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가방을 짊어진 소년의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이제 막 세탁을 마친듯한 빳빳한 셔츠에 작은 소년에게 어울리지 않는 커프가 어둠속에서 반짝였다. 문옆에 들고있던 가방을 내려놓은 소년은 현관옆에 작은 방안으로 들어갔다. 소년이 조심스럽게 내려온 계단 위에 주홍빛을 내뿜는 촛대를 들은 잠옷차림의 부인이 천천히 인기척이 있는 현관쪽으로 걸어갔다.
코트가 걸려있는 곳까지 손이 닿지 않는 소년은 자신의 코트를 아래쪽으로 당겨내리고 있었다. 소년을 발견한 부인은 촛대를 현관옆 테이블에 올려놓고 까치발을 들고있는 소년의 뒤로 바짝다가가 높이 걸려있는 코트를 내려주었다. 부인을 발견한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다 부인과 부딪쳤다. 깜짝놀라 숨을 들이킨 소년은 놀란눈으로 자신에게 코트를 건내는 부인을 바라봤다. 그렇게 멈춰서 서로를 바라보던 두사람중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드레이코”
“어머니”
떨리는 목소리로 어린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공손함으로 부인을 마주한 소년은 희미한 미소를 띈 부인의 표정에 마음을 놓았는지 부인이 걸쳐주는 코트를 몸을 돌려 입었다. 부인은 몸을 낮추어 소년 머리끝에 입맞추며 말했다.
“아직도 몸이 다 낮지 않았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도록 해” 그리고는 천천히 드레이코를 품에 안았다. 잔뜩 긴장되어 있던 소년의 어깨가 풀어지더니 작은 손이 부인을 마주 안았다. 얼굴을 부인의 목덜미에 묻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였다. 부인은 드레이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더욱 꼬옥 아들을 안아 주었다.
“잘 할 수 있을거야. 우리 아들”
힘겹게 소년을 놓은 소년의 어머니는 현관문옆에 세워둔 가방을 들으며 문을 열었다. 소년이 가방을 받아 들은것을 확인한 부인은 소년의 두 뺨에 손을 가져갔다. 차가운 아침공기에 드레이코의 뺨이 따뜻했다. 빨갛게 상기된 볼에 입을 맞춘 부인은 자욱한 안개에 잘 보이지 않는 거리로 들어선 소년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그렇게 보고 있었다. 커다란 가방에 작은 몸집의 소년의 발걸음이 불안해 보였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부인은 깨어있는 루시우스를 발견하고 놀랐다.
“나시샤, 어딜 다녀온거에요?”
천천히 촛대를 나이트테이블위에 올려놓으며 다시 침대안으로 들어가며 나시샤가 말했다.
“당신이 일어나 있는지 몰랐어요.”
루시우스의 품으로 들어오는 나시샤를 가슴으로 끌어 안으며 루시우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드레이코는..”
나시샤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잊지 못하는 루시우스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나시샤가 뺨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말포이가 남자들이란..”
호그와츠 음악원은 영국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싶어하는 학교중에 하나였다 초기에는 주니어와 시니어아카데미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최근에 더 어린 음악가들을 위해 프라이머리 아카데미가 새롭게 구성되었고 음악원에 입학하기위해 영국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디션은 매년 지역별로 열렸고 세번의 오디션을 거쳐 30에서 40명정도의 아이들이 선발되어 음악을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시험결과는 일주일 후에 실기 오디션 결과 발표가 있고 이후에 필기시험과 카디프 본교에서 진행하는 면접을 마치면 선발이 마감된다.
아직 새벽이었지만 학교안에는 이미 오디션을 보기 위한 지원자들이 모여서 연습을 하거나 긴장을 풀고 있었다. 추운 날씨를 뚫고 온 탓에 드레이코의 두 뺨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시험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같은 학교를 다니던 몇몇 사람에게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들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지만, 드레이코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기다릴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 음을 맞추는 소리가 드레이코의 머리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시험장 한쪽 구석에 아무도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는 가방을 조심스럽게 내려 놓고 입고 있던 코트와 모자를 벗었다. 연회장 안의 공기가 답답했는지 마른 기침을 뱉어낸 드레이코 옆으로 한 남자와 소년이 다가왔다. 남자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그의 모습은 더욱더 그를 창백해 보이도록 했고, 작고 동그란 안경을 쓴 소년은 신이 났는지 남자의 손을 잡아 당기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스터 블랙”
드레이코는 남자쪽으로 몸을 살짝굽히며 인사했다.
“오 미스터 말포이 내 조카인 포터군이네.”
블랙의 말에 다시 드레이코의 시선이 동그란 안경을 쓴 소년에게로 갔다.
“미스터 포터 만나서 반갑습니다.”
조심스럽게 내밀어진 드레이코의 손을 멀뚱이 쳐다보던 포터는 크게 미소지으며 내밀어진 손을 두손으로 잡고 드레이코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안녕! 난 해리 포터야 만나서 반가워! 난 10살인데 넌 몇살이야?”
드레이코의 손을 잡기위에 놓아진 블랙의 손, 블랙은 미안한듯 드레이코에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자리를 피했다. 도망가듯 피하는 블랙을 이상한눈으로 쳐다보던 드레이코는 자신의 손을 다시 자신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너무 신이나! 넌 뭘 할거야? 난 이 학교에 너무 가고싶어 그럼 지루하고 재미없는 저택을 떠나서 더 많은 친구들도 사귀고 놀 수 있잖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떠들어대는 포터를 말없이 보고 있던 드레이코는 오디션 시간표를 핑계로 소년에게서 벗어나 다시 첼로를 세워둔 코너로 돌아왔다.
“저게 그 왕족의 사생아구나”
“예절이라는걸 안가르쳤나봐 정말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대체 블랙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망아지를 양자로 들인걸까?”
주변에서 들려오는 포터의 가십에 머리를 한번 흔들고는 오디션을 위해 2층 대기실로 몸을 옮겼다. 5번 대기실 안쪽에서 머리를 높이 올린 부인이 나와 말포이의 이름을 외쳤다.
“드레이코 말포이?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 첼로협주곡 다단조?” 부인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간 드레이코는 첼로를 조율하고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빨간색 머리의 품채가 좋은 부인이 같은 머리색에 얼굴 온통 주근깨를 담은 소년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에는 작은 바이올린 가방을 들고 가방안으로 들어섰다. 분주하게 오디션 시간표를 확인한 부인은 주변을 살펴보고 있던 아이의 이끌어 시험장 앞에 섰다. 시험관의 목소리를 들은 부인은 소년에게 바이올린을 들려주며 작은어깨에 손을 올리고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로날드 위즐리? 탐린 글래스고 릴?”
“로날드 위즐리 넌 잘 할 수 있어. 우리아들”
소년을 품에 안으며 볼에 키스한 부인은 론이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히고 난 이후에도 한참동안 문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바이올린을 꺼내 잡은 소년은 조율도 하지 않은채로 커다란 눈으로 시험관들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연주를 시작했다.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론을 꼭 부여잡은 빨간머리 부인은 소년의 머리끝에 계속해서 키스하며 말했다.
“잘했어. 내아들.”
이것을 보고 있던 옆에 서잇는 쌍둥이 소년이 론 양쪽옆에서 함께 소년을 안으며 말했다.
“로니킨스도 같이 학교다니면 재밋겠다!”
“재밋겠다! 신난다!”
연회장을 빠져나오는 시험을 마친 사람들의 발걸음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사람은 가볍고 홀가분했고 어떤 사람은 무겁고 후회가득했다. 시험이 끝나자 긴장이 풀렸는지 드레이코는 길가 근처에 있는 벤치에 살짝 걸터 앉았다.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리며 가져간 이마는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평소와 다르게 뜨거웠다. 춥다고 느껴져야할 거리의 차가운 겨울 바람이 시원하다고 느껴진 드레이코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벤치에 누워있는 드레이코를 발견한 론은 새하얀 속눈썹을 손으로 만져봤다. 마치 성에가 잔뜩 내려 앉은 나뭇가지같은 속눈썹은 녹지않고 그대로 있었다. 신기했는지 흘러내린 머리쪽으로 손을가져가던 론을 발견한 쌍둥이가 벤치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프레드 론이 뭘 발견했어!”
“조지! 저건 첼로가방 같아!”
론이 조심스럽게 쓰다듬고있는 소년을 발견한 쌍둥이는 론을 이상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론 뭐하는거야?”
“녹을것 같은 속눈썹이랑 머리카락을 가졌어! 근데 안녹아!”
론의 말을 들은 쌍둥이가 드레이코에게 손을 가져가려는 찰나 빨간머리 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프레드! 조지! 무슨일이야?”
부인을 발견한 쌍둥이와 론은 여태까지 본인들이 생각하고 본것들을 두서없이 막 말하기 시작했다. 부인은 표정을 찡그리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한꺼번에 세사람이 서로 다른것을 말하는것을 알아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는 벤치에 누워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어머! 아서! 여기 아이가 아픈것 같아요.”
함께 걸어오던 빨간머리의 남자가 고개를 숙여 소년의 작은몸을 흔들어 깨우며 불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난처했는지 근처를 두리번 거리던 남자가 말했다.
“몰리, 아무래도 다시 시험장으로 가서 누구인지 물어봐야 할것 같아요.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찾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아서의 말에 몰리에게 말을하고 있던 세명의 소년이 한꺼번에 다같이 시험장으로 몰리를 잡아 당기며 말했다.
“얼른 가서 이 아이 엄마를 찾아줘요!”
“엄마가 걱정하고 있을꺼에요!”
“아빠도 걱정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올린 남자는 옆에 놓여있는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바쁘게 움직이는 부인과 아이들을 뒤따라 다시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관계자에게 물어봤지만 누군지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난처해진 두 사람은 그렇게 연회장을 돌아다녔다. 다행히 드레이코의 시험관이었던 학교 관계자가 아이의 이름과 주소를 몰리와 아서에게 알려주었다. 아침에 타고 왔던 마차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몰리의 품에 안긴 금발머리의 소년과 커다란 첼로가방을 든 남자뒤를 졸졸 따르는 아이들이 곧 마차가 있는곳에 도착했다. 들고 있던 가방을 마차뒤에 조심스럽게 싣고, 몰리와 아이들이 마차안에 탈 수 있게 도왔다. 쌍둥이는 끝까지 아서와함께 말을 몰겠다고 떼를 썼다. 마차안에 올라탄 론은 몰리의 무릎위에 머리를 놓고 너부러진 드레이코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몰리가 마차 앞쪽에 탄 쌍둥이에게 주의를 주는동안 론은 다시한번 거의 하얗게 보이는 머리카락으로 손을 가져갔다. 금방이라도 녹을것 같은 백금색 머리카락은 부드럽고 조금 젖어있었다.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을 발견한 몰리는 론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그냥 감기일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론”
“엄마, 얘는 왜 머리카락이 하얘요?”
론의 질문에 웃음이난 몰리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아기라서 그래 아마 자라면 좀더 짙은 머리색이 될꺼야”
10살이라고 하기엔 정말 작은 몸이긴 했다. 론이나 쌍둥이에 비해 훨씬 더 말라 보였다 입은 옷차림으로 봐서는 가난한집 아이는 아닌것 같았는데 얇고 연약한 모습에 몰리는 안쓰럽다는 듯이 식은땀으로 젖은 소년의 머리카락을 이마에서 치우며 뺨을 쓰다듬었다.
학교직원이 알려준 주소로 말을 몰던 아서는 주소를 몇번이나 확인해가며 커다란 저택쪽으로 말을 몰았다. 그 주변에 있는 다른 플랫이나 로하우스와는 다른 커다란 저택이 보였다. 뒤쪽에 있는 공원덕분에 그 모습은 더 웅장해보였다. 대문을 지나 현관까지 마차를 몰아간 아서는 몰리가 안고있던 소년을 받아 내리고는 뒤쪽에 실었던 첼로가방을 꺼내들었다. 아이들에게 마차 안에서 꼼짝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한 몰리는 현관쪽으로 올라가서 문을 두드렸다. 곧 깔끔한차림의 남자가 현관문을 열었다.
“네? 무슨 일이시죠?”
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몰리위즐리 이쪽은 제 남편 아서 위즐리에요. 아드님이 아픈거 같아서 저희아 이렇게...”
몰리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남자는 천천히 뒤로 물러서며 문을 열었다.
“저는 미스터 말포이가 아닙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제가 곧 주인님을 불러오도록 하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놀란 몰리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두 사람은 곧 영접실로 안내받았다. 아서의 품에서 뒤척이던 소년이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계단을 내려오던 금발머리의 부인의 발걸음이 갑자기 바빠졌다. 영접실로 들어선 나시샤는 아서의 품에 안겨있는 드레이코를 발견하고는 놀라 다가가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
“오! 드레이코!”
나시샤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놀란 아서는 드레이코를 나시샤에게 건내주고는 첼로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곧 영접실 안으로 루시우스가 들어왔다.
“미스터 위즐리, 미스 위즐리.”
평소에 별로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던 아서와 루시우스는 서로의 모습에 잠시 당황한듯 멈춰섰다. 몰리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미스터 말포이 아드님께서 아프신것 같아서 저희가 오는길에 태워왔어요.”
옆에 서있던 아서가 거들었다.
“저는 당연히 미스터 말포이도 아드님과 함께 연회장에 계실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아드님 혼자 오셨더라구요.”
아서의 말에 나시샤가 날카롭게 루시우스를 보았다. 그리고는 드레이코를 침실로 옮기기위해 영접실을 나서며 말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에요! 미스터 위즐리. 드레이코가 만약에 합격하게 되면 루시우스는 얼마나 후회를 할까요?”
나시샤의 말에 헛기침을 한 루시우스는 영접실 한켠에 있는 책상 서랍에서 수표수첩을 꺼내 한장 급하게 적어 아서에게 내밀며 말했다.
“얼마 되지 않지만 제 성의입니다.”
루시우스의 행동에 놀란 몰리는 얼굴이 빨갛게 닳아 올랐다. 몰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서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저희는 이런걸 바라고 아이를 데려온게 아닙니다. 감사하다는 성의를 알았으니 저희는 이만.”
꾸물거리는 아서의 팔꿈치를 휙 잡아 당기며 단숨에 말포이 저택을 빠져나온 몰리는 마차에 올라타며 말했다.
“어쩜 저렇게 행동 할 수 있죠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는 일을 마치 우리가 뭔가 바라고 아이를 데려온것처럼 어쩜 저렇게 무례해요? 당신이 말한 그 말포이가 이 말포이로군요!”
몰리의 말에 고개를 흔들며 아서는 마차를 집으로 몰았다.
드레이코를 침대위에 누이면서 나시샤는 드레이코의 살짝 젖은 앞머리를 치우며 이마에 키스했다. 아이의 이마에 닿은 입술이 뜨겁다고 느껴질 정도로 열이 있었다. 바쁘게 걸음을 옮겨 집사에게 의사를 부를것을 당부하고는 영접실로 갔다. 손에 수표책을 들고 소파위에 걸터 앉아 있는 루시우스를 발견한 나시샤는 팔짱을 끼고는 그를 아래로 내려보며 말했다.
“고맙다는 말이었으면 충분했을거에요! 당신은 왜 필요 없는 적을 만드는거에요?”
나시샤의 말에 한숨을 몰아쉬는 루시우스는 수표책을 옆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내려놓고는 양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아직 몸이 다 낮지도 않았다구요, 대체 스스로한테 아들한테 왜이렇게 잔인하게 굴어요! 적어도 저라도 함께 갔으면 이런일은 없잖아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루시우스는 나시샤에게 팔을 두르며 끌어 안았다. 고개를 돌리고 있던 나시샤는 루시우스의 행동에 한숨을 쉬며 마주 안았다.
“적어도 하고싶은걸 하게 해줘요. 당신은 아버님처럼 살지 않아도 되잖아요.”
일주일은 생각한것보다 훨씬 빨리 흘러갔다. 북클럽과 사교모임으로 바쁜 나시샤와 회사일로 자리를 비운 루시우스를 피해 드레이코는 집사에게 잠시 산책을 나갔다 오겠다는 말만 남긴채 집 밖을 나섰다. 전차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드레이코는 시험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날 드레이코가 기억하는 것은 배로 무거웠던 첼로의 무게와 차가운 바람, 언뜻 스치듯 보았던 붉은머리, 그리고 마차소리.
시계탑 광장의 가게들과 노점은 잔뜩 흐린 날씨에 아랑곳 하지않고 저마다 큰소리로 호객행위를하며 광장을 가득 채운다. 평소답지 않게 사람들의 행동이나 모습, 물건들에 관심을 보이던 드레이코는 한숨을 깊게 내어쉬고는 시험을 봤던 왕립음악원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회장안은 오고 가는 사람들로 항상 사람이 많았다. 악기를 든 사람부터 극장에서나 볼법한 유명한 가수들 외국에서 온듯 보이는 화려한 귀족부터 유행하는 옷을 멋지게 차려입은 상인, 공연을 하는 사람과 공연을 볼 사람들 그리고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1층 로비 안으로 들어서자 시험 결과를 보기위해 모여든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로비안을 메우고 있었다. 결과 발표는 대극장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설명을 들은 드레이코는 대극장쪽으로 향했다. 스테이지위에 커튼이 양 옆으로 드리워진 단상위에 그랜드 피아노가 눈에 보였다. 그 바로 앞에 긴 테이블에 직원들이 앉아서 서류를 전달하고 있었다. 결과를 확인하고 입학허가를 받은 아이들은 함께 온 부모님과 함께 탄성을 지르기도, 눈물을 삼키지못하고 큰소리로 울거나 흐느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결과르 위해 테이블쪽으로 다가셔러는데 누군가가 드레이코의 이름을 큰소리로 불렀다. 대극장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말포이의 트레이드마크인 바랜듯한 금발머리와 창백하고 뾰족하 얼굴의 드레이코 쪽으로 쏟아졌다.
“드레이코! 드레이코 말포이!”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시험을 본 날 미스터 블랙과 함꼐 있던 안경쓴 소년이 드레이코를 향해 크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계속해서 불러지는 이름에 불편해진 드레이코는 빠른걸음으로 소년이 서있는 쪽으로 향했다.
“해리포터”
“드레이코!”
해리의 목소리에 론은 자신도 모르게 비집고 나온 웃음이 목구멍에 걸려 마치 코웃음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금발머리소년은 론을 위아래로 훝어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너에게 내 이름이 우습니?”
해리가 론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론 위즐리! 바이올린을 연주한데! 게다가 형들이 다 학교에 다닌다고했어!”
팔짱을 끼고 아래위로 찬찬히 론을 훑어보던 드레이코는 론을 노려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위즐리?”
드레이코의 거들먹이는 목소리에 마음이 상한 론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한참을 서로 바라보고 있던 론과 드레이코사이에서 해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대기 시작했다. 론과 해리는 시험에 합격해서 필기시험을 보러 카디프로 가게 됬다고 말했다. 론의 형이 호그와트에서 일하고 있어서 론은 론의 아버지와함께 가서 호그와트에서 몇일 지내게 됬다고 말을하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두사람을 노려보던 드레이코는 갑자기 결과에 대해 알고싶지 않아졌다. 앞에 서있는 이 두사람이 붙었는데 만약 자신이 가지 못하게 되면 어떡해야할지 걱정이 되었다. 이야기를 듣는둥 마는둥하다가 갑자기 획 돌아서서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연회장을 나가는 드레이코의 뒷모습을 보던 론이 말했다.
“내가 뭔가 잘못한걸까? 이름때문에 웃은거 아닌데...”
“아닐거야, 사람들이 말포이는 원래 다 무례하다고했어.”
해리의 말에 한참동안 말이 없던 론이 입을 뻐끔거리다 결국 소리를 냈다.
“무례하다는게 무슨뜻인데?”
“나도 몰라”
해맑게 웃으며 미스터블랙이 있는쪽으로 뛰어가는 해리를 보던 론은 함께온 가족들이 이제야 생각이 났는지 두리번거리며 연회장을 맴돌았다. 몰리를 발견한 론은 몰리의 치마자락으로 뛰어들며 말했다.
“엄마!”
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몰리는 함께 대화를 나누던 머리를 높게 올린 부인에게 미안함을 표시하며 론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론 필기시험이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까 열심히 공부해야해.”
고개를 끄덕이며 론은 음악원을 막 나가고있는 드레이코에게 시선이 갔다. 드레이코의 부모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론은 몰리에게 금발소년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 쟤는 왜 혼자왔어요?”
드레이코를 발견한 몰리는 재빠르게 마차쪽으로 론을 끌어 당기며 가는 길을 재촉했다. 계속해서 드레이코에 대해 묻는 론에게 몰리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나지막히 말했다.
“부모님 심부름을 온걸거야. 나중에 학교에서 만나게되면 물어보면 어떨까?”
몰리의 대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신나게 고개를 끄덕인 론은 몰리가탄 마부석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으며 오늘 만난 해리와 미스터블랙에 대해 떠들어댔다. 드렐이코가 가는 쪽을 한번 힐끔 바라본 몰리는 한숨을 내쉬며 갈길을 재촉했다.