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蘭歌 | 목란의 노래
찰그락 찰그락 또 찰그락 찰그락 목란(木蘭)이 문간에서 베를 짜는데 베틀 소리 안 들리고 들리는 것이라곤 그녀의 탄식 소리.
'얘야, 무슨 생각하느냐? 무슨 걱정 하느냐?'
'소녀는 생각하는 것도 없어요. 걱정하는 것도 없어요. 지난밤에 내려온 군첩(軍貼)을 보니 임금님(可汗)이 군사를 부른답니다.
군첩(軍貼)이 모두 열두 권(卷)인데 그 군첩 속에는 아버지도 들었어요. 아버지는 큰아들이 없고 목란(木蘭)이는 오라비가 없으니 내가 시장(市場)에 가 말안장을 사 가지고 아버지를 대신해서 출정(出征)을 하겠어요.’
동쪽 시장에 가서 준마(駿馬)를 사고 서쪽 시장에 가서 말안장을 사고 남쪽 시장에 가서 말고삐를 사고 북쪽 시장에 가서 긴 채찍을 사서는 아침에 부모님께 하직을 하고 저녁에는 황하 옆에서 잠을 잡니다.
부모님이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들리는 것이라곤 출렁이는 황하의 물결소리 아침에 황하(黃河)를 떠나 저녁에는 흑산(黑山)에서 묵습니다.
부모님이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아니하고 연산(燕山)에서 들리는 것이라곤 호기(胡騎)가 말달리는 소리. 시기(時機)에 맞추어 만리(萬里) 밖에 나아가 나는 듯이 관산(關山)을 넘으니
싸늘한 기운은 쇠종소리 가르고 차가운 달빛은 철갑을 비춥니다. 장군(將軍)도 백전(百戰)에서 죽었는데 장사(壯士)는 십 년만에 돌아왔죠.
돌아와 천자(天子)를 뵈오니 천자(天子)는 명당(明堂)에 앉아서 훈작(勳爵)을 내리는데 십이 등급에서 으뜸이고 내리는 물품은 백천(百千)가지가 넘었습니다.
임금님(可汗)이 소원을 물으시니,
‘목란은 상서랑(尙書郞)이 필요 없어요. 천리(千里)를 달리는 명타(明駝)나 빌려주시어 고향(故鄕)으로 보내 주셔요.’
부모(父母)는 딸이 돌아온단 소) 리 듣고, 성(城)밖까지 나아가 마중을 합니다. 언니는 동생이 돌아온단 소리 듣고,문간에서 몸단장을 합니다. 남동생은 누이가 돌아온단 소리 듣고, 칼을 슥슥 갈아서 돼지 양을 잡습니다.
동각문(東閣門)을 열어 놓고 서각(西閣) 침상(寢牀)에 걸터앉아 전투복(戰鬪服)을 벗어 던지고 옛날의 평복으로 갈아입고는
창문 앞에서 구름 같은 머리 빗고 거울 앞에서 노란 꽃을 꽂았습니다. 문을 나서서 전우(戰友)들을 바라보니 전우(戰友)들이 모두 다 깜짝 놀랐습니다.
‘12년 동안이나 같이 다녔지만 목란(木蘭)이가 여잔 줄은 미쳐 몰랐소.’
숫토끼 발걸음 촐싹거리고 암토끼 두 눈을 깜빡이면서 두 토끼가 나란히 뛰어가면은 그 누가 자웅(雌雄)을 가려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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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즐(喞喞) : 베틀이 움직이는 소리.
- 군첩(軍貼) : 징병 통지서.
- 카칸(可汗) : 몽고나 돌궐족 유목민의 추장이나 국왕을 일컫는 말임금.
- 십이권(十二卷) : 실제로 12권이라는 뜻이 아니고 많다는 의미.
- 야량(爺孃) : 부모님. 야(爺)는 아버지, 량(孃)은 어머니.
- 천천(濺濺) : 물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
- 흑산(黑山) : 하북성 임유(臨楡) 부근에 있다는 산.
- 연산(燕山) : 하북성 계현 동남쪽 약 35km 지점에 있는 산. 흑 산(黑山)과 연산(燕山)은 멀리 북방(北方)에 있는 산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 호기성추추(胡騎聲啾啾) : 오랑캐의 기마병(騎馬兵)이 달리는 시끄러운 소리. 추추(啾啾)는 시끄러운 소리의 의성어.
- 만리부융기(萬里赴戎機) : 작전시기에 맞추어 만리밖에 나아가. 이 구절은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의 민요풍(民謠風)이 아니어서, 후세 사람들, 특히 당 나라 때 윤필(潤筆)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 천자(天子) : 황제(皇帝).
- 명당(明堂) : 천자(天子)가 정무(政務)를 보는 궁전(宮殿). 이곳에서 개선용사(凱旋勇士)들을 접견했다.
- 책훈십이전(策勳十二轉) : 당(唐) 나라 제도에 12등급의 훈작(勳 爵)이 있었다. 제일 으뜸인 것이 상주국(上柱國).
- 상서랑(尙書郞) : 대신(大臣)급의 높은 벼슬.
- 명타(明駝) : 낙타(駱駝).
당(唐) 나라에서는 역참(驛站)마다 명타(明駝)라는 낙타를 두었는데, 이 낙타는 하루에 능히 천리(千里)를 달린다 한다. 국경지대의 긴급한 군사작전이 아니면 사용할 수가 없었는데, 목란(木蘭)이 고향(故鄕)으로 급히 가고 싶어 카칸(可汗)에게 이를 빌려달라 했다.
- 곽곽(霍霍) : 칼 같은 것을 날카롭게 가는 소리의 의성어.
- 화반(火伴) : 전쟁터에서 같이 싸우던 전우(戰友).
중국 남북조 때 지은 시가이나 작자는 미상이고 시산(匙山)선생 역(譯)이다. 중국의 대 혼란기였던 위진남북조시대 때 북위 왕조의 이야기로 추측한다. 중국 북방 이민족이 북위의 변경을 침입하자 북위정권은 징집령을 내렸고, 징집대상에 어린 남자동생을 제외하고 장정이 없어 병이든 아버지가 끌려가게 되었다. 목란은 남장을 하고 아버지를 대신하여 징집에 응해 12년동안 전쟁터를 전전하며 수많은 전공을 세운다. 그동안 그녀는 여인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고, 그녀가 무공을 세워 황제를 알현하고, 황제가 주는 벼슬도 마다하고 집으로 달려가 가족을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오래된 이야기인 줄 정말 몰랐다.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여인이라는 것을 숨기는 것이 녹록치 않았을텐데 별일 없던거 보면 목란이라는 여성자체가 남성 못지 않게 건장하고 전쟁터의 상황이 녹록치 못해 남과 여를 구분하지 못할정도로 참담했을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전쟁터에서 그녀가 여인이라는 것을 들켰을 것이라고 상상만해도 벌써부터 여러가지 걱정이 물밀듯 생기는데다 그녀가 고향에 돌아 와서야 그녀가 여인이라는 것을 동료들이 알았다고 하니, 그녀의 10년 넘는 고생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여성으로써 남자들이 강요하고 원하는 아름다움이 아닌 고강함을 보여주는 목란의 지강한 모습은 당시 충직이라는 이름으로 황제를 모시던 대다수의 남자들이 해내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상서랑이라는 벼슬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남자가 아니라 여인이라는 것을 밝힌 것도 겨우 고향에 돌아와서 인것도 당시 시대상을 보았을때, 그녀가 황제앞에서 자신의 신분을 드러냈으면 그녀는 영웅임에도 황제를 기만한 대역죄인이 되어 형장의 이슬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조리와 차별, 멸시를 그녀는 알았을 것이다. 알고도 그렇게 한 것이다. 이런 여인이 있는데도 과거의 그 유독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성별은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위진남북조시대 이후로도 몇천년동안.. 사실 현재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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