蛇苺 第14

擒賊擒王 | 14. 왕을 먼저 노린다.

다음날 오후에 배는 파(巴)에 도착했다. 파는 촉(蜀)으로 들어가는 입구였기 때문에 나라가 바뀌어 관병이 배를 검문했다. 현리는 아침 일찍 온객행과 주자서를 갑판으로 불러서 말했다.
“벌써 금사강(金沙江) 지역으로 들어왔으니 두 분께서 알아 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온객행과 주자서는 현리가 준비해준 차를 마시며 현리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리는 살고 있는 곳은 동정호 근처였지만 그녀는 사람들 사이에서 홍상(洪商)이라고 불리는 상인으로 금사강과 장강, 구강을 오가며 비단과 패물을 거래하는 꽤 큰 상인이었다. 그녀는 동정호가 있는 나라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吳)나라 사람이 가지는 상인의 낙계(烙契)로 신분을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녀가 꺼낸 작은 비단 주머니 안에는 황동으로 만든 패에 홍상 자예라는 이름과 그녀의 출신인 형주(荊州) 남군(南郡)이라고 쓰여 있었다.

온객행은 신기하다는 듯이 패를 만지며 물었다.
“언제 만든 것인가?”
현리가 온객행의 손에 들려 있는 패를 빼앗아 다시 비단 주머니 안에 넣고 말했다.
“그런 것은 알 필요 없네. 아무튼 그대들은 나의 하인으로 해 둘 것이니 그렇게 알게.”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현리는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호위라고 해두지.”
온객행이 고개를 꺾어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내가 그대의? 하하하.”
현리도 온객행을 마주 보고 조금 웃다가 주자서를 보고 말했다.
“유서는 뭐라고 할까…? 글은 읽는가?”
주자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네. 저는 위(魏)나라 사람입니다.”
그리고 품속에서 염낭을 꺼내더니 그 안에서 작은 나무패를 꺼냈다. 위나라 군영에서 병사들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만드는 부절(符節)이다. 주자서의 이름과 그가 소속된 군대의 이름이 적혀 있다.

현리는 부절을 받아 보더니 온객행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런 것은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겠네.”
온객행은 주자서의 부절을 받아 소매 안에 넣었다. 주자서가 부절을 다시 받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온객행이 주자서의 손을 잡고 말했다.
“때가 되면 다시 돌려줄 테니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겠네.”
주자서는 탐탁지 않은 듯한 표정을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리가 혀를 작게 차며 말했다.
“그럼 그대도 일단은 호위로 하지. 군대에 있었으면 칼 좀 휘둘렀을 것 아닌가.”
주자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리가 온객행이 입은 옷을 보고 말했다.
“호위인데 소매가 긴 옷을 입는 것은 이상하니 내가 사람을 시켜 객실로 옷을 보내겠네.”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주자서도 온객행을 따라 일어나 방을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망상이 푸른색의 옷을 가지고 들어왔다. 가죽으로 된 굉갑(肱甲)과 꽤 그럴듯한 검도 준비했다. 온객행은 무인(武人)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주자서가 얼른 입고 온객행을 도왔다. 소매에 굉갑을 하고 옷을 고정하는 요대 위에 가죽 요대를 맸다. 온객행의 관을 보고 주자서가 말했다.
“그 관은 너무 화려하니 바꾸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온객행이 가져온 패물이 들은 함을 열어 살펴보았다. 용의 머리가 조각된 작은 은비녀를 꺼내든 주자서가 온객행을 앉히고 머리에 관을 빼고 온객행의 머리를 잘 빗어 하나로 묶어 올린 뒤 비녀를 꽂아 주었다. 온객행을 일으켜 세우고 요리조리 둘러보던 주자서가 검을 가져와 온객행의 허리띠에 꽂아 주며 물었다.
“온공자께서는 오른손을 쓰시니 검은 왼쪽에 오는 것이 맞습니다.”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고 주자서가 하는 데로 두었다. 온객행은 주자서가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이 좋았다.


파에 가까워질수록 지형이 완만하고 바람이 좋아 편연주에 속도가 붙었다. 강폭이 좁고 굽이치는 곳에 설치된 관문의 검문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 그들은 곧 관문로에 도착했다. 부두에 접안하고 선창에 다리를 내리자 곧 갑옷으로 무장한 병사가 배 안으로 들어왔다. 온객행과 주자서는 현리의 옆에 서서 현리가 하는 것을 따라 손을 올려 인사했다. 파와 촉의 경계를 관리 감독하는 도독(都督) 풍습(馮習)은 현리를 보고 포권하여 인사하며 말했다.
“예부인(霓婦人).”
현리가 웃으며 말했다.
“풍도독(馮都督)! 그동안 잘 지냈는가?”
풍습이 부끄러워하며 현리에게 말했다.
“예부인께서는 어찌 더 아름다워지셨습니까?”
현리가 소매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풍습이 관병들에게 지시했다.
“말로 보여 달라고 하면 모두 보여 줄 터이니 함부로 하지 말게.”
현리가 소매에서 작은 염낭을 꺼내 풍습에게 건네고 말했다.
“저번에 부탁한 것이네. 풍부인께서 좋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풍습이 얼른 염낭을 받고 말했다.
“예부인께서 주시는 것은 무엇이든 좋지요.”
현리는 풍습을 갑판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요즘 장강의 치안이 별로 좋지 못해서….”
풍습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들었습니다. 큰 전투가 있었다 하지요?”
현리가 풍습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나는 그런 것은 잘 몰라서요.”
그리고 망상에게 시켜 차를 준비했다. 온객행과 주자서는 현리가 앉은 평상 양옆에 서서 풍습과 현리가 하는 대화를 들었다.

풍습은 요즘 지나다니는 배들의 대부분이 식량을 나르는 배라는 것과 사람을 실어 나르는 배들은 관리가 더 삼엄하여 오고 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하며 차를 마셨다. 현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풍습의 말을 들어주었다. 한 시진 정도 지나 검문이 끝나고 풍습이 관병을 모아 배에서 내렸다. 현리는 작은 주머니에 동전을 넣어 배를 검문한 관병들에게 주었다. 그들이 배를 내리고 선창에 내린 다리를 올리고 다시 출항했다. 온객행이 난간에 기대 검문소에 있는 풍습을 보고 현리에게 물었다.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현리가 풍습에게 작게 손을 흔들고 말했다.
“저자도 형주 남군 출신이네.”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자서는 얼굴로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습하고 더운 기온에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두르고 있으니 더워도 너무 더웠다. 온객행이 품에서 영견을 꺼내 주자서의 땀을 닦아주며 물었다.
“더운가?”
주자서는 현리의 눈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리가 온객행을 보고 말했다.
“이 배는 커서 서주(叙州)까지 밖에 갈 수 없네. 문수(汶水)로 가는가 아니면 계속 금사강으로 가는가?”
온객행이 주자서의 목덜미에 손을 얹고 말했다.
“문수로는 천산 근처까지 밖에 갈 수 없으니 금사강으로 가야 할 텐데…. 산세가 험해서….”
주자서는 목덜미에 얹어진 온객행의 손이 시원해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현리가 말했다.
“서주를 지나면 유속이 빠르고 가파를 테니 물길로 가는 것도 방법이네.”
온객행이 나머지 손도 들어 주자서의 이마에 대고 말했다.
“유서는 오래 걷지 못해서….”

현리가 둘이 하는 모습을 빤히 보고 있다가 코웃음 치고 말했다.
“그 배는 어찌했나?”
온객행이 현리를 보고 물었다.
“그 배?”
현리가 말했다.
“그대가 유서와 여흥을 즐기던 배 말이네.”
온객행이 고개를 휙 돌려 현리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 배는 왜?”
현리가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그대 혼자서는 하늘에 띄울 수 없겠지만 내가 도우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는가?”
온객행이 주자서의 뒷덜미에 얹었던 손을 내리고 말했다.
“하늘길로 가자는 말인가?”
현리가 온객행을 보고 물었다.
“설마 노금(露禽)에게 밉보였는가?”
온객행이 주자서의 어깨를 잡아 그를 똑바로 세우고 말했다.
“밉보이기 전에 공공께서 멈춰 주셨지.”
현리가 갑판 아래로 내려가며 말했다.
“꺼내 보게 그 배. 하늘길로 가면 하루 안에 도착하겠군.”
온객행이 주자서를 놓아주고 현리를 따라가며 말했다.
“어디에 꺼내 놓으라는 말인가?”
온객행이 뒤따라오는 주자서를 힐끔 보고 말했다.
“함부로 도술을 쓰고 싶지 않네.”
주자서는 더위에 지쳤는지 현리와 온객행이 뭘 하는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노를 젓는 노어가 있는 하갑판으로 내려온 현리는 온객행에게 배를 꺼내게 했다. 온객행은 품속에서 작은 구슬 하나를 꺼내더니 ‘후’하고 입김을 불었다. 검은 연기에 감싸인 구슬이 곧 파양호에서 샀던 돛단배가 되었다. 현리가 배에 올라타고 말했다.
“꽤 크네.”
온객행이 주자서의 허리를 잡고 선미에 훌쩍 올라서서 말했다. 주자서는 지쳤는지 온객행에게 기대서 별말 하지 않았다.
“편연주가 매우 큰 것이네.”
현리가 내실에 있는 포단 두 개를 보고 말했다.
“그러니까 대체 뭘 했길래 물길도 못 읽었느냐는 말이야.”
온객행이 주자서를 놓아주고 현리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아무 것도 안 했네!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는가?”
현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니면 아닌 것이지 왜 성을 내는 것인가? 아무 일도 없어서 서운한가? 어디 눈치가 보여서 같은 배에 타겠나?”
온객행은 얼굴이 빨개져서 현리를 보고 발을 구르더니 고개를 획 돌려서 주자서에게 갔다.

주자서는 선미에 앉아 쉬고 있었다. 온객행이 다가오자 주자서는 온객행의 손을 잡아 이마에 놓았다. 주자서는 이런 습한 더위는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다. 보통 봄, 여름에는 둔전(屯田)을 위해 농사가 가능한 비옥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비록 습하거나 덥더라도 갑옷을 입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워도 괜찮았다. 군영에서 지내는 동안 더위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찜통에서 찌는 듯한 더위는 그냥 더위보다 더 참기 쉽지 않았다. 가끔 닿아오는 온객행의 서늘한 체온이 좋아 주자서는 자기도 모르게 온객행에게 몸을 붙이는 일이 많아졌다. 주자서는 온객행이 근처에 있으면 그의 손을 잡아 이마며 목덜미 있는 쪽에 두었다. 그렇게 하면 열이 조금 식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온객행이 주자서가 하는 행동을 흐뭇한 얼굴로 보고 있다가 어깨너머로 현리에게 말했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는 것이 좋겠어.”
온객행은 한손은 주자서의 허리에 한손은 이마에 놓고 그를 데리고 객실로 향했다. 현리가 온객행을 향해 말했다.
“여기 좀 내 취향대로 꾸며도 괜찮지?”
온객행은 현리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마음대로 하게.”

객실에 도착한 온객행은 현리가 여름에 입는 옷이라고 했던 장포를 찾아 옷걸이에 걸었다. 주자서는 의자에 앉아 굉갑과 요대를 풀고 말했다.
“온공자께서도 어서 갈아입으세요. 덥습니다.”
온객행이 다가와 주자서의 시중을 들려고 하자 옷고름을 풀던 주자서가 멈칫하더니 온객행에게 말했다.
“온공자께서도 옷을 갈아입으시지요.”
하고 온객행의 굉갑과 요대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온객행이 걸어 놓은 장포 중에 전에 입었던 연한 쪽빛의 장포를 들고 침상 앞에 있는 병풍 뒤로 갔다. 온객행이 그의 뒤를 따르자 주자서가 옷걸이에 걸린 하얀 장포를 온객행에게 건네고 말했다.
“온공자께서도 어서 갈아입으시오.”
온객행이 안절부절못하자 주자서가 온객행을 밀어냈다. 온객행은 밀어내는 대로 밀리다가 하얀 장포를 들고 탁상에 가서 앉았다.

병풍 너머로 주자서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더웠는지 금방 옷고름을 풀어낸 주자서는 근처에 물이 담긴 대야에 걸려있던 영견으로 땀을 닦더니 내의를 갈아입고 중의도 입지 않고 바로 장포를 둘러 입었다. 빤히 병풍을 보고 있던 온객행은 부끄러워져서 일어나 앞섶을 풀고 옷을 갈아입었다. 온객행이 장포를 걸치자 하얀 장포는 곧 은은한 회색이 되었다. 온객행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 생각나 금방 풀이 죽었다. 주자서는 옷을 다 입고 나와 탁자에 앉으며 말했다.
“정말 너무 덥습니다.”
온객행이 패물 상자 옆에 있는 함에서 깃털로 만든 부채를 꺼내며 말했다.
“유서 그렇게 더운가?”
주자서는 한참 입을 달싹이더니 말했다.
“괜찮습니다. 참을 만해요.”
온객행이 부채를 내려놓고 주자서의 양 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좀 어떠한가?”
주자서는 뺨을 감싼 온객행의 손을 겹쳐 잡고 땀을 식혔다.

온객행은 한참 주자서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얼굴을 붙여서 입술을 맞췄다. 주자서가 온객행의 손을 얼굴에서 잡아떼고 말했다.
“정말… 온공자….”
온객행이 주자서에게 얼굴을 붙이며 말했다.
“여기는 아무도 없지 않은가?”
온객행이 주자서의 손을 잡고 자신의 앞섶에 넣으며 말했다.
“여기도 시원하니 만져보게.”
주자서가 온객행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온공자!”
온객행은 내심 서운한 듯 주자서의 손을 놓아주고 말했다.
“농담이야. 성내지 말게.”
주자서는 더위로 진이 다 빠져서 온객행을 나무랄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풀이 죽은 온객행을 보고 주자서가 작게 웃었다. 밝은 색 옷을 입고 관을 한 온객행은 주자서 보다 한참 어려 보였다. 주자서가 온객행이 입은 옷을 만져보더니 말했다.
“구름 같습니다.”
온객행이 눈썹을 늘어뜨리고 주자서를 보며 말했다.
“싫은가?”
주자서는 온객행을 마주 보고 웃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온객행은 소매를 들어 장포를 다시 보았다. 칙칙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렇게 나쁜 것 같지도 않다.


온객행은 주자서를 데리고 다시 하갑판으로 내려갔다. 현리가 망상과 나어에게 이런 저런 일을 시키다 온객행을 발견하고 말했다.
“이 배는 정말 너무 작다. 뭘 실을 수가 없네.”
온객행이 주자서의 허리를 안고 선수에 올라타서 말했다.
“유서가 너무 더워하는데 어떡하지?”
주자서가 당황한 듯 소매를 털어 손을 모으고 말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현리가 선미에서 객실을 거쳐 선수로 나오면서 말했다.
“내가 의자랑 탁자 같은 것도 놓아 두었어. 촉룡을 뵙고 나면 바로 태연으로 가는가?”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리는 잠깐 생각하더니 망상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온객행이 돛단배의 내실을 둘러보고 말했다.
“이게 뭐야. 뭘 이렇게 많이 실었어?”
현리가 내실의 휘장을 걷고 말했다.
“많다니? 추리고 또 추리고 또 추렸다고!”
온객행이 한쪽에 쌓인 함을 열어보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옷이 왜 필요한 건데?”
현리가 내실 안으로 들어와 제일 작은 함을 가리키고 말했다.
“내 옷만 있는 것이 아니네.”
온객행은 작은 함을 보고 코웃음 치고 현리가 가져다 놓은 평상 위에 가서 앉았다. 주자서는 선미에서 내실을 힐끔 들여다보더니 선미 난간에 걸터앉았다. 배 안에 또 배가 있는 신기한 광경이라 주자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리가 온객행에게 물었다.
“어떻게? 날 수 있겠는가?”
온객행이 현리에게 물었다.
“키(舵)는 누가 잡나?”
현리가 온객행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연히 그대가 잡아야지. 촉룡께 가는 길이 아닌가?”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딱히 누가 잡는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는가?”
현리가 배에서 내리며 말했다.
“하늘길로 가는 것이니 내가 노금께 미리 기별해 놓았네.”
온객행이 물었다.
“뭘 드려야 하는가?”
현리가 어깨너머로 온객행을 보고 말했다.
“그것은 걱정할 필요 없네. 내가 준비할 테니.”
온객행은 고개를 돌려 주자서를 찾았다. 선수에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주자서가 지쳐 보여 온객행이 소매에서 깃털 부채를 꺼내고 다가갔다. 온객행에게 부채를 부쳐주자 금방 눈을 뜨고 손사래를 치고 말했다.
“괜찮습니다.”
온객행이 주자서의 이마에 맺힌 땀을 발견하고 소매를 들어 땀을 닦아주려고 하자 주자서가 얼른 몸을 물려 피하며 말했다.
“옷이 더러워집니다. 저는 정말 괜찮으니 괘념치 마소서.”
온객행이 주자서의 어깨에 팔을 둘러 몸을 가깝게 붙이고 말했다.
“그대에게 더러운 것은 아무것도 없네.”
주자서가 작게 헛웃음 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실로 들어갔다.

주자서는 평상에 몸을 기대더니 금방 얕은 잠에 빠졌다. 다시 배로 돌아온 현리가 평상에 누워있는 주자서를 보고 말했다.
“왜 저래?”
온객행이 주자서 옆에 앉아 부채를 부치며 말했다.
“이렇게 더워해서 어떡하지?”
현리가 코웃음 치고 선미로 나가며 말했다.
“돛은 접고 오늘은 달이 밝지 않고 구름이 많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어.”
하갑판의 측면의 문이 열리고 강물이 보였다. 온객행이 강을 둘러보고 말했다.
“오늘은 물안개가 많아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니 조금 짙게 하면 될 일이네.”
현리가 망상 몇을 불러 말했다.
“우리 아가. 물안개를 부탁해도 될까?”
망상은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고 강물 안으로 들어갔다.

현리가 온객행을 보고 말했다.
“그런 것까지 우리가 할 필요 없지.”
온객행이 코웃음 치고 말했다.
“검영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현리가 내실의 휘장을 내리고 코웃음 치며 말했다.
“탁음대선의 제자들은 당최 욕심이 없으니까 말이야.”
온객행이 키를 잡고 영력으로 배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일 아침에는 도착했으면 좋겠는데.”
현리가 웃으며 말했다.
“너의 내자를 먹이고 재워야지.”
온객행이 힘을 멈추고 말했다.
“유서 먹일 것을 안 챙겼네.”
현리가 영력으로 배를 밀어 강물 위에 띄우고 말했다.
“내가 챙겼네.”
그제야 온객행이 다시 배에 영력을 실어 배를 들어 올렸다. 곧 편연주의 측면이 닫히고 망상의 물안개가 장사강에 피어올랐다.

배를 하늘 높이 띄우고 금방 돛을 펼쳤다. 두 시진 정도 하늘을 날자 저 멀리 동이 터오는 것이 보였다. 해가 뜨고 밝아지자 구름 위를 나는 배는 금방 노금을 만났다. 노금이 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런 것은 또 처음 보는군”
현리가 웃으며 노금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태금(胎禽).”
태금이 선미에 현리를 발견하고 다가가 말했다.
“어디에 가는 길인데 배를 띄웠나? 어디 구름 마차 빌릴 곳이 없었나?”
현리가 선미 쪽으로 고갯짓하며 말했다.
“흑망이 장가를 가서 신부를 촉룡께 데려가는 길입니다.”
태금이 내실을 보고 물었다.
“흑망이? 그 사람이랑?”
현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좀 달라요.”

태금이 훌쩍 내실 위로 뛰어올라 돛을 잡고 말했다.
“흑망. 오랜만이네.”
온객행이 내실 위에 태금을 발견하고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태금이 선미로 훌쩍 뛰어내려 말했다.
“북해 용왕이 된다더니 사실인가?”
온객행이 키를 놓고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제가요?”
태금이 온객행의 팔을 잡고 말했다.
“예를 거두게. 스승님께 가는 길인가?”
온객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금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참… 공공께서 괜한 소리를 하셨더군. 내가 흑망에게 영지초 한두뿌리도 못줄만큼 인색한 치였나?”
온객행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지요. 지난 일이니 괘념치 마소서.”
태금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래. 지난 일이지. 장가를 간다고? 소개해주겠나?”
온객행이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아… 그러시겠습니까? 잠시만….”
온객행이 휘장을 걷고 내실로 들어갔다. 태금은 내실 안을 힐끔 본 뒤에 키를 잡고 조금 틀어진 방향을 조절하며 말했다.
“현리! 이 배는 내가 천산까지 몰고 가겠네.”
현리의 대답 소리를 듣고 태금이 배의 키를 놓고 내실로 들어갔다.

내실 안에 평상에 붙어 앉아 있는 온객행과 주자서를 발견하고 태금이 말했다.
“아! 어찌?”
현리가 탁상에 앉아 차를 우리며 말했다.
“그렇게 됐습니다.”
태금이 주자서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말했다.
“흑망은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었는가?”
현리가 주자서를 힐끔 보고 말했다.
“욕심 없는 이가 데리고 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노금이 힘겹게 시선을 떼고 말했다.
“그건 그렇지.”
온객행이 주자서의 얼굴을 영견으로 닦아주고 그를 일으키며 말했다.
“유서. 일어나보게. 소개하고 싶은 이가 있어.”
주자서는 얼른 눈을 뜨고 주변을 보았다. 탁상에 현리와 함께 등에 하얀 날개가 달린 남자가 앉아 있다. 깜짝 놀란 주자서의 어깨가 튀자 온객행이 주자서의 어깨를 감싸 안고 말했다.
“유서. 괜찮아. 걱정 말게.”
주자서가 자세를 바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객행도 자리에서 일어나 태금에게 다시 공수하여 인사하며 말했다.
“흑망. 태금을 뵙습니다.”
주자서도 눈치를 보고 있다가 소매를 털고 손을 모으고 인사했다. 태금이 온객행이 있는 쪽을 손을 내젓고 말했다.
“예를 거두게.”
온객행이 주자서를 탁자로 데려가 앉히고 그 옆에 찰싹 붙어 앉았다.

태금이 주자서를 빤히 보며 물었다.
“사내인가?”
주자서는 이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온객행이 답하기도 전에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산 주가 자서입니다.”
태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기산. 모친께서는…?”
온객행이 태금의 말을 다급하게 끊고 말했다.
“자세한 사정은 제가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태금이 다시 주자서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혼인을 한다고?”
온객행이 뺨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네….”
주자서가 온객행을 힐끔 보고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태금이 현리가 따른 찻잔을 비우고 말했다.
“뭐 사정이 있겠지. 내가 물을 자리는 아닌 것 같네.”
현리가 물었다.
“백호이신 욕수상선(蓐收上仙)께서는 안녕하십니까?”
태금이 고개를 돌려 현리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서쪽은 사람이 많지 않아 언제나 평화롭지.”
현리와 태금은 차를 마셨다. 온객행이 찻잔을 들어 주자서의 손에 쥐여 주었다. 주자서는 입술만 축이고 다시 탁자에 내려 놓았다.


태금의 능력이 좋았는지 아니면 자리가 불편해서였는지 그들은 금방 종화산에 도착했다. 태금은 그들을 종화산에 내려주고 금방 다시 원래 지키던 서쪽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온객행은 배에서 내리는 주자서를 도왔고 현리는 촉룡에게 드린다며 가져온 선물을 꺼내느라 법석을 떨었다. 주자서와 온객행도 현리를 보고 있다가 그녀를 도왔다. 각자 크고 작은 함을 들고 종화산을 올랐다. 종화산 꼭대기에 앉아 있는 탁음대선 촉룡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천존과 태어난 시기가 비슷한 그가 겨우 대선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아마도 촉룡 스스로가 그런 자리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힘이 탐이 나서 촉룡을 도발하던 요괴와 신선이 있었지만 그것도 아주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촉룡은 슬슬 감기는 눈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로 말했다.
“흑망. 오랜만에 보는구나.”
온객행이 함을 내려놓고 말했다.
“못난 제자 흑망. 스승님을 뵙습니다.”
현리도 들고 온 함을 내려놓고 소매를 들어 공손히 인사했다.
“홍호의 현리, 탁음대선을 뵙습니다.”
촉룡의 눈이 스르르 감기고 땅에 어둠이 찾아왔다. 감은 눈으로 촉룡은 고개를 돌려 온객행과 현리를 향해 말했다.
“현리도 왔구나. 나의 비늘을 원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다.”
현리가 소매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붉고 아름다운 비늘을 어찌 그냥 가져간다는 말입니까? 원군께서 저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셨습니다.”

촉룡이 미소 짓고 말했다.
“그래. 서왕모께서는 안녕하신가?”
현리가 내려놓은 함을 들어 올리고 말했다.
“저는 이제 홍호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요. 탁음대선께 드리려고 야명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함을 열어 은은하게 빛나는 구슬을 보여주었다. 탁음대선은 그것을 보더니 말했다.
“신기하구나. 하지만 그것은 사람에게 별로 좋은 것이 아니니 내가 가지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자리에서 내려와 야명주를 한입에 꿀꺽 삼켰다. 현리가 말했다.
“탁음대선께서 마음에 드셨다니 영광입니다.”
촉룡이 말했다.
“다음에 또 발견하거든 가져오거라.”
현리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촉룡은 다시 자리로 올라가려다 온객행 옆에 서 있는 주자서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멈췄다. 그리고 작게 코웃음 치더니 다시 종화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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