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는건 사랑을 위해 죽는거나 마찬가지야

Vivir así es morir de amor Nathy Peluso

Siempre me traiciona la razón
y me domina el corazón
No sé luchar contra el amor
Reason always betrays me and my heart dominates me. I don't know how to fight against love.

Siempre me voy a enamorar
de quien de mí no se enamora
Y es por eso que mi alma llora.
I'll always fall in love with the one that doesn't fall for me. And that is why my soul weeps.

Ya no puedo más, ya no puedo más
Siempre se repite esta misma historia
Ya no puedo más, ya no puedo más
Estoy harto de rodar como una noria.
I can't take it anymore. I can't take it anymore. It's always the same story.
I can't take it anymore. I can't take it anymore I'm fed up with rolling like a Ferris wheel

Vivir así es morir de amor
Por amor tengo el alma herida
Por amor, no quiero más vida que su vida Melancolía,
To live like this is to die of love. Because of love my soul is wounded.
Because of love, I don't want more life than her life Melancholy

Vivir así es morir de amor
Soy mendiga de sus besos
Soy su amiga y quiero ser algo más que eso, Melancolía.
To live like this is to die of love. I'm a beggar of her kisses.
I'm her friend but I want to be more than that Melancholy

Siempre se apodera de mi ser,
Mi serenidad se vuelve locura (Se vuelve locura)
Y me llena de amargura.
Love always takes control of my self. My serenity turns into madness. And it fills me with bitterness.

Siempre me voy a enamorar
de quien de mí no se enamora
Y es por eso que mi alma llora.
I'll always fall in love with the one that doesn't fall for me. And that is why my soul weeps.

Ya no puedo más, ya no puedo más
Siempre se repite la misma historia
Ya no puedo más, ya no puedo más
Estoy harto de rodar como una noria.
I can't take it anymore. I can't take it anymore. It's always the same story.
I can't take it anymore. I can't take it anymore I'm fed up with rolling like a Ferris wheel

Vivir así es morir de amor
Por amor tengo el alma herida
Por amor, no quiero más vida que su vida Melancolía,
To live like this is to die of love. Because of love my soul is wounded.
Because of love, I don't want more life than her life Melancholy

Vivir así es morir de amor
Soy mendiga de sus besos
Soy su amiga y quiero ser algo más que eso, Melancolía.
To live like this is to die of love. I'm a beggar of her kisses.
I'm her friend but I want to be more than that Melancholy

요즘 이 노래만 듣는다. 원곡도 좋더라 원래는 Camilo Sesto 이라는 스페인 가수가 원곡자. 그래서 뭔가 발음이 나띠랑은 조금 다르다. 나띠는 아르헨티나 발음이니까❤️ 항상 느끼는건 라틴음악은 꽤나 한국의 트로트랑 결이 비슷하다는 것? 사랑에 죽고 사는 내용도 많고 멜로디도 굉장히 서정적이고 신난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천인유혼

문덕은 요괴를 쫒다 무리와 헤어저 어떤 마을로 들어오게 됬다. 요괴로 안해 흉 흉해진 민심으로 그 마을 역시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객잔에 들러 간단히 요기를 한 문덕은 주인에게 물었다.

"혹 이 근처에 절은 없습니까?" 가게 점원은 우물쭈물하더니 곧 주인에게 가 귓속말을 했다. 주인은 문덕에게 다가오더니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있지요, 불심이 강한 사람들만 모인다는 난약사라는 절입니다. 마을밖으로 두 시진쯤 큰 산쪽으로 걷다보면 나오는데 커다란 나무에 둘러쌓여 절경인 곳이지요." 문덕은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 말하고 먹은 음식값을 계산하고 가게를 나왔다. 그가 나오는 길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따가웠다.

한참을 걷다보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잠깐 쳐다본 문덕은 곧 그칠비는 아닌것 같아 비를 피할만한 곳을 찾아 헤맸다. 산쪽으로 걷다보니 길도 변변치 않았고 주변에 그렇다할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풀숲에서 칼 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자 어떤 노인이 도적떼를 상대하고 있었다. 문덕은 검을 움켜쥐고 빠르게 그쪽으로 이동했다. 노인은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듯는듯 하더니 갑자기 하늘로 날아올라 도적떼의 혈도를 번개처럼 누르며 제압해 나갔다. 그는 불경을 외우는 듯한 주문을 외우 며 자세를 바로하고 다가온 문덕쪽으로 고개를 돌려 눈을 떴다.

"나는 사람은 해치지 않소" 노인의 말에 문덕은 검에서 손을 떼고 합장했다. 합장하는 그를 본 노인은 자신 을 연적하라고 소개했고, 그 또한 요괴퇴치를 위해 마을에 머무는 중이라고 말 했다. 비가 점점 거세지자 연적하는 문덕을 데라고 자신이 기거하고 있는 절인 난약사로 향했다.

절의 초입에 들어섰을때 이미 날이 진 이후였고, 산속이라 더욱 어두웠다. 기나 긴 108계단을 지나 도착한 난약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는지,거 의 폐허같았다. 법당안에 들어서자 난약사라고 쓰인 현판이 보였고, 원래 불상 이 있어야할 자리에는 왠 커다란 나무만 자라고 있었다. 나무는 길게 뻣어 절의 대들보를 대신하였고, 천정은 여기저기 가지들이 뻣어자라 구멍나 있었다.

"어르신 께서는 이런곳에서 지내고 계십니까?" 문덕이 주변을 살펴보고는 지붕에서 세는 빗물로 손을 적시며 연적하에게 말했 다. 노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비를 막아줄 지붕과 몸을 뉘일 바닥이 있으면 그걸 로 충분하다 말했다. 문덕은 새는 비를 피해 법당의 2층으로 올라가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지금은 사 용하지 않는 글자가 쓰여진 죽간과 법서로 보이는 종이책이 보였으나, 세월과 비바람에 그 흔적이 희미했다. 노인이 있는곳으로 다시 내려간 문덕은 근처에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웠다.

불을 피우고나니 연적하가 어디서 구했는지 알수없는 음식을 권하기에 문덕은 별 의심없이 그것을 먹었다. 연적하는 술도 권했는디, 문덕은 정중히 거절했다.

비를 맞아서 인지, 덥쳐오는 피곤에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나 잤을까, 그렇게 긴시간은 아닌것 같았는데 문덕앞에 피워놓은 불씨가 거 의 죽어있었다. 문덕은 근처에 두었던 살짝 젖은 장작을 몇개 집어 불가 근처에 두고 숨을 불어넣었다. 젖어서 인지 매캐한 연기가 불당안을 채웠다. 비는 그쳤 는지 더 이상 천정에서 물이 세지 않았다. 다시 물가 근처에 몸을 뉘이려는데 청 아한 피리소리가 들렸다. 문덕은 노인의 의아한 취미에 흥미가 생겨 수마를 잠 시 뒤로하고 소리가 나는 밖으로 나갔다. 안은 분명 아까 노인과 함께온 다 낡은 폐허였는데 달빛에 본 바깥은 꽤 운치가 좋았다. 커다란 버드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에 절에 어울리지않는 커다란 연 못 가운데 정자가 있었다.

정자는 흰색천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비가 온후에 시원한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문덕이 조금씩 그 정자로 다가가자 정자안에 인영이 비쳤다. 드리운 천을 치우자 꽃같이 아름다운 사내가 옥으로 된 피리를 불고 있었다. 2 길게 늘어뜨린 머리에 그림자만 보았다면 낭자라고 오해할만큼 단정하고 그윽 한 눈매의 공자였다. 시선을 느꼈는지 곧 청아하기 들리던 피리소리가 멈추고 감겨있던 눈이 떠지며 문덕쪽으러 고개를 들었다. 문덕은 그가 움직이는 모습 을 보며 숨을 참았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사내는 문덕을 향해 살풋이 웃어보였다. 곱게 접히는 눈이 참 예뻤다. 사내가 문덕에게 물었다.

"이 밤에 이 곳에서 무얼 하고 계싶니까?" 숨이찬 문덕은 몇번 숨을 골랐다. 무엇을 이야기 해야할지 몰라 문덕은 사실대 로 털어놓았다. 본인은 즙요사라는 절에 의탁하여 요괴를 잡는 법사이며, 지금 무리와 떨어져 다시 도성으로 가는 길이라고,여행중에 만난 도사가 도와주어 잠 시 이 절에 머무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내는 그 말을 듣더니 안색이 창백해졌 다. 불편한 기색을 읽은 문덕이 말했다. "그대는 무슨 연유로 이 밥에 이곳에서 피리를 불고 계시오?" 사내는 손에 쥔 옥피리를 한번보고 다시 문덕을 바라보았다. 아련한듯한 표정 에 문덕은 이유없이 숨을 쉬는것이 불편해졌다. 사내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문 덕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저의 양모께서 제 피리소리를 좋아하지 않으셔서 이렇게 밤마다 몰래나와 불 고있습니다." 문덕은 그와 시선을 맞추며말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인기척이 들렸다. 사내는 빠르게 문덕의 손을 낙아채 법 당안으로 들어갔다. 문덕은 사내에게 이끌려 법당 벽으로 밀쳐졌다. 사내의 숨 소리가 문덕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두사람 사이에는 종잇장하나 없이 밀착된 상태였다. 문덕은 머릿속이 하얘진것처럼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다.

연적하는 사찰 주변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는듯 했다. 문덕은 일단 사내를 아 까 둘러볼때 보았던 2층에 있는 서고에 숨겨주고는 연적하를 찾았다.

"어르신 무엇을 찾으십니까?" 문덕을 발견한 노인은 곧 그에게 누군가를 보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피리소리가 나기에 최대한 빨리 달려왔는데도 보이지 않는 다며 잔뜩 심통이 난 모양이었다. 그때 근처에서 나풀거리는 비단옷을 입은 아 름다운 낭자가 나타나 검으로 연적하를 공격했다. 갑자기 서로를 공격하는 두 사람사이에 끼인 문덕은 두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연적하가 답했다.

"저 계집은 사람이 아니네" 그러자 코웃음을 친 낭자가 맞받아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동굴속에 것처 럼 울렸는데, 그녀의 입은 말하는 동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요즘세상에 사람보다 더 추악한것 천지인데 사람 아닌것이 뭐 어때서 그러시 오?" 문덕은 검에 손을 가져가며 낭자에게 물었다.

"사람이 아니라면 요괴란 말이오?" 낭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요괴면 어떻고 사람이면 어떻단 말이오? 어차피 우리가 사냥하는 사람들도 다 른 사람들을 사냥해 먹고사는 도적놈들 뿐인데." 그 말에 연적하와 문덕은 할말을 잃었다. 확실히 그녀가 하는 말이 틀린말은 아 니었다. 사람을 해치는건 어쩌면 요괴보다 사람인경우가 훨씬 많았다. 수 많은 요괴를 베어온 문덕도 항상 스스로에게 하던 질문이었다. 사람을 해하 는것은 과연 요괴인것인가.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던 연적하와 낭자는 칼을 거 두지 않았지만 문덕은 칼을 거두었다. 낭자가 말했다.

"오늘은 사람이 아니라 오라버니를 찾으러 온것이오 찾으면 살생없이 돌아갈것 이니 길을 비키시오." 문덕은 문득 그 오라버니라는 자가 아까만난 그 사내가 아닐까 생각했다. 연적 하는 그 낭자를 보낼 생각이 없는지 검을 거두지 않았다. 그 둘은 몇번 초식을 주고 받았지만, 연법사의 공력이 훨씬 강했다. 산 끝이 어수룩이 밝아오자 낭자 는 사방에 대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곧 해가 뜹니다 어서 돌아갑시다." 산 속의 아침은 밤만큼이나 빨라 그녀는 몇번오라버니를 부르더니 연적하의 기 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산 속으로 재빠르게 도망쳤다. 연법사가 따르려는것을 문덕이 말리며 물었다.

"곧 날이 밝을테니 찾고싶어도 찾지 못할겁니다, 대체 누구이기에 사람이 아니 라는 겁니까?" 연적하는 낭자가 사라진 쪽을 주시하며 주변을 살폈다.

"법당안에 있는 나무귀신의 끄나풀이지. 사찰 안뜰에 안치된 유골함의 혼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려 사람들의 정기를 빨아먹는 요괴라네." 법당안의 커다란 나무가 아침해에를 밭아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수많은 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쪼개진 햇빛이 바닥에 흩어졌다. 난약사 전체에 그 가지 가 드라우지 않은 곳이 없었다. 후에 문득 사내가 걱정된 문덕은 후에 서고로 가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사내 역시 나무귀신이 부린다는 혼백이었을까. 갑 자기 몰려오는 피로감에 문덕은 법당안으로 들어가 이미 까맣게 다 죽어버린 모닥불 옆에 몸을 뉘였다. 참으로도 긴 밤이었다. 혹은 꿈이었을까?

해가 중천에 떠서야 눈이 떠진 문덕은 연법사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 았다. 밤새 산속을 헤멧을텐데 어디서 그런 기운이 나는지 문덕은 문득 그의 공 력이 대단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듣지 못한 대답이 있어 문덕은 난약사 로 오기전 들렀던 마을에 다시 방문했다. 마을은 대낮이었는데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도적떼가 이리저리 마을을 들 쑤시고 다녔지만 말리는 사람 하나 없었 다. 근처 역참을 찾아 마부에게 물었다.

"혹시 도성으로 서신을 전할수 있소?" 마부는 두손을 흔들며, 이 촌구석에서 도성까지 가는 자도 없을뿐더러 서신을 전할만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답답해진 문덕은 체념한채로 어젯밤에 일을 고려하여 다시한번 물었다.

"난약사를 아시오?" 마부는 난약사라는 이름만으로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벌벌 떨었다. 귀신과 요괴가 나오는 오래된 절이라고, 그 마을에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난약사에는 불 심과 공력이 강한 스님이 이끄는 절이었는데, 세상이 혼란해지자 제자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늙은 노승만 사찰에 남아 절을 지켰다고 했다. 그것도 벌써 백년이 넘은 이야기이며, 그 노승이 취미삼아 접목하여 키운 버드나무가 노승이 죽자 불상을 집어삼키고 절을 집어삼켜 요괴가 되었다는 전설이었다.

밤에 숲길을 가다보면 갑자기 커다란 유곽이 나타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떨때 는 여자였고, 어떨때는 남자였고 또 어떨때는 그 둘이 아닐때도 있다고 했다. 마 치 그 숲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은밀한 개인취향을 하나하나 알고 있다는 듯 이 산길을 가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그 정기를 취한다고 했다.

"사람을 해친단 말이오? 살아 돌아온 자는 없소?" 마부는 우물쭈물하더니 마을 우물근처에 문장을 팔아 먹고사는 서생이 다시 돌 아왔지만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문덕은 마부에게 고맙다고 얼마남지 않은 여비로 사례하고 그 문장가가 산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님이라고는 한명도 없는 거리에 현판만 덩그러니 걸어놓은 그가게의 문체는 꽤나 훌륭한 것이어서 문덕은 놀랐다. 안으로 들어가자 죽간과 비단에 쓰인 글 자들이 보였다. 서체는 아름다웠지만 그 내용이 여간 색스러워 문덕은 곧 읽는 것을 그만두었다.

손님이 들어왔는데도 기척이 없어 문덕은 가게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글 쟁이가 글을 쓰는 곳인것 같은 방안에 들어가자 그림들이 보았다. 글쟁이는 글 씨 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소질이 있는지 어제 보았던 낭자와 꽤나 비슷한 아름 다운 여자그림 이었다. "아름답지요, 은애합니다만 이제 다시는 만날수 없으니.." 조용한 목소리에 깜짝놀란 문덕은 뒤를 돌아보았다. 먹의 얼룩이 여기저기 묻 은 서생옷을 입은 남자가 그림을 몽롱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문덕은 남자에게 물었다.

"다시 만날수 없다니 어찌 그렇소?" 서생은 그 여자는 자기와 결혼을 약속한 근처마을의 낭자였는데, 도적떼가 마을 을 덥쳐 화를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문덕은 서생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 난약사에서 그 낭자를 다시 보지 않았소?" 난약사라는 이른에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서생이 주변을 살피며 말 했다.

"어찌 아시오? 그녀는 나를 구해준 대신에 목소리를 잃었다 들었소 다시 찾아가 면 그 다음에는 목소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의 양모가 그렇게 말했소." 서생은 한참을 마부에게서 들었던 전설얘기와 그 낭자에 대해 털어놓더니 훌쩍 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게를 나올 궁리를 하던 문덕에게 술이라도 대접하겠 다는 서생을 겨우 거절하자 날은 벌써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난약사로 돌아오는 길은 어두웠다. 산세로 접어들자 나무들 사이로 비치 는 달빛이 잎사귀에 가려져 길이 더 어두웠다. 문덕은 마을로 돌아가 하루를 머 물까 생각하였지만 남은 여비가 충분치 않아 무리해서 난약사로 향하는 중이었 다.

얼마나 걸었을까, 시끌벅적한 음악소리와 함께 불빛이 수풀사이에 아른거렸다.

기척을 숨기고 조심스레 다가가니, 낮에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 도적놈들이었 다. 그들은 유곽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서 하나하나 어여쁜 낭자들을 끼고는 히 히덕 거리고 있었다. 그 유곽은 꾀나 장사가 잘되는지, 슬쩍 보이는 안쪽에도 손 님이 많은것 같았다. 문덕은 낮에 마부가 말해주었던 그 요괴의 유곽이 바로 이 것이구나 싶었다. "나으리 잠시 쉬었다 가시어요." 어여쁜 낭자는 속살이 다 비치는 얇은 침의위에 겉옷하나만 걸쳤는지 살짝 살 짝 남자에게 속살을 비치며 유혹해왔다. 낭자들은 그 도둑들의 팔을 당겨 유곽 쪽으로 끌며 말했다. 유곽은 마치 대낮처럼 밝게 여기저기 불을 피워 놓았는데 그 색이 원래의 불꽃 색이 아닌 푸르스름한 색을 띄었다. 젖은 장작이 섞였는지 여기저기 희뿌연 연 기가 유곽의 분위기를 더욱 오묘하기 만들었다. 도둑들과 호객행위를 하며 실 랑이를 하는 낭자들 사이에 어제 보았던 그 사내가 멀뚱히 유곽문 옆에 서 있었 다. 도둑들중 한명이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며 사내를 안아왔다.

"자네도 이 유곽에서 밤을 팔고 있소?" 도둑의 말에 사내는 불편해보이는 듯했으나 손을 치우지 않고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저리 아리따운 낭자들을 두고 사내와 밤을 보내시려구요?" 도둑은 호탕하게 웃으며 사내의 몸에 바짝 밀착해오며 귓가에 속삭였다.

"도성에 가면 대궐집 대작들중에 남첩이 없는 자가 없다 들었소. 얼마나 좋으면 집에 들여 취하겠소?" 도둑의 손이 사내의 가슴팍에 살짝 벌어진 옷속으로 파고들자 사내는 부끄러운 듯 그의 손을 떼어내려 바르작댔다. 문덕은 괜히 기분이 나빠 시선을 다른 곳으 로 옮겨보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또 그 사내를 눈으로 쫒고 있었다. 옆에서 그 꼴을 보고 있던 낭자가 피식 웃으며 그 도둑에게 다가가 기대며 말했 다.

"그 목석같은 사내놈을 안아봐야 그게 무슨 재미에요?" 낭자는 도둑의 몸에 반쯤 기댄채로 귓가에 색스러운 것들을 속삭였다. 도둑은 그 말에 동했는지 사내의 품속에 넣었던 손을 거두고 그녀의 허리를 잡아채며 웃었다. 덩그러니 남겨진 사내는 두사람이 유곽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멀뚱히 바라봤다.

도둑들은 이미 하나 둘 옆에 여인을 데리고 유곽안으로 들어갔다. 저 도둑들은 이 근처 사람은 아니었는지 첩첩산중에 동떨어져있는 유곽에 의심없이 들어갔 다. 위치도 그렇고, 안에 있는 저 많은 손님들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문덕은 생 각했다. 얼마 지나지않아 유곽 앞은 한산해졌고 호위로 보이는 자가나와 사내 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문덕은 인적이 드물어지고 난 다음에도 한동안 주 변의 동태를 살피며 있다가 난약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달이 차지않아 더 어두운 좁은 산길을 따라 108계단에 다 다랐다. 익숙 한 곳에 도착하니 긴장감이 풀어져서인지 문덕은 계단을 오르기전에 잠시 앉아 숨을 돌렸다. 그때 길 끝에 희미한 인영이 난약사쪽으로 오고 있었다. 피리를 불 러온 그 사내일것이었다. 조금 기다리자 그 사내도 문덕들 발견했다. 손에든 옥 적을 다시 소매품으로 넣고 문덕이 앉아 있는 계단 옆에 앉았다.

"아직도 여기 계십니까?" 문덕은 문득 그의 이름이 궁금했다.

"나는 즙요사의 법사 배문덕이오." 갑작스러운 소개에 사내는 말없이 반쯤차오른 달을 한동안 보다가 입을 열었 다.

"저는 공자경이라 합니다." 둘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공자경이라 스스로를 소개한 남자는 소매품에서 피 라를 꺼내어 불었다. 유곽과는 영 어울리지않는 구슬픈곡조였다. 어째서 그의 양모가 그의 피리소리를 싫어하는지 알것 같았다. 눈을감고 곡조를 감상하고 있던 문덕은 인기척을 느꼈다. 옆에 앉아 파리를 불고있는 공자경의 손을 잡아 소리를 죽이자,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덕은 공자경이 연적하를 만난면 좋은 일이 없을것 같아 공자경의 손목을 붙 잡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한 싸움에 휘말릴것 같으니 자리를 옮깁시다." 문덕은 근처 숲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길도 나있지 않은 숲속으로 조금 들 어가자 연적하와 어떤 무사가 대결을 하고 있었다.

"난약사에 머무른해가 몇해인데 아직도 모르시겠소?" 혼백들응 그저 나무귀신 이 부리는 또다른 희생량일 뿐이라은걸 알고 계시지 않소!" "그 결과가 어찌되었든, 죄의 경중을 따지기 전에 그들은 사람이 아니오!" "그들이 성불하게 돕는다면 다시 윤회의 굴레안에서 그들의 죄값을 치를것이 오. 그들을 돕는것 역시 공덕을 쌓는 일이란 말이오!" 연적하는 더이상 듣지 않겠다는듯 커다란 칼을 휘둘러댔다. 좀더 가까이 다가 가니 근처에 저번에 보았던 낭자가 공격을 받았는지 나무에 기대어 숨을 고르 고 있었다. 그녀를 본 공자경은 놀란듯 그녀를 불렀다. 그 소리에 연적하가 제빠 르게 문덕을 향해 공격했다.

"월지!" "오라버니!" 공자경은 나무 근처에 쓰러져있는 월지를 살갑게 부축했다. 그녀의 어깨를 붙 잡고 일으키자 고통에 얕은 신음이 월지의 입밖으로 새어나왔다.

연적하의 공격을 강신히 막아낸 문덕이 말했다.

"연법사님, 문덕입니다. 즙요사에 배문덕이요!" 연적하는 칼을 거두고 무사와 월지, 공자경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 삿된것들이 내가 말한 그 요괴들이오. 나를 도와 저들을 처단하고 공덕을 쌓 읍시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무사가 끼어들었다.

"나는 섬서에서 온 좌천호라하오. 누이의 유골을 찾아 곽북형까지 오게 되었소.

즙요사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있소, 어찌 이런 변방까지 나와계시오?" "임무수행후 복귀하는 도중 무리들과 헤어져 길을 잃었소. 하루 몸을 쉴곳을 찾 다 난약사로 오게되었고, 연법사님을 만나 나무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소." "그렇다면 알것아니오 이 혼백들 역시 그저 삿스러운 나무귀신의 피해자라는 것을 말이오!" 문덕은 누구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난처했다. 겨누누칼을 거두지 않는 연적하는 내버려둔다면 분명 앞에 있능 저들을 해할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좌 천호라 자신을 소개한 저 무사는 혼백도 요괴도 아니고 사람인것 같았다. 누구 하나 섣불리 움직이 못하는 고요한 긴장감속에 공자경이 입을열었다. "섬서에서 온 아이라면, 혼백도 찾을 수 없을겁니다." 그 말에 좌천호가 월지와 공자경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재차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그 아이의 이름은 좌천풍이고 죽었을때 열넷이었소 죽은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공자는 어찌 찾을 수 없다 말하시오? 옆에서 가늘게 숨을 몰아쉬던 월지가 대답했다.

"어머니는 너무 어리거나 쓸모없는 혼백의 정기는 취해 소멸시켜버릴때도 있 소. 너무 어리기도 했고, 숫기도 없어 사람을 유혹하는 일이 서툴고, 일을 배우 는 속도도 느려, 나무귀신에게 부려진지 몇주 되지도 않아 그리 갔소. 그녀의 유 골함은 나무귀신이 양분으로 모두 흡수하여 비어있을거요." 좌천호는 월지의 말에 그럴리 없다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헛헛한 웃음소리가 어느새 흐느낌이 되었고, 큰 소리로 통곡하기 시작했다. 문덕은 연적하의 칼이 쥐어진 손을 내리며 말했다.

"연법사님 일단 칼을 거두시고 저들의 이야기도 들어 봅시다. 일찍이 좌천호가 말한것이 사실이라면 저 사람, 혼백들도 원치않게 나무귀신에 묶여있는것이 아 닙니까? 나무귀신을 퇴치한 후에도 사람을 해친다면 그때 벌하여도 늦지 않습 니다." "저들 역시 나무귀신의 끄나풀, 언제 사람의 정기를 취할지 모를일 아니오! 저 사란은 차치하고 저 혼백들이라도 처치하여 공덕을 쌓아야겠소!" 앉아서 통곡하던 좌천호 역시 그들에게 검을 드리우며 말했다.

"그 어린것이 나무요괴에게 당하는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했소?!" "우리도 언제 나무귀신의 밥이 될지 모르는 바람앞의 촛불인데 누굴 돕는단 말 이오! 오라버니는 사람의 정기를 취하지 않아 스스로 점점 사라지고 있소! 나무 귀신이 오라버니를 연모하지 않았다면 오라버니도 오래전에 양분이되어 사라 졌을 거요!" 공자경은 슬픈표정으로 말을 마치자마자 힘겨운 기침을 뱉는 월지를 부축했다.

한동안 아무도 아무말 할 수 없었다. 산새들의 시끄러운 지저귐에 날이 밝아오는 것을 눈치챈 공자경이 말했다. "돕겠소." 그들에게 칼을 거두지 않은 연적하가 물었다. "무엇을 말이오?" 공자경은 담담히 결심한듯 월지 잠시두고 연적하의 칼끝에 섰다.

"어머니를, 나무요괴를 처단하는것을 돕겠소. 그러니 오늘은 나와 누이를 보내 주시오." 산끝이 어수룩하게 밝아지자 연적하는 칼을 거두었다. 그의 표정은 매우 혼란 스러워 보였다. 공자경은 예를 다해 연법사에게 인사하고 월지를 데리고 숲속 으로 사라졌다. 연적하, 좌천호 배문덕은 혼백이 사라진 쪽을 새벽의 푸른빛이 아침햇살로 바뀔때까지 말없이 바라봤다.

사찰에서 잠시 쉰 좌천호와 배문덕은 안뜰에 있는 묘지로 갔다. 좌천호의 여동 생은 이 북곽현으로 어린나이에 시닙을 왔다고 했다. 오는 길이 험에 병을 얻었 는데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는데 섬서까지 길이 멀어 몇해가 지나서야 그 소 식이 닿았다고 했다. 그는 흐느끼며 유골함에 적힌 글씨를 읽어 갔다. 문덕은 이 유골함중에 공자경과 월지의 유골함도 있을까 싶어 좌천호와함께 유골함을 뒤 졌다.

안뜰에서 찾지 못한 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법당안에 버드나무 가지 아래를 파보았다. 대낮이었으나 음침하게 드리운 가지들로 인해 어둡고 서늘했다. 얼 마 파지 않았는데 갖은 벌레와 지네가 들끓었다. 그 밑을 보니 깨진 유골함과 한 데 섞인 유골들이 보였다. 깨진 유골함중에 좌천호 동생의 이름도 있었다.

"지네는 독충이니 섣불리 손을 넣어 꺼냈다간 다칠거요." 문덕의 만류에도 좌천 호는 깨진 유골함을 꺼냈다. 그것을 품속에 간직해온 분홍색 고운비단에 싸고 는 가슴에 넣었다. 문덕은 혹시 독충에 물리지는 않았는지 걱정됬지만, 위로의 말 조차 건낼수 없었다. 좌천호는 흐느끼며 말했다.

"심성이 착하고 여린아이였으니, 사람을 해치는일을 할 수 없었을 거요. 혼백이 라도 남아있었으면 한번더 보고 싶었는데..." 좌천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문덕은 그를 위로하며 법당안을 가득채운 버드나무를 보았다. 버드나뭇잎이 가 지에서부터 아래로 늘어져 마치 장막같았다. 문덕은 아래로 축처진 가지를 당 겨 잎을 만져보았다.

"수양버들 같은데 물가도 없이 이렇게 크게 자란것이 과연 요사스러운 나무인 것 같소." 좌천호역시 문덕의 말에 동의하며 눈물을 닦았다. "사람이나 혼백의 정기를 취해서 자란 나무이니 보통의 수양버들보다 그 크기 가 큰것은 당연하지요. 뿌리근처에 저렇게 독충이 많은데도 가지 한군데 마르 거나 뿌리 한군데 썩은곳이 없소." 문덕은 밖으로 나와 버드나무 가지가 뻗어진 모양을 보았다. 안뜰에도 그 가지 가 있었지만, 법당처럼 완전하게 장악한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법당 2층에 올라가면 노승이 기거했다는 서고가 있소." 문덕은 법당안을 살펴 보고 있는 좌천호에게 말했다. 그는 문덕의 말을 듣고 다 부서져가는 계단을 올 라 2층으로 갔다.

전서로 쓰여진 오래된 죽간과 빗물에 색이 바란 종이책들이 여기저기 바닥에 널려있었다. 죽간에 쓰여진것은 오래된 법문이나 유명한 법서였고, 빗물에 훼 손이 심해 읽기 힘든 종이책들은 해서로 비교적 최근에 쓰여진 문서들이었다.

제일 바닥쪽에 그나마 번지지않아 읽을수 있는 글자들이 남아있는 쪽에는 노승 의 고민들이 드문드문 읽혔다. 어지러운 세상과 떠나가는 제자들에 대한 안타 까움이 쓰여있었다. 다 낡은 함 안에 버드나무가 멋드러지게 그려진 그림이 몇 점 나왔다. 몇번 젖었다 말랐는지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소식의 한시까지 멋드 러지게 쓰인 그림이었다. 문덕은 그중에 제일 상태가 좋은것을 골라 검집 옆에 걸었다. 기회가 되면 마을에 가서 혹시 노승에 대해 아는 자가 있는지 물어볼 참 이었다. 시장기를 느낀 문덕은 어제 마을에서 구해온 밀떡을 좌천호와 나누어 먹으며 마을로 향했다.

"나무귀신에 대해 아는것이 없으니 답답하오." 좌천호가 밀떡을 우물거리며 자 신의 물주머니를 문덕에게 권했다. 물주머니를 받아 목을 축인 문덕은 연적하 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불에 태워보려고도 하고, 가지를 베려고도 해봤지 만, 불을 붙이면 비가오고, 가지를 베려고하면 온갖곳에서 새가 날아와 방해한 다 들었소. 연법사님께서 이곳에 기거하신지 꽤 되신것 같은데, 아직까지 저 버 드나무가 꼿꼿이 버티고 서있는것을 보면 보통의 방법으로는 처치하기 힘든 것 같소." 문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좌천호는 연적하가 고집불통이라며 융통성이 없다 며 넋두리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그의 제자가 되어 공덕을 쌓는 법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연적하의 꽉막힌 사고방식때문에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문덕은 연적하는 아무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을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입밖으로 내지 는 않았다. 이야기의 주제는 좌천호의 여동생에서 어느새 어제 보았던 혼백으 로 넘어가 있었다. "월지라는 그 낭자는 부모의 빚에 유곽에 팔렸다 몹쓸병에 걸려 죽은 여인이라 했소. 그 오라비라는 자는 친 오라비는 아닌것이 도성의 어느 고관대작집 아들 이라더이다. 어쩌다 나무귀신의 손아귀에 들어갔는지는 모르나 나무귀신이 아 주 애지중지하는 혼백이라더이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나 다른 혼백들이 모두 그를 잘 따른다고 했소." 마을에 다다른 두사람은 주점에 들어가 허기를 달래고 난약사에 있었던 노승에 대해 여기저기 물어보았다. 하지만 이미 몇백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고, 쇠퇴된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도 몇 없어 큰 수확은 없었다. 두 사람은 요깃거리를 조금 챙기고 다시 난약사로 향했다.

"대체 무슨 수로 돕겠다는건지 알수가 없소, 일개 혼백이 도움을 주어봐야 얼마 나 도움이 되겠소?" 좌천호가 말했다.

"그래도 여태 우리가 알아낸것보다는 나무귀신에 대해 더 잘 알것같지 않소? 약 점이라던가 분명 퇴치할 방법을 알고 있을거요." 좌천호에게 어제 보았던 유곽에 대해 이야기하며, 오늘은 날이 어두워지기전에 그곳을 살펴보자고 했다.

어젯밤에 봤을때와는 사뭇 그 분위기가 달라 찾기 어려웠지만 난약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폐허가된 객잔이 있었다. 어제 아름다운 낭자들이 도둑들 을 유혹하던 그 곳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마당이 나왔다. 잡초가 여기저 기 자라고 있었다. 한때는 꽤 큰 객잔이었는지 건물안에 마구간도 있었다. 하지 만 남아있는 세간살이가 별로 없었다. 부서진 의자와 탁자가 바닥을 뒹굴고 있 었다. 윗층 누각에 올라가보니 난약사를 뚫고 자란 버드나무의 꼭지가 보였다.

이 자리는 분명 나무귀신이 선택한 자리일것이다.뒷뜰은 한때 정원이었는지 연 못위에 작은 정자가 보였지만 수풀이 우거져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작 은 관목은 여기저기 보였지만 객잔의 높이를 넘는 나무는 없었다. 당장 담장을 넘어온 근처의 나무들의 키가 높아 객잔을 찾는디 어려움을 격었던지라 의아했다.

한참을 객잔안을 휘젖고 다니던 두사람은 인기척에 밖으로 나갔다. 연적하가 바닥에 부적을 그리고 있었다. 문덕은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며 그에게 다가갔 다. "법사님! 찾고 있었습니다." 연적하는 문덕과 좌천호를 무시하고는 계속해서 바닥에 부적을 써내려갔다. 문 덕은 개의치 않고 오늘 좌천호와 찾아낸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검집옆에 걸 어두었던 버드나무그림을 그에게 보여주며 이야기하자 연적하가 그림을 뺏어 들며 말했다.

"이것은 어디서 찾았지?" 문덕은 법당에서 발견한 서고와 그가 읽었던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했다. 어떤 법문이 죽간에 쓰여있었고, 그 관련된 해석이 책으로 묶여져 있었다 말하자 연 적하는 왜 그동안 나무귀신에게 법문이 듣지 않았는지 이해한 눈치였다.

"이 그림 말고 다른 그림도 있었나?" "다른 그림들도 이것과 비슷한 것들이었습니다." 연적하는 유심히 그림을 뜯어보았다. 그리고는 저물어가는 해를 보고 두사람에 게 경고하듯 말했다.

"나무귀신을 처단하는 일을 먼저 하는 것뿐, 나는 사람이 아닌것의 도움을 받는 것을 믿지 않소. 하지만 그들도 나무귀신에게 묶여있는 혼백일 뿐이니 성불을 하고자 하는 것들은 도울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모두 처단할것이오. 산속 의 밤은 빨리 찾아오니 어서 난약사로 돌아가 계시오." 이번엔 좌천호가 입을 열었다.

"나도 법사님을 돕고 싶습니다. 법사님과 비교하면 보잘것 없는 공력이지만, 그 래도 상대는 매우 요사스러운 귀신이니 서로 돕는것이 어떻습니까?" 연적한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혼백들에게 홀려 정기를 빼앗기지 않으면 다행일거요. 방해나 될터이니 법당 에 버드나무나 잘 감시해주시오, 혹시 그 나무이 대해 다른 기록이 있는지 찾아 봐 준다면 더욱 좋소." 좌천호는 애물단지 취급당한것이 기분나빴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가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두사람은 객잔을 나 와 난약사로 향했다. 난약사에 다다랐을때, 이미 날은 어둡고 조금씩 차오르는 상현달이 하늘에 떠 있었다. 구름이 없어서인지 만월이 아닌데도 밝았다. 오는길에 주웠던 뗄감으 로 작은 모닥불을 만든 문덕은 그림을 펼쳐보았다. 노승은 퍽이나 외로웠던 모 양이다. 만약 정말 그 혼자 이 사찰에 남아 생을 마감했다면, 그의 시신을 장사 지낸이는 누구일까 열반에 들어 생을 마감하셨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문덕의 머 릿속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