜라미가 동쪽 서재 벽 밑에서 울고 있다.

    2. 旋歸(선귀) : 가다가 다시 되돌아 옴.
    3. 引領還入房(인령환입방) : 목을 길게 빼고 보다가 방으로 들어오다. 고시 16수에 비슷한 표현이 있다.

      眄睞以適意(면래이적의),引領遙相希(인령요상희)
      이리저리 걸어보면 갈망하는 마음 잦아질까? 목을 빼어서 멀리 바라보기만 한다.


    고시(古詩)는 중국 고전시(古典詩)의 명칭으로 통한다. 고시(古詩)는 시대에 따른 명칭과, 시체(詩体)에 따른 명칭의 2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시대에 따른 명칭으로는 육조시대(北魏가 華北을 統一한 439년부터 隋가 중국을 재통일하는 589년까지)의 위(魏:220年 - 265年).진(晋:265년 - 420년)이전의 시를 말하고, 시체(詩体)로는 당(唐(618년-907년)에 들어 근체시(近体詩)가 성립하고부터는 근체시(近体詩)가 성립하기 이전의 시(詩)를 말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는 漢代(기원전202년-220년)에 작시한 일련의 작자미상(作者未詳)의 오언시(五言詩)이다.출처

    《문선》(文選)은 중국 남북조 시대에 남조(南朝) 양(梁)의 소명태자(昭明太子)가 편찬한 시문선집(詩文選集)이다. 소명문선(昭明文選)이라고도 한다. 춘추 시대(春秋時代)에서 양대까지의 131명의 대표적 문인의 시(詩)·부(賦)·문장 약 800편의 작품을 시·부·조(詔)·논(論) 등 37개 장르로 나누어 수록하였으며, 그 중 시가 가장 많아 전체의 반수를 차지하고, 작자를 시대별로 보면, 진인(晋人)이 가장 많다.
    수(隋)로부터 당(唐)에 이르러 주(注)가 작성되었으나, 당의 이선(李善)의 주가 뛰어났으며, 현재는 원래의 30권에 이선의 주까지 합쳐서 60권이 되었다. 수당 이전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 대부분을 망라하였다. 그리고 이 작품에 수록된 작품뿐 아니라 소명태자 자신이 지은 서문(序文)도 육조(六朝) 문학사론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중국 고전문학을 연구하는 자들에게는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이 글 역시 문선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당나라때 시 좋은거 정말 많지만 시대적 여러적 이유로 사용 할 수 없을때 언제 어느시대든 꺼내써도 이상하지 않은 시가들이다. 게다가 서정적이고 표현이 다양해서 요즘까지도 회자되고 이후의 시가에 막대한 영향을 끼진 시가들 뿐이다. 원래는 60수 이상 전해졌는데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격고 열 아홉수만이 전해진다고 한다. 유독 여성이 화자인 시가 많은 것으로 봐서 작자가 여성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雨霖鈴 收尾

    37. 敬愛 공경하고 사랑함

    추수가 거의 끝나고 벼나 밀을 털고 빻는 것이 주된 임무인 사제들은 저마다 볏단을 하나둘씩 들어 곡간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태사부께서 큰비가 올 것 같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늦가을에 큰비 뒤는 항상 날씨가 추워지기 때문에 사람들의 일손도 바빠졌다. 고상과 정소가는 탄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하러 온 사형들과 같이 숲속에서 나뭇가지를 줍고 있었다.

    정소가가 말했다. "아상! 여기 봐 쑥이 있어." 아상은 커다란 망태기를 등에 메고 훌쩍 정소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정소가는 고상이 부럽다는 듯 그녀의 몸놀림을 보고 말했다. "어머니께서 너를 제자로 받는다고 하셨어. 어머니의 경공까지 익히면 아상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사계산장에 없을 거야." 고상이 '히히' 웃으며 정소가가 발견한 쑥을 캐기 시작했다. 한 무더기 캐서 망태기에 넣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스름한 것이 곧 해가 질 모양이다. 날이 어두워지는 속도가 빨라 고상은 얼른 산을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소가가 고상의 손을 잡고 곁에 붙어서며 말했다. “아상, 사형들은 어디있어...?” 고상이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했다.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와 멀지 않은 곳에서 나무를 찍는 소리가 들렸다. 고상은 정소가의 손을 고쳐 잡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어갔다. 한참 걸으니 길이 나왔다. 길이 보이자 정소가는 고상을 답삭 끌어안고 좋아했다. 고상은 그런 정소가가 너무 귀엽고 예뻤다.

    길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해가 지고 말았다. 멀리 나와 있었는지 점점 어두워지는 길에 정소가의 몸이 고상의 몸 가까이 붙었다. 고상이 정소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소가, 걱정하지 마 저기 불빛이 보이니까 금방 도착할 거야.” 정소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스치는 소리에도 흠칫 몸을 떨어댔다. 사실 고상도 슬슬 두려워진 참이다.

    조금 걸었을까 작게 보였던 불빛이 점점 커졌다. 고상은 정소가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훌쩍 뛰어서 불빛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작은 싸리문에 갈대로 엮은 초가집이다. 정소가가 화색을 하며 말했다. “아! 여긴 태사숙이 계신 곳이야.” 정소가는 바닥에 발이 닿자 마자 고상의 품에서 나와 싸리문을 향해 달리며 말했다. “태사숙!! 태사숙!!” 고상도 바쁜 걸음으로 정소가의 뒤를 따랐다. 사실 내려오는 내내 들짐승의 기척이 여기저기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소가는 벌컥 외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태사숙! 태사숙!” 안쪽에는 낮은 서안에 등롱만 밝혀져 있고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안쪽에서 작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소가는 다시 큰소리로 태사숙을 불렀다. “태사숙!! 소가가 왔어요.” 안쪽에서 사람이 끙끙대는 소리를 들은 정소가가 얼른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장지문을 열자 안에는 정소가가 제일 좋아하는 주사형과 장명산 검선의 제자인 온소협이 침상 위에 있었다. 주사형은 당황한 듯 온소협을 밀어내며 말했다. “소... 소가야 여긴 어떻게?” 온소협도 당황한 듯 사형을 놓아주며 말했다. “태사숙 께서는 사계산장으로 거처를 옮기셨는데 여긴 무슨 일이오?” 소가가 침상으로 다가오자 주사형이 바쁘게 소매를 저으며 말했다. “소가야! 사형 목이 마르구나 차를 준비해 주겠니?” 소가는 두 사람을 한참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 외실로 나갔다.

    고상이 내실에서 나오는 정소가를 보고 말했다. “태사숙은 어디계셔?” 정소가가 고상의 등 뒤에 있는 망태기를 내려놓고 대야에 물을 받아 함께 손을 씻었다. “주사형이랑 온소협이 있어.” 고상이 내실 쪽을 보고 물었다. “흐응... 둘이 같이?” 소가가 두사람의 손을 가지고 다니는 작은 영견으로 닦고 일어났다.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는 기색이 역력하기에 고상이 물었다. “뭐 찾아?” 정소가가 찻잎이 든 함과 물을 끓이는 주전자를 들고 말했다. “주사형이 목이 마르시데, 차를 내리려고.” 방안을 빙 둘러본 고상이 ‘흥’하고 코웃음 치며 말했다. “아직 화로도 내놓지 않았는데 어디에서 차를 끓이려고?” 정소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실내를 보았다. 정말 차를 끓일 화로가 없다.

    안쪽에서 앞섶을 부여잡고 붉은 얼굴의 주자서가 나왔다. 고상이 반가워 다가가며 말했다. “오라버니!” 뒤에서 온객행이 나와 고상에게 타박했다. “누가 네 오라버니야? 사형이라고 불러야지.” 고상은 온객행을 한번 쏘아보고 주자서의 곁으로 가서 사형의 손을 잡았다. 손이 뜨거워 고상이 놀라며 말했다. “사형! 몸이 왜 이렇게 뜨거워요? 아프세요?” 주자서가 고상의 손을 놓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아... 아니야, 이건... 그러니까 어...”

    정소가가 화로를 찾아 나오며 말했다. “사형 왜 화로도 피우지 않으셨어요?” 온객행이 작게 혀를 ‘쯧’ 차고는 정소가에게 다가가서 화로를 받아 탄을 채웠다. 주자서와 고상이 자리에 앉자 정소가도 화로를 온객행에게 맡기고 주자서 옆으로 가서 앉았다. 고상이 손을 들어 붉어진 주사형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살짝 땀이 베인 이마는 붉을 뿐 뜨겁지는 않았다. 주자서가 고상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픈 거 아니야.” 정소가가 주자서에게 몸을 기대며 말했다. “사형 또 아파? 사형 아픈 거 싫어.” 주자서가 정소가를 마주 보며 웃었다.

    온객행이 화로에 불씨를 옮겨붙으며 말했다. “아서 나는 정말 홀아비에게 시집온 거야?” 주자서가 온객행을 쏘아보며 말했다. “노온.” 입을 삐죽이면서도 온객행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주자서가 고상이 내려놓은 망태기를 보고 고상에게 물었다. “오늘 나무하러 가는 사형들을 따라갔었구나. 근데 왜 너희만 왔어?” 정소가가 주자서의 팔에 매달리며 말했다. “내가 약쑥을 찾아서 그걸 캐다가 필사형이랑 진사형이랑 멀어졌어.” 주자서가 ‘응응’하고 맞장구쳐주자 정소가는 신이 나서 오늘 산에서 뭘 했고 왜 나무를 하러 갔는지도 말했다.

    고상은 주자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정소가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 “오라버니, 뭐 하고 있었는데 못 들었어? 소가가 엄청 크게 불렀는데.” 주자서는 다시금 창백해진 얼굴에 혈색이 돌며 얼굴이 빨개졌다. “아... 그게... 그러니까...” 온객행이 화로 위에 찻물을 올리고 고상 곁에 앉아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꼬맹이 너는 그게 왜 궁금한데? 설마 너도 아서를 좋아하는 거야?”

    그러자 정소가가 주자서를 팔로 안으며 말했다. “응, 주사형 너무 좋아. 사형 나는 사형이랑 혼인할래.” 주자서는 말없이 웃으며 정소가를 받아주었다. 그러자 고상도 온객행의 손을 뿌리치고 주자서 곁으로 가서 말했다. “사형, 그럼 나는 주사형 첩할래.” 주자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상! 어디 감히 너를 첩으로 보내겠어.” 고상이 주자서의 팔에 매달리며 헤벌쭉 웃었다.

    온객행이 주자서를 보며 말했다. “부군! 지금 정실을 두고 측실을 두겠다는 것입니까?” 주자서가 눈을 치켜뜨고 온객행을 보았다. 온객행은 풀어진 얼굴로 헤실대며 말했다. “소저들께서는 주공자께 시집가실 수 없습니다. 주공자의 정실께서는 몸도 마음도 홀로 독차지하셔야 한다고 태사부께 말씀드렸으니까요.” 주자서가 당황한 듯 온객행을 불렀다. “노온!” 온객행은 입을 삐죽이고는 차를 내리기 시작했다.

    고상이 주자서와 온객행을 번갈아 가며 보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사형의 부인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주자서가 당황하며 말을 버벅대자 온객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찻잔을 가지고 와서 따르며 물었다. “너희를 찾는다고 필공자랑 진공자가 또 한참 숲을 헤매시진 않을까?” 그 말에 주자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상과 정소가도 주자서를 따라 일어났다.


    주자서는 문간에 놓은 망태기 안을 들여다보고는 ‘잘했네’하고 칭찬하고 자기가 둘러맸다. 주자서가 고상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아상 이렇게 무거운데 여기까지 매고 온 거야?” 아상이 으쓱 하며 말했다. “오라버니도 참. 아상은 밥 많이 먹으면 힘이 세져.” 정소가가 아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맞아 아상은 혼자 복숭아도 세 개씩 먹는걸, 아상이 먹는걸 보고 있으면 나도 막 먹고 싶어.” 그리고는 둘이 재미있다는 듯 까르륵 웃었다. 온객행은 어디서 제등을 가져와 방을 나서며 말했다. “어른들 걱정하시기 전에 어서 내려갑시다.” 네사람은 싸리문을 지나 사계산장 샛문으로 향했다.

    온객행이 예상한 건 틀리지 않았는데 사계산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서소강과 진회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진회장은 고상과 정소가를 발견하자마자 달려가서 두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혼이 날 줄 알고 조금 긴장했던 아이들이 장문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를 달랬다. 진회장은 글썽이며 짐짓 엄한 목소리를 꾸며 말했다. “어째서 필사형 곁에 있지 않았어!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잖느냐!”

    고상이 얼른 훌쩍 뛰어 망태기 안에 있는 약쑥 다발을 꺼내 내밀며 말했다. “사모랑 사저들이 약쑥으로 뜸 뜨는걸 좋아해요.” 진회장은 약쑥 다발을 받고 고상을 보았다. 정소가가 고상의 말에 덧붙였다. “아상은 나를 도와준 거에요. 내가 가자고 졸랐어요.”

    서소강이 뒤에 서 있다가 작게 한숨 쉬며 말했다. “산에서는 날이 금방 저무니까 함부로 돌아다녀서는 안된다. 너희는 오늘 잘못을 저질렀으니 사당에 가서 저녁을 먹을 때까지 무릎을 꿇도록 해라.” 진회장이 놀라 서소강을 보며 말했다. “사형...!” 장문이 아이들의 역성을 들자 서소강이 기침을 하며 눈치를 주었다. 사실 날이 다 저물고 멀리서 나는 밥냄새를 미루어 보았을 때 반 시진도 사당에 있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벌받는 게 안타까워 진회장이 잔뜩 늑장을 부린 덕에 고상과 정소가는 이각 정도 꿇어 앉아 사당에 인사를 하고 밥을 먹었다.

    서소강은 주자서와 온객행을 힐끔 보고 말했다. “너희도 밥 먹고 가겠느냐?” 주자서가 “네. 사숙” 그리고 온객행이 “아니요! 저희는...”이라고 대답했다. 주자서가 온객행의 팔을 밀고는 말했다. “저희도 먹고 갈게요.” 정소가와 고상은 진회장의 손을 잡고 내려가고 있었는데 정소가가 뒤를 돌아 주자서를 보며 말했다. “사부님. 나는 주사형한테 시집갈래요.”

    서소강이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안 된다 안돼, 너 주사형의 내자가 얼마나 지독한 사람인 줄 아느냐?” 고상이 서소강을 보며 물었다. “사형은 아직 혼인하지 않으셨잖아요.” 온객행이 우는소리를 하며 주자서의 팔뚝에 매달렸다. “아서! 저거 봐! 왜 말을 못 하게 하는 거야 대체! 아서는... 내가 부끄러워?” 주자서는 작게 한숨 쉬며 대답을 망설였다. 진회장과 서소강은 속으로 ‘당연히 부끄럽겠지.’라고 생각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차로 입가심을 하고 있던 어른들에게 진구소가 다가와 말했다. “부친, 내일 마을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모과나무에 모과를 따러 가려고요.” 진구소의 입에서 모과라는 소리가 나오자 어른들은 마시던 차에 사레가 들려 하나둘 찻잔을 내려놓고 기침을 했다. 양가인이 힐끔 주자서가 있는 쪽을 보고 ‘큼큼’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길 어귀에 있는 것이니 아이들을 데려가고 수레를 가져가도록 해라.”

    진구소가 다소곳이 인사하고 주자서 옆에 가서 앉았다. 진구소가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주자서에게 물었다. “사형, 어르신들은 모과를 싫어하시는 걸까요?” 주자서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도리질 쳤다. “무슨 소리인가?” 온객행이 주자서에게 가까이 다가온 진구소의 얼굴을 밀어내며 말했다. “모과를 꿀에 절이면 얼마나 맛있는지 아시오? 아서는 모과 절임을 좋아하오.” 온객행의 뻔뻔한 모습에 서소강이 ‘하’하고 헛웃음 쳤다.

    근처에서 말린 살구를 먹던 서임이 다가와 말했다. “사형, 나도 모과 절임이 좋아요.” 주자서가 더러워진 서임이의 손을 닦아주며 ‘그래.’하고 대답했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며 말했다. “굳이 갚자고 하기보다 길이 사이좋게 지내보자며.”(28) 주자서는 몸을 온객행쪽으로 기울이며 부스스 웃었다.

    주자서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던 진회장은 혀를 찼다. 양가인이 진회장에게 눈치를 주며 말했다. “그만하시오. 이제 물릴 수도 없는 것 같으니.” 양가인의 말을 듣고 필장풍이 거들었다. “장명산과 사돈을 맺었으니 오히려 이득 아니오?” 서소강이 고개를 끄덕이자 추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서가 좋다면 그리 해야지요.” 그리고 진회장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겠소.”


    추수는 처소로 돌아가겠다는 자서를 끈질기게 붙잡았다. 그냥 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자서를 온객행에게 뺏기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자서는 웃으며 괜찮다고 한사코 거절하며 결국 샛문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 제등을 들고 얌전히 따라오던 온객행이 사계산장의 불빛이 멀어지자 주자서에게 몸을 붙이며 말했다. “빨리 돌아가서 아까 하다 만 거 하자.”

    주자서가 발걸음을 멈추고 온객행을 보았다. “노온.” 온객행이 주자서의 허리에 팔을 감으며 말했다. “아이요, 부군 왜 또 화가 나셨어요.” 주자서가 한발짝 물러나 온객행을 보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멈추라고 했잖아! 누가 온 것 같다고.” 온객행이 다가가며 말했다. “대체 거기서 어떻게 멈춰 아서...” 주자서가 온객행에게 등을 돌리며 말했다. “앞으로 아상이랑 소가를 어떻게 봐.” 온객행이 주자서를 등 뒤에서 안으며 말했다. “걱정 마 아무것도 못 봤을 거야 옷도 거의 다 입고 있었고...” 주자서가 온객행을 확 밀쳤다. 제등을 놓칠뻔한 온객행이 ‘어이쿠’ 제등을 고쳐 잡았다.

    주자서는 온객행이 그러든지 말든지 발걸음을 옮겨 처소로 향했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손을 잡으며 발걸음을 맞췄다. 주자서도 그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저 멀리 싸리문이 보이고 실내에 켜두었던 등롱은 기름이 다해가는지 불빛이 희미하다. 주자서가 싸리문을 지나기 전에 발걸음을 멈췄다. 온객행도 따라 멈춰 주자서를 보았다.

    주자서는 한참 입을 달싹이더니 작게 웅얼거렸다. “... ㅎ” 온객행이 몸을 붙여 주자서에게 다가가자 주자서가 온객행의 허리를 안았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왜 그래 아서... 얼른 들어가자. 춥다.” 온객행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주자서가 살짝 고개를 돌려 온객행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온객행은 들고 있던 제등을 놓쳤다. 제등이 깨지는 소리에 놀란 주자서가 팔을 풀고 떨어진 제등을 보았다. 주자서가 다시 고개를 돌려 온객행을 보았다. 온객행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는 주자서를 보고 있었다. 주자서가 제등을 다시 집기 위해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온객행이 주자서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입을 맞춰왔다. 당황한 주자서가 허우적대자 온객행은 주자서의 허리에 팔을 둘러 끌어당겼다. 맞대고 있던 입술을 떼고 온객행이 말했다. “나도 사랑해. 아서.”

    근심을 만나다

    離騷 屈原
    이소 굴원

    帝高陽之苗裔兮 朕皇考曰伯庸
    고양(高陽;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오제(五帝)의 하나인 전욱(顓頊)을 말한다) 임금님의 후예인 나의 아버지는 백용(伯庸)이다.
    攝提貞于孟陬兮 惟庚寅吾以降
    섭제격(攝提格; 고갑자(古甲子)의 하나. 간지(干支)의 인(寅)에 해당한다.) 해 바로 첫 정월달 경인(庚寅) 날에 나는 태어났다.
    皇覽揆余于初度兮 肇錫余以嘉名
    아버님께서는 처음에 내 모습을 보시고 나에게 좋은 이름을 내려 주었다.
    名余曰正則兮 字余曰靈均
    정칙(正則)이는 이름에 자(字)는 영균(靈均)이라 했다.
    紛吾旣有此內美兮 又重之以脩能
    나는 이렇게 큰 미덕과 또한 뛰어난 능력을 겸하여 태어났다.

    扈江離與辟芷兮 紉秋蘭以爲佩
    천궁과 어수리로 몸을 덮었고 추란(秋蘭)을 엮어서 허리에 찼다.
    汩余若將不及兮 恐年歲之不吾與
    나는 늦을까 서둘렀으나 세월이 나와 같이 아니할까 두렵다.
    朝搴阰之木蘭兮 夕攬州之宿奔
    아침에는 비산(阰山)의 목련꽃을 뜯고 저녁에는 섬마을의 숙근초를 캔다.
    日月忽其不淹兮 春與秋其代序
    일월(日月)은 쉬지 않고 빨리도 가서 봄과 가을이 어느새 바뀐다.
    惟草木之零落兮 恐美人之遲暮
    초목이 시들어 떨어져 버리니 젊은 이 몸도 늙을까 겁난다.
    不撫壯而棄穢兮 何不改乎此度
    젊은 사람 돌보지 않고 늙은이 버리지 않으니 어찌 이런 일 안 고치나?
    乘騏驥以馳騁兮 來吾道夫先路
    천리마를 타고 달린다면 내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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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양(高陽) :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오제(五帝)의 하나인 전욱(顓頊)을 말한다. 초나라는 전욱의 후예가 세운 나라이며 굴원의 선조는 초무왕(楚武王 : 재위 BC741-690)의 아들인 웅하(熊瑕)로 굴성을 사성받아 굴씨들의 시조가 되었다. 이에 굴원이 자기의 조상을 전욱이라고 했다.
    2. 섭제(攝提) : 섭제격(攝提格). 고갑자(古甲子)의 하나. 간지(干支)의 인(寅)에 해당한다.

      간지(干支)는 처음에는 날(日)을 표시하는 데에만 사용하다가, 한대(漢代) 이후에 비로소 해(年)와 달(月)을 표시하는 데에도 사용하였다. 이 구절(句節)을 간지(干支)로 표시하면 인(寅)의 해와 인(寅)의 달이 되며, 다음 구절의 경인(庚寅)의 날과 묘한 일치를 보인다.

    3. 영균(靈菌) : 영(靈)은 선(善), 균(均)은 평(平)의 뜻이다.
    4. 강리(江離) : 천궁을 말하며 향기가 덜한 풀이다.
    5. 지(芷) : 어수리를 뜻하며 향초의 뿌리다.
    6. 인추란(紉秋蘭) : ‘추란을 엮어서’라는 뜻으로 실제로 이런 복장을 했다기보다는 자기의 정신수양을 우화적으로 한 표현이다. 자기는 청렴결백(淸廉潔白)하다는 의미다.
    7. 목란(木蘭) : 목련꽃. 목련과에 속하는 꽃의 일종.

      그 껍질을 벗겨 향료로 쓰는데 껍질을 벗겨도 말라죽지 않는다. 목련꽃과 숙근초의 강인한 특성으로 작가의 굳은 절개를 상징한다.

    8. 미인(美人) : 굴평(屈平) 자신을 말한다. ‘젊은 이 몸이’.
    9. 승기기이치빙혜(乘騏驥以馳騁兮) : 기(騏), 기(驥) 두 글자 모두 천리마(千里馬)로 현신(賢臣)을 상징한다. 즉 ‘임금이 현신을 임용하여 치적을 높이시려 한다면’ 의 의미다.

    昔三后之純粹兮 固衆芳之所在
    옛날 삼후(三后; 하우(夏禹), 상탕(商湯), 주문(周文) 등, 하상주(夏商周) 세 왕 조를 창건한 세 왕)의 순수한 미덕은 진실로 많은 꽃향기를 지녔다.
    雜申椒與菌桂兮 豈維紉夫蕙芷
    산초나무가 있었고 균계(菌桂)나무도 있었으니 어찌 혜초나 어수리만 꿰었겠는가?
    彼堯舜之耿介兮 旣遵道而得路
    저 요순(堯舜; 고대의 성군)의 빛나는 공덕은 처음부터 바른길로만 따라 나아갔다.
    何桀紂之猖披兮 夫唯捷勁以窘步
    걸주(桀紂; 고대의 폭군)의 부끄러운 일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 오로지 지름길만 따라서 허둥거리다가
    惟黨人之偸樂兮 路幽昧以險隘
    제 잇속만 차리는 무리들 때문에 길은 어둡고 험하게만 되었으나
    豈余身之憚殃兮 恐皇輿之敗績
    어찌 이 몸의 재앙만을 걱정했기 때문이었겠는가? 임금님의 수레가 엎어질까 두려워
    忽奔走以先後兮 及前王之踵武
    앞뒤로 분주하게 뛰어 다니며 선왕들의 발자취를 따르려고 했지만
    荃不察余之中情兮 反信讒而齌怒
    임금님은 나의 충정 살피지도 않으시고 오히려 소(讒訴; 참소)를 믿으시고 노했다.

    余固知謇謇之爲患兮 忍而不能舍也
    바른 말이 내 몸에 해로운 걸 알지만 차마 그만 두지 못했던 이유는
    指九天以爲正兮 夫唯靈脩之故也
    저 하늘에 맹세도 했었지만 다만 훌륭한 그분 때문에
    曰黃昏以爲期兮 羌中道而改路
    황혼(黃昏)까지 가자고 기약했는데 중도에서 길을 바꾸셨으니
    初旣與余成言兮 後悔遁而有他
    처음에 나와 한 언약을 뒤에 가서 파하고 딴 데에 마음을 두셨다.
    余旣不難夫離別兮 傷靈脩之數化
    나는 그런 이별을 언짢다곤 하지 않지만 훌륭한 분의 변덕에는 마음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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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삼후(三后) : 하우(夏禹), 상탕(商湯), 주문(周文) 등, 하상주(夏商周) 세 왕 조를 창건한 세 왕을 말한다.
    2. 신초여균계(申椒與菌桂) : 산초나무와 균계나무. 두 가지 모두 향목 (香木)이다.
    3. 기유인부혜지(豈維紉夫蕙芷) : 삼후(三后)는 한 두 사람의 총신(寵臣-혜초.어수리)에게만 정치를 전임시키지 않고 널리 현신(賢臣-산초나무, 균계나무)을 두루 임용했다는 의미다.
    4. 요순(堯舜) : 중국 상고시대의 전설적인 성군의 대명사다.
    5. 걸주(桀紂) : 걸(桀)은 하(夏)의 마지막 임금이고 주(紂)는 은(殷=商)의 마지막 임금이다.

      두 임금 모두 나라를 망친 폭군이었다. 성군과 폭군이 따라간 정도(正道)와 사도(邪道)를 대조하여, 굴원이 모셨던 초회왕(楚懷王) 웅괴(熊槐)가 마땅히 취할 바를 말했다.

    6. 전(荃) : 분꽃과의 향초. 임금을 의미한다.
    7. 영수(靈脩) : 훌륭한 분. 천성과 재능이 훌륭하다는 의미. 여기서는 초회왕을 지칭한다.

    余旣滋蘭之九畹兮 又樹蕙之百畝
    나는 난초를 구원(九畹)에 퍼지게 했고 또 혜초(蕙草) 백 이랑을 심었다.
    畦留夷與揭車兮 雜杜衡與芳芷
    유이(留夷)와 게거(揭車)를 두둑으로 나누고 두형(杜衡)과 어수리를 섞어서 심었다.
    冀枝葉之峻茂兮 願竢時乎吾將刈
    가지와 잎이 무성하길 바랐고 때를 맞추어서 베려고 했다.
    雖萎絶其亦何傷兮 哀衆芳之蕪穢
    비록 시들어 버린다 해도 어찌 속을 상하겠는가? 거칠어진 꽃향기와 더러워진 꽃잎이 서러워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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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원(九畹) : 원(畹)은 밭 12 이랑(畝). 구원(九畹)이니 108 이랑이다. 한 이랑은 약 170평.
    2. 유이여게거(留夷與揭車) : 유이(留夷)는 작약의 일종이고 게거는 잎이 노랗고 흰 꽃이 피는 식물이다.
    3. 두형(杜衡) : 향초(香草)의 일종. 유이(留夷), 게거(揭車), 지(芷), 두형 (杜衡)과 같은 식물을 심었다는 말은 정신수양에 더욱 힘썼다는 의미다.
    4. 기지엽지준무혜(冀枝葉之峻茂兮) : ‘ 가지와 잎이 무성하길 바랐다.’ 이 구절의 의미는 힘써 수양을 닦아 성과를 얻으려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임금에게 버림받아 시들어 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아깝지 않으나 당인(黨人)들의 참언(讒言)으로, ‘더럽혀지는 것’ 이 서럽다는 의미다.

    衆皆競進以貪婪兮 憑不厭乎求索
    사람들은 다투어 재물을 탐하여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 구한다.
    羌內恕己以量人兮 各興心而嫉妬
    제 소가지로 남을 가늠하면서 제각기 마음 속에 질투심을 갖는다.
    忽馳騖以追逐兮 非余心之所急
    바쁘게들 이리저리 쫓아다니지만 내가 급히 해야 할 일은 아니다.
    老冉冉其將至兮 恐脩名之不立
    앞으로 점점 늙어 갈 터인데 조촐한 명성도 못 이룰까 두렵다.
    朝飮木蘭之墜露兮 夕餐秋菊之落英
    아침에 목련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마시고 저녁에는 추국(秋菊)에서 지는 꽃잎을 먹었다.
    苟余情其信姱以練要兮 長顑頷亦何傷
    진실로 나의 마음이 미쁘고 결곡하기만 하다면 얼굴이 오래도록 창백한들 어찌 마음이 상하겠는가?
    擥木根以結芷兮 貫薛荔之落蕊
    남목(擥木) 뿌리를 어수리로 묶고 벽려(薛荔; 들꽃)의 떨어진 꽃술 꿰어서 걸었다.
    矯菌桂以紉蕙兮 索胡繩之纚纚
    혜초를 엮어서 균계(菌桂)를 바로 하고 잔디 줄기 이어서 꼬아 둘렀다.
    謇吾法夫前脩兮 非世俗之所服
    나는 옛날 어진분의 본을 땄기에 세상 사람들의 옷을 입지 않았다.
    雖不周於今之人兮 願依彭咸之遺則
    비록 지금의 사람에겐 맞지 않지만 팽함(彭咸; 은나라 현신으로 왕에게 간했으나 듣지 않아 자살함.)의 유칙(遺則)은 따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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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함함역하상(長顑頷亦何傷) : 함함(顑頷)은 영양실조로 창백해진 얼굴을 말한다. 청결한 음식만을 대함으로 행실의 결백(潔白)함을 의미한다. 고관대작이야 영양실조에 걸릴 리가 없음이다.
    2. 벽려(薜荔) : 승검초와 타래붓 꽃.
    3. 색호승지이리(索胡繩之纚纚) : 호승(胡繩)은 잔디 풀로 엮은 끈. 이 구절은 향초(香草)를 가지고 옷 을 꾸민다는 의미로, 결백을 상징한다.
    4. 팽함(彭咸) : 은(殷) 나라 때의 현신(賢臣)으로 왕에게 간했으나 듣지 않았음으로 물에 뛰어 들어 죽었다.

    長太息以掩涕兮 哀民生之多艱
    눈물을 닦으며 길게 탄식하는 이유는 백성들의 고난이 애처러워서였지!
    余雖好脩姱以鞿羈兮 謇朝誶而夕替
    내가 비록 결곡하고 조심한다 했지만 아침에 바른 말씀 올렸다가 저녁에 쫓겨났다.
    旣替余以蕙纕兮 又申之以攬芷
    혜초의 띠를 둘렀다고 쫓아내더니 어수리를 캐간 일도 나쁘다고 했다.
    亦余心之所善兮 雖九死其猶未悔
    그러나 내 마음은 여전히 선해서 비록 아홉 번 죽는다 해도 후회는 않겠다.

    怨靈脩之浩蕩兮 終不察夫民心
    훌륭하신 분의 호탕함이 원망스러워 백성들의 마음을 끝까지 살필 수 없게 되었다.
    衆女嫉余之蛾眉兮 謠諑謂余以善淫
    많은 여인들은 예쁜 내 눈썹을 시새워 어이없이 나를 음란하다고 욕한다.

    固時俗之工巧兮 偭規矩以改錯
    진실로 세상의 목수들이란 그림쇠와 곱자를 엇대어 바꿔가면서
    背繩墨以追曲兮 競周容以爲度
    먹줄을 비켜놓고 굽혀서 쫓아 다투어 비위맞추는 일을 법도로 삼는다.
    忳鬱邑余侘傺兮 吾獨窮困乎此時也
    울적한 마음으로 멍청히 서서 나 홀로 이때에 곤란을 당하지만
    寧溘死以流亡兮 余不忍爲此態也
    차라리 당장 죽어 사라진다 하더라도 이러한 작태는 참을 수 없다.
    鷙鳥之不群兮 自前世而固然
    지조(鷙鳥)가 무리짓지 않음은 원래 옛날부터 그랬왔었고
    何方圓之能周兮 夫執異道而相安
    모난 것과 둥근 것이 어찌 맞을 수가 있겠으며 가는 길이 다른데 서로가 어찌 편하겠는가?
    屈心而抑志兮 忍尤而攘詬
    마음을 굽히고 뜻을 억눌러서 꾸짖음을 물리치고 더욱 참고 있음이라.
    伏淸白以死直兮 固前聖之所厚
    결백한 몸으로 죽는 일은 옛 성인(聖人)들의 한결같은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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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여질여지아미혜(衆女嫉余之蛾眉兮) : 당인들이 굴평(屈平)을 시샘하여 임금에게 참소(讒訴)한 것을 남녀의 관계로 비유했다.
    2. 경주용이위도(競周容以爲度) : 당인들이 상도(常道)를 굽혀 임금 의 뜻에만 애써 영합한다는 의미다.
    3. 지조(鷙鳥) : 소리개 같은 맹금류(猛禽類)의 새. 뜻이 강직(剛直)한 사람을 의미한다. 굴평(屈平)은 자신을 지조로 비유하고 당인(黨人)들은 뭇 잡새에 비유했다.
    4. 하방원지능주혜(何方圓之能周兮) : 목수(工巧)가 나무에 구멍을 뚫어 장부를 맞출 때 네모난 장부는 동그란 구멍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로 굴평(屈平) 자신은 당인들과 뜻을 같이 할 수 없었음을 말한다.

    悔相道之不察兮 延佇乎吾將反
    길을 잘못 살핀 행위를 뉘우치면서 우두커니 서서 돌아갈 일 생각한다.
    回朕車以復路兮 及行迷之未遠
    나는 수레를 돌려서 돌아가련다. 헤메며 다닌 길은 그리 멀지 않으니
    步余馬於蘭皐兮 馳椒丘且焉止息
    난초옆 물가에서 말을 몰아 초나무 언덕에 이르러 멈추어 쉰다.

    進不入以難尤兮 退將復脩吾初服
    나아가 들어가지 못하고 어려움만 더 했으니 물러나와 옛날 내 옷을 손본다.
    製芰荷以爲衣兮 集芙蓉以爲裳
    마름과 연꽃으로 저고리 짓고 부용(芙蓉) 모아 바지 만든다.
    不吾知其亦已兮 苟余情其信芳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그뿐 나의 진실한 충정은 향기로울 뿐이다.
    高余冠之岌岌兮 長余佩之陸離
    나의 갓 우뚝하게 만들고 나의 노리개는 눈부시고 기다랗다.
    芳與澤其雜糅兮 唯昭質其猶未虧
    향기와 악취가 서로 섞이고 얽혀도 하얀 바탕에서 아직은 이지러지지 않았다.
    忽反顧以遊目兮 將往觀乎四荒
    문득 고개를 젖혀 둘러보면서 이제 사방 끝을 구경나간다.
    佩繽紛其繁飾兮 芳菲菲其彌章
    노리개는 주렁주렁 예쁘게 꾸며 있고 향기는 물씬 물씬 더욱 피어난다.

    民生各有所樂兮 余獨好脩以爲常
    사람들은 제각기 락(樂)이 있다지만 나는 항상 결백을 홀로 좋아한다.
    雖體解吾猶未變兮 豈余心之可懲
    이 몸이 갈갈이 찢겨진다 해도 어찌 내가 마음을 고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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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회상도지불찰혜(悔相道之不察兮) : 나아가 임금에게 충성(忠誠)을 다 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참소를 당해 쫓겨났으니, 자기의 불찰을 뉘우치며 차라리 물러나 유유자적한 생활로 들어가리라.
    2. 난고(蘭皐), 초구(椒丘) : 향초(香草)와 향목(香木)을 들어 정신주의(精神主義)의 뜻을 표현했다.
    3. 제기하이위의혜(製芰荷以爲衣兮) : 기(芰)는 수초의 일종인 마름이고 하(荷)는 연꽃이다. 기하로 저고리를 만들다.
    4. 부용(芙蓉) : 연꽃의 별칭.
    5. 방여택기잡유혜(芳與澤其雜糅兮) : 방여택(芳與澤)은 향초와 향목의 향기와 빛깔. 굴평(屈平) 자신의 고결한 인격에 비유했다.
    6. 홀반고이유목혜(忽反顧以遊目兮) : 은퇴했다가, 아무래도 이 세상을 잊을 수가 없어, ‘고개를 젖혀 둘러보면서’ 사방 끝으로 현명한 임금을 찾아 나서리라.
    7. 수체해오유미변혜(雖體解吾猶未變兮) : 체해(體解)의 의미는, 옛날 중국(中國)에서는 지해(支解)라고 해서 팔 다리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이라는 형벌을 말한다.

    余嬃之嬋媛兮 申申其詈予
    내 누님 여수(呂嬃)가 걱정되어 거듭해서 나를 나무란다.
    曰鯤婞直以亡身兮 終然夭乎羽之野
    이르기를, ‘곤(鯤)은 고지식해서 몸을 망치고 끝내는 우산(羽山) 들에서 요절(夭折)했다.
    汝何博謇而好脩兮 紛獨有此姱節
    너는 어찌 올곧고 결백하다 하면서 이런 미뿐 절개만 홀로 고집하느냐?
    薋菉葹以盈室兮 判獨離而不服
    납가새, 조개풀, 도꼬마리가 방안에 가득한데 홀로 멀리 하면서 어찌 걸치지를 않느냐?
    衆不可戶說兮 孰云察余之中情
    집집마다 찾아가 말할 수도 없는데 누가 너의 충정을 헤아리겠느냐?
    世並擧而好朋兮 夫何煢獨而不予聽
    세상에선 끼리끼리 붕당(朋黨)을 짓고 있는데 어쩌자고 외톨박이 신세로 내 말을 안 듣느냐?’
    참고
    1. 곤(鮌) : 하(夏)나라의 시조 우왕(禹王)의 아버지로 요임금에 의해 하수의 치수를 맡았으나 실패하자 우산(羽山)으로 끌려가 처형되었다. 요임금으로부터 선양받아 임금이 된 순이 아들 우(禹)에게 명하여 하수의 치수를 맡겼다. 우가 각고의 노력 끝에 하수의 홍수를 다스리자 순임금은 우에게 임금의 자리를 선양했다.
    2. 자록시이영실혜(薋菉葹以盈室兮) : 자(薋)는 납가새, 록(菉)은 조개풀, 시(葹)는 도꼬마리, 이 세 가지 풀은 모두 악초(惡草)로 여긴다. 조정(朝廷)의 못된 당인들을 지칭한 말이다.
    3. 숙운찰여지중정(孰云察余之中情) : 굴평이 사방 끝을 찾아 나서려 하는 목적은 그의 충정을 알아주는 지기(知己)를 찾기 위함인데, 누님은 오히려 굴원이 행위는 헛된 일이 될 뿐이니 고향의 중인(衆人)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타이르고 있다.

    依前聖以節中兮 喟憑心而歷玆
    옛 성인에게 나의 올바름을 판정 받고자 한숨 쉬며 이런 뜻을 품고
    濟沅湘以南征兮 就重華而陳詞
    원수(沅水)와 상수(湘水)를 건너 남쪽으로 가서 중화(重華는 순(舜) 임금의 호(號)님 앞에 나아가 말씀 올렸다.

    啓九辯與九歌兮 夏康娛以自縱
    계(啓; 하우(夏禹)의 아들)는 구변(九變)과 구가(九歌)를 노래했지만 계의 아들 태강(太康)은 제멋대로 놀면서
    不顧難以圖後兮 五子用失乎家巷
    화난도 앞일도 돌아보지 않아서 다섯 아우들조차도 집을 잃고 헤매게 만들었다.
    羿淫有以佚畋兮 又好射夫封狐
    예(羿유궁국(有窮國)의 임금)는 방탕하고 사냥이나 하면서 큰 여우 쏘기만을 좋아했었다.
    固亂流其鮮終兮 浞又貪夫厥家
    원래 도리를 어기면 망하는 법 한착(寒浞)이 그의 아내를 빼앗아갔다.
    澆身被服强圉兮 縱欲而不忍 日康娛而自忘兮
    요(澆; 예의 아내와 한착의 사생아)는 그 몸에 굳센 힘을 가지고 욕심부리며 절제하지 않고 날마다 즐기면서 자신을 잊었다네.
    夏桀之常違兮 乃遂焉而逢殃
    걸(桀)은 언제나 무도하더니 드디어는 재앙을 당했으며,
    后辛之菹醢兮 殷宗用而不長
    은주(殷紂)는 비간을 죽여 소금에 절였음으로 은(殷)나라의 사직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湯禹儼而祗敬兮 周論道而莫差
    탕(湯)과 우(禹)는 근엄하게 공경했으며 주(周)나라의 임금은 도리를 지켜
    擧賢而授能兮 循繩墨而不頗
    현인들을 등용하여 법도에 따르니 치우침이 없었다.
    皇天無私阿兮 覽民德焉錯輔
    하늘을 공경하고 사심(私心)이 없어서 사람의 덕을 보고 도울 사람을 내리셨다.
    夫維聖哲以茂行兮 苟得用此下土
    대체로 거룩하고 훌륭한 사람만이 진실로 이 천하를 얻었다.
    瞻前而顧後兮 相觀民之計極
    고금의 흥망성쇠를 더듬어 가며 사람경영의 극치를 살펴서 보니
    夫孰非義而可用兮 孰非善而可服
    의(義)가 아닌데 그 누가 천하를 다스리겠으며 선(善)이 아닌데 그 누가 백성을 거느리겠는가?
    阽余身而危死兮 覽余初其猶未悔
    이 몸이 위험에 빠져 당장 죽는다 해도, 초지(初志)를 지켜 후회하지는 앓으리라!
    不量鑿而正枘兮 固前脩而菹醢
    구멍을 안 재고 장부를 맞추려다 옛 현인이 소금에 절여져 죽은 일도 있었다.
    增歔欷余鬱邑兮 哀朕時之不當
    흐느껴 울어도 마음이 울적한 이유는 마음에 안 맞는 세월이 서러워서다.
    欖茹蕙以掩涕兮 霑余襟之浪浪
    혜초(蕙草)를 추려서 닦는 눈물이 주루루 흘러서 내 옷깃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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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상(沅湘) : 원수(沅水)와 상수(湘水)로 동정호의 남쪽에서 흘러들어 오는 두 강. 상수(湘水)의 지류인 소수(瀟水)는 구억산(九嶷山)에서 발원하는데, 순임금이 이곳으로 순행하다가 죽자 그 뒤를 따라 두 부인이 상수에 빠져 죽었다. 사람들은 두 부인을 상군(湘君)과 상부인(湘夫人)으로 불러 상수의 신으로 제사지냈다.
    2. 취중화이진사(就重華而陳詞) : 중화(重華)는 순(舜) 임금의 호(號). 이 구절은 굴원이 실제로 여행했다는 말이 아니라, 다음 구절에 나오는 여행(旅行)과 마찬가지로 상상 속에서 한 여행을 표현했다.
    3. 계(啓) : 하우(夏禹)의 아들로 하나라의 두 번째 임금이다. 산해경(山海經)에 계(啓)는 하늘로 올라가 구변(九變)과 구가(九歌) 두 가지의 음악을 얻어 왔다고 했다.
    4. 하강(夏康) : 하(夏)나라의 임금 태강(太康)으로, 계(啓)의 아들이다. 태강은 놀이를 좋아했는데 그가 사냥을 나갔을 때, 유궁국(有窮國)의 왕 예(羿)가 그 의 길을 막아 돌아오지 못하고 왕위(王位)를 잃고 말았다. 그로 인해서 그의 다섯 아우도 집을 잃었다.
    5. 예(羿) : 유궁국(有窮國)의 임금. 하나라의 태강(太康)을 폐위 시키고 정권을 잡았지만 재상 한착(寒浞)을 신임하고 자기는 놀러만 다녔다. 한착(寒浞)은 가신 봉몽(逢蒙)을 시켜서 사냥 나갔다가 돌아오던 예(羿)를 중도에서 죽이고 그의 아내를 빼앗았다.
    6. 요(澆) : 한착(寒浞)과 예(羿)의 아내 사이에 낳은 아들이다. 요(澆)는 하나라 임금 상(相-太康의 조카)을 죽이고 놀이를 다니다가 상(相)의 아들에게 살해 당했다.
    7. 후신지저해혜(后辛之菹醢兮) : 저해(菹醢)는 소금에 절인다는 뜻이다. 고대 중국의 잔인한 형벌 중의 하나로 사람을 죽여 그 뼈와 살을 소금에 절여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어 먹게 하여 경계의 수단으로 삼았다. 은(殷)나라의 마지막 왕 주(紂)가 현인 비간(比干)을 죽여 그 시신으로 젖을 담궜다고 했다.
    8. 탕우(湯禹) : 하나라 마지막 왕 걸왕(桀王)을 죽이고 상나라를 세운 탕임금과 순임금에게서 선양받아 하나라를 세운 우임금을 말한다.
    9. 주론도이막차(周論道而莫差) : 여기서의 주(周)는 주나라의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을 가리킨다. 주나라의 기초는 문왕에 의하여 닦여졌는데 그의 아들 무왕이 은주(殷紂)를 멸하고 주나라를 창건했다.
    10. 첨전이고후혜(瞻前而顧後兮) : 고금의 흥망성쇠를 살펴본다는 뜻으로 즉 첨전고후(瞻前顧後)란 전국시대의 인물인 굴원에게는 하은주(夏殷周) 3대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말이다. 인간이 천명(天命)을 받들어 왕업을 이루는 경영의 극치(極致)를 살펴본다는 의미다.

    跪敷衽以陳辭兮 耿吾旣得此中正
    옷 자락을 헤치고 꿇어앉아 아뢰고 그 가운데에서 올바름을 환하게 얻었다.
    駟玉虯以乘鷖兮 溘埃風余上征
    네 마리의 옥규(玉虯)가 이끄는 예(鷖)를 타고서 먼지를 일으키며 하늘로 오른다.
    朝發軔於蒼梧兮 夕余至乎縣圃
    아침에 창오산(蒼梧山)을 출발했더니 저녁에 현포(顯圃; 곤륜산)에도착했다.
    欲少留此靈琑兮 日忽忽其將暮
    이 신령스런 문간에 잠깐 머물려고 했는데 날은 점점 저물어 갔다.

    吾令羲和而弭節兮 望崦嵫而勿追
    나는 희화(羲和; 마부)를 시켜 해를 늦추어 엄자산(崦嵫山; 해가 지는 곳) 앞에서 멈추게 했다.
    路曼曼其脩遠兮 吾將上下而求索
    길은 까마득히 멀기도 한데 나는 오르내리며 지기(知己)를 찾았다.
    飮余馬於咸池兮 總余轡乎扶桑
    함지(咸池; 해가 목욕한다는 연못)에서 내말에게 물을 먹이고 말고삐를 부상(扶桑; 해가 떠오르는 뽕나무)에 매어두고
    折若木以拂日兮 聊逍遙以相羊
    약목(若木; 해가 들어가는 곳)을 꺾어 해를 쫓아버린 후 서성이며 잠간 동안 거닐었다.
    前望舒使先驅兮 後飛廉使奔屬
    망서(望舒; 달의 여신)를 앞세워 길잡이 삼고 비렴(飛廉)은 뒤에서 쫓아오게 하고
    鸞凰爲余先戒兮 雷師告余以未具
    란황(鸞凰; 파란 봉황)은 나를 위해 호위하고 있는데도 뇌사(雷師;번개의 신)는 나에게 준비가 덜되었다고 한다.
    吾令鳳鳥飛騰兮 繼之以日夜
    내가 봉황을 시켜 높게 날게 하여 낮과 밤을 이어가며 달리게 하자.
    飄風屯其相離兮 帥雲霓而來御
    회오리바람이 모였다가 흩어지더니 구름과 무지개 이끌고 마중나왔다.
    紛總總其離合兮 斑陸離其上下
    얼키며 풀리며 우르르 몰리다가 오르내리며 주르르 흩어진다.
    吾令帝閽開關兮 倚閶闔而望予
    제혼(帝閽)에게 문을 열라는 내 명을 듣고도 창합문(閶闔門)에 기대어 멀뚱히 처다만 본다.
    時曖曖其將罷兮 結幽蘭而延佇
    때는 어둑어둑 하루가 끝나 가는데 난초를 묶어 갖고 멀거니 섰다.
    世溷濁而不分兮 好蔽美而嫉妬
    세상은 혼탁하여 분간할 수 없고 미덕은 가리고 시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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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옥규(玉虯),예(鷖) : 규(虯)는 뿔이 없는 용이고 옥(玉)은 미칭이다. 예(鷖)는 봉황의 한 종류다. 공중을 비행하기 위하여 이것들로 하여금 수레를 끌게 한다는 뜻이다.
    2. 조발인어창오혜(朝發軔於蒼梧兮) : 창오(蒼悟)는 창오산(蒼梧山), 즉 구억산(九嶷山)을 말한다.

      구억산은 호남성 남쪽 상수(湘水)의 지류인 소수(瀟水)의 발원지(發源地)이며 순임금을 장사지낸 곳이다. 굴원이 순임금을 찾아가 자기의 처지를 하소연한 후에 하직하고 천제(天帝)를 알현하기 위하여 떠난다는 뜻이다.

    3. 현포(顯圃) : 곤륜산(崑崙山)에 있는 천제(天帝)가 일구는 밭.

      곤륜산(崑崙山)은 중국 최고 최대의 산맥으로, 히말라야 산맥 부근의 산악지대를 말한다. 고대 중국인들이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겼으며 많은 전설(傳說)이 여기에서 나왔다.

    4. 희화(羲和) : 해를 태운 수레를 부린다는 신화 상의 마부(馬夫).
    5. 엄자산(崦嵫山)은 감숙성(甘肅省) 천수현(天水縣) 서쪽에 있는 산으로 해가 들어가는 곳.
    6. 함지(咸池) : 해가 목욕한다는 연못.
    7. 부상(扶桑) : 신령스러운 상상(想像)의 뽕나무로 그 밑에서 해가 나온다고 했다.
    8. 약목(若木) : 곤륜산(崑崙山) 서쪽 끝머리에서 자란다는 나무로 해가 들 어가는 곳이다.
    9. 망서(望舒) : 달을 태운 수레를 부린다는 신화상의 달의 여신.
    10. 비렴(飛廉) : 평호, 병예. 황제때의 풍백의 이름. 머리는 참새처럼 생겼고 한쌍의 뿔이 돋아 있으며 몸은 사슴과 비슷하다. 뱀의 꼬리에 몸에는 표범의 무늬가 있다.
    11. 란황(鸞凰) : 털빛이 푸른 신령스러운 상상의 새로 봉황의 다른 말이다.
    12. 뇌사(雷師) : 천둥의 신.
    13. 제혼(帝閽) : 천국(天國)의 수문장(守門將).
    14. 창합문(閶闔門). 천국(天國)의 대문.
    15. 세혼탁이불분혜(世溷濁而不分兮) : 속세(俗世)뿐만 아니라 천국(天國)의 수문장도 남의 아름다움을 시샘하여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朝吾將濟於白水兮 登閬風而緤馬
    아침에 나는 백수(白水; 오색물줄기중 하나)를 건너려고 낭풍산(閬風山; 곤륜산)에 올라 말을 매어놓고
    忽反顧以流涕兮 哀高丘之無女
    뒤를 돌아보니 눈믈이 흐른다. 높은 이 산에 미인이 없어 슬퍼서다.
    溘吾遊此春宮兮 折瓊枝以繼佩
    춘궁(春宮)에 이르러 노닐고 있다가 옥(玉)가지를 꺾어서 노리개에 이었다.
    及榮華之未落兮 相下女之可詒
    초목(草木)의 꽃들이 떨어지기 전에 이를 선사할 미인을 찾아야겠다.

    吾令豊隆乘雲兮 求宓妃之所在
    나는 풍륭(豊隆)에게 구름을 타고 가서 복비(宓妃)가 있는 곳을 알아보라했다.
    解佩纕以結言兮 吾令蹇脩以爲理
    노리개의 끈을 풀어 정표를 삼아서 건수(蹇脩)에게 내 중매를 부탁했다.
    紛總總其離合兮 忽緯繣其難遷
    얼키며 풀리며 우르르 몰리더니 갑자기 어긋나서 나가기가 어렵구나.
    夕歸次於窮石兮 朝濯髮乎洧盤
    저녁에 돌아와 궁석산(窮石山)에서묵고 아침에 유반강(洧盤江; 엄자산에서 흐르는 물)물로 머리를 감았다.
    保厥美以驕傲兮 日康娛以淫遊
    아름답다 뽐내며 교만하게 굴면서 날마다 음유(淫遊)하며 놀기만을 즐긴다.
    雖信美而無禮兮 來違棄而改求
    비록 곱다고는 하지만 예의(禮儀)가 없으니 내버려두고 달리 찾아야겠다.
    覽相觀於四極兮 周流乎天余乃下
    사방을 끝까지 둘러보고는 하늘을 돌아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望瑤臺之偃蹇兮 見有娀之佚女
    높다란 옥루대(玉樓臺)를 바라보니 유융씨(有娀氏) 가인(佳人)이 보이는구나.
    吾令鴆爲媒兮 鴆告余以不好
    짐새에게 중매서라 했더니 짐새는 고하기를 좋지 않다고 한다.
    雄鳩之鳴逝兮 余猶惡其佻巧
    숫 비들기 울어대며 나서겠다고 하지만 방정맞은 그놈이 나는 싫었다.
    心猶豫而孤疑兮 欲自適而不可
    마음은 망설이고 홀로 의아해 하지만 스스로 찾아가서 볼 수도 없어
    鳳凰旣受詒兮 恐高辛之先我
    봉황(鳳凰)이 폐백 들고 이미 갔으니 고신씨(高辛氏)가 나보다 앞서갈까 두렵다.

    欲遠集而無所止兮 聊浮遊以逍遙
    멀리 날아가려해도 머물 곳이 없으니 허공에 올라가 거닐어 본다.
    及少康之未家兮 留有虞之二姚
    소강(少姜)이 미처 장가들기 전에 유우씨(有虞氏)의 두 미녀를 맞아야겠다.
    理弱而媒拙兮 恐導言之不固
    떳떳치 못한데다 중매를 서두르니 얘기가 잘 안 될까 두렵구나.
    世溷濁而嫉賢兮 好蔽美而稱惡
    세상이 혼탁하여 현인을 시샘하니 미덕은 감추기를 좋아하고 악덕을 기린다.
    閨中旣以邃遠兮 哲王又不寤
    규중(閨中)은 너무 깊고도 멀어서 슬기로운 임금님은 만나지 못했다.
    懷朕情而不發兮 余焉能忍與此終古
    가슴 속에 품은 나의 충정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내 어찌 세상 사람들과 길이 어울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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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수(白水):곤륜산(崑崙山)에서는 오색(五色)의 강물이 흐른다고 했는데 백수(白水)는 그중 하나다.
    2. 낭풍산(閬風山):곤륜산(崑崙山)은 3 층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는 번동(樊棟), 가운데 낭풍(閬風), 위는 층성(層城)이라 했다. 천제(天帝)의 밭 현포(顯圃)가 있는 곳이다.
    3. 애고구지무녀(哀高丘之無女):고구(高丘)는 낭풍산(閬風山), 여(女-美人)는 지기(知己) 또는 현군(賢君).
    4. 춘궁(春宮) : 동방의 신(神) 청제(靑帝)가 사는 궁전.
    5. 풍륭(豊隆) : 구름의 신(神).
    6. 6. 복비(宓妃) : 중국 상고시대 삼황(三皇)의 하나인 복희씨(伏羲氏)의 딸.

      낙수(洛水)에서 익사(溺死)했는데 이 강의 신(神)이 되었다고 했다. 낙수(洛水)는 하남성 낙양(洛陽) 부근을 흘러 황하(黃河) 남안으로 흐른다.

    7. 건수(蹇脩) : 복희씨(伏羲氏)의 신하.
    8. 궁석산(窮石山): 감숙성(甘肅省) 산단현(山丹縣) 서남쪽에 있는 지금의 기련산(祁連山)이다.
    9. 유반강(洧盤江) : 감숙성(甘肅省) 엄자산(崦嵫山)에서 흘러내리는 강.
    10. 보궐미이교오혜(保厥美以驕傲兮):복비(宓妃)는 자신의 미모에 취하여 교만하게 굴었다는 뜻이다.
    11. 유융씨(有娀氏) : 옛날 유융국(有娀國) 임금에게 언니는 간적(簡狄)이라 하고 동생은 건자(建疵)라 하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었다. 부왕(父王)은 요대(瑤臺-玉樓臺)를 지어 두 딸이 여기서 살게 했다. 언니 간적(簡狄)은 은(殷)나라의 조상인 설(契)을 낳았다.
    12. 짐(鴆) : 독조(毒鳥)로 깃털에 독이 있는데, 이 깃털로 독주(毒酒)를 만들어 독살하거나 사약으로 사용했다.
    13. 고신씨(高辛氏) : 중국 상고시대 오제(五帝)의 하나로 제곡(帝嚳)이다.

      전설에 의하면 유융씨(有娀氏)의 딸 간적(簡狄)을 비(妃)로 맞았다. 중매(中媒)를 새에게 부탁하는 것은 간적(簡狄)이 요대(瑤臺)에 있을 때 상제가 제비를 시켜 알(卵)을 보냈는데 간적(簡狄)이 알을 삼켜 태기가 있어 설(契)을 낳았다고 했다.

    14. 소강(少康) : 하(夏)나라의 임금 상(相)의 아들이다.

      상(相)이 한착(寒浞)의 아들 요(澆)에게 피살을 당했을 때, 소강(少康)은 유우국(有虞國)으로 피했 다. 유우국(有虞國) 임금은 그의 두 딸을 아내로 주었다.

    15. 규중(閨中) : 부녀자들이 거처하는 곳으로 복비(宓妃) 이하의 부녀자들 을 의미한다. 여인을 찾는다는 사실은 실은 슬기로운 임금을 구한다는 뜻이다.

    十一
    索瓊茅以筵篿兮 命靈氛爲余占之 兩美其必合兮 孰信脩而慕之 思九州之博大兮 豈唯是其有女
    경모(瓊茅)풀과 대쪽 점대를 찾아 영분(靈氛; 점쟁이)에게 나를 위해 점을 치라 했다. 이르기를, ‘두 미녀(美女)는 꼭 합쳐지겠으나, 누가 그대의 결백을 사모하리요. 생각컨대 구주(九州) 땅은 넓고 넓으니 어찌 이곳에만 미녀(美女)가 있겠는가?’
    曰勉遠逝而無狐疑兮 孰求美而釋汝 何所獨無芳草兮 爾何懷乎故宇
    또 이르기를, ‘의심하지 말고 힘을 내어 멀리 떠나요. 미남(美男)을 찾고 있는 사람이 어찌 그대를 노치겠소? 세상 어디에서나 향기로운 풀이야 있는 법 어찌 그대는 고향만 생각하는가?’
    世幽昧以眩曜兮 孰云察余之善惡
    캄캄한 세상에 비치는 빛은 눈이 부신데 누가 나의 선악을 살필 수 있겠는가?
    民好惡其不同兮 惟此黨人其獨異 戶服艾以盈腰兮 謂幽蘭其不可佩
    사람들의 싫고 좋음은 같지 않다 하지만 유독 특이한 이런 당인(黨人)들은 산쑥을 허리에 채우지만 난초(蘭草)는 두를 수 없다.
    覽察草木其猶未得兮 豈程美之能當
    초목조차 제대로 못 살피는 주제에 구슬이 곱다는 사실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蘇糞壤以充幃兮 謂申椒其不芳
    거름을 주어 향낭(香囊)을 채우고도 산초나무는 향기롭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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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모(瓊茅) : 신령스러운 풀이름으로 주로 점복을 치는데 사용하기도 했고 또 제사를 지낼 때 술을 거르는데 사용하는 풀로써 초나라가 주왕실에 바치는 공물이었다.
    2. 영분(靈氛) : 길흉(吉凶)을 점치는 사람.
    3. 구주(九州) : 우임금이 중국의 전국을 9개의 주로 나누었다. 여기서는 초 (楚) 나라 이외의 온 천하를 의미함.
    4. 애(艾): 냄새가 나쁜 산쑥으로 향기가 좋은 향초에 반대됨을 비유했다.

    十二
    欲從靈氛之吉占兮 心猶豫而狐疑
    영분(靈氛)의 길점(吉占)을 따르고는 싶지만 마음은 망설이고 주저하게 된다.
    巫咸將夕降兮 懷椒糈而要之
    무함(巫咸; 상나라의 점쟁이)이 저녁에 내려온다니 산초와 고운 쌀을 가지고 가서 물어봐야겠다.
    百神翳其備降兮 九疑繽其並迎
    저녁 때가 되어 백신(百神)이 휩쓸며 강림하니 구억산(九嶷山; 순임금이 죽은 곳) 신령들이 몰려와 마중한다.
    皇剡剡其揚迎兮 告余以吉故
    무함(巫咸)은 번쩍번쩍 영겁한 기운 내며 나에게 길한 까닭 말해 주면서
    曰勉陞降以上下兮 求矩矱之所同
    이르기를, ‘하늘로 오르고 땅으로 내려서 법도가 같은 임금을 찾아보게나.

    湯禹儼而求合兮 摯咎繇而能調
    탕(湯)과 우(禹)는 근엄하게 현신(賢臣)을 구하더니 지(摯; 은나라 탕왕(湯王 )의 신하)와 구요(咎繇; 하나라 우왕(禹王)의 신하)가 나와 함께 잘도 어울렸다.
    苟中情其好脩兮 又何必用夫行媒
    진실로 그대가 결백을 좋아한다면 어찌 또 중매가 필요할까?
    說操築於傅巖兮 武丁用而不疑
    열(說)은 부암(傅巖)에서 길을 닦더니 무정(武丁)이 기용하고 의심치 않았다.
    呂望之鼓刀兮 遭周文而得擧
    여망(呂望; 주나라의 삼공)은 식칼을 든 백정(白丁)이었지만 주문왕을 만나서 일어섰다.
    甯戚之謳歌兮 齊桓聞以該輔
    영척(甯戚; 제나라 상경)은 소를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제환공이 듣고 보좌(輔佐)로 삼았다.
    及年歲之未晏兮 時亦猶其未央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세월이 더 늦어지기 전에 해야지!’

    恐鵜鴂之先鳴兮 使夫百草爲之不芳
    때까치가 먼저 울까 두려워하는 이유는 온갖 꽃들이 말라붙어 향기를 내지 않을까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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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함(巫咸) : 상나라 태무제 중종(中宗)의 대신으로 별의 위치와 모습을 보고 점을 쳤다.

      지금의 강소성 소주시(蘇州市) 오(吳) 출신이다. 태무제 때 나라의 정치가 불안하여 제후들이 명을 따르지 않았다. 이척(伊陟)과 함께 태무제를 보좌하여 상나라의 정치를 일신시키자 제후들의 다시 귀의해왔다. 천문과 산술에 밝은 무함이 별을 관측하여 많은 별에 이름을 붙였다. 저서에 성경(星經)이 있었으나 일실되고 『무함성명(巫咸星名)』이라는 책은 지금까지 전한다. 지금의 강소성 상숙시(常熟市) 우산(虞山)에 아들 무현(巫賢)과 함께 무덤이 있다.

    2. 구억산(九嶷山) : 지금의 호남성 남쪽 경계에 있는 창오산(蒼梧山)으로 순임금이 순수나갔다가 죽어 묻힌 곳이다. 하늘의 신령들이 초(楚)나라 땅에 내려오니 그 곳 명산의 신령들이 마중을 한다는 뜻이다.
    3. 지(摯)와 구요(咎繇) : 지(摯)는 은(殷)나라의 시조 탕왕(湯王) 의 신하로 이름은 이윤(伊尹)이고. 구요(咎繇)는 하(夏)나라 시조 우왕(禹王)의 신하다.
    4. 열(說) : 부열(傅說)을 말한다.

      하나라의 무정제(武丁帝)가 즉위하여 쇠락해진 은나라를 부흥시키려고 하였으나 자신을 보좌해줄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3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사는 총재(冢宰)에게 맡겨놓고 나라의 기풍을 유심히 살폈다. 무정제가 꿈속에서 성인을 만났는데 그 이름을 열(說)이라고 했다. 무정제는 꿈에서 본 열의 모습을 대신과 관리들 속에서 찾았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백관들에게 나라 밖에서 찾아보게 했는데 드디어 부험(傅險)이란 곳에서 열을 찾아냈다. 열은 죄를 짓고 노역에 끌려 나가 부험에서 길을 닦고 있었다. 무정제가 보고 “ 바로 이 사람이 내가 꿈속에서 본 사람이다.” 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과연 성인이었다. 이에 열을 등용하여 재상으로 삼으니 은나라는 훌륭히 다스려졌다. 무정제는 열을 부험이라는 곳에서 찾았다하여 그를 부열(傅說)이라고 불렀다.

    5. 여망(呂望) : 주문왕(周文王)에게 등용된 후에 문왕의 뒤를 이어 서백의 자리에 오른 무왕(武王)이 은(殷)나라의 폭군 주(紂)를 쳐서 주(周)나라를 세울 때 종군하여 큰공을 세워 주나라의 창업공신인 삼공의 한 사람이 되었다.

      삼공은 제나라에 봉해전 태공 여망, 노(魯)나라에 봉해진 주공(周公) 희단(姬旦), 연(燕)나라에 봉해진 소공(召公) 희석(姬奭)이다. 여망은 이름이고 강태공(姜太公), 태공망(太公望)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다.

    6. 영척(甯戚) : 기원전 7세기 경 춘추시대(春秋時代) 위(衛)나라 사람으로 집이 가난하여 짐수레를 끌며 입에 풀칠을 하다가 제(齊)나라로 가서 소를 기르며 소뿔을 두드리며 노래하자 이를 기이하게 여긴 제환공(齊桓公)이 재상 관중(管仲)에게 명하여 맞아들이도록 한 후에 상경(上卿)의 벼슬을 주었다.
    7. 제결(鵜鴂) : 때까치다.

      때까치가 우는 계절은 여름(음력 5월) 또는 가을(음력 7월)이라 하는데 추분(秋分) 전에 때까치가 울면 초목(草木)이 모두 시든다고 했다.


    十三
    何瓊佩之偃蹇兮 衆薆然而蔽之
    내 옥노리개는 예쁘고 고운데 뭇 사람들이 감추고는 숨기려고 한다.
    惟此黨人之不諒兮 恐嫉妬而折之
    저 믿지 못할 무리들이 시샘하며 부러뜨릴까 두렵다.
    時繽紛其變易兮 又何可以淹留
    세월은 어지럽게 변해 가는데 어찌 또 머물겠는가?
    蘭芷變而不芳兮 荃蕙化而爲茅
    란초(蘭草)와 어수리는 변하여 향내 안 나고 분꽃과 혜초(蕙草)는 변하여 억새풀이 되었다.
    何昔日之芳草兮 今直爲此蕭艾也
    옛날에 향기롭던 그 풀들이 어찌하여 지금은 쑥덤불이 되었는가?
    豈其有他故兮 莫好脩之害也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음이 아니라 결백을 좋아해서 해꼬지를 당해서다.
    余以蘭爲可恃兮 羌無實而容長
    나는 난초(蘭草)를 굳게 믿었었는데 실하지는 못하고 덩치만 크다.
    委厥美以從俗兮 苟得列乎衆芳
    아름다움을 버리고 시속(時俗)을 쫓아 많은 꽃들 가운데 슬그머니 끼었다.
    椒傳佞以慢慆兮 樧又欲充夫佩幃 旣干進而務入兮 又何芳之能祗
    산초나무는 아첨만 알았지 절제가 없고 수유나무 또한 향낭(香囊)이나 채우고는 등용되길 바라고 노력했으니 향내 따위야 어찌 아랑곳하겠는가?
    固時俗之流從兮 又孰能無變化
    원래 시속(時俗)은 유행 따라 가는데 누가 또한 변하지 않겠는가?
    覽椒蘭其若玆兮 又況揭車與江離
    산초나무, 란초(蘭草)조차도 이러한데 게거(揭車)나 천궁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惟玆佩之可貴兮 委厥美而歷玆
    이 노리개는 몹시 귀하나 아름다움을 버렸기 때문이다.
    芳菲菲而難虧兮 芬至今猶未沫
    향기는 옅고 얇으나 지지 않으니 지금도 그 냄새는 없어지지 않았다.
    和調度以自娛兮 聊浮遊而求女
    도량을 넓혀서 스스로를 즐기며 허공에 떠돌아다니며 미녀(美女)만을 구한다.
    及余飾之方壯兮 周流觀乎上下
    내가 꾸민 꽃다발이 향기를 뿜어낼 때 천상과 천하를 두루 돌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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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혜화이위모(荃蕙化而爲茅) : 전(荃)은 분꽃으로 향초이고 모(茅)는 억새풀로 향기가 없는 풀이다. 잘못된 정치로 악화된 민심을 향기로운 분꽃이 향기 없는 억새풀로 변한 일에다 비유했다.
    2. 살(樧) : 수유나무로 혹은 쉬나무라고도 한다. 낮은 산지에서 자라며 크기는 약 10∼20m이다. 꽃은 8월에 피고 흰빛이 돌며 산방상 원추꽃차례에 달린다. 꽃이삭에 털이 빽빽이 난다. 열매는 삭과로 10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데, 둥글며 끝이 뾰족하다. 종자는 검고 타원형이다. 종자는 기름을 짜서 해충구제·등유로 이용하였고 새의 먹이로도 사용한다. 관상 가치가 있으며 밀원식물로도 좋고 목재는 기구재나 건축재로 사용한다. 분포지는 한국과 중국 등지다.
    3. 우황게거여강리(又況揭車與江離) : 게거(揭車)나 천궁(江離)은 향기로운 풀이지만 산초나무나 난초(蘭草)에 비하면 그만 못하다. 위의 구절은 굴평(屈平)이 즐겨 찾는 풀에 비해 향기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전에는 동지였던 주변의 변절자들을 풍자했다.

    十四
    靈氛旣告余以吉占兮 歷吉日乎吾將行
    영분(靈氛)이 이미 나에게 길점(吉占)을 일러주었으니 길일(吉日)을 택하여 길을 떠난다.
    折瓊枝以爲羞兮 精瓊爢以爲粻
    옥가지를 꺾어서 반찬을 삼고 옥열매를 찧어서 양식을 삼는다.
    爲余駕飛龍兮 雜瑤象以爲車
    나를 위하여 비룡(飛龍)을 부려주오. 옥돌과 상아로 수레를 꾸며주오.
    何離心之可同兮 吾將遠逝以自疏
    떠나간 마음이야 어찌 어울릴 수 있겠는가? 내 이제 멀리 떠나 스스로 피하리.

    邅吾道夫崑崙兮 路脩遠以周流
    내가 가는 길은 저 곤륜산(崑崙山)을 돌아서 돌고 돌아 아득히 머나 먼 길이다.
    揚雲霓之晻藹兮 鳴玉鸞之啾啾
    구름 무지개 깃발 올려 햇빛을 가리고 옥란(玉鸞)의 방울소리 시끄럽게 울리며
    朝發軔於天津兮 夕余至乎西極
    아침에 은하수를 출발해서 저녁에 서극(西極)에 닿았다.

    鳳凰翼其承旂兮 高翶翔之翼翼
    봉황(鳳凰)은 공손히 깃발을 받쳐들고 훨훨 높이 날아 가지런히 뒤를 따른다.
    忽吾行此流沙兮 遵赤水而容與
    홀연히 사막을 지나서 적수(赤水; 오색강의 하나)를 쫓아 조용히 노닐다가
    麾蛟龍使梁津兮 詔西皇使涉予
    교룡(蛟龍)을 불러 다리를 놓게 하고 서황(西皇 오제중 소호(少皥 ))의 안내로 강을 건넜다.

    路脩遠以多艱兮 騰衆車使徑待
    길은 멀고멀어 고생이 많겠기에 따르는 수레들을 지름길로 보내며
    路不周以左轉兮 指西海以爲期
    왼편으로 부주산(不周山; 곤륜산 근처의 전설의 산 )을 돌아 서해(西海)에서 만나기로 기약했다.

    屯余車其千乘兮 齊玉軑而並馳
    천 대나 되는 수레들은 줄을 대어 이어서 옥바퀴도 나란히 잘도 달렸다.
    駕八龍之婉婉兮 載雲旗之委蛇
    굴레 멘 팔용(八龍)이 말을 잘 들어 꽂아 논 구름깃발을 펄럭이며 달린다.
    抑志而弭節兮 神高馳之邈邈
    뜻을 억눌러 천천히 가려해도 넋은 막막한 곳으로 높이 달려만 간다.
    秦九歌而舞韶兮 聊假日以愉樂
    구가(九歌)를 노래하고 구소(九韶)를 춤추며 애오라지 한가한 날을 즐겨본다.

    陟陞皇之赫戱兮 忽臨睨夫舊鄕
    밝은 해가 빛나는 하늘로 날라 오르는데 홀연히 옛 고향이 내려다보인다.
    僕夫悲余馬懷兮 蜷局顧而不行
    마부도 슬퍼하고 말도 그립다 하여 머뭇머뭇 돌아보며 나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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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란(鸞)은 수레의 횡목(橫木)에 다는 방울이다. 여기서는 란새의 울음소리를 대용으로 삼았다. 란은 봉황(鳳凰) 새의 일종이다.
    2. . 적수(赤水) : 곤륜산(崑崙山)에서 흘러내리는 오색 강의 하나로 남해(南海)로 빠져나간다.
    3. 서황(西皇) : 오제(五帝)의 한 명으로 소호(少皥)의 별칭이다. 소호는 금 (金)씨로 오행설(五行說)에 의하면 금(金)은 서방(西方)에 해당된다.
    4. 부주산(不周山) : 곤륜산(崑崙山)의 서북쪽에 있는 신화상의 산이다.

      물의 신 공공(共工)과 불의 신 축융(祝融) 간에 시비가 붙어 싸움이 벌어져 싸움에 진 공공은 제 성질을 못 참아 부주산(不周山)에 박치기 했다. 그로 인해 땅이 기울어져 난리가 났다. 물이 들끓어 홍수가 나고, 덩달아 흥분한 괴수들이 사람들을 해쳤다. 사람을 만든 여와가 분주히 물을 퍼내어 인명을 구출하는 한편 괴수를 퇴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고장난 하늘 구멍에 오색 돌을 갈아 메워서 고치고, 기울어진 땅을 바로잡기 위해 바다에 사는 거북이에게 네 다리를 얻어 그것으로 사방의 땅을 고여 바로잡았다. 그러나 서두르는 바람에 중국의 서북쪽은 높고 동남쪽은 우묵하게 낮은 이유가 되었다.

    5. 구가(九歌)는 우(禹)임금 때의 음악이고 구소(九韶)는 순(舜)임금 때의 음악(音樂)이다. 훌륭한 음악이라는 의미다.
    6. 복부비여마회혜(僕夫悲余馬懷兮) : 마부(馬夫)와 말을 들어서 자기의 심정(心情)을 토로했다. 조국(祖國)과 인간세계를 차마 떠날 수가 없었던 굴평의 심정이다.

    十五
    亂曰
    노래 끝에 이르기를
    已矣哉國無人莫我知兮 又何懷乎故都
    나라에 사람 없어 나를 알아주지 않는데 어찌 또 고향을 그리워하랴?
    旣莫足與爲美政兮 吾將從彭咸之所居
    아름다운 정치를 함께 할 수 없으니 이제 나는 팽함(彭咸)이 사는 곳으로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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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亂) : 끝 노래. 시가의 대요(大要)를 말하고 끝을 맺는 노래.


    이시는 굴원이 쓴 시중에서 가장 긴 시로 375구 2500자에 달하는 대 서사시이다. 보통 부(賦)라고 불리는 것들이 굉장히 긴데, 아마 이렇게 구구절절 쓰는 형태가 갖춰진건 굴원 이전인것 같다. 이 부로 유명한 분들이 위나라의 조씨 삼부자.. 이소(離騷)라는 뜻은 한자만 보자면 근심을 만난다는 뜻이지만, 요즘 사용되는 가장 대중적인 뜻으로 해석하면 이별 할때 이(離)에 소란스럽다 할때 소(騷)다, 소란스러움을 떠난다는 뜻도 가능하다. 굴원이 처음으로 한수 북방으로 귀양 갔을때 지은 것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다.

    사마천 역시 사기에서 굴원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 이소를 가장 걸작으로 뽑았다. 미인을 읊지만 음탕하지 않고, 원망과 비난을 담았지만 반란의 내용이 아니며, 굴원의 결말이 충절을 지켜 팽함과 같은 결말을 맞이 했다는 점에서 당시 유학자들에게 굴원은 선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소는 선지식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 많은데 일단 구가와 그밖에 기본 고대 역사를 알아야 한다. 사용되는 글자중 장자나 노자에서 나오는 구절도 보이며 나오는 신들의 이름과 지역은 산해경에서 본적이 있는 익숙한 이름들이다. 중국의 신화는 조선이 망하기 전까지 주류의 신화였기 때문에 한국문화에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근데 뭐 거의 천년 이천년이 넘은 잔재(?)이기 때문에 이걸 더이상 중국에서 왔다고 해야하나 싶긴하다.


    제목이「근심을 떠나다.」이나 역자에 따라서는 「애타는 걱정에 걸리다, 근심에 걸리다. 애타는 호소」 또는「불평불만(不平不滿)」이라고도 하는데 보통은 「애타는 호소」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굴원(屈原)이 첫 번째로 한수(漢水) 북방으로 귀양갔을 때에 지은 작품으로 여겨진다. 낭만주의 시가 중에서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굴원의 대표작으로 모두 375구 2500 자에 달하는 중국의 고대 서정시 가운데 제일 긴 작품이다. 굴평의 위대한 인격과 고결한 감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사마천『사기(史記)』 중 『굴원가생열전(屈原賈生列傳)』에서 『이소(離騷)』에 대한 평 보기
    屈平疾王聽之不聰也, 讒陷之蔽明也, 邪曲之害公也, 方正之下不容也, 故懮愁幽思而作 ⟨離騷⟩. ⟨離騷⟩者, 猶離懮也. 夫天者, 人之始也; 父母者, 人之本也. 人窮則反本, 故勞苦倦極, 未嘗不呼天也; 疾痛慘怛, 未嘗不呼父母也. 屈平正道直行, 竭忠盡智以事其君, 讒人間之, 可謂窮矣, 信而見疑忠而被謗, 能無怨乎? 屈平之作 離騷, 盖自怨生也. ⟨國風⟩好色而不淫. ⟨小雅⟩怨誹而不亂, 若⟨離騷⟩者, 可謂兼之矣.

    『이소(離騷)』는 근심스러운 일을 만났다는 뜻이다. 대저 하늘은 사람의 시초이며, 부모는 사람의 근본이다. 사람이 궁지에 이르면 근본을 돌이켜보는 까닭에 힘들고 피곤할 때에 하늘을 찾지 않을 수 없으며, 질병으로 고통스럽고 참담해지면 부모를 찾지 않을 수 없다.
    굴원은 올바른 도리를 곧게 실천하여 충성을 다 바치고 지혜를 다 발휘하여 그 임금을 섬겼는데, 도리어 군주와의 사이가 이간질 당하여 궁지에 처하게 되었다. 신의를 지켰으나 의심을 받았고, 충성을 바쳤으나 비방을 당하니, 어찌 원망스럽지 않겠는가?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는 본디 이런 원망으로부터 이루어진 시가다.

    『국풍(國風)』은 미인을 읊으면서도 음탕하지 않았고, 『소아(小雅)』는 원망과 비난을 담고 있으나 반란의 내용이 아니었다. 그러나『이소(離騷)』는 그 두 가지를 다 겸했다. 위로는 제곡(帝嚳)을 칭송하고 아래로는 제환공(齊桓公)을 말하고 있으며 그 중간에는 상탕(商湯)과 주무왕(周武王)에 대해 기술하여 그것으로써 세상일을 풍자했다.
    도덕의 넓고 높음과 나라의 흥망성쇠의 인과관계를 밝혀 모두 자세히 드러나게 했다. 문장은 간략하나 자세하고, 정신은 정결하며 행동은 청아하다. 문장은 비록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묘사했으나 뜻하는 바는 지극히 크고 깊으며 예로 든 것은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심오하다.

    그의 정신은 고결했음으로 그는 즐겨 그 자신을 향초(香草)로 비유했다. 그는 올곧은 삶을 살았기에 죽어서도 소인배들에게 용납되지 않았다. 몸은 진흙 구덩이 속에 있으나 마치 매미가 더러운 오물 속에서 허물을 벗어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듯이 세속의 먼지구덩이 밖으로 헤엄쳐 나와 더러운 세상의 떼에 물들지 않았다. 그는 청백하고 고결하여 진흙 속에 있어도 결코 물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에 그의 지조를 추측해 본다면 그는 해와 달과도 빛을 다투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왕은 한쪽 말만 듣고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은 왕의 총명을 가로막고, 사악하고 비뚤어진 무리는 공명정대한 사람을 해치고, 단정하고 정직한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 세태를 굴원은 애통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우수와 근심으로 인하여 『이소(離騷)』를 썼다. 『이소(離騷)』는 ‘근심스러운 일을 만났다.’는 말이다.』 - 출처

    슬픈 영도

    哀郢 屈原
    애영(영도: 郢都; 초나라의 도읍) 굴원

    皇天之不純命兮 何百姓之震愆
    명이 무상하여 한결같지 않은 하늘이여! 어찌하여 백성들을 공포와 범죄에 떨게 하는가?
    民離散而相失兮 方仲春而東遷
    흩어지고 서로 헤어지는 백성들이여! 바야흐로 중춘의 계절에 쫓겨나 동쪽으로 가노라!
    去故鄉而就遠兮 遵江夏以流亡
    고향을 버리고 멀리 떠남이여! 강수와 하수(夏水)를 따라 유랑하도다!
    出國門而軫懷兮 甲之晁吾以行
    성문을 나서니 아파오는 가슴이여! 갑일의 아침에 나는 길을 떠나도다!
    發郢都而去閭兮 荒忽其焉極
    영도를 출발해서 마을 문을 나섬이여! 황망한 마음에 가는 길은 끝이 없도다!
    楫齊颺以容與兮 哀見君而不再得
    느긋한 마음이 되어 노를 나란히 들었음이여! 애타게 임금님을 만나려 해도 다시 만날 수 없도다!
    望長楸而太息兮 涕淫淫其若霰
    큰 가래나무를 쳐다보며 탄식함이여! 흐르는 눈물이 싸라기눈처럼 하염없이 흘러내리도다!
    過夏首而西浮兮 顧龍門而不見
    하수(夏水)의 어구를 지나서 서쪽으로 떠내려감이여! 고개를 돌려 용문을 보려고 했으니 보이지 않도다!
    心嬋媛而傷懷兮 眇不知其所蹠
    마음이 끌리어도 상처만 받았음이여! 아득히 멀어서 닿을 곳을 모르겠도다!
    順風波以從流兮 焉洋洋而爲客
    풍파를 쫓아 흐르는 물을 따라 감이여! 이제는 의지할 데 없는 나그네가 되었도다!
    淩陽侯之泛濫兮 忽翱翔之焉薄
    출렁이는 양후신(陽侯神)의 큰 파도를 탔음이여!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올라 머물 데가 어디메뇨?
    心絓結而不解兮 思蹇產而不釋
    답답하게 맺혀 풀리지 않은 마음이여! 생각이 휘어지고 막혀 트이지 않도다!
    將運舟而下浮兮 上洞庭而下江
    배를 띄어 하류로 떠내려감이여! 동정호로 들어갔다가 다시 강수로 들어섰도다!
    去終古之所居兮 今逍遙而來東
    옛날 거처하던 고향을 떠났음이여! 이제 덧없이 길을 가서 동쪽으로 왔도다!
    羌靈魂之欲歸兮 何須臾而忘反
    아아, 돌아가고픈 내 영혼이여! 어찌 잠시라도 잊을 수 있나!
    背夏浦而西思兮 哀故都之日遠
    하포를 등지고 서쪽을 생각함이여! 나날이 영도는 멀어져 슬퍼지누나!
    登大墳以遠望兮 聊以舒吾憂心
    강가 큰 언덕에 올라 멀리 바라봄이여! 잠시 내 시름 부드럽게 풀어보노라!
    哀州土之平樂兮 悲江介之遺風
    땅 넓고 즐거운 생활 보아도 슬프고 강변의 오랜 풍습 보아도 서럽도다.
    當陵陽之焉至兮 淼南渡之焉如
    능양 쪽으로 가서는 어디로 가나? 아득히 넓은 강남으로 어디로 가나?
    曾不知夏之爲丘兮 孰兩東門之可蕪
    하수가 언덕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음이여! 누군들 두 동문을 황폐시킬 수 있으리오?
    心不怡之長久兮 憂與愁其相接
    마음이 즐겁지 못한 지 오래되었음이여, 근심과 슬픔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도다.
    惟郢路之遙遠兮 江與夏之不可涉
    영도로 가는 요원한 길이여! 강수와 하수는 건딜 수 없도다!
    忽若去不信兮 至今九年而不複
    떠나 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음이여, 지금까지 9년이 되도록 돌아가지 못하도다.
    慘鬱鬱而不通兮 蹇侘傺而含戚
    마음 아프고 답답해도 트이지 않아, 아! 실의에 차서 슬픔을 머금고 있도다!
    外承歡之汋約兮 諶荏弱而難持
    겉만 화려하게 곱게 보이면, 진정 나약한 마음 지탱하기 어렵도다.
    忠湛湛而原進兮 妒被離而鄣之
    충직한 진심 지니고 나아가 헌신하고 싶은 현인들이여! 질투하는 사람들 몰려와 방해하도다!
    堯舜之抗行兮 瞭杳杳而薄天
    고결한 품행의 요순 임금이여! 너무나도 높고 맑아서 하늘에 닿았도다!
    眾讒人之嫉妒兮 被以不慈之偽名
    참언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이여! 자애롭지 못하다는 이름을 얻게 했도다!
    憎慍惀之修美兮 好夫人之忼慨
    온화한 내 품성을 싫어하는 사람들이여! 저 사람들의 분개하는 사람들만 좋아하도다!
    眾踥蹀而日進兮 美超遠而逾邁
    거침없이 날로 나아가는 사람들이여! 착한 사람들은 저 멀리 떠나가는도다!
    亂曰
    그래서 사람들이 노래하기를
    曼餘自以流觀兮 冀壹反之何時
    내 눈을 멀리 돌려 둘러봄이여! 한번 돌아갈 수 있는 때가 언제일까나?
    鳥飛反故鄉兮 狐死必首丘
    새들은 날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옛 살던 언덕으로 돌린다는데
    信非吾罪而棄逐兮 何日夜而忘之
    진실로 내가 쫓겨난 것은 죄를 지어서가 아니어서 낮이나 밤이나 어찌 고향 땅을 잊을까?


    이 시는 굴원이 장강 남쪽으로 추방되었을때 쓰여진 부(賦)인데 추방당한게 처음이 아니었다. 굴원은 왕족이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벼슬하기 쉬웠을텐데 그의 시나 일화를 보면 여러모로 대쪽같은 사람이었나보다. 부러질 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그래서 굴원을 시기하고 미워하는 왕족 귀족이 많았다고 한다. 9년이 되도록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구절을 보면 꽤 오랫동안 축객령으로 강남 일대를 전전했던것 같은데 이 시가 쓰여진 시기 즈음에 초경양왕 (楚頃襄王)이 백기에게 공격당해 영도(郢都)를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고 영도가 그리워서 지었다는 설이 제일 유력하다고 한다. 그런것에 비해 영도의 참상에 대한 설명이 없는거 보면 어서 듣고 그런거겠거니 추측하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빗대어 봤을때 초나라의 쇠락은 어쩌면 굴원 이전부터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백기라는 인물이 정말 사람 몇백명에 맞먹는 아주 걸출한 장수였던 것도 사실이고 재미있게도 진나라를 부흥시켰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초나라 출신이다. 초나라는 귀족주의가 아주 강했는데 너무 많은 황족과 귀족 게다가 자질없는 왕이라는 악재가 겹치고 겹쳐서 결국 망한다. 백기도 초나라의 왕족이었고 굴원 역시 초나라의 왕족이었는데 초나라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하나는 다른 나라에 가서 활약하고 하나는 충절을 버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게 된다.

    축객령을 받아 떠나는 추방길을 유랑이라고 부르고 원망은 하지만 미워하지는 않는 그의 표현은 너무나도 섬세하고 여성적이라 혹시 굴원은 여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의심을 하곤 한다. 쫓겨나서 서러운 마음은 보통 여인들의 흔한 감정이었기 때문일까? 얼마나 많은 재능있는 여성들이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스러졌을까 생각하면 또 답답한 부분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전반적인 문화중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분명 다른 고대 사회보다 인구가 넘쳐났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능있는 인재를 어째서 한 성별에만 몰아 줄 수 있지? 심지어 유전적으로 부족한 그 성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