離騷 屈原
이소 굴원
一
고양(高陽;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오제(五帝)의 하나인 전욱(顓頊)을 말한다) 임금님의 후예인 나의 아버지는 백용(伯庸)이다.
섭제격(攝提格; 고갑자(古甲子)의 하나. 간지(干支)의 인(寅)에 해당한다.) 해 바로 첫 정월달 경인(庚寅) 날에 나는 태어났다.
아버님께서는 처음에 내 모습을 보시고 나에게 좋은 이름을 내려 주었다.
정칙(正則)이는 이름에 자(字)는 영균(靈均)이라 했다.
나는 이렇게 큰 미덕과 또한 뛰어난 능력을 겸하여 태어났다.
천궁과 어수리로 몸을 덮었고 추란(秋蘭)을 엮어서 허리에 찼다.
나는 늦을까 서둘렀으나 세월이 나와 같이 아니할까 두렵다.
아침에는 비산(阰山)의 목련꽃을 뜯고 저녁에는 섬마을의 숙근초를 캔다.
일월(日月)은 쉬지 않고 빨리도 가서 봄과 가을이 어느새 바뀐다.
초목이 시들어 떨어져 버리니 젊은 이 몸도 늙을까 겁난다.
젊은 사람 돌보지 않고 늙은이 버리지 않으니 어찌 이런 일 안 고치나?
천리마를 타고 달린다면 내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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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高陽) :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오제(五帝)의 하나인 전욱(顓頊)을 말한다. 초나라는 전욱의 후예가 세운 나라이며 굴원의 선조는 초무왕(楚武王 : 재위 BC741-690)의 아들인 웅하(熊瑕)로 굴성을 사성받아 굴씨들의 시조가 되었다. 이에 굴원이 자기의 조상을 전욱이라고 했다.
- 섭제(攝提) : 섭제격(攝提格). 고갑자(古甲子)의 하나. 간지(干支)의 인(寅)에 해당한다.
간지(干支)는 처음에는 날(日)을 표시하는 데에만 사용하다가, 한대(漢代) 이후에 비로소 해(年)와 달(月)을 표시하는 데에도 사용하였다. 이 구절(句節)을 간지(干支)로 표시하면 인(寅)의 해와 인(寅)의 달이 되며, 다음 구절의 경인(庚寅)의 날과 묘한 일치를 보인다.
- 영균(靈菌) : 영(靈)은 선(善), 균(均)은 평(平)의 뜻이다.
- 강리(江離) : 천궁을 말하며 향기가 덜한 풀이다.
- 지(芷) : 어수리를 뜻하며 향초의 뿌리다.
- 인추란(紉秋蘭) : ‘추란을 엮어서’라는 뜻으로 실제로 이런 복장을 했다기보다는 자기의 정신수양을 우화적으로 한 표현이다. 자기는 청렴결백(淸廉潔白)하다는 의미다.
- 목란(木蘭) : 목련꽃. 목련과에 속하는 꽃의 일종.
그 껍질을 벗겨 향료로 쓰는데 껍질을 벗겨도 말라죽지 않는다. 목련꽃과 숙근초의 강인한 특성으로 작가의 굳은 절개를 상징한다.
- 미인(美人) : 굴평(屈平) 자신을 말한다. ‘젊은 이 몸이’.
- 승기기이치빙혜(乘騏驥以馳騁兮) : 기(騏), 기(驥) 두 글자 모두 천리마(千里馬)로 현신(賢臣)을 상징한다. 즉 ‘임금이 현신을 임용하여 치적을 높이시려 한다면’ 의 의미다.
二
옛날 삼후(三后; 하우(夏禹), 상탕(商湯), 주문(周文) 등, 하상주(夏商周) 세 왕 조를 창건한 세 왕)의 순수한 미덕은 진실로 많은 꽃향기를 지녔다.
산초나무가 있었고 균계(菌桂)나무도 있었으니 어찌 혜초나 어수리만 꿰었겠는가?
저 요순(堯舜; 고대의 성군)의 빛나는 공덕은 처음부터 바른길로만 따라 나아갔다.
걸주(桀紂; 고대의 폭군)의 부끄러운 일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 오로지 지름길만 따라서 허둥거리다가
제 잇속만 차리는 무리들 때문에 길은 어둡고 험하게만 되었으나
어찌 이 몸의 재앙만을 걱정했기 때문이었겠는가? 임금님의 수레가 엎어질까 두려워
앞뒤로 분주하게 뛰어 다니며 선왕들의 발자취를 따르려고 했지만
임금님은 나의 충정 살피지도 않으시고 오히려 소(讒訴; 참소)를 믿으시고 노했다.
바른 말이 내 몸에 해로운 걸 알지만 차마 그만 두지 못했던 이유는
저 하늘에 맹세도 했었지만 다만 훌륭한 그분 때문에
황혼(黃昏)까지 가자고 기약했는데 중도에서 길을 바꾸셨으니
처음에 나와 한 언약을 뒤에 가서 파하고 딴 데에 마음을 두셨다.
나는 그런 이별을 언짢다곤 하지 않지만 훌륭한 분의 변덕에는 마음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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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후(三后) : 하우(夏禹), 상탕(商湯), 주문(周文) 등, 하상주(夏商周) 세 왕 조를 창건한 세 왕을 말한다.
- 신초여균계(申椒與菌桂) : 산초나무와 균계나무. 두 가지 모두 향목 (香木)이다.
- 기유인부혜지(豈維紉夫蕙芷) : 삼후(三后)는 한 두 사람의 총신(寵臣-혜초.어수리)에게만 정치를 전임시키지 않고 널리 현신(賢臣-산초나무, 균계나무)을 두루 임용했다는 의미다.
- 요순(堯舜) : 중국 상고시대의 전설적인 성군의 대명사다.
- 걸주(桀紂) : 걸(桀)은 하(夏)의 마지막 임금이고 주(紂)는 은(殷=商)의 마지막 임금이다.
두 임금 모두 나라를 망친 폭군이었다. 성군과 폭군이 따라간 정도(正道)와 사도(邪道)를 대조하여, 굴원이 모셨던 초회왕(楚懷王) 웅괴(熊槐)가 마땅히 취할 바를 말했다.
- 전(荃) : 분꽃과의 향초. 임금을 의미한다.
- 영수(靈脩) : 훌륭한 분. 천성과 재능이 훌륭하다는 의미. 여기서는 초회왕을 지칭한다.
三
나는 난초를 구원(九畹)에 퍼지게 했고 또 혜초(蕙草) 백 이랑을 심었다.
유이(留夷)와 게거(揭車)를 두둑으로 나누고 두형(杜衡)과 어수리를 섞어서 심었다.
가지와 잎이 무성하길 바랐고 때를 맞추어서 베려고 했다.
비록 시들어 버린다 해도 어찌 속을 상하겠는가? 거칠어진 꽃향기와 더러워진 꽃잎이 서러워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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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九畹) : 원(畹)은 밭 12 이랑(畝). 구원(九畹)이니 108 이랑이다. 한 이랑은 약 170평.
- 유이여게거(留夷與揭車) : 유이(留夷)는 작약의 일종이고 게거는 잎이 노랗고 흰 꽃이 피는 식물이다.
- 두형(杜衡) : 향초(香草)의 일종. 유이(留夷), 게거(揭車), 지(芷), 두형 (杜衡)과 같은 식물을 심었다는 말은 정신수양에 더욱 힘썼다는 의미다.
- 기지엽지준무혜(冀枝葉之峻茂兮) : ‘ 가지와 잎이 무성하길 바랐다.’ 이 구절의 의미는 힘써 수양을 닦아 성과를 얻으려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임금에게 버림받아 시들어 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아깝지 않으나 당인(黨人)들의 참언(讒言)으로, ‘더럽혀지는 것’ 이 서럽다는 의미다.
四
사람들은 다투어 재물을 탐하여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 구한다.
제 소가지로 남을 가늠하면서 제각기 마음 속에 질투심을 갖는다.
바쁘게들 이리저리 쫓아다니지만 내가 급히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앞으로 점점 늙어 갈 터인데 조촐한 명성도 못 이룰까 두렵다.
아침에 목련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마시고 저녁에는 추국(秋菊)에서 지는 꽃잎을 먹었다.
진실로 나의 마음이 미쁘고 결곡하기만 하다면 얼굴이 오래도록 창백한들 어찌 마음이 상하겠는가?
남목(擥木) 뿌리를 어수리로 묶고 벽려(薛荔; 들꽃)의 떨어진 꽃술 꿰어서 걸었다.
혜초를 엮어서 균계(菌桂)를 바로 하고 잔디 줄기 이어서 꼬아 둘렀다.
나는 옛날 어진분의 본을 땄기에 세상 사람들의 옷을 입지 않았다.
비록 지금의 사람에겐 맞지 않지만 팽함(彭咸; 은나라 현신으로 왕에게 간했으나 듣지 않아 자살함.)의 유칙(遺則)은 따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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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함함역하상(長顑頷亦何傷) : 함함(顑頷)은 영양실조로 창백해진 얼굴을 말한다. 청결한 음식만을 대함으로 행실의 결백(潔白)함을 의미한다. 고관대작이야 영양실조에 걸릴 리가 없음이다.
- 벽려(薜荔) : 승검초와 타래붓 꽃.
- 색호승지이리(索胡繩之纚纚) : 호승(胡繩)은 잔디 풀로 엮은 끈. 이 구절은 향초(香草)를 가지고 옷 을 꾸민다는 의미로, 결백을 상징한다.
- 팽함(彭咸) : 은(殷) 나라 때의 현신(賢臣)으로 왕에게 간했으나 듣지 않았음으로 물에 뛰어 들어 죽었다.
五
눈물을 닦으며 길게 탄식하는 이유는 백성들의 고난이 애처러워서였지!
내가 비록 결곡하고 조심한다 했지만 아침에 바른 말씀 올렸다가 저녁에 쫓겨났다.
혜초의 띠를 둘렀다고 쫓아내더니 어수리를 캐간 일도 나쁘다고 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여전히 선해서 비록 아홉 번 죽는다 해도 후회는 않겠다.
훌륭하신 분의 호탕함이 원망스러워 백성들의 마음을 끝까지 살필 수 없게 되었다.
많은 여인들은 예쁜 내 눈썹을 시새워 어이없이 나를 음란하다고 욕한다.
진실로 세상의 목수들이란 그림쇠와 곱자를 엇대어 바꿔가면서
먹줄을 비켜놓고 굽혀서 쫓아 다투어 비위맞추는 일을 법도로 삼는다.
울적한 마음으로 멍청히 서서 나 홀로 이때에 곤란을 당하지만
차라리 당장 죽어 사라진다 하더라도 이러한 작태는 참을 수 없다.
지조(鷙鳥)가 무리짓지 않음은 원래 옛날부터 그랬왔었고
모난 것과 둥근 것이 어찌 맞을 수가 있겠으며 가는 길이 다른데 서로가 어찌 편하겠는가?
마음을 굽히고 뜻을 억눌러서 꾸짖음을 물리치고 더욱 참고 있음이라.
결백한 몸으로 죽는 일은 옛 성인(聖人)들의 한결같은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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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여질여지아미혜(衆女嫉余之蛾眉兮) : 당인들이 굴평(屈平)을 시샘하여 임금에게 참소(讒訴)한 것을 남녀의 관계로 비유했다.
- 경주용이위도(競周容以爲度) : 당인들이 상도(常道)를 굽혀 임금 의 뜻에만 애써 영합한다는 의미다.
- 지조(鷙鳥) : 소리개 같은 맹금류(猛禽類)의 새. 뜻이 강직(剛直)한 사람을 의미한다. 굴평(屈平)은 자신을 지조로 비유하고 당인(黨人)들은 뭇 잡새에 비유했다.
- 하방원지능주혜(何方圓之能周兮) : 목수(工巧)가 나무에 구멍을 뚫어 장부를 맞출 때 네모난 장부는 동그란 구멍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로 굴평(屈平) 자신은 당인들과 뜻을 같이 할 수 없었음을 말한다.
六
길을 잘못 살핀 행위를 뉘우치면서 우두커니 서서 돌아갈 일 생각한다.
나는 수레를 돌려서 돌아가련다. 헤메며 다닌 길은 그리 멀지 않으니
난초옆 물가에서 말을 몰아 초나무 언덕에 이르러 멈추어 쉰다.
나아가 들어가지 못하고 어려움만 더 했으니 물러나와 옛날 내 옷을 손본다.
마름과 연꽃으로 저고리 짓고 부용(芙蓉) 모아 바지 만든다.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그뿐 나의 진실한 충정은 향기로울 뿐이다.
나의 갓 우뚝하게 만들고 나의 노리개는 눈부시고 기다랗다.
향기와 악취가 서로 섞이고 얽혀도 하얀 바탕에서 아직은 이지러지지 않았다.
문득 고개를 젖혀 둘러보면서 이제 사방 끝을 구경나간다.
노리개는 주렁주렁 예쁘게 꾸며 있고 향기는 물씬 물씬 더욱 피어난다.
사람들은 제각기 락(樂)이 있다지만 나는 항상 결백을 홀로 좋아한다.
이 몸이 갈갈이 찢겨진다 해도 어찌 내가 마음을 고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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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상도지불찰혜(悔相道之不察兮) : 나아가 임금에게 충성(忠誠)을 다 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참소를 당해 쫓겨났으니, 자기의 불찰을 뉘우치며 차라리 물러나 유유자적한 생활로 들어가리라.
- 난고(蘭皐), 초구(椒丘) : 향초(香草)와 향목(香木)을 들어 정신주의(精神主義)의 뜻을 표현했다.
- 제기하이위의혜(製芰荷以爲衣兮) : 기(芰)는 수초의 일종인 마름이고 하(荷)는 연꽃이다. 기하로 저고리를 만들다.
- 부용(芙蓉) : 연꽃의 별칭.
- 방여택기잡유혜(芳與澤其雜糅兮) : 방여택(芳與澤)은 향초와 향목의 향기와 빛깔. 굴평(屈平) 자신의 고결한 인격에 비유했다.
- 홀반고이유목혜(忽反顧以遊目兮) : 은퇴했다가, 아무래도 이 세상을 잊을 수가 없어, ‘고개를 젖혀 둘러보면서’ 사방 끝으로 현명한 임금을 찾아 나서리라.
- 수체해오유미변혜(雖體解吾猶未變兮) : 체해(體解)의 의미는, 옛날 중국(中國)에서는 지해(支解)라고 해서 팔 다리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이라는 형벌을 말한다.
七
내 누님 여수(呂嬃)가 걱정되어 거듭해서 나를 나무란다.
이르기를, ‘곤(鯤)은 고지식해서 몸을 망치고 끝내는 우산(羽山) 들에서 요절(夭折)했다.
너는 어찌 올곧고 결백하다 하면서 이런 미뿐 절개만 홀로 고집하느냐?
납가새, 조개풀, 도꼬마리가 방안에 가득한데 홀로 멀리 하면서 어찌 걸치지를 않느냐?
집집마다 찾아가 말할 수도 없는데 누가 너의 충정을 헤아리겠느냐?
세상에선 끼리끼리 붕당(朋黨)을 짓고 있는데 어쩌자고 외톨박이 신세로 내 말을 안 듣느냐?’
참고
- 곤(鮌) : 하(夏)나라의 시조 우왕(禹王)의 아버지로 요임금에 의해 하수의 치수를 맡았으나 실패하자 우산(羽山)으로 끌려가 처형되었다. 요임금으로부터 선양받아 임금이 된 순이 아들 우(禹)에게 명하여 하수의 치수를 맡겼다. 우가 각고의 노력 끝에 하수의 홍수를 다스리자 순임금은 우에게 임금의 자리를 선양했다.
- 자록시이영실혜(薋菉葹以盈室兮) : 자(薋)는 납가새, 록(菉)은 조개풀, 시(葹)는 도꼬마리, 이 세 가지 풀은 모두 악초(惡草)로 여긴다. 조정(朝廷)의 못된 당인들을 지칭한 말이다.
- 숙운찰여지중정(孰云察余之中情) : 굴평이 사방 끝을 찾아 나서려 하는 목적은 그의 충정을 알아주는 지기(知己)를 찾기 위함인데, 누님은 오히려 굴원이 행위는 헛된 일이 될 뿐이니 고향의 중인(衆人)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타이르고 있다.
八
옛 성인에게 나의 올바름을 판정 받고자 한숨 쉬며 이런 뜻을 품고
원수(沅水)와 상수(湘水)를 건너 남쪽으로 가서 중화(重華는 순(舜) 임금의 호(號)님 앞에 나아가 말씀 올렸다.
계(啓; 하우(夏禹)의 아들)는 구변(九變)과 구가(九歌)를 노래했지만 계의 아들 태강(太康)은 제멋대로 놀면서
화난도 앞일도 돌아보지 않아서 다섯 아우들조차도 집을 잃고 헤매게 만들었다.
예(羿유궁국(有窮國)의 임금)는 방탕하고 사냥이나 하면서 큰 여우 쏘기만을 좋아했었다.
원래 도리를 어기면 망하는 법 한착(寒浞)이 그의 아내를 빼앗아갔다.
요(澆; 예의 아내와 한착의 사생아)는 그 몸에 굳센 힘을 가지고 욕심부리며 절제하지 않고 날마다 즐기면서 자신을 잊었다네.
걸(桀)은 언제나 무도하더니 드디어는 재앙을 당했으며,
은주(殷紂)는 비간을 죽여 소금에 절였음으로 은(殷)나라의 사직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탕(湯)과 우(禹)는 근엄하게 공경했으며 주(周)나라의 임금은 도리를 지켜
현인들을 등용하여 법도에 따르니 치우침이 없었다.
하늘을 공경하고 사심(私心)이 없어서 사람의 덕을 보고 도울 사람을 내리셨다.
대체로 거룩하고 훌륭한 사람만이 진실로 이 천하를 얻었다.
고금의 흥망성쇠를 더듬어 가며 사람경영의 극치를 살펴서 보니
의(義)가 아닌데 그 누가 천하를 다스리겠으며 선(善)이 아닌데 그 누가 백성을 거느리겠는가?
이 몸이 위험에 빠져 당장 죽는다 해도, 초지(初志)를 지켜 후회하지는 앓으리라!
구멍을 안 재고 장부를 맞추려다 옛 현인이 소금에 절여져 죽은 일도 있었다.
흐느껴 울어도 마음이 울적한 이유는 마음에 안 맞는 세월이 서러워서다.
혜초(蕙草)를 추려서 닦는 눈물이 주루루 흘러서 내 옷깃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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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상(沅湘) : 원수(沅水)와 상수(湘水)로 동정호의 남쪽에서 흘러들어 오는 두 강. 상수(湘水)의 지류인 소수(瀟水)는 구억산(九嶷山)에서 발원하는데, 순임금이 이곳으로 순행하다가 죽자 그 뒤를 따라 두 부인이 상수에 빠져 죽었다. 사람들은 두 부인을 상군(湘君)과 상부인(湘夫人)으로 불러 상수의 신으로 제사지냈다.
- 취중화이진사(就重華而陳詞) : 중화(重華)는 순(舜) 임금의 호(號). 이 구절은 굴원이 실제로 여행했다는 말이 아니라, 다음 구절에 나오는 여행(旅行)과 마찬가지로 상상 속에서 한 여행을 표현했다.
- 계(啓) : 하우(夏禹)의 아들로 하나라의 두 번째 임금이다. 산해경(山海經)에 계(啓)는 하늘로 올라가 구변(九變)과 구가(九歌) 두 가지의 음악을 얻어 왔다고 했다.
- 하강(夏康) : 하(夏)나라의 임금 태강(太康)으로, 계(啓)의 아들이다. 태강은 놀이를 좋아했는데 그가 사냥을 나갔을 때, 유궁국(有窮國)의 왕 예(羿)가 그 의 길을 막아 돌아오지 못하고 왕위(王位)를 잃고 말았다. 그로 인해서 그의 다섯 아우도 집을 잃었다.
- 예(羿) : 유궁국(有窮國)의 임금. 하나라의 태강(太康)을 폐위 시키고 정권을 잡았지만 재상 한착(寒浞)을 신임하고 자기는 놀러만 다녔다. 한착(寒浞)은 가신 봉몽(逢蒙)을 시켜서 사냥 나갔다가 돌아오던 예(羿)를 중도에서 죽이고 그의 아내를 빼앗았다.
- 요(澆) : 한착(寒浞)과 예(羿)의 아내 사이에 낳은 아들이다. 요(澆)는 하나라 임금 상(相-太康의 조카)을 죽이고 놀이를 다니다가 상(相)의 아들에게 살해 당했다.
- 후신지저해혜(后辛之菹醢兮) : 저해(菹醢)는 소금에 절인다는 뜻이다. 고대 중국의 잔인한 형벌 중의 하나로 사람을 죽여 그 뼈와 살을 소금에 절여 신하들에게 나누어주어 먹게 하여 경계의 수단으로 삼았다. 은(殷)나라의 마지막 왕 주(紂)가 현인 비간(比干)을 죽여 그 시신으로 젖을 담궜다고 했다.
- 탕우(湯禹) : 하나라 마지막 왕 걸왕(桀王)을 죽이고 상나라를 세운 탕임금과 순임금에게서 선양받아 하나라를 세운 우임금을 말한다.
- 주론도이막차(周論道而莫差) : 여기서의 주(周)는 주나라의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을 가리킨다. 주나라의 기초는 문왕에 의하여 닦여졌는데 그의 아들 무왕이 은주(殷紂)를 멸하고 주나라를 창건했다.
- 첨전이고후혜(瞻前而顧後兮) : 고금의 흥망성쇠를 살펴본다는 뜻으로 즉 첨전고후(瞻前顧後)란 전국시대의 인물인 굴원에게는 하은주(夏殷周) 3대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말이다. 인간이 천명(天命)을 받들어 왕업을 이루는 경영의 극치(極致)를 살펴본다는 의미다.
九
옷 자락을 헤치고 꿇어앉아 아뢰고 그 가운데에서 올바름을 환하게 얻었다.
네 마리의 옥규(玉虯)가 이끄는 예(鷖)를 타고서 먼지를 일으키며 하늘로 오른다.
아침에 창오산(蒼梧山)을 출발했더니 저녁에 현포(顯圃; 곤륜산)에도착했다.
이 신령스런 문간에 잠깐 머물려고 했는데 날은 점점 저물어 갔다.
나는 희화(羲和; 마부)를 시켜 해를 늦추어 엄자산(崦嵫山; 해가 지는 곳) 앞에서 멈추게 했다.
길은 까마득히 멀기도 한데 나는 오르내리며 지기(知己)를 찾았다.
함지(咸池; 해가 목욕한다는 연못)에서 내말에게 물을 먹이고 말고삐를 부상(扶桑; 해가 떠오르는 뽕나무)에 매어두고
약목(若木; 해가 들어가는 곳)을 꺾어 해를 쫓아버린 후 서성이며 잠간 동안 거닐었다.
망서(望舒; 달의 여신)를 앞세워 길잡이 삼고 비렴(飛廉)은 뒤에서 쫓아오게 하고
란황(鸞凰; 파란 봉황)은 나를 위해 호위하고 있는데도 뇌사(雷師;번개의 신)는 나에게 준비가 덜되었다고 한다.
내가 봉황을 시켜 높게 날게 하여 낮과 밤을 이어가며 달리게 하자.
회오리바람이 모였다가 흩어지더니 구름과 무지개 이끌고 마중나왔다.
얼키며 풀리며 우르르 몰리다가 오르내리며 주르르 흩어진다.
제혼(帝閽)에게 문을 열라는 내 명을 듣고도 창합문(閶闔門)에 기대어 멀뚱히 처다만 본다.
때는 어둑어둑 하루가 끝나 가는데 난초를 묶어 갖고 멀거니 섰다.
세상은 혼탁하여 분간할 수 없고 미덕은 가리고 시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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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규(玉虯),예(鷖) : 규(虯)는 뿔이 없는 용이고 옥(玉)은 미칭이다. 예(鷖)는 봉황의 한 종류다. 공중을 비행하기 위하여 이것들로 하여금 수레를 끌게 한다는 뜻이다.
- 조발인어창오혜(朝發軔於蒼梧兮) : 창오(蒼悟)는 창오산(蒼梧山), 즉 구억산(九嶷山)을 말한다.
구억산은 호남성 남쪽 상수(湘水)의 지류인 소수(瀟水)의 발원지(發源地)이며 순임금을 장사지낸 곳이다. 굴원이 순임금을 찾아가 자기의 처지를 하소연한 후에 하직하고 천제(天帝)를 알현하기 위하여 떠난다는 뜻이다.
- 현포(顯圃) : 곤륜산(崑崙山)에 있는 천제(天帝)가 일구는 밭.
곤륜산(崑崙山)은 중국 최고 최대의 산맥으로, 히말라야 산맥 부근의 산악지대를 말한다. 고대 중국인들이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겼으며 많은 전설(傳說)이 여기에서 나왔다.
- 희화(羲和) : 해를 태운 수레를 부린다는 신화 상의 마부(馬夫).
- 엄자산(崦嵫山)은 감숙성(甘肅省) 천수현(天水縣) 서쪽에 있는 산으로 해가 들어가는 곳.
- 함지(咸池) : 해가 목욕한다는 연못.
- 부상(扶桑) : 신령스러운 상상(想像)의 뽕나무로 그 밑에서 해가 나온다고 했다.
- 약목(若木) : 곤륜산(崑崙山) 서쪽 끝머리에서 자란다는 나무로 해가 들 어가는 곳이다.
- 망서(望舒) : 달을 태운 수레를 부린다는 신화상의 달의 여신.
- 비렴(飛廉) : 평호, 병예. 황제때의 풍백의 이름. 머리는 참새처럼 생겼고 한쌍의 뿔이 돋아 있으며 몸은 사슴과 비슷하다. 뱀의 꼬리에 몸에는 표범의 무늬가 있다.
- 란황(鸞凰) : 털빛이 푸른 신령스러운 상상의 새로 봉황의 다른 말이다.
- 뇌사(雷師) : 천둥의 신.
- 제혼(帝閽) : 천국(天國)의 수문장(守門將).
- 창합문(閶闔門). 천국(天國)의 대문.
- 세혼탁이불분혜(世溷濁而不分兮) : 속세(俗世)뿐만 아니라 천국(天國)의 수문장도 남의 아름다움을 시샘하여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十
아침에 나는 백수(白水; 오색물줄기중 하나)를 건너려고 낭풍산(閬風山; 곤륜산)에 올라 말을 매어놓고
뒤를 돌아보니 눈믈이 흐른다. 높은 이 산에 미인이 없어 슬퍼서다.
춘궁(春宮)에 이르러 노닐고 있다가 옥(玉)가지를 꺾어서 노리개에 이었다.
초목(草木)의 꽃들이 떨어지기 전에 이를 선사할 미인을 찾아야겠다.
나는 풍륭(豊隆)에게 구름을 타고 가서 복비(宓妃)가 있는 곳을 알아보라했다.
노리개의 끈을 풀어 정표를 삼아서 건수(蹇脩)에게 내 중매를 부탁했다.
얼키며 풀리며 우르르 몰리더니 갑자기 어긋나서 나가기가 어렵구나.
저녁에 돌아와 궁석산(窮石山)에서묵고 아침에 유반강(洧盤江; 엄자산에서 흐르는 물)물로 머리를 감았다.
아름답다 뽐내며 교만하게 굴면서 날마다 음유(淫遊)하며 놀기만을 즐긴다.
비록 곱다고는 하지만 예의(禮儀)가 없으니 내버려두고 달리 찾아야겠다.
사방을 끝까지 둘러보고는 하늘을 돌아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높다란 옥루대(玉樓臺)를 바라보니 유융씨(有娀氏) 가인(佳人)이 보이는구나.
짐새에게 중매서라 했더니 짐새는 고하기를 좋지 않다고 한다.
숫 비들기 울어대며 나서겠다고 하지만 방정맞은 그놈이 나는 싫었다.
마음은 망설이고 홀로 의아해 하지만 스스로 찾아가서 볼 수도 없어
봉황(鳳凰)이 폐백 들고 이미 갔으니 고신씨(高辛氏)가 나보다 앞서갈까 두렵다.
멀리 날아가려해도 머물 곳이 없으니 허공에 올라가 거닐어 본다.
소강(少姜)이 미처 장가들기 전에 유우씨(有虞氏)의 두 미녀를 맞아야겠다.
떳떳치 못한데다 중매를 서두르니 얘기가 잘 안 될까 두렵구나.
세상이 혼탁하여 현인을 시샘하니 미덕은 감추기를 좋아하고 악덕을 기린다.
규중(閨中)은 너무 깊고도 멀어서 슬기로운 임금님은 만나지 못했다.
가슴 속에 품은 나의 충정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내 어찌 세상 사람들과 길이 어울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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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白水):곤륜산(崑崙山)에서는 오색(五色)의 강물이 흐른다고 했는데 백수(白水)는 그중 하나다.
- 낭풍산(閬風山):곤륜산(崑崙山)은 3 층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는 번동(樊棟), 가운데 낭풍(閬風), 위는 층성(層城)이라 했다. 천제(天帝)의 밭 현포(顯圃)가 있는 곳이다.
- 애고구지무녀(哀高丘之無女):고구(高丘)는 낭풍산(閬風山), 여(女-美人)는 지기(知己) 또는 현군(賢君).
- 춘궁(春宮) : 동방의 신(神) 청제(靑帝)가 사는 궁전.
- 풍륭(豊隆) : 구름의 신(神).
- 6. 복비(宓妃) : 중국 상고시대 삼황(三皇)의 하나인 복희씨(伏羲氏)의 딸.
낙수(洛水)에서 익사(溺死)했는데 이 강의 신(神)이 되었다고 했다. 낙수(洛水)는 하남성 낙양(洛陽) 부근을 흘러 황하(黃河) 남안으로 흐른다.
- 건수(蹇脩) : 복희씨(伏羲氏)의 신하.
- 궁석산(窮石山): 감숙성(甘肅省) 산단현(山丹縣) 서남쪽에 있는 지금의 기련산(祁連山)이다.
- 유반강(洧盤江) : 감숙성(甘肅省) 엄자산(崦嵫山)에서 흘러내리는 강.
- 보궐미이교오혜(保厥美以驕傲兮):복비(宓妃)는 자신의 미모에 취하여 교만하게 굴었다는 뜻이다.
- 유융씨(有娀氏) : 옛날 유융국(有娀國) 임금에게 언니는 간적(簡狄)이라 하고 동생은 건자(建疵)라 하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었다. 부왕(父王)은 요대(瑤臺-玉樓臺)를 지어 두 딸이 여기서 살게 했다. 언니 간적(簡狄)은 은(殷)나라의 조상인 설(契)을 낳았다.
- 짐(鴆) : 독조(毒鳥)로 깃털에 독이 있는데, 이 깃털로 독주(毒酒)를 만들어 독살하거나 사약으로 사용했다.
- 고신씨(高辛氏) : 중국 상고시대 오제(五帝)의 하나로 제곡(帝嚳)이다.
전설에 의하면 유융씨(有娀氏)의 딸 간적(簡狄)을 비(妃)로 맞았다. 중매(中媒)를 새에게 부탁하는 것은 간적(簡狄)이 요대(瑤臺)에 있을 때 상제가 제비를 시켜 알(卵)을 보냈는데 간적(簡狄)이 알을 삼켜 태기가 있어 설(契)을 낳았다고 했다.
- 소강(少康) : 하(夏)나라의 임금 상(相)의 아들이다.
상(相)이 한착(寒浞)의 아들 요(澆)에게 피살을 당했을 때, 소강(少康)은 유우국(有虞國)으로 피했 다. 유우국(有虞國) 임금은 그의 두 딸을 아내로 주었다.
- 규중(閨中) : 부녀자들이 거처하는 곳으로 복비(宓妃) 이하의 부녀자들 을 의미한다. 여인을 찾는다는 사실은 실은 슬기로운 임금을 구한다는 뜻이다.
十一
경모(瓊茅)풀과 대쪽 점대를 찾아 영분(靈氛; 점쟁이)에게 나를 위해 점을 치라 했다. 이르기를, ‘두 미녀(美女)는 꼭 합쳐지겠으나, 누가 그대의 결백을 사모하리요. 생각컨대 구주(九州) 땅은 넓고 넓으니 어찌 이곳에만 미녀(美女)가 있겠는가?’
또 이르기를, ‘의심하지 말고 힘을 내어 멀리 떠나요. 미남(美男)을 찾고 있는 사람이 어찌 그대를 노치겠소? 세상 어디에서나 향기로운 풀이야 있는 법 어찌 그대는 고향만 생각하는가?’
캄캄한 세상에 비치는 빛은 눈이 부신데 누가 나의 선악을 살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의 싫고 좋음은 같지 않다 하지만 유독 특이한 이런 당인(黨人)들은 산쑥을 허리에 채우지만 난초(蘭草)는 두를 수 없다.
초목조차 제대로 못 살피는 주제에 구슬이 곱다는 사실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거름을 주어 향낭(香囊)을 채우고도 산초나무는 향기롭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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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모(瓊茅) : 신령스러운 풀이름으로 주로 점복을 치는데 사용하기도 했고 또 제사를 지낼 때 술을 거르는데 사용하는 풀로써 초나라가 주왕실에 바치는 공물이었다.
- 영분(靈氛) : 길흉(吉凶)을 점치는 사람.
- 구주(九州) : 우임금이 중국의 전국을 9개의 주로 나누었다. 여기서는 초 (楚) 나라 이외의 온 천하를 의미함.
- 애(艾): 냄새가 나쁜 산쑥으로 향기가 좋은 향초에 반대됨을 비유했다.
十二
영분(靈氛)의 길점(吉占)을 따르고는 싶지만 마음은 망설이고 주저하게 된다.
무함(巫咸; 상나라의 점쟁이)이 저녁에 내려온다니 산초와 고운 쌀을 가지고 가서 물어봐야겠다.
저녁 때가 되어 백신(百神)이 휩쓸며 강림하니 구억산(九嶷山; 순임금이 죽은 곳) 신령들이 몰려와 마중한다.
무함(巫咸)은 번쩍번쩍 영겁한 기운 내며 나에게 길한 까닭 말해 주면서
이르기를, ‘하늘로 오르고 땅으로 내려서 법도가 같은 임금을 찾아보게나.
탕(湯)과 우(禹)는 근엄하게 현신(賢臣)을 구하더니 지(摯; 은나라 탕왕(湯王 )의 신하)와 구요(咎繇; 하나라 우왕(禹王)의 신하)가 나와 함께 잘도 어울렸다.
진실로 그대가 결백을 좋아한다면 어찌 또 중매가 필요할까?
열(說)은 부암(傅巖)에서 길을 닦더니 무정(武丁)이 기용하고 의심치 않았다.
여망(呂望; 주나라의 삼공)은 식칼을 든 백정(白丁)이었지만 주문왕을 만나서 일어섰다.
영척(甯戚; 제나라 상경)은 소를 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제환공이 듣고 보좌(輔佐)로 삼았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세월이 더 늦어지기 전에 해야지!’
때까치가 먼저 울까 두려워하는 이유는 온갖 꽃들이 말라붙어 향기를 내지 않을까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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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함(巫咸) : 상나라 태무제 중종(中宗)의 대신으로 별의 위치와 모습을 보고 점을 쳤다.
지금의 강소성 소주시(蘇州市) 오(吳) 출신이다. 태무제 때 나라의 정치가 불안하여 제후들이 명을 따르지 않았다. 이척(伊陟)과 함께 태무제를 보좌하여 상나라의 정치를 일신시키자 제후들의 다시 귀의해왔다. 천문과 산술에 밝은 무함이 별을 관측하여 많은 별에 이름을 붙였다. 저서에 성경(星經)이 있었으나 일실되고 『무함성명(巫咸星名)』이라는 책은 지금까지 전한다. 지금의 강소성 상숙시(常熟市) 우산(虞山)에 아들 무현(巫賢)과 함께 무덤이 있다.
- 구억산(九嶷山) : 지금의 호남성 남쪽 경계에 있는 창오산(蒼梧山)으로 순임금이 순수나갔다가 죽어 묻힌 곳이다. 하늘의 신령들이 초(楚)나라 땅에 내려오니 그 곳 명산의 신령들이 마중을 한다는 뜻이다.
- 지(摯)와 구요(咎繇) : 지(摯)는 은(殷)나라의 시조 탕왕(湯王) 의 신하로 이름은 이윤(伊尹)이고. 구요(咎繇)는 하(夏)나라 시조 우왕(禹王)의 신하다.
- 열(說) : 부열(傅說)을 말한다.
하나라의 무정제(武丁帝)가 즉위하여 쇠락해진 은나라를 부흥시키려고 하였으나 자신을 보좌해줄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3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사는 총재(冢宰)에게 맡겨놓고 나라의 기풍을 유심히 살폈다. 무정제가 꿈속에서 성인을 만났는데 그 이름을 열(說)이라고 했다. 무정제는 꿈에서 본 열의 모습을 대신과 관리들 속에서 찾았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백관들에게 나라 밖에서 찾아보게 했는데 드디어 부험(傅險)이란 곳에서 열을 찾아냈다. 열은 죄를 짓고 노역에 끌려 나가 부험에서 길을 닦고 있었다. 무정제가 보고 “ 바로 이 사람이 내가 꿈속에서 본 사람이다.” 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과연 성인이었다. 이에 열을 등용하여 재상으로 삼으니 은나라는 훌륭히 다스려졌다. 무정제는 열을 부험이라는 곳에서 찾았다하여 그를 부열(傅說)이라고 불렀다.
- 여망(呂望) : 주문왕(周文王)에게 등용된 후에 문왕의 뒤를 이어 서백의 자리에 오른 무왕(武王)이 은(殷)나라의 폭군 주(紂)를 쳐서 주(周)나라를 세울 때 종군하여 큰공을 세워 주나라의 창업공신인 삼공의 한 사람이 되었다.
삼공은 제나라에 봉해전 태공 여망, 노(魯)나라에 봉해진 주공(周公) 희단(姬旦), 연(燕)나라에 봉해진 소공(召公) 희석(姬奭)이다. 여망은 이름이고 강태공(姜太公), 태공망(太公望)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다.
- 영척(甯戚) : 기원전 7세기 경 춘추시대(春秋時代) 위(衛)나라 사람으로 집이 가난하여 짐수레를 끌며 입에 풀칠을 하다가 제(齊)나라로 가서 소를 기르며 소뿔을 두드리며 노래하자 이를 기이하게 여긴 제환공(齊桓公)이 재상 관중(管仲)에게 명하여 맞아들이도록 한 후에 상경(上卿)의 벼슬을 주었다.
- 제결(鵜鴂) : 때까치다.
때까치가 우는 계절은 여름(음력 5월) 또는 가을(음력 7월)이라 하는데 추분(秋分) 전에 때까치가 울면 초목(草木)이 모두 시든다고 했다.
十三
내 옥노리개는 예쁘고 고운데 뭇 사람들이 감추고는 숨기려고 한다.
저 믿지 못할 무리들이 시샘하며 부러뜨릴까 두렵다.
세월은 어지럽게 변해 가는데 어찌 또 머물겠는가?
란초(蘭草)와 어수리는 변하여 향내 안 나고 분꽃과 혜초(蕙草)는 변하여 억새풀이 되었다.
옛날에 향기롭던 그 풀들이 어찌하여 지금은 쑥덤불이 되었는가?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음이 아니라 결백을 좋아해서 해꼬지를 당해서다.
나는 난초(蘭草)를 굳게 믿었었는데 실하지는 못하고 덩치만 크다.
아름다움을 버리고 시속(時俗)을 쫓아 많은 꽃들 가운데 슬그머니 끼었다.
산초나무는 아첨만 알았지 절제가 없고 수유나무 또한 향낭(香囊)이나 채우고는 등용되길 바라고 노력했으니 향내 따위야 어찌 아랑곳하겠는가?
원래 시속(時俗)은 유행 따라 가는데 누가 또한 변하지 않겠는가?
산초나무, 란초(蘭草)조차도 이러한데 게거(揭車)나 천궁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노리개는 몹시 귀하나 아름다움을 버렸기 때문이다.
향기는 옅고 얇으나 지지 않으니 지금도 그 냄새는 없어지지 않았다.
도량을 넓혀서 스스로를 즐기며 허공에 떠돌아다니며 미녀(美女)만을 구한다.
내가 꾸민 꽃다발이 향기를 뿜어낼 때 천상과 천하를 두루 돌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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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혜화이위모(荃蕙化而爲茅) : 전(荃)은 분꽃으로 향초이고 모(茅)는 억새풀로 향기가 없는 풀이다. 잘못된 정치로 악화된 민심을 향기로운 분꽃이 향기 없는 억새풀로 변한 일에다 비유했다.
- 살(樧) : 수유나무로 혹은 쉬나무라고도 한다. 낮은 산지에서 자라며 크기는 약 10∼20m이다. 꽃은 8월에 피고 흰빛이 돌며 산방상 원추꽃차례에 달린다. 꽃이삭에 털이 빽빽이 난다. 열매는 삭과로 10월에 붉은색으로 익는데, 둥글며 끝이 뾰족하다. 종자는 검고 타원형이다. 종자는 기름을 짜서 해충구제·등유로 이용하였고 새의 먹이로도 사용한다. 관상 가치가 있으며 밀원식물로도 좋고 목재는 기구재나 건축재로 사용한다. 분포지는 한국과 중국 등지다.
- 우황게거여강리(又況揭車與江離) : 게거(揭車)나 천궁(江離)은 향기로운 풀이지만 산초나무나 난초(蘭草)에 비하면 그만 못하다. 위의 구절은 굴평(屈平)이 즐겨 찾는 풀에 비해 향기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전에는 동지였던 주변의 변절자들을 풍자했다.
十四
영분(靈氛)이 이미 나에게 길점(吉占)을 일러주었으니 길일(吉日)을 택하여 길을 떠난다.
옥가지를 꺾어서 반찬을 삼고 옥열매를 찧어서 양식을 삼는다.
나를 위하여 비룡(飛龍)을 부려주오. 옥돌과 상아로 수레를 꾸며주오.
떠나간 마음이야 어찌 어울릴 수 있겠는가? 내 이제 멀리 떠나 스스로 피하리.
내가 가는 길은 저 곤륜산(崑崙山)을 돌아서 돌고 돌아 아득히 머나 먼 길이다.
구름 무지개 깃발 올려 햇빛을 가리고 옥란(玉鸞)의 방울소리 시끄럽게 울리며
아침에 은하수를 출발해서 저녁에 서극(西極)에 닿았다.
봉황(鳳凰)은 공손히 깃발을 받쳐들고 훨훨 높이 날아 가지런히 뒤를 따른다.
홀연히 사막을 지나서 적수(赤水; 오색강의 하나)를 쫓아 조용히 노닐다가
교룡(蛟龍)을 불러 다리를 놓게 하고 서황(西皇 오제중 소호(少皥 ))의 안내로 강을 건넜다.
길은 멀고멀어 고생이 많겠기에 따르는 수레들을 지름길로 보내며
왼편으로 부주산(不周山; 곤륜산 근처의 전설의 산 )을 돌아 서해(西海)에서 만나기로 기약했다.
천 대나 되는 수레들은 줄을 대어 이어서 옥바퀴도 나란히 잘도 달렸다.
굴레 멘 팔용(八龍)이 말을 잘 들어 꽂아 논 구름깃발을 펄럭이며 달린다.
뜻을 억눌러 천천히 가려해도 넋은 막막한 곳으로 높이 달려만 간다.
구가(九歌)를 노래하고 구소(九韶)를 춤추며 애오라지 한가한 날을 즐겨본다.
밝은 해가 빛나는 하늘로 날라 오르는데 홀연히 옛 고향이 내려다보인다.
마부도 슬퍼하고 말도 그립다 하여 머뭇머뭇 돌아보며 나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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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鸞)은 수레의 횡목(橫木)에 다는 방울이다. 여기서는 란새의 울음소리를 대용으로 삼았다. 란은 봉황(鳳凰) 새의 일종이다.
- . 적수(赤水) : 곤륜산(崑崙山)에서 흘러내리는 오색 강의 하나로 남해(南海)로 빠져나간다.
- 서황(西皇) : 오제(五帝)의 한 명으로 소호(少皥)의 별칭이다. 소호는 금 (金)씨로 오행설(五行說)에 의하면 금(金)은 서방(西方)에 해당된다.
- 부주산(不周山) : 곤륜산(崑崙山)의 서북쪽에 있는 신화상의 산이다.
물의 신 공공(共工)과 불의 신 축융(祝融) 간에 시비가 붙어 싸움이 벌어져 싸움에 진 공공은 제 성질을 못 참아 부주산(不周山)에 박치기 했다. 그로 인해 땅이 기울어져 난리가 났다. 물이 들끓어 홍수가 나고, 덩달아 흥분한 괴수들이 사람들을 해쳤다. 사람을 만든 여와가 분주히 물을 퍼내어 인명을 구출하는 한편 괴수를 퇴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고장난 하늘 구멍에 오색 돌을 갈아 메워서 고치고, 기울어진 땅을 바로잡기 위해 바다에 사는 거북이에게 네 다리를 얻어 그것으로 사방의 땅을 고여 바로잡았다. 그러나 서두르는 바람에 중국의 서북쪽은 높고 동남쪽은 우묵하게 낮은 이유가 되었다.
- 구가(九歌)는 우(禹)임금 때의 음악이고 구소(九韶)는 순(舜)임금 때의 음악(音樂)이다. 훌륭한 음악이라는 의미다.
- 복부비여마회혜(僕夫悲余馬懷兮) : 마부(馬夫)와 말을 들어서 자기의 심정(心情)을 토로했다. 조국(祖國)과 인간세계를 차마 떠날 수가 없었던 굴평의 심정이다.
十五
노래 끝에 이르기를
나라에 사람 없어 나를 알아주지 않는데 어찌 또 고향을 그리워하랴?
아름다운 정치를 함께 할 수 없으니 이제 나는 팽함(彭咸)이 사는 곳으로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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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는 굴원이 쓴 시중에서 가장 긴 시로 375구 2500자에 달하는 대 서사시이다. 보통 부(賦)라고 불리는 것들이 굉장히 긴데, 아마 이렇게 구구절절 쓰는 형태가 갖춰진건 굴원 이전인것 같다. 이 부로 유명한 분들이 위나라의 조씨 삼부자.. 이소(離騷)라는 뜻은 한자만 보자면 근심을 만난다는 뜻이지만, 요즘 사용되는 가장 대중적인 뜻으로 해석하면 이별 할때 이(離)에 소란스럽다 할때 소(騷)다, 소란스러움을 떠난다는 뜻도 가능하다. 굴원이 처음으로 한수 북방으로 귀양 갔을때 지은 것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다.
사마천 역시 사기에서 굴원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 이소를 가장 걸작으로 뽑았다. 미인을 읊지만 음탕하지 않고, 원망과 비난을 담았지만 반란의 내용이 아니며, 굴원의 결말이 충절을 지켜 팽함과 같은 결말을 맞이 했다는 점에서 당시 유학자들에게 굴원은 선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소는 선지식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 많은데 일단 구가와 그밖에 기본 고대 역사를 알아야 한다. 사용되는 글자중 장자나 노자에서 나오는 구절도 보이며 나오는 신들의 이름과 지역은 산해경에서 본적이 있는 익숙한 이름들이다. 중국의 신화는 조선이 망하기 전까지 주류의 신화였기 때문에 한국문화에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근데 뭐 거의 천년 이천년이 넘은 잔재(?)이기 때문에 이걸 더이상 중국에서 왔다고 해야하나 싶긴하다.
제목이「근심을 떠나다.」이나 역자에 따라서는 「애타는 걱정에 걸리다, 근심에 걸리다. 애타는 호소」 또는「불평불만(不平不滿)」이라고도 하는데 보통은 「애타는 호소」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굴원(屈原)이 첫 번째로 한수(漢水) 북방으로 귀양갔을 때에 지은 작품으로 여겨진다. 낭만주의 시가 중에서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굴원의 대표작으로 모두 375구 2500 자에 달하는 중국의 고대 서정시 가운데 제일 긴 작품이다. 굴평의 위대한 인격과 고결한 감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사마천『사기(史記)』 중 『굴원가생열전(屈原賈生列傳)』에서 『이소(離騷)』에 대한 평 보기
『이소(離騷)』는 근심스러운 일을 만났다는 뜻이다. 대저 하늘은 사람의 시초이며, 부모는 사람의 근본이다. 사람이 궁지에 이르면 근본을 돌이켜보는 까닭에 힘들고 피곤할 때에 하늘을 찾지 않을 수 없으며, 질병으로 고통스럽고 참담해지면 부모를 찾지 않을 수 없다.
굴원은 올바른 도리를 곧게 실천하여 충성을 다 바치고 지혜를 다 발휘하여 그 임금을 섬겼는데, 도리어 군주와의 사이가 이간질 당하여 궁지에 처하게 되었다. 신의를 지켰으나 의심을 받았고, 충성을 바쳤으나 비방을 당하니, 어찌 원망스럽지 않겠는가? 굴원이 지은 『이소(離騷)』는 본디 이런 원망으로부터 이루어진 시가다.
『국풍(國風)』은 미인을 읊으면서도 음탕하지 않았고, 『소아(小雅)』는 원망과 비난을 담고 있으나 반란의 내용이 아니었다. 그러나『이소(離騷)』는 그 두 가지를 다 겸했다. 위로는 제곡(帝嚳)을 칭송하고 아래로는 제환공(齊桓公)을 말하고 있으며 그 중간에는 상탕(商湯)과 주무왕(周武王)에 대해 기술하여 그것으로써 세상일을 풍자했다.
도덕의 넓고 높음과 나라의 흥망성쇠의 인과관계를 밝혀 모두 자세히 드러나게 했다. 문장은 간략하나 자세하고, 정신은 정결하며 행동은 청아하다. 문장은 비록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묘사했으나 뜻하는 바는 지극히 크고 깊으며 예로 든 것은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심오하다.
그의 정신은 고결했음으로 그는 즐겨 그 자신을 향초(香草)로 비유했다. 그는 올곧은 삶을 살았기에 죽어서도 소인배들에게 용납되지 않았다. 몸은 진흙 구덩이 속에 있으나 마치 매미가 더러운 오물 속에서 허물을 벗어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듯이 세속의 먼지구덩이 밖으로 헤엄쳐 나와 더러운 세상의 떼에 물들지 않았다. 그는 청백하고 고결하여 진흙 속에 있어도 결코 물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에 그의 지조를 추측해 본다면 그는 해와 달과도 빛을 다투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왕은 한쪽 말만 듣고 시비를 가리지 못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은 왕의 총명을 가로막고, 사악하고 비뚤어진 무리는 공명정대한 사람을 해치고, 단정하고 정직한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 세태를 굴원은 애통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우수와 근심으로 인하여 『이소(離騷)』를 썼다. 『이소(離騷)』는 ‘근심스러운 일을 만났다.’는 말이다.』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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