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霖鈴 柳永(유영)
빗속에 울리는 매미소리
가을매미 슬피 울고 저녁 무렵 이별하는 곳에 소나기 막 그쳤다.
도성문 밖 장막의 술자리는 기분 내키지 않고 아쉬움에 미련 남는데, 배는 가자고 재촉한다.
두 손 마주잡고 젖은 눈 바라보다 끝내 말 한마디 못하고 목이 메인다.
멀리 가려니 천리 물안개 길, 저녁 안개 자욱한 남쪽 하늘 아득하다.
예로부터 다정하면 이별이 아프다 했는데, 어찌 견딜까 이 적막하고 쓸쓸한 가을을
오늘 밤 마신 술은 어디에서 깰까? 버드나무 언덕? 새벽바람 부는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 겠지.
이제 가면 여러 해가 지나 좋은 시절 아름다운 경치도 모두 부질 없으리라.
헤아릴 수 없는 연정 있다해도 이 마음을 누구에게 말할까?
雨霖鈴(우림령)은 사패이름으로 당(唐) 교방곡(敎坊曲) 명이었으나 후에 사패명이 되었다. 우림령만(雨霖鈴慢)이라고도 하며 쌍조 103자이다. 유영이 처음으로 지었으며 당 현종이 양귀비를 애도하기 위하여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내용이다.
유영은 변변한 벼슬을 지내지 않아, 생졸년이 정확하지 않다. 대략 987년 출생하여 1053년 전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이름은 삼변(三變)이었는데 후에 영(永)으로 개명했고, 자(字)는 기경(耆卿)이다. 북송 시기 새롭게 대두한 시민 계층의 정서를 반영한 만사(慢詞)를 창작하여 이후 송사(宋詞)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매우 대중적인 사 작가였다. 민간 문학의 생명력과 활기를 송사에 도입했고, 도시의 풍물을 묘사하거나 나그네의 향수를 토로하는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작품집으로 《악장집(樂章集)》이 전한다.
유영은 사(詞)에 능했는데, 사(詞)는 중국의 당 대에 만들어져 송 대에 융성한, 속곡(俗曲)에 맞추는 시가 문학이다. 사는 시와 비슷한 운문으로, 당 중엽에 민간에서 발생해 송대에 가장 번성했던 문학 양식이다. 민간 가요의 가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장단이 일정치 않아 ‘장단구(長短句)’라 고도 하며, 초기에는 가창할 수 있었던 근체시의 변형이라고 여겨 ‘시여(詩餘)’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는 음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를 창작할 때 일정하게 정해진 악보인 사조(詞調)에 가사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지어져서, 사를 짓는 것을 두고 가사를 소리에 맞추어 메운다는 뜻의 ‘전사(塡詞)’, 혹은 ‘의성(依聲)’이라 했다. 사는 시와는 달리 음악과 긴밀한 관계였으므로 유희적 성격이 매우 강했다. 따라서 그 내용도 술, 여색, 애정, 희롱에 대한 것이 많았고,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특성이 강해 깊고 섬세한 내면을 완곡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처음에는 문사들에게 그리 환영받지 못한 장르였지만, 당나라 말엽에 이르러 문인들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송대에는 공전의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등려군이 이 가사에 음을 붙여서 부른 노래가 상간루안이다. 젖은 눈을 바라보다라는 뜻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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